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들을 사육한 지도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하지만 내 방에 들어와 가끔 가재를 보고 나가시는 어머니께서는 종종,
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한다. 일 년간 파란색 가재를 봐 오셨으면서, 새삼스레 처음 '파란 가재'를 보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어머니. 그래서 난 어머니의 휴대폰 벨소리를 바꿔드렸다.
효자다. 여하튼 그 '파란 가재'인 '플로리다 허머'의 어항엔, 지난 주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원래 가재들은 '짝'에 대한 개념이 흐릿한 녀석들이다. 때문에 암수를 같이 넣어 놓을 경우 목숨을 걸고 싸운다. 내 오렌지 클라키 어항의 수컷이 암컷에게 잡아 먹힌 것처럼.
허머 역시 서로의 영역에서 벗어나 '먹이다툼'을 할 때면, 금방 상대의 다리라도 하나 자를 기세로 덤벼든다. 하지만 지난주엔 좀 이상했다. 싸우는 게 싸우는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랄까. 수컷 허머가 보인 행동은 '공격'이라기보다는 '스킨십'에 가까웠다.
녀석은 암컷의 경계심을 완화시키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쓰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위의 사진은 "진짜 싸우려는 거 아냐. 해치지 않아. 잠깐만 일루 와 봐. 프리허그 해 줄게."라고 말하고 있는 모습이다.
암컷은 고민하는 듯 보였다. 암컷은 수컷에게 "수컷은 다 애 아니면 개라고 새우가 그러던데?"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 얘기에 수컷은 "야! 무슨 애 아니면 개야. 난 그냥 가재야. 개가 아니라 가재라고!"라는 말로 답했다. 그 얘기에 암컷은 안심하는 듯 보였다.
암컷이 모든 경계를 해제하자,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먹이를 두고 다투던 옛 모습과 달리, 수컷은 암컷이 먹이를 먹을 수 있게 배려해 줬다. 줄새우가 암컷 가까이 다가오면 수컷이 다가가 줄새우를 쫓아내기도 했다. 또, 둘은 자꾸 어두운 어항 뒤쪽 공간을 찾아 들어갔다. 난 전면에서 녀석들이 보이지 않아, 어항에서 탈출한 줄 알고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컷이 암컷의 손을 잡은 채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손만 잡고 잘게."라고 말한 듯 보였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수컷은 '손만'잡은 게 아니라, '손도'잡고 있었는데...
수컷은 다 그래?
농담이고, 여하튼 둘은 오랫동안 붙어 있었다. 다리에 힘을 꽉 준 채로(응?). 노멀로그 독자 중엔 꼬꼬마 독자들도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자. 한 문장으로 요약 하자면, 지금 그대가 생각하는 그 힘이 맞다.
이제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 후에 암컷이 배에 알들을 매달 것이다. 그리고 포란(임신) 후 한 달 쯤 지나면, 꼬물꼬물 대는 허머 치가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녀석들을 먹여 살리느라 내 허리는 더 휘겠지만.
백설이(화이트 클라키 암컷)의 새끼들을 분양받아 간 H군의 집에서도 포란소식이 들린다. 아마 다음 달 이맘때쯤이면 화이트 클라키 치가재들과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들의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오렌지 클라키와 화이트 클라키도 합사를 해 짝짓기까지 완료했는데,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 포란소식이 없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런가?
다음 이야기에서 즐거운 소식들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어항소식은 여기까지!
▲ 오랜기간 탈피를 안 한 까닭에 갑각이 낡은(응?)모습이 보인다. 탈피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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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얜 파란색 가재네?"
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한다. 일 년간 파란색 가재를 봐 오셨으면서, 새삼스레 처음 '파란 가재'를 보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어머니. 그래서 난 어머니의 휴대폰 벨소리를 바꿔드렸다.
"정신이 나갔었나봐~♬"
효자다. 여하튼 그 '파란 가재'인 '플로리다 허머'의 어항엔, 지난 주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원래 가재들은 '짝'에 대한 개념이 흐릿한 녀석들이다. 때문에 암수를 같이 넣어 놓을 경우 목숨을 걸고 싸운다. 내 오렌지 클라키 어항의 수컷이 암컷에게 잡아 먹힌 것처럼.
허머 역시 서로의 영역에서 벗어나 '먹이다툼'을 할 때면, 금방 상대의 다리라도 하나 자를 기세로 덤벼든다. 하지만 지난주엔 좀 이상했다. 싸우는 게 싸우는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랄까. 수컷 허머가 보인 행동은 '공격'이라기보다는 '스킨십'에 가까웠다.
▲ "해치지 않아. 일루 와 봐. 프리허그 해 줄게"라는 얘기 중인 플로리다 허머 수컷.
녀석은 암컷의 경계심을 완화시키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쓰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위의 사진은 "진짜 싸우려는 거 아냐. 해치지 않아. 잠깐만 일루 와 봐. 프리허그 해 줄게."라고 말하고 있는 모습이다.
▲ '프리허그 해준다는데, 믿어도 될까?'라며 고민 중인 플로리다 허머 암컷.
암컷은 고민하는 듯 보였다. 암컷은 수컷에게 "수컷은 다 애 아니면 개라고 새우가 그러던데?"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 얘기에 수컷은 "야! 무슨 애 아니면 개야. 난 그냥 가재야. 개가 아니라 가재라고!"라는 말로 답했다. 그 얘기에 암컷은 안심하는 듯 보였다.
암컷이 모든 경계를 해제하자,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먹이를 두고 다투던 옛 모습과 달리, 수컷은 암컷이 먹이를 먹을 수 있게 배려해 줬다. 줄새우가 암컷 가까이 다가오면 수컷이 다가가 줄새우를 쫓아내기도 했다. 또, 둘은 자꾸 어두운 어항 뒤쪽 공간을 찾아 들어갔다. 난 전면에서 녀석들이 보이지 않아, 어항에서 탈출한 줄 알고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 "손만 잡고 잘게. 손만... 손..." 손을 잡은 건 맞지만, 하지만, 그렇지만.
수컷이 암컷의 손을 잡은 채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손만 잡고 잘게."라고 말한 듯 보였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수컷은 '손만'잡은 게 아니라, '손도'잡고 있었는데...
수컷은 다 그래?
농담이고, 여하튼 둘은 오랫동안 붙어 있었다. 다리에 힘을 꽉 준 채로(응?). 노멀로그 독자 중엔 꼬꼬마 독자들도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자. 한 문장으로 요약 하자면, 지금 그대가 생각하는 그 힘이 맞다.
▲ 짝짓기가 끝난 직후의 모습. "손만 잡는다며... 손만..."
이제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 후에 암컷이 배에 알들을 매달 것이다. 그리고 포란(임신) 후 한 달 쯤 지나면, 꼬물꼬물 대는 허머 치가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녀석들을 먹여 살리느라 내 허리는 더 휘겠지만.
백설이(화이트 클라키 암컷)의 새끼들을 분양받아 간 H군의 집에서도 포란소식이 들린다. 아마 다음 달 이맘때쯤이면 화이트 클라키 치가재들과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들의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오렌지 클라키와 화이트 클라키도 합사를 해 짝짓기까지 완료했는데,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 포란소식이 없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런가?
다음 이야기에서 즐거운 소식들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어항소식은 여기까지!
▲ 오랜기간 탈피를 안 한 까닭에 갑각이 낡은(응?)모습이 보인다. 탈피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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