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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양의 사연과 엄청난 양의 카톡대화를 다 읽고 난 후, 내가 적은 한 줄 소감은

 

-웃으며 리액션을 할 수 있는 지점에서도 지지 않으려 맞짱을 뜬 게, 문제.

 

였다. 지지 않고 드립을 다 받아내려 하니 실수도 많아지고, 그냥 서로 놀리고 웃는 것에 초점을 두다 보니 처음엔 뭐 그러려니 하다가도 나중엔 둘 다 기분 나빠지고 만 거라 할까.

 

재치있고 쿨한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너무 막 재치만 자랑하려 하다간 모든 걸 장난식으로 대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으며, 분명 상처받았는데 그것도 당시엔 개그로 승화했다가 나중에

 

“아 근데 나 뭐 하나 말해도 돼요? 전에 오빠가 말한 A와 B와 C는 좀 기분 나빴어요. 그때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 한 건지….”

 

라는 식으로 액체질소를 끼얹으면 둘의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

 

소개팅 후 그와 깨알같이 연락하고 자주 만났는데, 끝났어요.

 

 

그다음으로 내 눈에 띈 것은

 

-시트콤처럼 시작했다가 점점 다큐화 되어가는, 문제.

 

였다. 둘의 대화 초반 C양은 ‘재치있는 전문직 여성’이었는데, 말 편하게 하며 꽤 친해진 대화 후반엔 ‘짝사랑하며 불만이 많아진 대학교 여자후배’의 느낌이 강해졌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괜히 심술부리듯 뭐 하나 꼬투리 잡거나,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어선 날 선 말을 해버리는, 그런 캐릭터로 변하고 만 것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지금까지 대화를 나눈 게 90분 축구 경기라면, 60분까진 흥미진진했지만, 나머지 30분은 전과 비교해 확연하게 지겨워졌으며, 특히 마지막 5분은 강제퇴장을 원하는 사람처럼 드리블 대신 백태클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건 '의식적으로' 남자들과 아재개그도 잘 주고받고, 상대가 폭투를 해도 잘 마무리 해주는 여성대원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문제이기도 한데, 그녀들은 ‘그럴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갭이 너무 크게 차이나곤 한다. 어제는 같이 웃으며 하던 말에 오늘은 갑자기 정색하거나, 아니면 자기도 같이 놀리며 놀았으면서 갑자기 태세전환을 해 상처받았다는 얘기를 하는 거랄까.

 

그래 버리면, 상대는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 이쪽의 가식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심인 건지 혼란스러워 입을 닫게 될 수 있다. 만약 내가 소개팅남이자 썸남인데, 몇 번 만날 때마다 내가 차 몰고 가는 게 편하니 그쪽으로 데리러 가겠다고 웃으며 말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음 근데, 내가 데리러 가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진 마요. 내가 데리러 가는 게 억울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이렇게 데리러 가는 게 당연한 걸로 굳어질까봐 하는 소리예요. 아무튼 오늘은 7시까지 가면 되죠?”

 

라고 한다면 뭐 어떻게 받기도 곤란하며 뭘 어쩌라는 건지 당황스러워지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베푸는 다른 호의에 대해서도 받기가 꺼림칙해질 것이고 말이다. C양과 상대 사이에서도 대략 이런 식의 문제가 발생한 거라 보면 되겠다.

 

 

C양이 내 여동생이라면, 난

 

“그게 아니지. 네가 거기서 그럴 필요가 없는 거잖아. 쟤도 엄청 바쁜 애인데다가 회사에서 기분 엉망인 일 생겼는데도 너 만나러 왔지? 만나러 와서 티 안내고 즐겁게 데이트 했지? 거기다가 카톡할 때에도 완전 충실하게 대답하고, 졸린 눈 부비면서까지 너랑 연락했지? 여기서 더 뭘 어떻게 더 해. 이 정도면 그린라이트가 확실하니 그냥 가면 되는 건데, 넌 더 확실한 신호가 안 보인다며 자꾸 멈춰 섰잖아. 돌다리 그렇게 두드리고만 있으면 손에 피 나.

 

그리고 너 보다 보면, 가끔씩 너만 알아듣는 소리를 해. 선문답 같은 거 말이야. 그러지 말고 구체적으로 그냥 딱 말하면 되는데, 넌 혼자 추상적인 단어들로 빙빙 돌려. 그러니까 상대가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하는 건데, 넌 그럼 또 그냥 ‘아녜요. 그냥 한 소리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ㅎㅎㅎ’하고 말잖아. 진짜 대화를 할 거면, 네가 한 말에 대해 상대가 못 알아들을 경우 알아듣게 설명을 다시 해줘야 하는 거지, 일부러 이심전심만 노리며 선문답 해선 안 돼. 자꾸 그러면 나중에 ‘오빤 제게 가을이에요.’같은 얘기하는 병 돼.

