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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나이가 들수록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는?

by 무한 2011. 1. 15.

솔로부대 고위 간부급 대원의 슬픈 메일을 하나 받았다. 30년이 넘게 자신의 이상형이 "착하고 성격 좋은 남자."인줄 알았던 그 대원은, 최근 거듭된 소개팅에서 충격과 공포를 선사해준 상대들을 경험한 후 이런 고백을 했다.

"제 이상형은 그냥 잘생긴 남자였나 봅니다."


이 대원 뿐만 아니라, 솔로의 시간을 오래 가진 솔로부대 고위 간부급 대원들은 종종 '나이가 들수록 어려운 연애'에 대한 하소연을 사연에 적어 보낸다.

"그 왜 아저씨들 킁킁 거리는 거 있잖아요. 상대 남자분이 계속 킁킁 거려서..."
"후배가 아는 누나라며 만나보라고 해서 나갔는데, 웬 이모님이 앉아 계시더군요."
"서로 처지가 뻔한데, 만나봐야 미래가 안 보이잖아요. 참...여러모로 힘드네요."

 
그럴 수 있다. 어느 여성대원의 "바비킴 닮았다고 해서 나갔더니..." 라는 사연 처럼, 분명 서로 비슷한 또래인데 아직 젊다고 생각되는 자신과 달리, 상대에게선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단 얘기다.



▲ "바비킴 닮았다더니, 나가보니 박준규씨가..."라는 사연이 있었다. (출처-이미지검색)


오늘은 이처럼 세월의 '시차적응'에 힘들어 하거나, 여전히 동화 속에 살고 있거나, 오랜시간 자신이 공들여 세운 '연애의 탑' 속에 들어가 있거나, 나이 만큼이나 겁이 많아진 대원들을 위해 나이가 들수록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지, 좀 쉽게 연애를 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함께 살펴보자.


1. 정말 '착하고 성격 좋은 남자'가 이상형이 맞는가?

 
이제 뭐, 나이도 있으니 연애에 대한 환상 같은 건 없고, 외모 하나에 혹하지도 않는다고, 그저 착하고 모난 데 없이 성격 좋은 남자면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배 나온 남자는 자기관리를 하지 않은 거니 안 되고, 마른 남자는 그 남자가 입고 나온 스키니진에 질색을 했으니 안 되고, 착한 남자가 있긴 하지만 지금 둘의 벌이를 계산해 보면 나중에 어떻게 살아갈지 답이 뻔히 보이니 안 되고, 똑똑한 남자는 가르치려고 들 것 같으니 안 되고, 성격 좋은 남자를 만나보긴 했지만 삼촌을 만나는 느낌이 들어서 안 되고, 연하를 만나봤지만 이 녀석은 너무 어린 것 같아서 안 되고,

그러니까, 뭐 어쩌자는 거?

꼬꼬마 시절의 연애가 '만나는 것'이었다면, 나이가 든 후의 연애는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제 상대에게 자신의 환상을 입힌 뒤 무작정 불타오를 나이는 지나지 않았는가. 수압이 약한 대신 창 밖 풍경이 좋은 집이 있고, 좁은 대신 아늑한 집이 있으며, 엘리베이터가 없는 대신 친근한 동네 사람들이 있는 집이 있는 법이다. 지금 연애 중인 많은 커플들이 티격태격 하는 이유도 다 이러한 '보수작업'의 한 부분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 사람 마음에는 집이 하나씩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집에는 타인이 들어와 살 수 있는데, 들어가 살기 시작하면 그 집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좀 다른 얘기지만, 그런 까닭에 어느 집에서 살다 나온 사람은 그 집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 살았던 서부주택 나동 203호, 그 비슷비슷하게 생긴 집들 가운데서도 딱 그 203호 하나만 나에게 커다랗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유다. 

같은 구조지만 옆 집은 전혀 다른 세계 같았던 그 느낌. 지금 홀로 나와 '다른 집'을 찾고 있다면, 예전에 살던 집과 같은 집은 찾을 수 없다는 걸 기억하자. 동선이 몸에 익고, 불을 켜지 않아도 뭐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는 그런 집은 이제 없다. 새로운 집을 조금씩 길들이고, 그대도 새 집에 길들여져 가야 하는 것이다. 그대가 말하는 '착하고 성격 좋은 남자' 역시, 그대에겐 낯선 동선과 어색한 구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들로 인연을 하나 둘 모두 흘려 보내지 말고, 상대 마음의 집은 어떻게 생겼고, 그 집엔 뭐가 있나 천천히 살펴보자.


