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생활과여행/물고기가좋다

일산 안곡습지공원에서 만난 잠자리들

by 무한 2011. 8. 3.
일산 안곡습지공원에서 만난 잠자리들
동네 뒷산인 고봉산에서 열심히 잠자리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줌마 세 분이 다가온다. 그 중 뱃살로 미루어(응?) 대장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말을 건다.

아줌마1 - 총각, 뭐 찍어?
나 - 잠자리 사진 찍고 있어요.
아줌마2 - 잠자리? 날아다니는 잠자리?
나 - 네
아줌마3 - 아, 총각김치 먹고 싶다.
아줌마1 - 총각김치? 깔깔깔깔깔.
아줌마2 - 나도 총각김치 먹고 싶다.
아줌마1 - 먹어. 깔깔깔깔깔.



총각김치를 먹고 싶다는 말이 이상한 말은 아니었지만, 뭔가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 용기를 내어,

나 - 지금 성희롱 같은 걸 하시는 겁니까?
아줌마3 - 어머, 뭔 이상한 소리야? 총각김치 먹고 싶다는데 무슨 성희롱?
나 - 됐고, 자세한 얘기는 제 변호사와 나누도록 하세요.



라며 '차가운 농촌 남자'의 포스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산 속이었고, 아줌마들과 겨뤄봤자 3초식 만에 제압당할 것 같은 생각에, 숨죽은 열무 같은 표정을 한 채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고봉산에서 내려와 도착한 안곡습지공원. 안곡습지공원은 안곡초등학교 뒤, 고봉산 아래에 있는 공원이다. 이 공원부지엔 예전부터 천연용출습지가 있었다. 그래서 꼬꼬마 시절엔 이곳에 와서 가재도 잡고, 물고기도 잡으며 놀았는데, 주변에 아파트들이 들어서며 이곳도 없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용감한 주민들은 "내 목에 흙이 들어와도(응?) 이곳에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며 맞섰고, 결국 승리해 이 습지를 지켜냈다. 그리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운영하는 습지공원을 만들었다.

다 좋은데, '습지'로 남지 않고 '습지공원'이 되었다는 것이 좀 안타깝다. 안곡습지공원엔 해충박멸기가 설치되어 있고, 해충박멸을 위한 살충제를 살포하는데, '습지공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살충제''해충박멸기'는 해충뿐만 아니라 습지의 다른 생물들에게도 가혹한 형벌이다.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잘 가꾸어 시민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만들겠습니다."


'습지'는 습지 생물들의 것이었지만, '습지공원'은 시민들의 것이 되었다.




"잠자리의 천적은 뭔가요?"라고 묻는다면, 난 자신 있게 "초등학생."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사진을 찍으러 간 날도 잠자리채를 든 초등학생 무리들이 잠자리를 잡고 있었다. 

초등학생 중에는 잠자리채로 잡은 잠자리를 채집통에 넣는 신사적인 초딩이 있는 반면, 아무 준비도 없이 맨손으로 '잠자리 잡기'에 나선 초딩도 있다. 잠자리에겐 후자의 초딩들이 더 무섭다. 그들은 잠자리를 '잡는다'는 느낌 보다는 '낚아챈다'는 느낌으로 잠자리를 채집하는데, 아무렇게나 잠자리를 움켜 쥔 까닭에 그 손에 당한 잠자리는 이미 '전치 6주' 정도의 부상을 당한 경우가 많다.

더 무서운 초딩은 '오빠'를 따라다니며 잠자리를 잡아달라고 보채는 '여동생 초딩'이다. 대개 그런 여동생을 둔 오빠는, 흔한  '된장잠자리'따위를 잡을 경우 여동생에게 선심을 쓰듯 건넨다. 그 잠자리를 받은 여동생은 30초 정도 잠자리에게 관심을 보이다가 급격히 흥미를 잃는다. 흥미를 잃을 경우 잠자리 날개를 검지와 중지로 잡은 채 계속 오빠를 따라 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손에 난 땀으로 인해 잠자리 날개가 젖어 '회복불가'의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아, 사진의 녀석은 '자실잠자리'로 추정된다.




위의 녀석은 '방울실잠자리' 암컷으로 추정된다. 실잠자리류는 움직임이 느리고 멀리 도망가지 않아 잡기가 쉽다. 




사진의 녀석은 '깃동잠자리'다. 우리 동네에서는 이 '깃동잠자리'를 '태극잠자리'라고 불렀는데, 군 시절 다른 지역에 사는 또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른 지역에서도 '태극잠자리'라 부른다고 했다.

채집의 난이도는 '된장잠자리'나 '고추좀잠자리'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다. 난이도 얘기가 나온 김에 잠자리 채집에 대한 난이도를 정리하자면,

된장잠자리=고추잠자리<깃동잠자리<<<밀잠자리<<왕잠자리


정도로 적어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깃동잠자리'까지는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밀잠자리'로 넘어가면서 부터는 잠자리 채 없이는 남기 힘든 영역으로 올라간다. 잠자리채가 있다 하더라도 아무렇게나 다가갔다간 단박에 눈치를 채고 날아간다.

