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보기  댓글쓰기
그러니까 바다 입장에선 억울한 거다. 빈약한 몸을 해가지고선 찾아온 연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해 놨더니, 실컷 먹고 마시고 잘 놀던 연어는 "나 이제 산란하러 가 봐야해. 잘 있어."라며 강을 찾아 간다. 내게 사연을 보내는 일부 여성대원들도 이처럼 '회귀본능'을 보이는 심남이(관심 있는 남자)때문에 바다처럼 퍼렇게 멍이든 듯 보인다.

심남이가 말이라도 안 했으면 가슴 아픔이 덜할 텐데, 예전에 사귀던 여자애는 나쁜 애라느니 아무것도 모르고 잘해 줬던 것이 후회가 된다느니 하며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 놓곤, "나 예전 그 애랑 다시 만나. 미안해."라며 연락두절. 피곤하다. 이런 피곤한 일들은 대체 왜 생기는 걸까? 혹시, 간 때문일까?(응?)

회귀본능을 가진 심남이와 심남이의 옛 여친, 그리고 피곤과 간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1. 사실 그는, '정지'가 아닌 '일시정지' 중

연애에는 '데이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서로 떨어져서 시간을 좀 갖자."라든가 "당분간 연락하지 말고 지내보자.", 혹은 "우리 헤어지자."도 포함되어 있다. 쉽게 말해, 서로의 관계에 공휴일을 보내는 중인 '심남이'를 만났을 경우, 그는 '옛 여친'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
 
분노와 미움은 시간에 쉽게 녹는다. 몇 시간 전 까지만 해도 난 우리집 앞에서 시동을 걸어 놓고 있는 차 때문에 마음속으로 범죄소설을 쓰고 있었다. 삼십 분 쯤 시동을 거는 것이라면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었나 보다, 하며 이해해 줄 수 있겠지만 두 시간 넘게 시동을 걸고 있는 걸로 봐선 차에서 히터를 켜 놓고 잠이 든 듯 했다. 헤드폰을 낀 채 음악도 들어보고 안방으로 자리를 옮겨 누워도 있어 봤지만 웅웅웅웅 거리는 소리를 떨쳐내지 못했다.

참을 인자 19개를 새기고 난 뒤, 난 옷을 챙겨 입었다. 현관문을 나서며 그동안 봉인해 두었던 '1옥타브 낮은 목소리'가 잘 나오나 시험해 봤다. 손등을 상대 쪽으로 둔 채 유리를 두드리는 것은 너무 가냘픈 느낌이 드니 '나 화났다.'는 것을 확실히 표현하기 위해 차 앞쪽의 보닛을 손바닥으로 두드리기로 마음먹었다. '두 번 두드리는 것이 좋을까, 세 번 두드리는 것이 좋을까.' 라는 고민을 하다 세 번은 너무 촐싹맞은 것 같으니 '무거운 느낌으로 텀을 좀 둔 두 번.'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차의 앞 쪽으로 다가가는 바로 그때,

차의 시동이 꺼지며 두 남녀가 내렸다. 난 차까지 다섯 걸음 정도를 남겨 둔 상황. 두 사람은 차에서 내리며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날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이..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하며 난 그대로 그 둘을 가로질러 쓰레기 분리수거장까지 걸어갔다.

'나.. 뭐하는 거야?'

그 둘이 사라질 때 까지 난 '종이류'에 있는 박스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곤 부정출발을 한 육상선수의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튼 그렇게 해결이 되고 나니 마음속의 분노와 미움은 사라지고, 사랑과 평화가 찾아왔다.

연인들이 싸움으로 인해 마음에 분노와 미움을 품더라도, 그것은 시간에 녹아 점점 그 농도가 낮아진다. 당신이 친한 친구와 싸운 직후엔 다신 안 보리라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며 다시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까닭에 이제 막 연애를 끝마쳤다는 상대와 만날 땐, 그 순간의 감정에 확신이 들더라도 '베타기간'을 갖길 권한다. 빨리 가려다 잘못 가는 것보다, 늦게 가더라도 바르게 가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이니 말이다.


2. '옛 여친'이란 존재

많은 여성대원들이 '심남이의 옛 여친'을 그저 '과거에 심남이 옆에 있었던 들러리' 정도로 생각하는데, 그건 큰 오산이다. 지금 상황에서 당신이 '직장동료'라면 심남이의 옛 여친은 '학교동창'정도의 레벨이다. 심남이와 당신이 친해지고 있는 시점이라 해도, 옛 여친의

"잘 지내지? 직장생활은 어때? 사람들은 괜찮아?"

라는 연락 한 번에, 당신과 심남이의 관계는 '직장사람'정도로 한 없이 가벼워 질 수 있다. 당신이 옛 친구와 이야기를 할 때, 그 커다란 심남이를 그저 '그 남자'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얘길 하면 또, "전 심남이가 여자친구 사귀기 전 부터 알고 지낸 사이거든요?"라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짓는 대원들이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집을 가 본 적 있는 사람''그 집에 살던 사람'의 차이는 크다.

