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재 채집기, 아직 그곳에 가재가 살까?

2011/07/29 12:34 by 무한™  

참가재, 토종가재, 민물가재, 채집기
'아직 거기에 가재들이 살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마음에 불어왔다. 이렇게 마음에 바람이 불 땐, 바람에 몸을 맡겨야 시무룩해지지 않는다. 가자. 하고 싶은 일을 미루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지리산엔 예쁜 여자들이 혼자 등산을 오곤 한다.'는 글을 읽고는 '나, 솔로탈출 하러 간다.'며 지리산 종주를 다녀 온 홍박사(29세, 숲 해설가)에게 연락을 했다. 홍박사는 J군과 탄현 맥도널드에서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가?"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놓칠 수 없는 흥미로운 토론'이라 생각해 나도 맥도널드로 향했다.

토론은 결국 결판이 나지 않아 '하마와 코뿔소가 싸우면?'이라는 주제와 '사자가 기린을 피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라는 주제, 그리고 '장수말벌을 이길 곤충이 있는가?'라는 주제까지 흘러갔다가, '아마존에 사는 자이언트 모기는 흡혈량이 2L나 된다.'는 정보를 접하곤 자이언트 모기에게 박수를 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조..좋은 친구들이다.'

맥도널드에서 나와, 선약이 있는 J군을 집에 데려다 주곤 홍박사와 함께 파주의 S산으로 향했다. 비가 그칠 거라고 한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S산에 있는 절 옆에 주차를 하고 산을 올랐다. 산을 오르며 홍박사는,

"목사님은 '목사'라고 하잖아, 그럼 스님은 '스'라고 하나?"

라며 챙겨온 개그본능을 풀어 놓았다. '지리산 로맨스'를 기대하고 지리산 종주를 갔지만, 로맨스는커녕 시커먼 아저씨들과 대피소에서 잠을 잔 충격 때문인지 홍박사의 개그가 위축되어 있었다. 




드디어 계곡 도착. 십여 년 전엔 완만하게 흐르던 계곡이었는데, 언제 공사를 했는지 계곡이 계단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




돌들로 층을 만들고 철망으로 감싸 놓은 것이 보인다. 며칠간 비가 많이 와 수량도 늘어났고, 위와 같은 모습을 한 곳에서는 가재를 찾기가 어려우니 계곡 상류로 올라가기로 했다.




물길 따라 계곡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니 낙차가 심하지 않은 곳이 나타났다. 하지만 며칠간 계속 내린 비로 인해 유속이 빠른 까닭에 중앙부에 있는 돌을 들춰 가재를 찾긴 어려운 상황. 사진에 보이는 계곡 가장자리 쪽을 공략했다.




"오셨습니까?"

집게발 하나 떨어진 참가재가 인사를 했다. 참가재를 보기 위해 산을 오르며 모기에 뜯기고, 풀에 베이고, 나무에 긁힌 보람이 있다.




다른 녀석들을 더 찾으려 돌을 들춘다. 사진으로 보면 쨍한 날씨에 쾌적한 곳에서 채집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뭐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음습한 분위기에 모기 수십 마리가 '흡혈 대기표'를 들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다.




치가재다! 태어난 지 두 세 달 정도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치가재도 만났다.




난 참가재가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내려가자고 했지만, 홍박사는 가재를 발견한 흥분 때문인지 'Man vs Wild'모드로 변해 있었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홍박사는 그렇게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부절없는 참가재 발견.




상류로 갈수록 계곡의 폭이 좁아진다. 아쿠아 슈즈를 신고 간 홍박사는 계곡의 끝을 볼 기세로 거슬러 올라갔다. 운동화를 신고 간 나는 저 자리에 서서 '모기퇴치어플'에서 나오는 소리 성대모사를 연습했다.




홀로 떠났던 홍박사가 잡아 온 고만고만한 크기의 참가재.




오렌지 클라키 치가재나 허머 치가재와 비교했을 때, 같은 크기일 땐 참가재 쪽이 더 튼실한 집게발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가재는 실컷 봤으니 집에 가고 싶은데, 홍박사에겐 여전히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있었다. 난 사진에 보이는 더 돌을 밟고 물을 건너려다 물에 빠지고 말았는데, 그 이후로는 '에라, 모르겠다.'모드로 진입해 '공격적 채집'을 감행했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남자의 특성 때문에 더 이상의 채집 사진은 남기질 못했다. 남자는 그렇다. '채집'이든가, '사진'이든가. 그러니 남자친구와 전화통화 하다가 갑자기 남자친구의 말 수가 줄어들거나 대화가 끊긴다면,

"너 지금 전화 하면서 딴짓 하고 있지?"

라고 물어보자. 남자친구의 '자리비움'상태 였던 정신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사진에 보이는 저 녀석을 잡곤,

"오, 이거 크다!"

