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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소심한 사람들은 이래서 연애가 어렵다.

by 무한 2011. 10. 31.
'공포'와 '불안'의 차이점을 아는가? 난 사실 '공포''불안''두려움'은 삼위일체 같은 존재라 딱히 구별이 어렵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 병원에서 근무하는 지인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공포는 대상이 명확하지만, 불안은 대상이 뚜렷하지 않지. 불안은 막연해.
그렇기 때문에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에게,
앞으로 어떤 치료를 받게 될 거라는 걸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도
환자가 불안해하지 않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바로 이 말 때문에 오늘 매뉴얼을 작성하게 되었다. 난 오늘 그대와 나를 소심하게 만드는 이 '불안'의 실체와, 이 '불안'이 만들어 내는 치명적인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우리가 이 이야기를 다 나누고 났을 때, 한결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길 소망하며. 출발해보자.


1. 상대의 무서운 얼굴 떠올리기.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은 상대의 '무서운 얼굴'을 떠올리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는, 상대의 '무서운 얼굴'을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으면서 말이다.

난 가끔 내가 망쳐버린 몇몇 인간관계를 돌아본다. 내가 미워하고, 또 때로는 증오하며 파국을 맞은 관계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저주라도 퍼붓고 싶었던 상대를 떠올린다. 그 사람과는 어떻게 만났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천천히 생각해 본다. 그 당시의 격했던 감정은 세월이 지운 덕분에, 난 그 이야기를 몇 발짝 떨어져 살펴볼 수 있다.

그 이야기를 살펴보다 난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엉망진창이 된 관계 중 대부분은, 내가 '상대는 내게 악의를 가지고 있을 거야.'라고 단정 지은 후, 엉망진창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폐기처분 된 관계들 중엔 분명 뚜렷한 '사건' 때문에 엉망이 된 관계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건'들도 대부분 내가 먼저 상대의 '무서운 얼굴'을 떠올리고, 그 '무서운 얼굴'을 머잖아 내게 보일 거라 단정 지은 뒤, 거기에 상대를 끼워 맞춰 벌어진 경우가 많았다.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이 자주 묻는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거죠?"라는 질문.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슬픈 예감을 하면 들어 맞는 것이 아니라, 슬픈 예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써 내려가니 슬픈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지난 매뉴얼에서 난 "선약이 있다는 말에 튕겨나갈 정도로 소심한 사람이라면, 그냥 튕겨나가도록 놔두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그 말에 많은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이 반발했는데, 천천히 생각해보자. '내가 만나자고 하면 거절할 지도 몰라.'라거나 '거절한다는 건, 내게 마음이 없다는 증거겠지.'라는 예감을 가졌다면, 상대의 거절에 튕겨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번의 '거절'이 관계의 종료버튼을 누르게 할 만큼 큰일인가? 그 정도의 일로 튕겨나갈 거라면, 이번 요청은 거절하지 않고 만나더라도, 다음번에 '예감'을 적중시키는 일이 벌어지면 언제든 또 튕겨나갈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가진 불안 때문에, 상대에게 '공포'라는 옷을 입히고 마는 사람은 누군가?


2. 뒷자리 얻어 타기.


'슬픈 예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연애는 할 수 있다. 사실 그 '슬픈 예감'을 만들어 내는 것은 '감수성'과 '직감'이라는 보석 같은 도구들이기 때문이다. 그 도구들은 반할만큼 아름답기에, 도구의 아름다움에 끌린 상대가 그대의 '슬픈 예감'을 '확인'이란 진통제와 '약속'이란 반창고로 치료해 주며 다가올 수 있다. 그런 상대와 서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가며, '슬픈 예감'을 만들어 내는 나쁜 습관을 버리면 정말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대원들이 많다. 안타깝게도 많은 대원들이 의존적으로 변해버린다. 그간 두 사람이 각자의 자전거를 타고 같은 길을 달려왔다고 가정하면, 이젠 자신의 자전거는 팽개치고, 상대 자전거 뒷자리로 가서 앉는 것이다. 뒷자리에 앉아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확인받으려 하고, 자신이 만들어 내는 슬픈 예감을 상대가 계속해서 부정하며 달려주길 바란다. 그러다가 결국 상대는

지치고 만다. 

지친 상대에게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이 벌이는 행위는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3. 소심함 때문에 만든 방어수단들.


뜬금없지만, 호랑나비 애벌레를 본 적이 있는가? 일촌신청을 하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녀석인데, 녀석은 다른 애벌레들이 그렇듯 연약하다. 녀석에겐 몸을 보호할 딱딱한 갑각이나 도망갈 수 있는 날개가 없다. 그렇기에 새나 다른 곤충들에겐 사냥하기 쉬운 먹잇감이다.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처럼, 다른 대상들로 하여금 상처입기 쉬운 것이다.

그런 약점을 극복하고자 녀석은 '뿔'을 사용한다. 약간의 위협이라도 느껴지면 녀석은 그 뿔을 내밀어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그 냄새를 맡은 적은 견디지 못하고 도망간다.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도 상처받기 않기 위한 자기만의 '방어수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인 나 역시 여린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나만의 '방어수단'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어떤 방어수단을 가지고 있으며 그걸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비난'이나 '경멸', 또는 '고의적인 무시'등을 방어수단으로 마련한 대원들을 보자. 이런 방어수단은 사용하는 즉시 관계의 파멸을 부른다. 상대에게 "난 깨지기 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조심해 주세요."라고 말하면 해결될 문제도, 이런 방어수단을 사용하면 끝이 나고 만다. 
 
난 종종 내 메일함에서 위와 같은 방어수단을 사용해 '끝장난 관계'에 대한 사연을 읽는다. 그런 사연을 보낸 대원들은, 자신이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저 위협을 느껴서 방아쇠를 당겼다는 식의 얘기만 하는 것이다. 운이 좋아 그 총알을 피한 상대라 하더라도, 자신을 향해 총을 쐈다는 건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그런 일을 겪었다면,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멋대로 만든 '슬픈 예감'을 가지고 상대를 시험한 뒤, 그 예감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면 곧장 '방어수단'을 사용하는 이야기들. 그 '슬픈 예감'이 틀렸다고 확인해주는 상대에겐 그저 의존하려 하고, 그러다 상대가 지치면 역시 '방어수단'을 사용해 관계의 파멸을 부르는 이야기들.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인 난 이러한 파멸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1. 상대의 화난 얼굴이 아닌 웃는 얼굴을 떠올릴 것.
2. 마음에 담지 말고 그때그때 말할 것. 단, 유머를 사용해서.
ex) 방금 그 말에 나 상처받았어. 네 이름 빨간색 펜으로 적을 거야.
3. 절대로 타인에게 기대를 하거나 기대지 말 것.
4. 뿌리까지 악한 사람은 없다는 걸 잊지 말 것.
5. 무슨 일이 벌어지든 '오호, 이럴 수도 있군.'이라고 생각할 것.



그리고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치킨배달 왔을 때 방에 숨는 버릇은 고쳐지질 않는다. 나 왜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거? 나란 남자, 숨는 남자.



덜 심각해지면, 그만큼 인생이 더 즐거워집니다. 즐겨요. 지구별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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