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가기 좋은 날씨다. 노멀로그 독자들은 "연애매뉴얼이 아니라 물고기 얘긴가요?"라고 할 지 모르지만, 물고기 얘기나 연애 얘기나 그게 그거다. 물고기를 찾아다니는 것 역시 한 번 꽂히면, 벗어날 수 없다. 다다음 물고기 이야기 쯤에서 등장하겠지만, 난 요즘 새로운 물고기를 키우고 있다. 그런데 수컷이 짝짓기 할 생각을 하지 않아 답답하다.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고, 강제로 시킬 수도 없으니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구하길 벌써 사흘 째다.
연애를 막 시작했을 때도 이런 기분 아닌가. 수학문제 같으면 공부를 해서라도 풀어보겠는데, 이건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누구에게 부탁한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 신경도 쓰지 않았을 '우리 동네 민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한국 민물고기 도감이 인쇄된 책받침을 가슴에 품으며 자란, 한 남자의 "오로지 물고기"정신이 담긴 사진들을 함께 살펴보자. 왜 이렇게 물고기에 집착하게 되었나는 [물고기를 너무 키우고 싶었던 한 남자]라는 이전 발행글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읽기 전 한 가지 미리 공지할 것은, 아래에 소개되는 물고기 이름 중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민물고기 이름을 전부 외운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이런 '매의 눈'은 갖고 있지 않으니,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 분들이 댓글로 피드백을 주시리라 믿는다. 구식 똑딱이 사진인 탓도 있지만 그보다 사진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대부분 앞발로 찍었으니 그 점도 양해 부탁드린다.
▲ 도심지에서 약간 벗어나면 볼 수 있는 하천 (당시사진)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네 하천이다. 물이 너무 더럽다거나 물에 들어가기 싫다면 물가를 살피기만 해도 물속에 사는 생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각시붕어의 산란처로 쓰이는 말조개 (당시사진, 손모델 홍박사)
워밍업을 하기 위해 돌을 몇개 들춰 본다.
▲ 민물에도 게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게. (당시사진, 손모델 홍박사)
이렇게 물속에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는 '신호'를 보고도 물에 들어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 다면 낚시를 하는 것도 괜찮다.
▲ 떡밥은 정성을 다해 빚는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형상으로(당시사진)
▲ 고기가 내 삶에 들어오겠다고 노크하는 방울 소리 (당시사진)
딸랑 딸랑, 하는 순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줄을 휘감는다.
▲ 지리산에서 잡은 돌고기, 크고 뚱뚱한 것이 특징 (당시사진, 손모델 J군)
잘 잡히는 곳에서는 낚는 재미가 있겠지만, 내 경우 한 마리도 못 잡고 온 적이 많다. 지리산에 갔을 때에는 던지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고기들이 문 까닭에 스무명이 먹고도 남을 정도의 매운탕을 끓인 적이 있지만, 그 때는 이해가 안 갈 정도로 고기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이고, 대부분 밤새다가
이런 식의 대화 진행으로 2시간 정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모습은,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며 구구절절한 자신의 심정을 적어 좋아하는 상대에게 메일을 보내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은가? 만족할만한 반응이 없으면, 다음번을 '마지막'이라 애써 미루며 평소 없던 종교도 가지게 되는 것.
순애보도 좋지만, 성격상, 안 나오면 쳐들어 간다.
▲ 참붕어와 모래무지가 요기있네? (당시사진)
인생이 길지도 않은데 땅바닥에 동그라미만 그리며 시간낭비해서 되겠는가. 족대(반두)질을 한다고 고기가 꼭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고기에게 한발짝 더 다가갔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준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오는 나무가 있다면 그만 찍고 올라가는 거다. 찍어야 되는 나무가 아니라 올라야 하는 나무일 수 있으니 말이다.
▲ 옆모습이 더 예쁜 꺽정이 (당시사진, 손모델 홍박사)
원래 물 속에 있어야 더 예쁜 물고기들인데, 편의상 손바가지를 만들어 찍을 수 밖에 없었다. 고기도 잡아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는 열악한 환경, 그래도 즐겁다.
▲ 무슨 고기인지 한참 도감을 뒤져야 했던 검정망둑 (당시사진, 손모델 J군)
▲ 엄청난 크기일 거라 생각했지만 잡아보면 작은 토종붕어 (당시사진)
물고기가 가진 색 역시, 물 속에 있을 때와 물 밖에 있을 때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상대에게 자신을 알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낯선 곳에서 우중충한 색을 보여주기 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익숙한 것들로 자신을 알려가는 것이 좋단 얘기다.
