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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그녀가 먼저 다가왔는데, 이젠 제가 부담스럽다네요.

by 무한 2018. 5. 7.

S씨의 첫 번째 문제는, 까닭 없이 너무 다급하다는 점이다. 다급한 사람은 상대에게 ‘부담스러운 사람’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처음엔 상대가 호감을 느껴 다가왔더라도, 그 상대와 24시간 연결되어 있으려 한다거나 10가지 중 잘되고 있는 9가지를 접어두곤 안 되는 것 1가지에 매달린다면, 결국 상대는 “더더더더!”를 외치는 이쪽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것 아니겠는가.

 

연애를 처음 하는 대원들이나 금사빠 증상이 심한 대원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오늘만 날인 것처럼’ 만나거나 연락하려 들며, 그 제안에 상대가 응하지 않거나 못 할 경우 급격히 들떴던 것만큼이나 쉽고 깊게 상심한다. 그들은 상대가 말하는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좀 쉬고 싶다.

-다른 약속이 있으니 내일 보자.

-지금 옷도 다 갈아입고 잘 준비해서 잠깐이라도 나가기가 어렵다.

 

등의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하며, 어쩔 수 없기에 이해하는 척 하더라도 속으로 실망을 축적하거나 기분이 상했다는 걸 목소리에 발라 전달하기도 한다.

 

 

 

어떤 대원은 자신의 그런 태도에 대해

 

-그만큼 많이 좋아한다는 증거. 열정적으로 만나고 싶음. 사랑한다면 누구라도 그럴 것.

 

이라고 말하기도 하던데, 난 그게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막무가내로, 나오라고 하거나 이래 달라 저래 달라 하는 것.

 

으로 느껴질 수 있단 얘기를 해주고 싶다. 전에 얘기했듯 난 자전거에 빠져서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자전거 타기 적합한지 날씨부터 볼 때가 있었는데, 그렇게 빠졌다 하더라도 일이 생기거나 몸이 좋지 않아 못 타는 날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당시 나와 함께 자전거를 타곤 하던 지인 중 하나는, 내가 오늘 못 탈 것 같다고 하면

 

-쉬엄쉬엄 출판단지까지도 못 다녀올 정도인가? 그럼 내일은 탈 수 있나? 내일 몇 시에 가능한가? 그럼 한강까지 다녀올 수 있나? 자전거 라이트 사려고 하는데 추천해 줄 수 있나? 나중에 1박 2일로 자전거 여행 갈 수 있나? 자전거 업글할 생각 있나?

 

등을 물어가며 자신의 모든 라이딩이나 자전거와 관련된 계획에 나를 포함시키려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은 내가 선약이 있어서 모임에 가느라 못 탈 것 같다고 하는데, 그걸 가지고도 자기 기분이 상한 것처럼 말하길래 속으로

 

‘내가 왜 내 약속 가는 걸 가지고도 이 사람 눈치를 봐야 하지? 왜 내가 뭔가 잘못한 것처럼 불편한 기분을 느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고 말이다.

 

 

S씨의 그녀가 느꼈들 불편함이, 바로 저것과 98.72% 닮아있을 거라 난 생각한다. S씨는 상대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과 온전히 같지 않은 것 같다며 상심하곤 했는데, 그걸 핑계로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절교를 선언하며 차단한 적도 있으며, 자신이 혼자 그 힘듦-S씨 말대로라면 상대를 너무 좋아하는 것-을 견디는 게 서러워 그녀에게 화를 낸 적도 있다.

 

그래 버리니 불편하고, 부담스러우며, 결국 처음에 갖고 있던 호감까지도 전부 바닥이 나고 마는 거다. 톡 보내놓고는 상대가 내 톡 확인 하나 안 하나 분 단위로 확인하며, 상대가 얼른 확인하지 않을 경우

 

‘이건 그만큼 우리 관계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거지. 나였으면 연락이 왔을까 수시로 확인했을 텐데. 좋아하면 나처럼 확인하게 되는 게 정상이지. 상대는 날 좋아하지 않는 거야.’

 

하며 혼자 마음을 베베 꼬다 다음에 연락 오면 쓴소리와 함께 절교선언 같은 걸 해버리니, 상대로선 그걸 다 버티면서 S씨와 만날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 시기에 제 지인에게 그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표정이 너무 어두운데, 무슨 일 있는 거냐고. 금방 자살이라도 할 것 같은 사람의 표정이었던 것 같네요.”

 

상대와 연락도 닿고, 만날 수도 있는 그 상황에서, ‘금방 자살이라도 할 것 같은 사람의 표정’을 짓는 건, 그런 표정을 짓는 사람이 이상한 것 아닐까? 상대가 거부한 건 S씨가 시도 때도 없이 연결되어 있으려 하며 매일매일 만나도, 또 만나고 있어도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처럼 안달하고 졸라댔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그렇게 들이댈 경우 이렇다 할 통보도 없이 그냥 연락을 끊기 마련인데, 그녀는 심지어 어느 지점들이 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하며 정도를 좀 낮춰달라고 부탁까지 하지 않았는가.

 

상대를 그렇게 S씨의 연애판타지 실현용 대상으로 쓰는 건 옳지 않다. 상대는 무조건 S씨가 주면 받으며 감동하고, 나오라고 하면 나오며, 말 안 해도 S씨가 원하는 걸 뭐든 다 같이 하려고 들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잖은가. 그래놓고는 그게 안 되는 것이 너무 속상해 울었다며, 상대에게

 

“나도 내 모습이 너무 싫고 미워 울었다. 근데 노력은 나만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당신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 말하면, 그건 차단과 단절로 가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 그냥 잘 연락하고 만나고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순간도 S씨는 까닭 모를 절실함과 다급함의 노예가 되어 계속 컴플레인만 걸고 있으니, 사람들은 그 불편함과 부담에서 비켜서기 위해서라도 S씨의 옆자리에서 물러나고 마는 거다.

 

 

현재 S씨는 상대가 S씨와의 관계를 끊고 난 뒤에도 잘 지내는 것 같아 그것에 또 마음이 울퉁불퉁해지며 분노와 절망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 같은데, ‘상대가 잘 지낸다’는 것에 분노할 정도의 마음이 정말 ‘호감’이나 ‘사랑’이라 할 수 있는 건지도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S씨는 상대와 썸 또는 연애 비슷한 걸 할 때에도 ‘상대가 내 뜻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만 중점을 뒀는데, 그것 때문에 헤어진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채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관계가 끊어지고 만 지금, 이제는 ‘잊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녀를 더 괴롭히진 말길 권한다. 그리고 마음 정리도 못 한 상황에서 복수한다며, 또는 ‘그녀를 잊기 위한 방법’으로 택했다며 소개팅 같은 것도 막 그렇겐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건 또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민폐를 끼치는 것이며 S씨의 연애사 전부를 엉망으로 만드는 일이 될 테니 말이다. 그녀 생각이 나서 소개팅을 두 개나 말아먹었다는 건 전혀 애절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으며 누가 듣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지?’할 수 있는 일이니, 급하게 일을 벌여 상황만 더 엉망으로 만들지 말고 S씨의 마음이 잔잔해질 때까지 좀 시간을 두고 가만히 있어 봤으면 한다.

 

딱 한 달만이라도 좋으니, 다른 이성에게, 또는 그녀에게 연락하지 말고 차분히 자신부터 좀 진정시켜보자. 금사빠 대원들에게 내가 이런 부탁을 여러 번 해봤지만 9할이 2주를 못 버티고 달려나가 버리던데, S씨는 성공했으면 한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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