라며 홍박사가 만족을 한 덕분에 난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다른 녀석들이 손가락 한 마디만한 크기였다면, 저 녀석은 손가락 하나만한 크기다.

녀석들 데려와 쇼크사 하지 않도록 봉지 째 어항에 넣어 물맞댐을 하고, 민물가재의 특성상 기생충이 여기 저기 붙어 있으니 칫솔을 사용해 살살살 목욕을 시켜 주었다.

그리곤 입수!




상황 파악 중인 참가재와 "오, 나 참가재 처음 봐!"라며 구경 중인 줄새우.


자, 이렇게 '아직 거기에 가재들이 살고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해선 '아직 거기에 가재들이 살고 있다.'는 답을 얻었는데, '잠자리 수채를 잡아다 키워 우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라는 바람이 또 마음속에 불어 왔다.

"그거, 병이야."

그래, 치료를 위해서라도(응?) 마음에 바람이 부는 곳으로 또 가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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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마그럴껄

    죄송하지만 치료 불가일듯함...

    로또 번호.. 연애사 댓글만 주시나요?^^;;

  2. 아마그럴껄

    감사합니다~
    근데 로또 벌써 자동으로 사버렸네요...;;
    다음주에 해 보겠습니다. ㅎㅎ

  3. 초록지붕

    선!! 로또번호 주세요

  4. 비 오는 날 고생하셨네요.^^

  5. 후훗~!
    홍박사님이 언제부터 숲해설가가 되셨을까요??ㅎㅎ

    재미나게 잘보고 가네요^^
    그러니까 그 가재는 무한님네 사는거예요??

  6. 사진 좋아요
    가재도 잘생겼네요


    피에쓰 홍박사님의 솔탈을 응원합니다

  7. 금강

    가재 못잡아 본지도 3년정도 됐네요;;

    군생활 할때 대대 막사 옆에 흐르는 또랑에 가재가 살아서 많이 잡곤

    했는데 뱀도 잡고 부엉이새끼도 잡고 도마뱀도 잡고.....이건 범죈가? ㅋ

    다음에 민물고기 채집하러 가실땐 저도 꼭 데려가주세요~!

    아무래도 사서 키우는 것보단 잡아서 키우는게 더 애착이 가곤 해서 ㅎㅎㅎ

  8. 최형사, 이 분 체포해!

  9. 할롱롱

    앜!! 홍박사님 개그감 언능 돌아오시길!! >.<
    무한님 귀요미 ㅎㅎㅎ

  10. 란군ㅡ_ㅡ;

    아~ 완전 좋군요.. 얼마만에 해보는 10위권인지..
    오늘이 제 생일이라 분명 글을 쓰실거라고 믿었습니다(응?)
    ㅋㅋㅋㅋㅋ
    생일인 저를 위해 로또번호 하나 점지해주시면 은혜로운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11. 몽상가

    잘보고 가요...~~ㅎㅎ

  12. 샐리

    어떨땐 연애글보다 이런게 더 흥미롭네요 ㅋㅋ

  13. 여름이다

    난 왜 사진속의 손금을 열심히 본걸까.

    글도 재밌게 읽었으면서
    왜 손금얘기는 먼저 꺼낸걸까.


    아무튼
    재미난 글, 좋은 사진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14. Quicksand

    우와..정말 큰 가재를 잡아오셨네요 +_+
    작은 가재들은 귀여웠는데
    마지막 사진속의 가재는 좀 무섭네요;;

  15. NABI

    우와~ 진짜 살고있군요~
    조만한 가재들 넣어놨으면 또 다 잡혀먹히는거 아닌지..
    그나저나 홍박사와의 우정은 정말 두터운듯~!!
    ㅎㅎㅎㅎ
    주말잘보내세요 무한님^^

  16. 흑흑

    스님은 스..... 이거이거 어쩔겨,,,,,

  17. 물생활 매니아로서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

  18. 레이나

    목사님은 목사
    스님은 스

    개그가 제 스탈입니다...
    이번글에는 홍박사님 댓글 안올라오려나 ..?.

  19. cubist

    스님은 승이라고 하죠~

  20. 피안

    마음에 바람이 부는 곳이 궁금한 일인! ㅋ
    이제 비가 좀 그치나보네요
    블링 블링한 금요일
    그리고 주말 좋아요 +0+

  21. 렌희

    와 정말 '가재가 있을까?' 라는 의문에 훌훌 털고 가실 수 있다니..
    너무 부럽습니다 ㅎㅎ

    오늘도 좋은글 감사해요 ㅠㅠ

  22. 종이구름

    연애글만 읽다가 무한님의 다른 글들에 빠지고 말았어요 ㅋㅋ

    재밌게 잘보고 있습니다!

