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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같은 모임, 호감 가는 그녀에게 다가가는 방법

by 무한 2017. 5. 6.

내가 ‘같은 모임에 있는 호감 가는 여자사람’에게 다가가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면, 난 우선 그 모임에 속한 남자들 중에서 내가 제일 잘 하는 걸 찾을 걸 같다. 그게 무엇이라도 괜찮다. 난 그걸로 그 모임에서 1인자가 된 거고, 이제 다른 남자들은 나보다 그 부분에서 부족한 사람들이 된다.

 

남들이 나보다 잘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 가질 필요 없다. 아니, 관심을 안 갖는 것 정도가 아니라 의식적으로라도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 그러지 않을 경우 A에 비해 나는 뭐가 어떻고 B에 비해 나는 뭐가 어떻고 하며 스스로를 쭈구리처럼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래버리면 혼자 긴 줄 맨 뒤에 서서는 혹시 기다리다보면 내 차례가 오지 않을까 하며 마냥 시간만 보내게 될 수 있다.

 

 

 

그녀가 예쁘다고, 성격이 좋다고, 모임의 다른 사람들도 그녀를 좋아한다고, 뭐 그런 걸로 쫄 것 없다. 쫄지 말고, 그냥 나는 좀 쩌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그래야 쩌는 그녀와 쩌는 내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거지, 그게 안 되면 혼자 쫄아서는 그녀가 내게 답장해주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은혜인 거라 생각하거나 내 연락은 그녀에게 민폐가 될 거라 여기며 어버버 거리게 될 수 있다.

 

내 경우 날씨 얘기를 하더라도 내가 먼저 날씨 얘기를 꺼내기보다는 그녀가 내게 날씨를 알려주도록 만드는데, 이런 건 수습을 할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꺼냈다가는 그냥 미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으니 권하진 않겠다. 그녀가 알고 있을만한 것 중 답하기 어렵지 않은 걸 묻고, 그것에 대한 답을 들은 후 자연스레 관련된 주제로 넘어가면 된다.

 

가장 흔한 걸로는, 그녀가 즐겨 찾는 식당을 묻고 그것과 관련된 음식 이야기로 넘어가는 방법이 있다. 홍제에 사는 그녀가 닭개장을 추천하면, 닭 얘기로 넘어가 선호하는 치킨 브랜드를 묻거나, 닭개장을 좋아하는 게 의외라며 뼈해장국, 선지해장국, 내장탕 순으로 먹을 수 있는지를 물어봐도 괜찮다. 그러면서 처음 그것들을 언제 먹었는지에 대한 대화를 하거나, 내가 아는 맛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좋다. 분위기가 괜찮다면, ‘내가 아는 맛집 VS 그녀가 아는 맛집’의 상황을 만들어 같이 ‘맛집 검증단’놀이를 할 수도 있다.

 

 

관계를 여기까지 이끌어내는 건 사실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며, 그저 ‘아는 사이’로 지낼 때에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남성대원들이 중간에 넘어지고 마는 건, 대표적으로 아래의 세 가지 마음으로 인해 헛발질을 하기 때문이다.

 

A. 내게 보이는 친절과 호의를 다른 사람에게도 보이네?

 

매력적인 상대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한 거고, 그런 상황에서 일부러 그녀가 다른 사람들의 메시지는 읽씹하며 이쪽의 메시지에만 답장을 해줘야 하는 건 아니잖은가. 이걸 ‘당장 그녀가 나와 제일 친한가 아닌가’를 알아보려는 문제로 만들지 말자.

 

당장 그녀에게 나보다 더 친한 사람이 있어 보인다고 해서 혼자 마음을 접었다 폈다 하는 건 섀도복싱을 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 그녀에게 이상한 ‘복수’같은 걸 하려고 하면 애써 가까워진 관계는 엉망이 될 수 있으며, 그 모습이 상대에겐 모두 변덕으로 보일 수 있다. 이렇게 헛발질을 하다 차단의 위기에 몰려선 내게 도와달라고 하면 나도 도와줄 방법이 없으니 주의하길 권한다.

 

B. 어제보다 오늘 덜 친한 것 같은데? 왜 더 친해지지 않고 멀어진 것 같지?

 

누구에게나 사정과 상황이라는 게 있는 법 아닌가. 내가 지금 침대에 누워 여유롭게 폰을 만지작거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서 상대 역시 느긋하게 메시지에 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인 건 아니다. 가족 때문에, 친구 때문에, 직장 때문에, 또는 다른 어떤 이유 때문에 거기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일 수 있고, 뚜렷한 이유가 없더라도 그냥 오늘은 대화를 하기 싫을 수도 있다.