▲ 물 밖으로 나온 납지리는 본연의 색을 나타내지 못한다. (당시사진, 손모델 J군)
연애 매뉴얼을 통해 처음 뿌려보는 향수를 사용하거나 새옷을 사서 입고 만나기 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라고 한 것이 그 이유다.
▲ 물속에 들어간 납지리는 본연의 색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당시사진)
파주쪽에서는 납지리와 각시붕어 등의 납줄개과 물고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새우망'을 이용해서 잡았다. 군영을 하는 습성을 이용해 그 무리가 지나다니는 길을 눈으로 파악한 뒤 그곳에 떡밥이 든 새우망을 던져놓는 것이다. 대략 50여마리의 납줄개과 물고기들이 새우망 하나를 가득 채운 적도 있었다. 같은 시간 다리 밑에 던져놓은 또다른 새우망에는 물살에 떠내려와 걸린 수초 말고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고 말이다. 이제 왜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 힘들어요." 라고 말하는 솔로부대원들에게 "동선을 바꿔보세요."라고 하는 지 이해되는가.
▲ 약수터에서 내려오는 작은 물줄기에서 잡은 참가재 (당시사진)
무언가에 마음이 흠뻑 빠지면 이성적인 판단은 흐려진다. 당시 민물고기를 판매하는 사이트가 있었는데, 그 사이트에서 구입했다면 한 번 채집 다녀올 기름값으로 모든 물고기를 다 구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때는 고기를 잡고 집에서 키우는 것이 좋았다. 치어를 구할 수 없는 시기에 '민물의 왕'인 가물치를 키워야 겠다는 일념 하나로 가물치 양식장까지 전화를 했을 정도니, 미쳐있었던 건 확실하다.
'바보같은 짓이었다.'라는 고백이 아니다. 즐거웠다. 체력과 시간을 전력으로 낭비하면서도 마음이 꿈틀 거렸다. 버들붕어를 잡겠다며 모든 농수로와 둠벙을 뒤지고, 하천의 비포장 도로를 막무가내로 달렸다. 당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효율적으로 한 일들은 아무것도 기억에 없지만, 나만큼이나 대책없는 친구들과 어울려 청춘을 물가에서 보낸 것은 뚜렷하게 남아있다.
이성이 마비된 채 사랑에 쉽게 빠지는 사람들에게 "님하 자제효."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그들은 그만큼 더 쉽게 행복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쓰다보니 탐어기를 가장한 연애매뉴얼이 되어버렸지만, 당장 물고기를 잡거나 키우지 않더라도 이 글을 통해 물에는 '붕어'만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예상치도 못한 파주의 작은 마을에서 '버들붕어'를 발견해 호들갑을 떨고, 혹시 죽을까봐 한걸음에 집까지 달려와 키웠다. 참 애착이 가던 그 '버들붕어'를 2년간 키우다가 군대 가기 전 다시 잡았던 곳에 놓아줬는데, 제대하고 찾아가 보니 물길은 온데간데 없고 그 위로 '운정신도시'의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었다. 손가락을 어항에 넣으면 손가락 쪽으로 다가와 몸을 비벼대는 귀여운 녀석들이었는데, 안타깝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한강 상류(관공서에 문의해서 허가를 받고 잡았다)의 물고기들과 강 하구쪽의 물고기들, 그리고 육식어종들에 대한 소개를 할까 한다. 어업 허가를 받아 '정치망'을 이용한 전문적인 채집을 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던 '물생활의 클라이막스'편이 되겠다.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 지시는 분들은 망설이지 말고 아래 추천버튼들을 눌러주시길 바란다.
▲ 지켜보고 있다. 좌측은 버들붕어 우측은 쏘가리 (당시사진)
아, 잔혹한 민물고기 킬러 '베스'에 대한 생체실험도 나온다.
