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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여섯 살 이상 어린 여자에게 구애 중인 남자들

by 무한 2017. 5. 15.

내가 2주 전부터 붙잡고만 있었던 띠동갑 관련 사연과, 이후 도착한 여섯 살, 아홉 살 차이가 나는 사연들을 한 데 묶기로 했다. 각각의 사연들을 매뉴얼로 작성하려다보니 너무 뭐라고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사연을 작성한 대원들은 나름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상대가

 

“저한테 이러지 말고, 나이 많은 사람을 만나요. 열두 살 많은 여자랑 만나면 되겠네요. 헐 그럼 우리 엄마보다도 나이 많네.”

 

라는 이야기를 해 상처받은 상황인지라 무슨 말을 하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각각의 사연을 자세히 살펴보는 대신, 좀 뭉뚱그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여섯 살 이상 어린 여자에게 구애 중인 남성대원들이 알아야 할 것들, 함께 알아보자.

 

 

 

1. 상대는 어린 거지, 불쌍하거나 불행한 게 아니다.

 

아직 학생인 상대, 또는 이제 갓 사회에 나온 상대와 이쪽의 현 상황을 단순비교해가며 그 차이를 ‘능력의 차이’로 생각하진 말았으면 한다.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며, 또 상대도 6년 이상 일하며 인정받고 차곡차곡 모으면 상대의 사정이 이쪽보다 나아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일부 남성대원은 상대가

 

“역시 사회인! 저도 그런 회사에서 근무하고 싶어요~”

“차 있는 거 너무너무 부러워요!”

“저는 먼지 마시며 일하고 있어요 ㅠㅠ”

 

라는 이야기를 하면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곤 막 훈화말씀 같은 걸 늘어놓으려 하던데, 상대가 저런 리액션을 하는 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심으로 이쪽을 워너비로 생각하는 게 아니다. 행여 상대가 ‘오빠 직장과 같은 곳’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해도 그건 ‘그런 직장’이란 의미가 담긴 거지, ‘오빠처럼 되고싶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얘기다.

 

상대가 그냥 비행기 태워주는 건데, 그런 상황에서 막 “난 창가 쪽을 좋아하지.” 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어느 대원은 상대가 띄워주니 정신줄 놓은 채 신용등급, 결혼정보회사에서의 평가, 내 대단한 인맥 같은 걸 막 늘어놓기도 했다. 그 결과 나중에 상대가 연락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며

 

- 본인 입으로 그렇게 잘나셨다면서요? 잘나신 분이 왜 저한테 이래요?

 

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고 말이다.

 

상대는 그냥 이쪽보다 어린 것일 뿐이며, ‘예의상’ 부럽다거나 좋겠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할 뿐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심한 경우 이런 걸 두고 ‘나에 대한 존경’으로 착각하며 ‘상대는 내 추종자니까 내가 사귀자고 하면 사귈 수 있겠지’라고 착각하는 사례도 있는데, 상대는 그런 ‘립서비스’를 누구에게든 그냥 좋은 관계로 지내는 사람에게 베풀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걸 착각해서는, 상대에게 거의 차단당할 위기에 놓인 와중에도

 

“그래. 그렇다면 할 수 없는 거겠지. 다만 내가 널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은 진짜였으니까, 나중에라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 그리고 지금 준비하는 뭐뭐 보다는 이러이러한 걸 준비하는 게 나을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까지 벌어지기에 난 참 가슴이 아프다. 저런 이야기를 듣는 상대는 ‘진짜 끝까지 어이없게 만드네’라는 생각을 할 뿐이니, 장거리 비행에 시차적응이 안 돼 마지막까지 저런 헛발질을 하진 않았으면 한다.

 

 

2. 어리다고 해서 무조건 ‘어린애’로 보면 곤란하다.

 

나이차이가 한두 살 차이나는 게 아니니 상대는 극존칭을 하거나 마치 삼촌을 대하듯 깍듯이 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하대하는 것에 익숙해진 채

 

“~하렴.”