 

오늘 덜 친한 것 같으면 내일 더 친해지면 되는 걸 가지고, ‘오늘만 날인 듯한 모습’을 보이는 문제로 만들지 말자. 상대가 갑자기 단답을 한다고 해서 꼭 무언가가 잘못되어 그런 거라 생각하며 조급해하지 말고, 그런 변화에 대해 당장 이쪽에서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급하게 뭔가를 하려들지 말자. 이럴 경우 ‘고백이라도 하고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좋지 않은 타이밍을 선택해 고백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땐 ‘상대의 템포’에 맞추는 게 필요한 거지 혼자 전력질주 하는 게 필요한 게 아님을 기억해 두길 권한다.

 

C. 그녀에게 나와 사귈 마음이 있는 걸까, 아닐까?

 

‘사귀게 되는 것이 아니라면 끝장이며 이후 영영 남으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내 경우 지금은 거의 모든 인연의 끈을 놓았지만, 예전엔 어떤 모임에서 눈에 띌 정도의 매력이 있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고, 돌아보면 당시 서로에게 집중하며 마음을 맞대본 순간의 기억들로 흐뭇하다. 서로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며 집중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은혜인가.

 

진심으로 상대를 대할 수 있다면 겨우 잠깐의 주의를 끌기 위해 헛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사귈 가능성’따위를 알아내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상대가 한 이야기들을 흘려듣는 일을 막을 수 있으며, 무슨 대화를 하든 결국은 그 결말이 ‘고백’으로 귀결되는 일을 저지르느라 상대에게는 전부 ‘밑밥’처럼 느껴지는 대화를 하게 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친구와 밤새 수다를 떨 때 ‘쟤는 이제 나를 베프라고 여기겠지? 아닌가?’라는 것만 생각하며 친구를 시험해보려는 사람은 없잖은가. 오늘 대화하고, 내일 만나고, 우리 주말에 뭐할까, 하다보면 이쪽이 그렇게나 찾으려 하던 ‘고백의 타이밍’이 바로 앞에 다가온다는 걸 기억해뒀으면 한다. 고백의 타이밍은 고속도로 달리다 보면 자연히 만나게 되는 이정표처럼 다가오는 거지, 길 밖에서 눈을 비벼가며 크게 뜨고 찾으려 노력한다고 보이는 게 아니다.

 

 

대략 요 정도까지 했는데도 뭔가 잘 안 된다 싶으면 바로 그때 내게 사연을 보내면 된다. 아직 상대의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사이면서 무작정 고백 타이밍만을 찾으려 하거나, 상대와 사적인 연락도 해 본 적 없으면서 ‘길게 가야 하는 모임인데 혹시 상대에게 고백하려 했다가 어색해지면 어쩌냐’고 물으면 나는 답답해서 또 담배를 입에 물어야 한다.

 

또, 서툴고 잘 할 줄 모른다면 그럴수록 해봐야 느는 거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전 대인관계에 서툰데 어떻게 다가가나요? 괜히 다가갔다가 멀어지는 거 아닌가요? 어떻게 친해져야 하며 그 후엔 어떻게 관계를 진전시켜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라며 막연한 ‘공략방법’같은 것만 물고 그 답을 들으면, 그저 상상력만 늘 뿐이다. 무슨 대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설명을 10시간 듣는 것보다 상대와 10분 대화를 해보는 게 훨씬 값진 일이니, 상황에 따라 밥 먹었냐, 주말 잘 보내냐, 토요일인데 출근했냐, 창문 열었더니 모래 냄새 난다, 어제 윤식당 봤냐, 사전투표 했냐, 뭐 이런 이야기부터 해보길 바란다.

 

그렇게 해보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그 부분에 대해 답을 찾아봐야 하는 거지, 한 번에 모든 걸 다 배우고 깨우쳐 무슨 달인이 되는 게 아니다. 일본어 타자 빨리 느는 법에 대해 여러 설명을 듣고 공부한다고 해도, 직접 한 번 쳐보지 않는다면 10년이 지나도 타자가 늘 순 없는 것 아닌가. 그러니 공략법을 찾고 난 뒤 시작하려 하지 말고, 일단 해가면서 막힐 때 다른 사람들이 헤쳐나간 공략법을 들춰가며 참고하길 바란다. 나중 걱정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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