▲ 물고기를 키워보신 분은 손등, 생선 싫다(응?)는 분들은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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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막 시작했을 때도 이런 기분 아닌가. 수학문제 같으면 공부를 해서라도 풀어보겠는데, 이건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누구에게 부탁한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 신경도 쓰지 않았을 '우리 동네 민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한국 민물고기 도감이 인쇄된 책받침을 가슴에 품으며 자란, 한 남자의 "오로지 물고기"정신이 담긴 사진들을 함께 살펴보자. 왜 이렇게 물고기에 집착하게 되었나는 [물고기를 너무 키우고 싶었던 한 남자]라는 이전 발행글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읽기 전 한 가지 미리 공지할 것은, 아래에 소개되는 물고기 이름 중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민물고기 이름을 전부 외운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저건 자가사리긴 합니다만, 꼬리의 문양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섬진강에서만 발견된다는 섬진강 자가사리 같군요."
섬진강에서만 발견된다는 섬진강 자가사리 같군요."
이런 '매의 눈'은 갖고 있지 않으니,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 분들이 댓글로 피드백을 주시리라 믿는다. 구식 똑딱이 사진인 탓도 있지만 그보다 사진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대부분 앞발로 찍었으니 그 점도 양해 부탁드린다.
▲ 도심지에서 약간 벗어나면 볼 수 있는 하천 (당시사진)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네 하천이다. 물이 너무 더럽다거나 물에 들어가기 싫다면 물가를 살피기만 해도 물속에 사는 생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각시붕어의 산란처로 쓰이는 말조개 (당시사진, 손모델 홍박사)
워밍업을 하기 위해 돌을 몇개 들춰 본다.
▲ 민물에도 게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게. (당시사진, 손모델 홍박사)
이렇게 물속에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는 '신호'를 보고도 물에 들어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 다면 낚시를 하는 것도 괜찮다.
▲ 떡밥은 정성을 다해 빚는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형상으로(당시사진)
팽팽한 긴장감, 적막한 고요, 방울이 울리느냐 울리지 않으냐는 운명의 데스티니(응?)에 맡긴다.
▲ 고기가 내 삶에 들어오겠다고 노크하는 방울 소리 (당시사진)
딸랑 딸랑, 하는 순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줄을 휘감는다.
▲ 지리산에서 잡은 돌고기, 크고 뚱뚱한 것이 특징 (당시사진, 손모델 J군)
잘 잡히는 곳에서는 낚는 재미가 있겠지만, 내 경우 한 마리도 못 잡고 온 적이 많다. 지리산에 갔을 때에는 던지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고기들이 문 까닭에 스무명이 먹고도 남을 정도의 매운탕을 끓인 적이 있지만, 그 때는 이해가 안 갈 정도로 고기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이고, 대부분 밤새다가
A - "그만 접자."
B - "지렁이 이거 까지만 쓰고."
(30분 후)
A - "이제 그만 가자."
B - "이거 마지막. 진짜 마지막."
(30분 후)
A - "난 다 접었다. 차에 타고 있을 게."
B - "어, 먼저 타고 있어."
B - "지렁이 이거 까지만 쓰고."
(30분 후)
A - "이제 그만 가자."
B - "이거 마지막. 진짜 마지막."
(30분 후)
A - "난 다 접었다. 차에 타고 있을 게."
B - "어, 먼저 타고 있어."
이런 식의 대화 진행으로 2시간 정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모습은,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며 구구절절한 자신의 심정을 적어 좋아하는 상대에게 메일을 보내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은가? 만족할만한 반응이 없으면, 다음번을 '마지막'이라 애써 미루며 평소 없던 종교도 가지게 되는 것.
순애보도 좋지만, 성격상, 안 나오면 쳐들어 간다.
▲ 참붕어와 모래무지가 요기있네? (당시사진)
인생이 길지도 않은데 땅바닥에 동그라미만 그리며 시간낭비해서 되겠는가. 족대(반두)질을 한다고 고기가 꼭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고기에게 한발짝 더 다가갔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준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오는 나무가 있다면 그만 찍고 올라가는 거다. 찍어야 되는 나무가 아니라 올라야 하는 나무일 수 있으니 말이다.
▲ 옆모습이 더 예쁜 꺽정이 (당시사진, 손모델 홍박사)
원래 물 속에 있어야 더 예쁜 물고기들인데, 편의상 손바가지를 만들어 찍을 수 밖에 없었다. 고기도 잡아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는 열악한 환경, 그래도 즐겁다.
▲ 무슨 고기인지 한참 도감을 뒤져야 했던 검정망둑 (당시사진, 손모델 J군)
물고기는, 물 속에 있을 때에는 커 보이지만, 막상 잡아서 그 크기를 확인하면 생각보다 작다. 특히 토종붕어의 경우 손바닥 만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잡아보면 손바닥 크기의 반 밖에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걸 연애 얘기에 적용해 보자면, 짝사랑하는 상대에 대해 자신이 상상으로 덧붙인 이미지들이 상대를 훨씬 크게 보이게 한다는 쪽으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 콩깍지는 벗길 수 있는 게 아니니 패스.
