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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자신의 호감과 애정, 연애까지가 고민되고 의심된다면?

by 무한 2017. 1. 18.

가끔씩 내게

 

“무한님은 연애가 뭐라고 생각하시죠?”

“사랑이라는 건 정확히 어떤 감정을 말하는 걸까요?”

“제가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건, 무엇 때문일까요?”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 사이의 감정도 있지 않을까요?”

 

라는 질문을 하는 대원들이 있다.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저런 고민까지를 하게 된 건질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저런 질문들은 내게

 

“사람은 왜 태어나고, 또 왜 살아가는 걸까요?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본성이라는 건 왜 생기게 된 걸까요? 나아가 우주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인류라는 건 어떤 존재일까요?”

 

라는 얘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쨌든 그건 그거고 또 사는 건 사는 건데, 호감과 애정, 그리고 연애에 대한 학문적 탐구를 먼저 하겠다는 듯 펜을 쥐고 필기를 할 기세로 물어오는 대원들 때문에, 난 난감해진다. 오늘 사연의 주인공인 Y씨 역시, 내게

 

“현재 내가 연애를 할 수 있는, 또는 해도 되는 상황인가에 대한 점, 그럼에도 연애를 하고 싶어 한다는 점, 상대가 단순히 외모가 뛰어나서 반한 것은 아닌가 하는 점, 이 상대 외에 다른 누군가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진 않고 있는가 하는 부분….”

 

등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을 하며 무엇이 답일 것 같냐는 식의 질문을 하고 있다. 내가 Y씨에게

 

“그 분과 사적으로 둘이 연락하세요?”

 

라고 물어보면

 

“아뇨. 아직 그런 사이는 아니고요….”

 

라고 답할 거면서 말이다.

 

 

1. 해봐야만 알게 되는, 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코드를 익혀 기타를 어느 정도 치게 되었다고 해보자. 그렇게 방 안에서 악보를 보며 연주할 수 있게 된 것과 노래까지 부르며 기타를 치는 것은 분명 좀 다르다. 연주만 하면 될 땐 대충 박자도 맞는 것 같지만, 노래까지 부르며 기타를 치면 둘 중 하나가 무너지게 될 수 있다.

 

또, 연주와 함께 노래까지 하게 되었다고 해도, 나 혼자 방 안에서 부를 때와 친구나 지인을 옆에 두고 노래를 부를 때의 느낌은 또 다르다. 나아가 그저 친구나 지인이 아닌, 무대 위에서 많은 사람을 앞에 둔 채 연주와 노래를 하면, 그땐 ‘내 손이 내 마음과는 따로 노는 느낌’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나만 연주와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합주의 일원으로 참여를 할 때의 느낌은 분명 또 다르고 말이다.

 

이런 걸 전부, ‘방 안에서 악보를 보며 연주하는 상황’일 때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합주까지 해 본 사람에게 묻는다고 모든 걸 다 깨닫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가 겪은 시행착오를 들으며 헛발질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은 좀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그가 안 했던 실수를 내가 하거나 그도 안 겪어본 걸 내가 겪게 될 수 있다. 때문에 어쨌든 차곡차곡 밟아가나 해보며 깨닫고 배우며 스스로 정의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거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근원에 대한 질문’속으로만 너무 깊게 들어가는 걸 좀 지양하길 권하고 싶다. 철학에 뜻이 있어 그 쪽으로 파고드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건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된 뒤 ‘우정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느라 그 친구와 어울려 놀지도 못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 우정이 주는 희로애락을 경험해가며 우정에 대한 정의를 하고, 또 그 관계에서의 여러 경험을 축적해가며 이전에 내려놓은 정의를 수정해야 하는 거지, 나름의 정의와 답을 구해 놓은 뒤에야 그 관계를 거기에 맞춰가려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2. 연금술이 아니라 여정이다.

 

고교 수준으로 말하자면, 금은 하나의 원소인 까닭에 다른 원소를 변형하거나 조합해서 만들 수 없는 것 아닌가. 뭐, 이론적으로야 양성자 개수를 변화시킨다거나 핵을 분해하든지 융합시켜 어찌어찌 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여하튼 그렇게 해서 금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금은 그냥 금일 뿐이다.

 

호감이나 애정,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도 ‘그것은 그것으로’ 좀 받아들였으면 한다. 남이 느끼는 호감과 내가 느끼는 호감이 다르다고 누군가에게 따귀를 맞는 것도 아니며, 남이 하는 연애와 내 연애의 형태가 다르다고 해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것도 아니잖은가.

 

굳이 비유하자면, 호감이나 애정 그리고 사랑은 ‘그것이 무엇이다’라고 정의 내려야 하는 존재라기보다는 그것이 점점 나아감으로 인해서 뒤에 남게 되는 발자국과 같다. 두 사람이 같이 다녀온 여행의 여정인 것이지, 총 보행거리나 머문 시간 등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니란 얘기다. 연애가 아니라 우정이라고 해보자. 꼬꼬마시절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을 내려오며 맞았던 그 바람과 당시의 분위기를, 꼭 뭐라고 정의하거나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우정의 한 부분으로 마음에 남아있는 것 아닌가.