    물생활하시는거 너무 부러워요 ~ 잘 키우시는것 같고 ;ㅅ;

    저는 키우는 족족 킬러가 되는지라....... ㅠ

  23. Cat

    재밌어요 사진으로 보면 그냥 시원하고 쾌적한 느낌인데 모기가 득실거렸다니 수고하셨움돠!

  24. 현공

    아우 물생활과 사슴벌레에 빠져 계속 들르게 되는데, 이렇게 가재, 물고기, 혹은 사슴벌레 글이 올라오는 날은 왠지 계탄 기분이네요.
    캬오~!

  25. 거북이 등짝

    옼ㅋㅋ
    잠자리!!!
    아침에 마당앞에 발라당 누워 죽어있던 커다란 잠자리를 보고 식겁하던 기억이나네요..
    저번주였나..
    쨋든 새로 채집한 가재들은 어떻게 자랄지 궁금하네욤ㅎㅎ

    어제 밖에 1시간도 안 돌아다녔는데 모기 세방물리고 왔는데 계곡에선 얼마나 물리셨을지...=ㅅ=ㅋㅋ
    수고하셨어염!!

  26. 대박

    파주 S산은 심학산?! 저는 내공이 정발산에 그치는지라;
    그나저나 치가재 너무 귀여워요 ㅋㅋ

  27. ㅎㅎ

    전 물고기 가재 그리고 간디에 대한.. 이런 글 너무 좋아요
    연애글도 좋지만.. 이런 신변잡기적인 글도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

  28. ㅎㅎ

    전 물고기 가재 그리고 간디에 대한.. 이런 글 너무 좋아요
    연애글도 좋지만.. 이런 신변잡기적인 글도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

  29. 지리산

    지리산 종주..
    한번은 친구랑 둘이서(여자 둘)
    한번은 혼자서 간 적은 있는데...

    예쁜 여자 이 대목은 흠... ㅋㅋㅋ

  30. 홍박사

    우와~~저를이렇게알아봐주시다니..감솨^^
    전오늘설악산대청봉갔다가캠핑장왔어요
    비도보슬보슬내리고운치있네요
    내일은동해바다갑니다
    모두즐거운일들있으시길!!!

  31. 대박

    홍박사님 댓글에도 선을 외치고픈 이 마음 ~
    근데 혼자 동해 가신거예요? 가보니까 거긴 혼자 갈 곳이 못 되던데 ㅋㅋ
    몸 조심 하시고 즐거운 여행 되세요^^

  32. 바나바나

    안녕하세욧~!
    왠지 진짜 뭔가 박사님 같은;
    홍박사님~
    반가워욧~!

  33. p

    저는 뭐든 키우는 성격이 못되는지라...
    다 죽고 말지요...

  34. 깡통에 물가득채워서 가재잡으러~

    큰가재를 잡으시려면 큰돌을 들추셔야합니다 저도 조만간 뒷산에 올라 가재녀석들과 조우좀해야겠내요 안본지가 벌써 3년은 지난듯하내요 우리들의 소중한 보물인 가재녀석들 언제봐도 정말 이쁩니다

  35. 폭풍같은 한주 보내고 지난 포스팅을 여유롭게 라고 쓰고 '눈치보며' 읽고 있네요~
    반려동물과 키우고 관찰하는것에 관심이 많은거 같네요~
    그나저나 소나기과장은 언제쯤 솔로탈출할껀지.. ㅋㅋ

  36. ab

    이젠..가재 채집까지..ㅋㅋ
    으앙 굳- ㅋㅋ

  37. 글도 재밌게 읽었으면서
    왜 손금얘기는 먼저 꺼낸걸까.

  38. 배철

    도대체어디서잡으신거에요~?심학산제가네시간뒤져도없던데요~?ㅠㅠ두마리만잡아서키워볼라구했는데...ㅠㅠ

  39. 배철

    도대체어디서잡으신거에요~?심학산제가네시간뒤져도없던데요~?ㅠㅠ두마리만잡아서키워볼라구했는데...ㅠㅠ

  40. 바나바나

    가재~가재~♪
    이쁘고 귀엽고 맛있느~은~♬
    가재야 반가워~♪

  41. 소영

    치가재 조차 어항에서 키우는 아기들보다 튼실해 보이는 건
    그냥 제 느낌?
    손으로 간질간질 해봤다간
    꼬옥 물릴 것 같아요ㅋㅋㅋ
    재미있는 데 많이 놀러다니시네요 - 와오ㅏ
    저는 바다보다 산, 계곡을 더 좋아하지만
    막상 계곡은 어릴 때 부모님 따라 가보고 못갔어요
    내년 여름엔 꼭 가서 동동띄운 수박도 먹고 오겠어요 ♩

  42. 저는 뭐든 키우는 성격이 못되는지라...
    다 죽고 말지요...불행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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