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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남자들이 첫 연애에서 저지르는 흔한 실수는?

by 무한 2012. 9. 11.
남자들이 첫 연애에서 저지르는 흔한 실수는?
운전을 처음 할 때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수를 저지른다. 언덕길에서 시동을 꺼뜨리거나, 끼어들기를 하지 못해 직진만 계속 하거나, 코너를 돌다가 보도를 타고 올라가거나,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운 채로 주행을 하거나 뭐 그런 일들 말이다.

저런 실수는 해 본 적 없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처음 주유소에 갔을 때 주유구 여는 장치를 찾지 못해 헤매거나, 야간 주행 시 라이트를 켜지 않거나, 사이드 미러를 접고 출발하거나, 주차하다가 차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궁지로 모는 등의 일을 벌였을 수 있다.(나 역시 초보시절 저런 일들을 모두 경험했다.)

연애에도 위와 같은 '초보들의 흔한 실수'는 존재한다. 오늘은 그 중 '남자들이 첫 연애에서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운 채로 주행하고 있으면서 속도가 나질 않고 타는 냄새만 난다는 얘기를 하는 대원들, 잠시만 여기에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 출발해 보자.


1. 채워줘 내 애정결핍


"나 사랑하는 거 맞아?"라거나 "날 사랑한다고 말해줘."라는 얘기만 하다 연애의 종말을 맞는 대원들이 많다. 주로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이 자주 벌이는 일인데, 그들은 여자친구의 마음만 확인하려 드는 것에만 열정과 시간을 쏟는다. 한 커플의 대화를 살펴보자.

남 - 사랑해♥
녀 - 응. 오늘 늦게 끝나?
남 - 아니 평소처럼 끝날 것 같아. 근데 왜 너는 사랑한다는 말 안 해?
녀 - 사랑해♥
남 - 엎드려 절 받기네. 사랑한단 말하기가 어렵나?
녀 - 왜~ 당연히 나도 사랑하지~
남 - 네가 나한테 보고 싶다거나 사랑한다는 말 먼저 한 적 없는 것 같아.
녀 - 내가 할 틈도 안 주고 자기가 먼저 하잖아 ㅋ
남 - 알았어. 그럼 앞으로 내가 먼저 안 해야겠다.
녀 - 왜 그래 또~
남 - 난 당연히 마음이 있으면 그런 말이 자연히 나올 것 같은데, 넌 아닌 것 같아서.
녀 - 뭐야~ 그럼 내가 먼저 말하면 되는 거야?
남 - 그런 말 안 한다고 내가 뭐라고 해서 억지로 하진 마.
녀 -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돼?
남 - 어떻게 하라는 게 아니야. 네 진심을 표현하면 돼.
녀 - 한 시간에 한 번씩 연락하면 됐지, 어떻게 더 표현을 해 ㅠ.ㅠ
남 - 자주 연락해서 지겨워?
녀 - 그런 말이 아니잖아.

 

오래 달리려면 열정과 시간과 애정을 적절히 분배해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하는데, 사연 속 남자는 여자친구에게 

"넌 왜 전력질주 안 해?"
 

라는 말만 하고 있다. 그 말을 들은 여자친구가 남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좀 더 힘을 내면,

"전력질주 왜 안 하냐는 말을 듣고 조금 빨리 뛰는 건 필요 없어."


라는 말을 할 뿐이다. 여자 입장에선 어느 쪽을 택하든 시궁창 같은 결과만 얻게 되는 것이다. 저 커플은 3개월간 '사랑한다는 것 증명하기'에 매달리다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남자친구의 심문과 같은 '되묻기''확인하기'에 결국 여자친구가 지치고 만 것이다. 그녀는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퇴근 후에 하던 요가까지 그만두며 남자친구와 통화했지만 남자친구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대체 내가 어떻게 해주길 원하냐?"


라는 여자친구의 비명과 같은 질문에 남자친구는

"그냥 너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라는 대답을 했다. 시인 류시화의 시집 제목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말처럼 연애를 하더라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은 있는 법인데, 그는 여자친구가 그 부분까지도 다 채워주길 바랐던 것이다. 아마 둘이 24시간 같이 붙어 있었어도 남자친구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복근이 단단한 여자라 하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채우기를 하다보면 지치고 만다. 그런 상황에서 이별은 시간문제고 말이다.