게다가 알게 된 시기와 관계없이 심남이의 '놀부 프로세서'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옛 여친에게 누군가 고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옛 여친이 누군가와 사귄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놀부 프로세서'를 가진 심남이들은 배가 아프기 마련이다. '있을 땐 몰랐던' 부분들까지 하나 둘 발견하며 '옛 여친의 재해석'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미니홈피'가 '놀프 프로세서'를 부추기게 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메일, 문자, 메신저 등등 우리는 충동을 빠르게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이 문제는 심남이 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동은 심남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옛 여친의 '팥쥐 프로세서'가 발동해 "잘 지내?"라는 문자를 보낼 수도 있다. 이걸 시원하게 쳐서 경기장 밖으로 날려야 하는데, 우물쭈물 하다가 몸에 맞고 걸어 나가는 심남이들이 많다. 아,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얘긴데 옛 여친에게 온 메일에 답장을 보냈다가 아내에게 걸려 집안에 쓰나미가 왔다는 사연을 보낸 대원 분은 어서 아내에게 삼보일배로 다가가길 권한다.

지난 시간에 이야기 했던 '비교'도 문제가 된다. 지금 막 알아가는 사람은 자연히 예전에 옆에 있던 사람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 전의 기억이 끔찍했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위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은 감정의 풍화작용이 일어날 것이고, 그건 옛 여친에게 가산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별 후에는 한뼘 더 자라는 까닭에,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란 후회로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부를 수 있다.

매뉴얼의 특성상 좀 극단적인 부분을 적어 둔 것이니 너무 겁먹진 말길 권한다. 이 매뉴얼을 보곤 '옛 여친 공포증'같은 증상을 보이며, 심남이의 모든 행동을 '회귀본능'과 연관시키진 않았으면 한다. 그저 경우의 수를 여러 개 두란 거다. '절대 이럴 순 없어.'라고 생각하면 크고 아름다운 헛발질만 하게 되는 법이다. '이럴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음에 에어백을 달아두자. 


두 가지만 더 적어 두자면, 절대로 자신의 연애사를 늘어 놓으며 신음하는 사람과는 길게 이야기 하지 않길 권한다. 정말 아픈 사람은 그렇게 앉아서 증상을 설명할 기력이 없는 법이다. 그건 그저 상대의 '레퍼토리'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으며, 상대는 상상과 추측과 왜곡이 더해진 그 이야기를 현실과 혼동하고 있을 위험이 있다. 

그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며 친해진다고 해봐야 결국은 '상담사'의 역할만 하게 될 수 있다. 둘 사이에 진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은 훗날 당신이 다시 떠올리게 되면 터지는 '지뢰'가 되어 당신을 괴롭힐 것이다. 정말 괜찮은 상대가 연애사를 늘어놓으려고 하거든, 캐내려고 하지 말고 "앞 페이지는 넘어갔으니까, 지금 페이지를 보는 건 어때요."라고 상콤하게 애기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에게 아무리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벙커'가 되진 말았으면 한다. 벙커는 외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 때만 찾는 장소다. 밖이 혼란스러우면 찾아와 몸을 숨기지만, 밖이 다시 잠잠해지면 당연한 듯 벗어난다. 이러한 '벙커' 역할만 하고 있는 솔로부대원들이 꽤 많다. 당장 그 어둡고 습한 곳에서 나와 양지 바른 곳에 자신을 두자. 둘의 관계를 공개할 수 없는 사이라는 건 대개 '벙커'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이런, 다 적고 보니 피로와 간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은 것 같다. 그 얘기는 나중에 시간이 나면 다시 이어서 하기로 하자. 아무쪼록, 화내면 혼자 바보 될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돌아서자니 그것도 혼자 바보 되는 것 같은 '바보 딜레마'에 빠진 대원들이 툭툭 털고 힘차게 월요일을 시작할 수 있길 바라며!



▲ 힘차게 월요일을 시작하실 분들은 위의 추천버튼을 눌러주세요! 추천은 무료!