 

끝으로 하나 더. 아쉬울 때 끊을 줄도 알아야 해. 대화하는 게 재미있다고 해서, 막 애 잠도 안 재워가면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해가면서 대화하면 안 돼. 그럼 나중에, 너랑 대화하는 것만 떠올려도 걔는 진 빠질 수 있어. 한 번 대화를 시작하면 기본 2시간은 그냥 무조건 잡혀있어야 할 것 같으니 부담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네가 매번 긴 대화를 했는데 이틀 전부터 짧은 대화가 늘어났다며 상대가 변한 걸로 오해해 갈구려 들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러니까 과하지 않게 대화하고, 물리적인 대화 시간만이 아닌 큰 틀에서 상대가 너를 향해 있다는 걸 보도록 하자고. 알았지?”

 

라는 이야기를 해줬을 것 같다.


 

C양이 일단 두 사람이 이렇게 끝났다고 하니 난 ‘끝났다면 이게 가장 큰 원인이 되었을 듯’이라 생각하며 이유를 찾아내긴 했는데, 사실 난 이게 정말 끝난 관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C양이 보낸 메시지가 좀 비꼬듯 말하는 것이었기에 상대도 받기가 껄끄러웠을 거고, 이후 C양도 연락을 안 하니 상대도 연락을 안 하는 그런 시간이 며칠 이어진 것이지, 일순간에 연락 두절로 이별할 만한 관계는 분명 아닌 것 같다. 뒷얘기가 어떻게 되었나 나도 궁금하니, C양이 이후의 이야기를 메일로 좀 보내줬으면 좋겠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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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2018.08.16 20: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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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새 글이네요! ㅎㅎ

자일리톨2018.08.16 20: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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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댓글 남겨보네요!
항상 감사드리며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김만봉2018.08.16 20: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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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사과얌얌2018.08.16 21: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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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연으로만 보면 다들 왜 저럴까 싶은데
막상 제가 연애를 할 때는 뻔하고 어처구니 없는 잘못을 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ㅜㅜ
심지어 뭐가 잘못된건지 모를 때도 있고 그래요 ㅜㅜ허허

힘내세요 사연자분

마카다미아2018.08.17 18: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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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요~ 남의 연애가 제일 쉽죠 ㅎㅎ 내 연애는 왜이렇게 어려운지 ㅋㅋ

ㅇㅇ2018.08.16 21: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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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비긴즈2018.08.16 22: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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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랄랄라2018.08.16 22: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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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글이네요 !ㅎㅎ 무한님 여행이야기도 궁금하고
반려견 반려묘 이야기도 궁금한데 요즘은 통 써주지않으시네요
많이 바쁘신가봐요 ㅠ 오늘 포스팅도 잘 봤습니다

무한만세2018.08.16 23: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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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새 포스팅 기다렸는데 감사합니당~!!^^

큐빅2018.08.17 01: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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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양. 사람이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친분은 예측 가능한 사람하고만 쌓을 수 있습니다.

희서니2018.08.17 02: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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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2018.08.17 02: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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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여성이면 골라서 만날 수 있는 상탠데 뭐하러 웃음팔아가면서까지 남자만나야되는건지 이해하지 못할 부분.
여자면 꼭 웃어줘야하고 져줘야하는건 어느나라 법인지.?
그냥 딴 남자 만나세요.
아님 야예 안만나는 것도 방법이에요.
전문직이고 돈 잘벌면 여자는 혼자 사는게 장땡입니다.
길거리 채이는게 남잔데 뭐하러 웃음팔아가면서까지 만나요.

루루나2018.08.17 04: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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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고 꼭 무조건 져주고 맞춰줘야 된다는 얘기는 전혀 아닌 것 같은데요..
사연 속 여자분처럼 태도가 급변한다면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게 문제가 아닐 거예요
초반에는 의식적으로, 억지로 노력해서라도 어떤 말이든 받아주다가 갑자기 그걸 그만둬버리면 그동안의 모습이 진실된 거였다고 믿고 있던 상대방은 당황하게 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아닌 것 같다고 생각되면 그 생각이 든 즉시 솔직하게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면 될텐데요
웃어주다가 나중에 정색하지 말고요

네이버2018.08.17 07: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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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글을 읽으면 이 글을 이렇게 해석할수 있나가 더 신기한거 같아요 ㅡㅡ

달시2018.08.17 08: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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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맞고왔어요?