2. 연애의 지배자


몇 년 전 헬스장에 등록해 운동을 할 때의 일이다. 사람이 없고 한산한 까닭에 운동하기는 딱 좋은 곳이었다. 등록한지 며칠 되지 않아 운동을 하고 있는데 트레이너가 다가왔다.

트레이너 - 몸 만드시게요?
나 - 아뇨, 그냥 운동 좀 하려고요.
트레이너 - 이왕 하시는 거 제대로 하셔야죠.
나 - ……
트레이너 - 제가 특별히 무료로 PT 해 드릴게요. 몸짱 되고 싶으시죠?



저 대화를 시작으로 나의 헬게이트가 열렸다. 지옥훈련이 아니라 그냥 지옥을 맛보게 된 것이다. 난 그저 공쥬님(여자친구)과 산에 갔다가, 공쥬님이 다치기라도 하면 업고 내려 올 수 있을 정도의 체력만 기르려고 했는데, 트레이너는 날 보디빌더로 만들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 트레이너가 '선무당' 이었던 것 같다. 그는 열심히 운동을 해 몸을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는 소질이 없어 보였다. 그만한 지식도 없어 보였고 말이다. 무조건 고구마와 닭가슴살만 먹으라기에 내가 얼마나 먹냐고 물었더니,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건 많이 먹어도 돼요. 다 근육으로 가는 거니까."


라는 답을 했다. 운동도 미친 듯이 시켰다. 내 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체력만 고려해서 말이다. 전에 다녔던 헬스장의 트레이너가 '개인 한계점' 등의 얘기를 하며 순차적으로 프로그램을 짜 준 것과 달리, 이 트레이너는 무식하게 '많이''무겁게'만 강조했다. 덕분에 난 근육 대신 어깨부상을 얻었고, 헬스장과 작별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좀 짜증나는 게, 당시 '어깨부상을 입었으니 이제 괴롭히지 않겠지.'라는 생각에 헬스장을 며칠 더 나갔는데, 트레이너가 쫓아다니며 날 괴롭혔다. 사이클을 타고 있으면 와서 강도를 높였고, 러닝머신을 하고 있으면 와서 속도를 높였다. 온순한 성품과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안동 장(張)씨의 특성 때문에 난 그에게 한 마디 해주지도 못하고 헬스장엘 가지 않았다. 그는 나 외에 다른 회원들에게도 오지랖을 펴며 괴롭혔고, 그 때문에 나오지 않는 회원들이 많아 헬스장이 한산했던 것이다.

연애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선무당인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의식개조'나 '정신교육' 하려고 덤벼드는 것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것은 연애의 필수조건인데, 몇몇 남자들은 여자친구가 자신의 의견과 100% 일치하게 만들려고 그 조건을 어긴다. 의견이 다를 뿐인데 여자친구를 무시하고, 자기처럼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해 여자친구의 프라이버시를 들춰 공격한다.

여자친구가 좀 비싼 숄더백 하나 샀다고 쳐 죽일 된장녀 취급을 한 남자도 있었다. 사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여자친구가 자기 돈으로 산건데도 말이다. 그래 놓고 자기는 차 살 생각 하고 있는 남자. 이렇듯 연애를 지배하려는 자에게 이별이 찾아오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다.


3. 널 위해서라면 뭐든 다?


얼마 전 한 지인이 연애를 시작했다. 그녀는 입이 마르도록 남자친구의 칭찬을 늘어놓았는데, 그 칭찬 중 하나는

"내가 어디서 뭘 하든 전화하면 날 데리러 온다."