“~해라.”

“~니?”

“네 나이일 때가….”

 

하고만 있으면 곤란하다.

 

상대와 여섯 살 차이가 나는 모 대원의 사례를 보자. 그와 상대의 대화를 보면, 무슨 작은아빠와 조카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든다. 위에서 말한 ‘~하렴’, ‘~니?’의 말투도 그렇거니와, 그가 ‘어른스러워야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지 상대에게 자꾸 그냥 듣기 좋거나 어른스러워 보이는 답이 담긴 얘기만 해주려 하기 때문이다.

 

이쪽에서 보면 상대가 아직 어리고 뭘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쪽이 상대보다 어린 나이일 때 상대 나이의 이성들이 어떻게 느껴졌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나이의 이성이 마냥 어린애인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내 경우 스무 살 때 스물 세 살의 여학생회장 누나를 보면 당차고 어른스러워보였다. 이십대 후반이 되었을 때 스물 세 살의 여자사람을 보면 그냥 ‘꼬꼬마’처럼 여겨졌지만 말이다.

 

상대가 내게 보이는 모습은, ‘여섯 살 이상 많은 오빠’에게 보이는 처세술이 포함된 거라는 걸 언제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전에 사귀었던 또래의 여친은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뭐가 미안한데?”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구여친과 달리 나이 어린 그녀는

 

“우와 오빠 부러워요~”

“오빠 점심은 드셨나요?”

“오빠 이번 주에 (모임)오시는 거예요?”

 

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그녀가 완전히 다른 형태의 사람이며 저런 모습만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란 얘기다.

 

당장 눈앞에서 저런 모습만을 보이는 여자사람이 있으면, 그녀가 천사이며 내 이상형에 부합하고, 또 사귀게 되어도 꽃길만 보장된 연애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할 수 있다. 그냥 가끔 고기 좀 사주고, 조언도 해주며, 드라이브 시켜주기만 해도 내게 의지하고, 또 애교부리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이쪽에서 상대의 한 면만을 보고 편하게 상상한 것과 완전 다를 수 있으며, 그녀도 다양한 모습을 지닌 입체적인 사람이지 언제까지나 마냥 ‘나이 많은 오빠 대하듯’ 이쪽을 대하진 않을 거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당장은 상대가 이쪽에게 예의를 갖춰 저자세로 좋은 얘기만 한다고 해서, 그녀와의 관계를 연애로 이끌어가는 게 수월할 것이며 그녀는 어린애 같을 거라고 착각하지 말자.

 

 

3. 다른 이성과 가까워질 때와 똑같이 가까워지면 된다.

 

상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해서 뭔가 다른 특별한 방법으로 가까워져야 하는 게 아니다. 당장이야 위에서 말했듯 상대가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모습만 보이니 이쪽에선 어떻게 살짝만 더 호감을 이끌어내면 금방 연애를 시작하게 될 거라 생각하겠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연락하고 명절에 덕담 정도를 주고받는 관계일 뿐이라면 상대는 그냥 둘의 관계를 딱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상대가 현재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 오히려 먼 사이일 때 보일 수 있는 긍정과 리액션.

- 인맥 중 하나로 생각하며 ‘좋은 사이’를 유지하려는 노력.

- 가끔 짧게 대화할 뿐이니 다 받아주고 웃어주는 모습.

 

라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오빠대접’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단 얘기다. 다시 말하지만, 그녀가 예의상 그래주고 있는 거지, 다른 여자들과 달리 특별히 간단하고 편한 존재라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대부분의 남성대원들이, 서로 맞춰봐야 할 것들의 8할은 이미 다 맞았다고 착각하며 그저 밥 사주고, 고기 사주고, 드라이브 시켜주고, 선물 하면 곧장 연애로 직행할 수 있다고 여기고 만다. 상대가 날 잘 따르고 내게 미소만을 보이니, 이제 자주 만나 호의와 헌신을 베풀기만 하면 사귀는 건 시간문제가 되는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그렇게 간단한 거라면 나도 이런 얘기 길게 할 것 없이 어디 데려가고 뭐 사주라는 얘기만 하면 되니 간편하고 참 좋겠다. 하지만 겨우

 

“수연이 자니?”