▲ 엄청난 크기일 거라 생각했지만 잡아보면 작은 토종붕어 (당시사진)
물고기가 가진 색 역시, 물 속에 있을 때와 물 밖에 있을 때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상대에게 자신을 알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낯선 곳에서 우중충한 색을 보여주기 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익숙한 것들로 자신을 알려가는 것이 좋단 얘기다.
▲ 물 밖으로 나온 납지리는 본연의 색을 나타내지 못한다. (당시사진, 손모델 J군)
연애 매뉴얼을 통해 처음 뿌려보는 향수를 사용하거나 새옷을 사서 입고 만나기 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라고 한 것이 그 이유다.
▲ 물속에 들어간 납지리는 본연의 색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당시사진)
파주쪽에서는 납지리와 각시붕어 등의 납줄개과 물고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새우망'을 이용해서 잡았다. 군영을 하는 습성을 이용해 그 무리가 지나다니는 길을 눈으로 파악한 뒤 그곳에 떡밥이 든 새우망을 던져놓는 것이다. 대략 50여마리의 납줄개과 물고기들이 새우망 하나를 가득 채운 적도 있었다. 같은 시간 다리 밑에 던져놓은 또다른 새우망에는 물살에 떠내려와 걸린 수초 말고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고 말이다. 이제 왜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 힘들어요." 라고 말하는 솔로부대원들에게 "동선을 바꿔보세요."라고 하는 지 이해되는가.
▲ 약수터에서 내려오는 작은 물줄기에서 잡은 참가재 (당시사진)
무언가에 마음이 흠뻑 빠지면 이성적인 판단은 흐려진다. 당시 민물고기를 판매하는 사이트가 있었는데, 그 사이트에서 구입했다면 한 번 채집 다녀올 기름값으로 모든 물고기를 다 구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때는 고기를 잡고 집에서 키우는 것이 좋았다. 치어를 구할 수 없는 시기에 '민물의 왕'인 가물치를 키워야 겠다는 일념 하나로 가물치 양식장까지 전화를 했을 정도니, 미쳐있었던 건 확실하다.
'바보같은 짓이었다.'라는 고백이 아니다. 즐거웠다. 체력과 시간을 전력으로 낭비하면서도 마음이 꿈틀 거렸다. 버들붕어를 잡겠다며 모든 농수로와 둠벙을 뒤지고, 하천의 비포장 도로를 막무가내로 달렸다. 당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효율적으로 한 일들은 아무것도 기억에 없지만, 나만큼이나 대책없는 친구들과 어울려 청춘을 물가에서 보낸 것은 뚜렷하게 남아있다.
이성이 마비된 채 사랑에 쉽게 빠지는 사람들에게 "님하 자제효."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그들은 그만큼 더 쉽게 행복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쓰다보니 탐어기를 가장한 연애매뉴얼이 되어버렸지만, 당장 물고기를 잡거나 키우지 않더라도 이 글을 통해 물에는 '붕어'만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예상치도 못한 파주의 작은 마을에서 '버들붕어'를 발견해 호들갑을 떨고, 혹시 죽을까봐 한걸음에 집까지 달려와 키웠다. 참 애착이 가던 그 '버들붕어'를 2년간 키우다가 군대 가기 전 다시 잡았던 곳에 놓아줬는데, 제대하고 찾아가 보니 물길은 온데간데 없고 그 위로 '운정신도시'의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었다. 손가락을 어항에 넣으면 손가락 쪽으로 다가와 몸을 비벼대는 귀여운 녀석들이었는데, 안타깝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한강 상류(관공서에 문의해서 허가를 받고 잡았다)의 물고기들과 강 하구쪽의 물고기들, 그리고 육식어종들에 대한 소개를 할까 한다. 어업 허가를 받아 '정치망'을 이용한 전문적인 채집을 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던 '물생활의 클라이막스'편이 되겠다.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 지시는 분들은 망설이지 말고 아래 추천버튼들을 눌러주시길 바란다.
▲ 지켜보고 있다. 좌측은 버들붕어 우측은 쏘가리 (당시사진)
아, 잔혹한 민물고기 킬러 '베스'에 대한 생체실험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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