라는 거였다. 친구를 만나고 들어가는 길이든, 회사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들어가는 길이든 연락만 하면 남자친구가 차를 몰고 와 자신을 집에 데려다 준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말은 안했지만, 난 저 행동이 훗날 갈등의 씨앗이 되리라는 것에 얼마 전 인형뽑기에서 뽑은 라이터를 걸 수 있다. 저건, 시간이 지날수록 주는 사람은 지치고 받는 사람은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불필요한 희생'일 뿐이다. 당장은 사랑의 증거처럼 보이겠지만 머지않아 그 희생은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여자친구를 데리러 가지 말라거나, 막 대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상대를 위한 희생은 현재의 상황과 자신의 처지를 고려해서 해야 한단 얘기다. 고3 수험생이 있다고 해보자. 그 학생은 집안일을 돕겠다며 청소며 설거지 빨래 등을 한다. 자신이 해야 할 공부를 다 마치고 남는 시간에 집안일을 돕는 거라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공부는 팽개쳐 두고 집안일에 열심을 낸다면 그건 그냥 바보 같은 짓일 뿐이다. 그 학생의 부모님도 그런 도움은 바라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연애에 들뜬 까닭에 무조건 연애를 최우선 순위에 놓는 남자들이 있다. 분명 자신도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이 있을 텐데, 그들은 그런 걸 다 접어두고 연애만 바라본다. 그들은 시험을 앞두고 있으면서 여자친구가 회식하고 있는 식당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기다린다든가, 마치지 못한 업무가 있는데 업무를 팽개치고 데이트를 하러 간다든가 하는 일을 벌인다. 통장에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자친구를 기쁘게 한다며 무리한 이벤트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일단 일을 저지르니 자연히 혼란이 찾아온다. 그들은 엉망이 되어버린 생활의 책임을 모두 상대에게 돌리거나, 상대에게 자신처럼 연애를 최우선순위에 두라고 강요하거나, 자신이 연애를 위해 이렇게까지 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호소한다. 그러한 일들을 벌이다가 신용불량자가 되어 헤어진 한 대원은 이런 말을 했다.

"그녀의 남친이었다기보다는 머슴이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전 정말 그녀를 위해 하나도 아낌없이 다 주었어요. 그런데…."



어느 판매자가 이만원짜리 포도 한 상자를 적자를 보며 만원에, 그것도 자신이 배송비까지 감당하며 팔았다고 해보자. 그건 희생이 아니라 그냥 멍청한 거다. 아무도 적자 보며 팔라는 얘기를 한 적 없었고, 어려운 가운데서 배송비까지 대신 부담해 달라고 말한 사람이 없었다. 훗날 그 판매자가 왜 자신이 그렇게 희생한 걸 몰라 주냐고 화를 내면, 그 말에 미안한 마음을 느끼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소비자가 있을까?

맹목적으로 상대에게 희생하고, 연애를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두길 권한다. 아이를 마마보이로 키우면 엄마도 힘들지만, 아이도 힘들어진다는 걸 그대도 목격한 적 있을 것 아닌가. 취업의지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여자친구에게 생활비까지 지원하며 연애를 이어가고 있다는 대원은 특히 명심하기 바란다. 시간이 지나면 여자친구는 그대를 요양보호사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집에 올 때 김밥 사와. 나 김밥 먹고 싶어."


이미 그대의 집은 여자친구의 요양원이 된 상태고 말이다.


이런 얘기들을 하면 꼭

"그런 것까지 다 계산해가며 연애해야 하나요?
전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그렇게 할래요.
재고 따지고 가리고 감추는 그런 연애 싫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고 따지고 가리고 감추라는 얘기가 아니라, 생각을 해 가면서 하라는 얘기다. 그리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연애를 한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다는 걸 기억하기 바란다. 광고카피를 비튼 유명한 문구도 있지 않은가.

"아버지는 망하셨지. 인생을 즐기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내 마음은 한 번도 시험공부 하라고 시킨 적이 없다. 내 마음은

'책상 정리부터 좀 해야 할 것 같지 않아?'
'한 달 남았는데, 며칠쯤은 워밍업이라 생각하고 쉬엄쉬엄 해.'
'머리 식힐 겸 다큐나 한 편 보지 그래?'



따위의 이야기로 날 유혹할 뿐이었다. 그대의 마음이 내 마음과 달리 유혹을 모르며 언제나 그대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한다면 마음의 소리를 따라도 좋다. 그게 아니라면 선배들이 넘어진 위의 지점들에 '주의'표시를 적어두고, 엄한 길로 새지 않게 주의하며 급커브에서 사고가 나지 않게 속도를 줄이기 바란다. 위험에 처했을 땐 주저 말고 normalog@naver.com 로 사연을 보내고 말이다.



▲ 사연을 보낼 땐 블랙박스 기록(카톡, 문자, 메일 대화 등)도 함께 보내주세요!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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