밀잠자리도 어렵지만, 왕잠자리는 '끝판 왕'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채집이 어렵다. 마음을 읽는 재주가 있는지, 잠자리채를 들고 나간 날엔 잘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잠자리채를 휘두르려면 아직 두 걸음 정도 더 가야 하는 시점에 날아가 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고추잠자리'라 부르는 '고추좀잠자리'다. 붉은 색 때문에 '고추잠자리'라고 부르지만, 실제 고추잠자리는 위의 녀석과 달리 몸 전체가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색이다. 사진의 '고추좀잠자리'가 그냥 커피라면, '고추잠자리'는 티오피라고 할까.




위에서 등장했던 '깃동잠자리'다. 전생에 모델 일을 했었는지, 자세까지 고쳐 잡으며 내 곁에서 계속 맴돌았다.




역시 흔한 '고추좀잠자리'. 계속 공원을 돌아다녔지만, 보고 싶었던 '밀잠자리'나 '왕잠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잠자리 동정이 나만 어려운 게 아니었다. 찍어 온 잠자리 사진은 '잠자리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분들에게 동정을 부탁하고 있는데, 그 분들도 '실잠자리 이름 맞추기'에는 어려움을 호소하셨다. 사진의 잠자리는 '자실잠자리'로 추정.




'흔한 잠자리'의 대표주자 '된장잠자리'다. 사실, '된장잠자리'나 '고추잠자리'같은 건 그냥 애칭이고, 잠자리에 대한 전문서적에는 뭔가 더 곤충적인(응?)이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 이름이 '된장잠자리'였다.




'등검은실잠자리'로 추정되는 녀석. 손으로 잡으면 하늘색이 묻어 나올 것 같은, 정말 예쁜 하늘색을 지닌 녀석이었다. 다른 실잠자리들 보다 조금 예민한지 자꾸 도망가길래 계속 쫓아갔고, 소나무 위에 앉은 녀석을 겨우 찍을 수 있었다.

자, 이렇게 '안곡습지공원 잠자리' 얘기는 이것으로 마치고,




두둥! 습지공원 곳곳에 저 핑크색의 알이 붙어있길래 어떤 녀석의 알인지 궁금해 검색을 해 보니,

"핑크색이라면, 우렁이 알이겠군요."


라는 대답이 있었다. 장난으로 한 대답인 줄 알고 우렁이 알 사진을 찾아봤는데, 정말 우렁이 알이었다. 일주일에서 보름 사이에 부화한다고 하니, 비가 안 오면 며칠간 계속 찾아가 부화 모습을 지켜볼 예정이다.




이건 지난 글에서 예고한 대로 '잠자리 수채 채집'을 하러 가서 찍은 사진. 사냥견의 피가 흐르는 푸들답게 간디(애완견)도 예민한 후각을 앞세워 사냥감을 찾고 있다. 저렇게 코를 킁킁거리며 가다가 사냥감을 발견하면 미칠듯한 스피드로 사냥감에게 달려들어 콱,

문다는 건 훼이크고, 저렇게 돌아다니다가 이상한 거 주워 먹고는 저 날 하루 종일 설사만 했다.




현재 사육중인 '왕잠자리 수채'의 모습이다. 잠자리스럽게(응?) 생기지 않은 까닭에, 물고기 채집을 다니다 이 녀석을 보면 '강도래 비슷한 수서곤충인가 보군.'이라고 생각했었다. 물고기 채집 시에는 족대 질 몇 번 하다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녀석이었는데, 마음먹고 한 번 잡아보려 하니 아무리 뜰채 질을 해도 나오지 않았다.

'채집실패'라고 생각하며 돌아오는 길, 작은 수로가 보이길래 뜰채 질을 몇 번 했더니 녀석이 나왔다.




이건 위의 녀석이 오늘 새벽 탈피한 모습. 잠자리 유충은 이런 식으로 탈피를 해 몸을 키운 후, 나중에 수면 위로 올라와 잠자리로 우화한다. 위의 사진을 본 '잠자리 전문가' 분께서,

"시아(날개)가 완전히 생긴 걸 보니 아종령인듯 하네요.
한 번 더 벗고 나면 그 다음은 우화를 할 겁니다.
우화하기 직전에는 시아도 부풀고, 눈의 까만 부분도 더 커집니다."



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금방 우화 할 줄 알았는데 한 번의 탈피가 더 남았다니, 당분간은 생먹이를 더 공급하며 모셔야겠다.


<짧게 전하는 가재어항 이야기>

1. 참가재 '참피온', 탈피사.
2. 백설이(화이트클라키) 2세대 '미자', 오렌지 클라키 '오로라'와 합사.
3. 오늘 아침 '미자'와 '오로라' 짝짓기 장면 포착.

[알림]

노멀로그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사정 상 작게 올리고 있습니다. 큰 사진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노멀로그 갤러리(http://normalog.blog.me/)를 방문하시길 권합니다. 노멀로그 갤러리엔 노멀로그에 올라오지 않은 사진들도 올라온답니다. ^^



▲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시는 분들은 위의 추천 버튼을 눌러주세요! 추천은 무료!



<연관글>

집에서 키우는 가재, 먹이는 뭘 줄까?
비 오는 날엔 떠나자! 미꾸라지 잡으러(응?)
애완가재 사육 반 년, 얼마나 컸을까?
물고기를 너무 키우고 싶었던 한 남자
우리 동네에는 어떤 물고기가 살까?

<추천글>

회사밥을 먹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같이 지내실분, 이라는 구인광고에 낚이다
내 차를 털어간 꼬꼬마에게 보내는 글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