BB2018.08.17 08: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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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배기 : 아 이건 좀......

ㅡㅡ2018.08.17 08: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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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자고 페미니즘 지지한다면 지지하는 입장인데 님 댓글은 좀 꼬인거같네요
어디 웃음팔아가면서 남자 만난다고 나와있나요 ?
님같은 분들 때문에 여성인권이 퇴보하는거에요 오히려..

ㅇㅇ2018.08.17 13: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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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사연자를 웃음 파는 년으로 만드는 클라스 ㄷㄷ

유동2018.08.17 15: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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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의식이..많으신가봐요
이런 생각이시면 애초에 노멀로그 포스팅들 볼때마다 견디기 힘드셨을텐데..

흐름2018.08.20 21: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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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저게 어떻게 봐야 남 비위맞추는걸로 보이나요? 오히려 남자분이 사연자분 예민하시고 일관성 없는걸 참고계신데.
친구사이에도 저러면 욕먹어요. 건강한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인데 정말 찰떡을 개떡같이 알아들으시네요 ㅠㅠ

1241242018.08.23 16: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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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만 바꿔봐도 자기얘기가 엄청 이상하다는걸 알 수 잇을텐데 이 편현합은 뭐지?

하루끝2018.08.17 05: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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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드려요 무한님!! 공감되고 도움이 되는 글이에요~ 새겨듣겠습니다 ^^

사막에사는선인장2018.08.17 12: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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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긴 카톡사연을 다 읽으시려면 힘드시겠어요~
좋은글 감사드려요

장미2018.08.17 13: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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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자요~무한님
까망이랑 간디는 잘지내나요??
까망이가 자꾸 사고쳐서 가족들이 힘들어 하신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철이 좀 들었는지
궁금하네요^^

코아2018.08.17 14: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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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결혼준비메뉴얼은 언제 업데이트되나요 ㅜㅜ

Ace2018.08.19 03: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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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뭔가 안타까운 사연인데요. 서로 마음 있었는데 서투름으로 삐끗할 때가 보는 입장에서도 제일 안타깝더라구요. C양이 조금만 말투 고쳐서 잘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차 몰고 가는 예시 속의 썸남은 지가 혼자 눈으로 보고 확인해서 판단해야 하는 걸 굳이 입 밖으로 내서 말한 게 문제인 듯.. C양은 그런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마시길.

영나영2018.08.20 11: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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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은 서로의 성격을 다 모른 채 하게되면 말투(글투?)에 따라 오해하기 쉬운 것 같아요. 다정한 사람도 카톡 대화방 안에선 세상 무뚝뚝할 수도 있고... 카톡보다는 실물(?)을 주된 연애도구로 삼으심이 어떨까요?? 사연자님 파이팅하세요!!

가을이다2018.08.25 14: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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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빙빙돌려 말해놓고 찰떡같이 알아듣지 못했다고 버럭 화내는 여자애들보면 같은여자래도 너무 힘들다. 설명을 제대로 하면 엎드려절받는거같아서 말하긴싫고 그래놓고 상대방이 기분안맞춰주면 화내는모양인데... 솔직히얘기해도 말안듣는 못된사람들도 많은데 얘기하면 들어주는 사람이 더 낫지않나? 사기꾼도아니고 비위 척척 맞추는 눈치빠른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냐고. 그리고 그런사람들이 그 눈치코치를 이타적인 방향으로만 쓰진 않을텐데. 말하지않아도 아는건 초코파이뿐이다. 제발 서로 대화좀 알아듣게 했음좋겠다.

9월 하늘2018.09.04 18: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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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저런 경험있었는데... 많이 공감되고 반성도 되고(여자ㅎㅎ)
보는 사람도 안타까운 사연인데 무한님 조언처럼 일단 직접 솔직한 마음을 (돌려 ㄴㄴ) 전하시고내가 최선을 다했단, 미련없단 느낌까지 해보고 나서 맘 접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 호감가는 사람 만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니깐요! 굳럭입니당!!!

미소2018.10.29 18: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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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연애 잘 못하는 글 속 이야기는 다 내 얘기같다. 다 내가 C양 같고 B양같고 A양 같네. 난 왜 이모양일까? ㅎㅎㅎㅎ 웃프군. 웃프군이나 만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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