2. 나이는 늘고, 말은 줄고


물론, 침묵의 가치에 대해서는 계속 오르고 있는 금값만 봐도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응?) 하지만 몇 주 전 금혼식을 한 김복례(68세, 무직)할머니 커플만 해도 여전히 말하지 않으면 서로 모르는 부분이 있다. 50년을 넘게 같이 산 부부도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있단 얘기다. 

연인 사이의 침묵은 '발암물질'이다. 그냥저냥 운이 좋아 잘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훗날 그 침묵이 치료가 어려운 암을 유발하고, 고통스럽고 긴 치료의 시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인가, 나보다 열 살쯤 많은 커플을 알고 지낸 적이 있는데, 둘은 연락도 잘 하지 않고 만나는 횟수도 많지 않았다. 그렇게 지내도 괜찮은지 궁금해 그 둘의 연애에 대해 물은 적이 있는데,

"이런 게 플라토닉 러브야. 꼭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만나지 않아도 함께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거지."


플라토닉은 개뿔. 반 년쯤 지났을 때, 둘은 서로에게 고생대 화석같은 존재가 되어 헤어졌다. 그냥 딱 봐도 서로 먼저 연락하길 바라며 방목하고, 연락이 없으면 애써 자기 위안했으면서, 왜 초조함을 감추면서 까지 둘은 침묵을 했을까. 그들은 나이가 들어서 하는 사랑은 그렇게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이 많은 커플부대원들의 사연을 보면 1순위로 꼽을 수 있는 문제가 바로 이 '침묵'과 '방목'이다. 나이가 든다고 감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왜 표현에 그리 인색한가. 애들이나 하는 거라며 접어 둔 것들과,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절제한 것들, 다는 아니지만 적어도 절반 정도는 감정을 표현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자. 어른스러운 연애란, 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이 많은 솔로부대원들에게 이야기를 좀 하자면, 안 그래도 나이가 들며 사적으로 이성을 만날 일이 적어지는데, 동호회 활동을 하든 종교모임에 나가든 어학원을 다니든 그 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자. 그렇다고 나이를 잊고 막 나서라는 얘기가 아니라 눈팅만 하고 있진 말자는 거다. '자신'이라는 집 안에만 있는 사람에게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창 밖의 일이 되어 버린다. 문을 열고 나가자. 당신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온 몸으로 맞이하는 거다.


3. 결혼 때문에


"웃어라, 그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그럼 너 혼자만 울 것이다."로 시작하는 시 <고독>의 작가 엘라 휠러 윌콕스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정이 바탕이 되지 않는 모든 사랑은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다."

- 엘라 휠러 윌콕스


결혼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위의 한 문장으로 다 요약된다. 많은 대원들이 결혼이나 연애를 통해 '안정'을 찾으려 하지만, 둘 만의 기반이 만들어지지 않은 관계는 단순변심으로 인한 구매취소만큼이나 쉽게 끝날 수 있다. 결혼이 먼저가 아니라, 안정이 먼저라는 얘기다.

안정을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서로의 언어를 먼저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상대'라는 세계로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면, 말이 통하지 않는 그 세계에서 홀로 외로움에 떨게 될 위험이 크다. 무작정 뛰어들어 깨지고 부서지며 익힐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떠난 사람들의 마음엔 '포기'라는 커다란 구멍이 뚫리지 않았는가. 이 글을 읽는 대원들의 마음엔, 사시사철 찬바람 드는 '포기'의 구멍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나이는 점점 많아지는데, 연애경험이 없어서 고민인 대원들에겐 일단 부딪히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문제집을 사 놓고 풀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처럼, 연애에 대해 계속 생각만 해서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크고 아름다운 헛발질이라도 좋으니 일단 힘차게 하자. 이번에 헛발질을 했으면, 다음 번에는 제대로 맞출 수 있을 거고, 만약 또 헛발질을 또 했다 해도 그 다음 기회가 있으니 말이다.

움직이자. 덮어 놓은 지 오래 된 일은 시간이 지날 수록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 커질 뿐이다. 오늘 전화를 걸고, 오늘 만나고, 오늘 대화하자. 그럼 내일은 그대가 생각하는 행복에 한 발짝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 어제,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에 매뉴얼을 빼먹어 죄송합니다. 짜릿한 주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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