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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자존심 세우다 당한 이별, 후회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by 무한 2017. 7. 25.

멀리, 넓게 보자. 그대나 나나 20년만 지나도 우리에게 염색약은 필수품이 될 것이며, 열심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동안 생을 다한 치아 때문에 임플란트나 부분틀니 같은 걸 알아봐야 할 것이다. 손목이나 어깨, 무릎 등의 관절들도 비명을 질러대는 까닭에 정형외과의 단골손님이 될 것이며, 노안이 시작되어 스마트폰은 ‘큰 글씨 화면’같은 걸로 맞춘 채 바라봐야 할 수 있다.

 

 

 

그대가 특별히 생명연장의 꿈을 이뤄 한 200년 살 수 있는 거라면, 1~2년 정도는 그 이별에 후회하며 늪에 빠져 있어도 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대가 그러고 있는 동안 얼음을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을 수 있는 청춘은 흘러가게 될 것이고, 훗날 정신 차리고 새로 뭘 좀 시작해 보려 하면 그땐 이미 목주름 걱정에 베개를 바꿔야 하나 하고 있는 나이가 될 수 있다.

 

“그때 제가 미안하다고만 사과했어도 헤어지지 않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너무 후회돼서 괴로워요. 정말 저에게 잘해주고 괜찮았던 사람이었는데….”

 

상대에게 이쪽의 진심을 말해주지 못한 게 계속 후회되는 거라면, 연락하자. 연락해서 이쪽의 심정을 솔직히 털어 놓고, 사과하고 싶은 게 있으면 사과하면 된다. 그러지 않고 이걸 계속 질질 끌고 가는 대원들을 보면, 속마음은 그렇다면서 겉으로는 다른 구실로 상대에게 연락했다가 차가운 반응만을 돌려받거나, 빙빙 돌려 말하려고 하다가 읽씹을 경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간 사과할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치게 될 수 있으니, 다른 구실 찾아 빙빙 돌려 말하려 하지 말고 질러가자.

 

“그랬다가 그냥 상대가 사과 받고 끝나는 걸로 결론 나면요?”

 

어느 쪽이든 결론이 나는 게 오히려 낫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 정도 상황이면 이미 결론이 났을 가능성이 90% 이상인데, 그걸 질질 끌고 가며 어쩌다 한 번 연락해 상대 반응에 따라 ‘재회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려 하는 건 이쪽의 욕심이지 않은가. 연애하며 상대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이별한 지금도 상대의 선택을 여전히 존중하지 않는 거고 말이다.

 

 

그렇다고 이게, 무작정 ‘빠른 결론 후 빠른 정리’를 하라는 얘기만은 아니다. 내게 도착하는 사연을 보면 사연신청서에는 심리학과 졸업생이 쓴 듯 깊이 있게 둘의 관계를 분석해 놨지만, 막상 현실에서 연애 중 나눈 카톡대화를 보면 그냥 꼬꼬마처럼 보이는 경우가 꽤 많은데, 그렇게 혀 짧은 소리나 코 맹맹이 소리를 포함한 단순한 대화 말고 신청서를 작성할 때의 깊이 있고 조리 있는 말투로 상대에게 다가가면 상대는 이쪽을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다.

 

연애할 때

 

“후움.. 쟈기 화나쏘?”

 

라는 방식으로 이야기만 해왔다면, 지금이라도

 

“그때 난 사실 이러이러했고, 때문에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그 부분이 아마도….”

 

라며 차분히 설명을 해보길 권한다는 얘기다. 단, 그렇게 얘기할 때에는 ‘내 입장 발표문’이나 ‘맹목적 반성문’이 아닌, ‘너의 마음이 어땠을지’를 짚어가며 말하는 게 좋다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자존심 세우다 이별통보를 받은 대원들의 경우, 연애 중 이쪽이 모질게 굴어도 다 받아주었던 상대를 그리워하며 ‘이제 그런 사람 또 못 만날 듯’이란 생각을 하거나, 앞으로 달라지겠다며 연애할 때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며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그런 사람’을 또 만난다면 이쪽이 아무 노력하지 않아도 상대가 다 견디며 하드캐리 하는 것에 긴장의 끈이 풀려 다시 또 그럴 수 있으며,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 연애는 상대가 ‘자신이 설정해 둔 한계 내에서의 맹목적 헌신과 이해’를 한 까닭에 유지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때문에 그걸 무작정 바람직하다고도 보기 어렵고, 맹목적 헌신과 이해를 할 때와는 달리 이젠 오히려 이쪽을 증오하고 저주하는 듯한 모습까지가 상대라는 사람 전체의 모습인 거라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상대가 이별을 선택한 후 일말의 여지도 내비치지 않기에 너무 괴롭다는 대원들도 있는데, 난 오히려 그렇게 꿈도 희망도 남기지 않는 게 다행인 거라 생각한다. 당장 상대가 대답도 잘 해주고 뭐 친구로라도 지내준다고 하면 더 좋을 거란 생각이 들겠지만, 그런 경우 한두 달 마음고생하다 말 수 있는 일이 막 일이 년씩 이어지기도 한다. 이별 후에도 상대가 그렇게까지 받아주는 걸 보며 계속 기대나 희망을 할 수 있고, 여전히 호감이 있는 이쪽의 마음을 상대가 이용하는 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끝으로 하나 더 말해주고 싶은 것은, 사실 지금 그대가 느끼고 있는 외로움이나 쓸쓸함, 또는 혼자 내버려지거나 행복으로부터 멀어진 듯한 감정은 꼭 전부 ‘이별’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연애 이전에도 그대는 그런 감정들을 견뎌왔으며, 어쩌면 연애 중에도 그런 감정들을 느꼈을 수 있다. 다만 그때는 눈앞에 엎질러진 큰 일이 없으니 그냥 저냥 견디며 지내왔던 건데, 지금은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있으니 그게 이루어지지 않아 그런 감정들이 찾아온 거라 착각할 수 있다. 자신을 아프게 하는 지점만을 자꾸 돌아보니 하루하루가 아픔으로 꽉 찬 것처럼만 느껴질 수 있는 거고 말이다.

 

일단 좀 혼자서, 살아내 보자. 꼭 누구에게 잘살고 있는 모습 보여 주려는 거 말고, 무엇을 극복하거나 어떤 걸 이뤄내려는 것도 말고, 그냥 나라는 사람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는 게 무엇이며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그러면 어느새 ‘나’라는 것이 새삼 새롭게 느껴질 것이며, 내가 나를

 

“상대에게 어떤 수치를 당하더라도 제대로 몇 번 더 차이고 정신 차리고 싶어요.”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그렇게 막 다뤄선 안 된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찾겠다고 멀리 갈 필요도 없고 꼭 뭘 구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건 그냥 잠시 길을 걷다 멈춰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니, 누군가에게 의존하거나 뭔가를 기대하며 계속 아쉬워만 하지 말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나에게 집중해 보자. 그러면 전부 타인에게 쏟던 관심과 애정을, 다시 괜찮아질 수 있을 만큼 자신에게 쏟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 말고도 챙겨야 할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연애 외에도 내가 꾸려가야 할 많은 것들이 다시 눈에 들어올 것이고 말이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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