<연관글>

연애할 때 꺼내면 헤어지기 쉬운 말들
바람기 있는 남자들이 사용하는 접근루트
친해지고 싶은 여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찔러보는 남자와 호감 있는 남자 뭐가 다를까?
앓게되면 괴로운 병, 연애 조급증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신고
이전 댓글 더보기

고돌희2011.03.08 11:1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과거는 과거,
잘 덮어서 땅속깊이 묻어야하는데-
구제역땜에 묻어놓은 돼지들이 가스가 차서 땅으로 올라올꺼라는 얘기처럼,
가끔씩 펑펑 올라오는 과거의 쓰린기억은,,,
정말 어찌할 수가 없어요 ㅋㅋㅋ
내 생각인데, 내 뇌가 컨트롤을 할 수가 없음 ㅠㅠ ㅋㅋ
디도스때문에 컴터 자제하다가 오늘 들어와서 읽었네요-ㅎ
어제 들어왔었는데 티스토리가 어찌고 저찌고 오류가 어쩌고 저쩌고,,ㅠ
무서워서 인터넷 거의 안했다능 ㅠㅠ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

2011.03.08 12:43

수정/삭제 답글달기

비밀댓글입니다

오르뎅2011.03.08 20:16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는 이미 결혼을 했지만 옛날 기억은 가끔씩 나곤 합니다.
전혀 안난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요...

회전목마2011.03.09 10:1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오마나, 하루 노멀로그를 체크 안 했더니 읽을 게 정말 많네요
맛있는 걸 안 먹고 참고 있다가 한꺼번에 먹는 흐뭇한 기분? ㅎㅎㅎ
이번 글에는 무한님 '적절한 비유 제조기'가 평소보다 두 배로 가동한 거 같아요! 상콤하고 쫄깃하네요 ㅋㅋ
시간이 약이라는 말에 어제 이 시간에 친구한테 너무 속상했던 일이 생각나요.
그 땐 분명 참 괘씸하네, 치사하네, 다신 말도 안 할 것처럼 투덜댔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정말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어요 ㅋㅋㅋㅋㅋ
맘에 에어백 빵빵하게 달고 살아야죠~

까임2011.03.09 16:18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내가바로 옛여친2011.03.09 20:0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나 옛여친인데 심남은 나에게로 돌아오라
권태기에 어이없게 헤어진 우리
난 받아들여지지두 않아ㅜㅜ
이 글 안타까운 글인데도 나한텐 조금 위안스럽다
남자들 진짜 바부들이야!

뚜루띠리2011.03.10 11:5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ㅋㅋㅋ무한님 너무 귀여우시군요
덕분에 기분좋게 웃었습니다
늘 좋은 얘기 감사해요^^

참참참2011.04.08 17:3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너무 맘에 와닿습니다..

와서 보고 와서 또보고 참 모르겟습니다

울고 불고 할땐 언제고 시간을 갖자니...

그럼 또 옛여친에게 가능건가요?

이제 정말 마침표를 찍어야 겟습니다

아픈게 불안한거 보단 나은것 같습니다

ㅜ.ㅜ

참참참2011.04.08 17:3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너무 맘에 와닿습니다..

와서 보고 와서 또보고 참 모르겟습니다

울고 불고 할땐 언제고 시간을 갖자니...

그럼 또 옛여친에게 가능건가요?

이제 정말 마침표를 찍어야 겟습니다

아픈게 불안한거 보단 나은것 같습니다

ㅜ.ㅜ

삼층2011.05.28 23:1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어느새 마음을 너무나 많이 줘버렸는데
옛사람에게 간다는 그사람.
진짜 넘 미워서 쿨하게 잊어주려했는데
아직도 이런글 읽으며 자꾸 상처난데 또 긁고있는 저도 참 바보같네요
언제쯤이면 저도 진짜 알짜배기를 만날 수 있을까요,

dior sunglasses2011.08.15 14:3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우와 이틀연속 4등이로군요!
순위권의 기분이란.. 후후
전 일단 좋은 오빠동생 사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지만요

Chris2011.08.20 01:1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님 좀 짱인 듯 ^^

고고씽2011.10.13 11:2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이럴땐... 상처받은 여자..바보여자는 어떻게 해야 가장 현명한걸까요?
진짜 상처가 아물지 않네요...
그옛여친이라는 분 저한테 문자로 고맙다고 하더군요... ㅠ 미친 도라이 년놈들어떻게 하는것이,,,

둘이 아예 개무시?
아님... 가서 싸대구 한판 때리고 오기?
좋은님들아...
해결책좀....

딸기밭2011.10.22 14:3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이 매뉴얼을 이제야 보다니.

흐미. 난 벙커였던 게야. 눈물 쓰윽-

comment le reconquérir2011.11.02 23:4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집에 오래오래 살던 사람에게로.

comment sauver son couple2011.11.02 23:4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흐미. 난 벙커였던 게야. 눈물 쓰윽-

faire revenir son ex2011.11.02 23:4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님... 가서 싸대구 한판 때리고 오기?

Minecraft Minimap2011.11.14 23:0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좋은 게시물, 그들이 온것을 보관하십시오.

2012.02.24 22:3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벙커에서 벗어나는 법도 있을까요?ㅜㅜ

티나킴2012.12.14 19:4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제가 바로 그 벙커.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댓글은 무료로(응?), 별도의 가입이나 로그인 필요 없이 남기실 수 있습니다.
사연은 공지(클릭)를 읽으신 후 신청서에 적어 메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