 

물론 호기심 때문에, 또는 궁금함 때문에 그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걸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Y씨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눈 후에 상대는 대화가 즐거웠는지 당시의 분위기가 정확히 어떠했고 서로에게 어떤 유익이 있었는지, 제가 실수한 부분은 없었는지 불안하기도 하고,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정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제가 제대로 듣고 있는 것이 맞는지 주요 부분에서 질문을 해서 듣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라면, 그냥 좀 너무 피곤해지며 ‘그 상대와의 그 순간’을 놓치는 까닭에 분석과 정의가 아무 의미 없어진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여행계획의 노예가 되어 현지에서도 조사하고 일정만 따지다, 그 여행의 여정을 모두 망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3. 상대와 ‘같이’ 하는 것이며, 참여가 필요하다.

 

난 만약 Y씨가 내 ‘아는 동생’이었다면, 이야기를 모두 듣고는

 

“네가 그렇다는 건 잘 알겠어. 그런데, 그러면 상대는 어떤데?”

 

라는 질문을 했을 것 같다. Y씨는 신청서에

 

“상대 여성의 외모에만 이끌려 일을 진행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스스로 질문을 많이 해보고 있습니다만 저는 객관적으로 외모가 빼어나도 성격이 좀 차갑다고 느껴지거나 대화가 단절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이성에게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편입니다.”

 

라는 이야기들까지 다 적었지만, 아직 상대의 나이도 모르며, 직업이나 학력, 가족관계 등 아무 것도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벌이와 채무상황, 또 가족 내 권력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내가 연애를 해도 되는 처지인지’를 내게 묻기도 한다.

 

연애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Y씨는 모든 걸 완전히 파악하거나 철저한 계획을 세운 후에 움직이려 하는데,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지만, 그러느라 의도치 않게 상대를 기만하거나 상대도 Y씨와 같은 하나의 ‘사람’이라는 걸 잊게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연애를 하더라도 그 관계에 대한 권한은 절반이 상대에게 있는 건데, Y씨는 Y씨 혼자 시나리오 다 쓰고 감독까지 맡아가며 상대를 ‘여주인공’정도로만 캐스팅하려 하지 않는가. 이래버리면, 상대가 Y씨가 계획했던 것과 다른 것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을 때, Y씨는 패닉에 빠지거나 ‘다시 새로운 계획 준비’를 하느라 상대를 방치하게 될 수 있다. 계획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으려 상대를 설득하거나 Y씨의 주장만을 강요할 수 있고 말이다.

 

연애는 Y씨 혼자 하는 것이 아니며, 만나다 보면 상상도 못했던 수많은 변수들이 생길 수 있다. 생각도 못했던 어려움이 찾아올 수도, 아니면 전혀 예측 못한 행운이 따를 수도 있는 거다. 그런데 Y씨는 아직 상대와 사적으로 연락도 한 번 해보지 않은 와중에 먼 미래의 일까지를 고민하거나 연애를 시작했을 때 닥치게 될 수 있는 상황까지를 걱정하고 있기에, 그게 내겐 이제 막 기타를 사서 코드 연습을 하기 시작한 사람이 기타는 팽개쳐 둔 채

 

‘나중에 무대에 올라가서 공연하는데 기타 줄이 끊어지면 어떻게 하지?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를 무대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물어봐야겠다.’

 

라는 생각만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러니 원론적인 정의를 내리거나 관계를 분석하는 것에 함몰되지 말고, 또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이나 ‘최악의 상황’만을 떠올리며 그것을 염려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 드링킹만 하는 건 이제 그만 두었으면 한다. 공부를 하려면 책을 읽고 문제를 풀어야지,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거나 ‘공부법’에만 매달리면 성적이 안 나오는 건 필연적인 것 아닌가. 이 부분을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리고 Y씨의 이야기와는 좀 거리가 있는 부분인데, 어쨌든 운이 좋아 연애를 시작했다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또는 결혼 이야기가 오는 와중에 저런 고민과 염려, 분석과 예측만을 하려는 경우가 있다. 어떤 남성대원은 자신의 여친에게

 

- 넌 내가 다 잃고 빈털터리가 되어도 사랑할 것이냐.

- 내가 시골 가서 고구마 농사를 짓자고 해도 지을 수 있냐.

- 내가 실수를 해도 용서해주고 이해해 줄 거냐.

 

등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기도 하던데, 역시나 무슨 마음에서 그러는 건진 알겠지만 그거 참 매력 없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적어두고 싶다.

 

그녀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런 ‘최악의 상황’에 대한 가정만을 들어가며 ‘그래도 변함없이 사랑할 것’이라는 다짐과 약속을 해야 하는가. 확인을 받아야만 자신이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타입이라 그렇게 물어보는 것일 수 있지만, 그런 말을 듣는 사람 입장에선

 

- 말로라도 행복한 미래를 약속해 주긴커녕, 사람 간 보면서 확인 받아 나중에 책임이나 미루려는 듯 보이는 행동.

 

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내가 나가서 노가다를 뛰는 한이 있어도 너 밥 안 굶겨’라고 말하는 사람에 비하면 저건 ‘내가 명퇴당하면 너 파출부라도 나가서 경제적으로 도울 거지?’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기에, 들을 때마다 마음이 식으며 ‘고난의 길’을 걷자고 잡아 이끄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우리가 가는 길이 꽃길이 되도록 난 뭐든 다 하겠다고 말해도 어쩌다보면 헤어질 수 있는 게 연애인데, 상대에게 비포장도로를 맨발로 걸어갈 수 있겠냐고 묻기나 하며, 마치 자동차 RPM을 극한까지 높여 테스트 하는 듯한 행동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자 그럼, 다들 편안한 밤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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