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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회사 띠동갑 여직원을 6개월째 짝사랑하는 중입니다.

by 무한 2018. 8. 17.

박형, 나도 정말 박형을 도와주고 싶은데, 이건 어느 모로 보나 좀 아닌 것 같아. 사랑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건 둘 다 그렇게 생각할 때 수용될 수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이걸 참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띠동갑이어도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관계는 분명 썸의 모양이 나타나거든? 그런데 이건 확연하게 ‘삼촌과 조카’의 모양이야. 상대가 예의 바르게 대답해주며 듣기도 잘 들어주는 거지, 먼저 막 관심을 가지고 물으며 호감도 내보이는 관계가 아니야.

 

상대가 박형에게 살갑게 대하는 건 상대 특유의 친화적인 특성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박형과 상대 정도의 나이 차이가 나면 ‘연애상대’로 생각하기보다는 ‘멘토 삼촌’ 정도로 여기기에 아무 긴장 없이 대할 수 있는 거거든. 예컨대 내 조카 친구들이 나보고

 

“사진 예쁘게 찍어 주는 삼촌! 삼촌 좋아요~”

 

하는 이야기를 하는 건, 연애 막 뭐 그런 감정 섞인 게 전혀 아닌 거잖아. 근데 저런 상대의 장난 같은 걸, 박형이 살짝 오해한 것 같아. 내가 혹 놓치는 게 있나 카톡대화 샅샅이 봤는데, 진짜 뭐가 전혀 안 보여.

 

회사 띠동갑 여직원을 6개월째 짝사랑하는 중입니다.

 

 

상대처럼, 발랄하고 착하고 유쾌하며 사교성 좋은 사람들이 있어. 근데 그건 그 사람 특성인 거지, 그게 가능성의 증거라거나 꼭 이성적인 호감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의미는 아니거든. 너무 친절하고 다 받아줘서 헷갈린다고? 그럴 때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 있어.

 

-상대가 업무 얘기를 제외하고, 선톡을 한 적 있는가?

 

이렇게 말하면 몇 달 치 대화를 다 뒤져 ‘상대의 선톡’ 두세 개 찾아낸 뒤 ‘은전 한 닢’의 느낌으로 내게 내미는 경우가 있긴 한데, 좀 잔인한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난

 

-뭐 팔거나 사는 거 물어보는 건 해당 안 됨.

-태워줘서 고맙다, 사줘서 고맙다도 해당 안 됨.

-전날 밤 이쪽이 불어본 것에 대한 대답도 해당 안 됨.

 

이라는 조건을 걸어두도록 할게. 내가 말하는 ‘선톡’이라는 건, 이쪽이 주말에 뭐 하는지를 상대가 먼저 물어보거나, 취미나 기호 같은 걸 묻는 연락을 말하는 거야. 혹시 저걸 다 제외하고도 남아 있는 상대의 선톡이 있나 찾아볼 필요는 없어. 박형 건 내가 이미 다 찾아봤거든. 없어.

 

 

박형이 어떤 느낌으로 상대에게 호감을 품었는지 알 것 같아. 일단 상대가 대부분의 지점에서 긍정적이고, 깍듯하고, 그러면서 어느 부분은 귀엽고, 또 내 말 잘 들어주며 내게 감사해하기도 하니, 이 정도의 관계면 그대로 연애로 이어져도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어. 근데 그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게, 지금 상대가 박형에게 보여주는 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회사 후배 여직원’의 캐릭터인 거거든. 그것 말고도 상대에게는 다양한 모습들이 있으며, 상대의 화내거나 짜증 내거나 귀찮아하는 모습 같은 건 박형에게 보여 줄 일이 생기지 않으니 안 보여준 거지 없는 게 아니야.

 

나도 박형에게 좋은 얘기를 해주고 싶은데, 지금은 점점 안 좋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어. 얼마 전에 박형이 한 얘기에 상대가

 

“네?? 뭐가 미안하시다는 건지….”

 

라고 답했잖아. 그게, 지금 이 관계가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로 흘러가고 있다는 증거야. 그전까지는 박형이 오해나 착각을 했어도 속으로만 그 생각을 했기에 문제가 없었어. 그런데 이젠 그걸 내보이기 시작해서 의사소통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거든. 박형이 혼자 다르게 해석하고 의미부여 하기 시작하면 ‘상대는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하기 시작하고, 까닭 없는 사과와 부담스러운 말들을 하게 돼. 그러다 보면, 앞뒤 다 자르곤

 

“아니야. 난 너만 괜찮으면 돼. 내가 한 말 신경 쓰지 마.”

 

같은 이상한 얘기를 하는 단계까지 접어들게 될 수 있고 말이야.

 

그러다 이제 상대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단답을 하기 시작하거나, 다시 말을 높이거나, 정도가 심해져 피하기 시작하면 이쪽에서는 ‘관계 회복’을 하겠다며 부담스러운 일들을 저지르게 되기도 하고, 나한테 왜 화가 난 건지 이유만 알려달라고 따지거나, 내가 물러설 테니 넌 행복하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게 될 수 있어.

 

여기서 더 나가면 이제, 상대를 찾아가선 잠깐만 나와 보라고 말하거나, 마지막이라며 통화 한 번만 하자고 조르거나, 나름의 ‘이별 선물’ 같은 의미를 담아 선물 같은 걸 주려 할 수 있거든. 아니면 그냥 조공처럼 이것저것 챙겨주는데, 그걸 상대가 안 먹고는 다른 사람 줘버리면 악감정을 품기 시작할 수 있고 말이야.

 

봐봐. 저 위에서 ‘삼촌 좋아요~!’의 관계였던 게, 어느새 ‘차단’당하는 관계까지 이렇게 흘러갈 수 있는 거잖아. 박형은 이제 막 현실에서 발을 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기에, 내가 박형을 붙잡아 다시 현실에 발 딛게 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어.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해서 솔직하게 말한 건데, ‘잘 되는 방법’이 아니라서 박형이 삐치는 건 아니겠지? 상대에 대해선 그냥, 밝고 착하고 잘 따르는 조카라고 생각하며 삼촌의 마음으로 잘 챙겨주길 권할게.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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