“그래 점심 맛있게 먹어라.”

“피곤할 테니 자렴.”

 

이라는 이야기만 하는 정도의 관계라면, 열심히 소고기 사주고 선물 사줘봐야 ‘돈 잘 쓰는 나이 많은 오빠’가 될 가능성이 높은 거지, 얼른 막 사귀고 싶은 오빠가 되는 건 아니다.

 

상대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다른 이성에게 다가갈 때의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자주 연락하고 만나며 통화시간을 늘려가고 서로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어가야지, 나이 차이 때문에 상대가 저자세로 늘 웃으며 대한다고 해서 대충 몇 번 떠보다가 카톡으로 고백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매번 상대가 긍정적으로 응답한다고 해서,

 

남자 – 내가 술 먹고 전화해서 부담스럽냐?

여자 – 네? ㅎㅎ 아니요 ㅎㅎ

 

라는 식으로 떠보는 건, 상대가 예의상 ‘아니’라고 한 걸 가지고 혼자 자신감을 축적해나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저건 미용실에 가서는 “제가 손님 몰릴 시간에 와서 짜증나죠?”라고 물었을 때 “아니에요 ㅎㅎ”라는 말을 듣는 것과 같은 거지, 진짜 상대의 진심인 게 아니다. 다시 안 볼 거 아니라면, 그 질문에 “네, 좀 그래요.”라는 대답하긴 힘든 것 아니겠는가.

 

 

스물아홉쯤 된 커피숍 남자 점장이 있다고 해보자. 스물셋의 여자 알바생이 들어왔다. 그녀는 점장이 상급자인데다 여섯 살 차이가 나는 연상이니 깍듯이 대하며 웃는 낯을 보일 수밖에 없다. 점장이 업무나 인생에 대한 조언이랍시고 헛소리를 늘어놓아도 들어줄 수밖에 없고, 연락을 하면 억지로라도 대꾸해줄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미운털이 박혀 불이익을 받거나, 그 그룹 내에서 배척당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점장 입장에서는, 아무 이해관계가 없기에 자신에게 까칠하게 굴거나 밀어내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다른 여자들과 달리, 그녀가 다 받아주고 웃는 낯으로 대해주니 그걸 ‘가능성’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그녀가 점장인 자신을 부러워하면 그걸 자신에 대한 ‘존경’이라 착각할 수 있고, 그녀가 예의상 조언에 대해 고맙다고 말하면 앞으로 그녀의 인생에 자신이 훈수를 둬가며 조종할 수 있으리라 착각할 수도 있다.

 

내가 받는 관련 사연 중 절반 이상이, 바로 저런 상황에서의 ‘점장이 보낸 사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복근이 탄탄한 내 지인이 묻는 거라면 난

 

“야, 그게 아니야. 절대 아냐. 지금 네가 완전 착각하고 있는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하겠지만, 내게 사연을 보내는 남성대원들이 대부분 여린 마음인데다, 과거에 다른 이성에게 다가갔다가 상처를 입고는 이번 그녀에 대해 ‘이번엔 분명 뭔가 달라. 느낌이 좋아.’라는 희망을 품고 있는 까닭에 나도 “어…, 그러니까 그게…, 그럴 수도 있는 것이긴 한데 그런 게 아닐 수도 있고….”라며 자꾸 말을 빙빙 돌리게 된다. 그러던 중 이렇게 묶어서 발행하면 충격이 좀 덜하지 않을까 싶어 묶은 것이니, 너무 상처 받진 말고, 좀 다른 시각에서 둘의 관계를 살펴본 거라 여기며 위에서 말한 이야기들을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자 그럼, 다들 간만에 찾아온 파란 하늘 맘껏 즐기는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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