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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연애경험 없는 여자들을 위한 다가감의 방법

by 무한 2012. 11. 22.
연애경험 없는 여자들을 위한 다가감의 방법
첫 직장을 갖기 위해 면접을 갔다고 해보자. 회사 건물에 가까이 가는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엘리베이터에서 큼큼, 하며 목을 털어내 목소리가 새지 않게 한다. 회사가 있는 층에서 문이 열리자, 도우미가 면접 장소가 우측이라며 안내해 준다. 대기실에 두더지처럼 앉아있던 다른 지원자들이 스윽, 한 번 이쪽을 바라본다. 손아래가 분명할 듯한 도우미가 다가와 녹차와 커피 중 어느 것을 마시고 싶냐고 묻는다. 평소에는 커피를 마시지만, 여기선 왠지 반대로 행동해야 할 것 같아 녹차를 달라고 한다. 잠시 후 녹차를 준비해 온 도우미가 웃으며 차를 내민다. 면접관들, 다 좋은 분들이시니 긴장하지 말라는 조언과 함께. 분명 나보다 어릴 것 같은데 얘는 어쩜 이렇게 말도 잘하고, 행동에 거리낌도 없는 걸까.

따뜻한 녹차를 마시니 몸이 녹으며 요의가 느껴진다. 도우미에게 화장실이 어딘지 물어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에 취직하면 이 화장실을 사용하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볼일을 보고 세면대로 향한다. 세면볼이 여느 곳처럼 매립되어 있지 않고 세면대 위에 올려져 있다. 그리고 비누 대신 거품이 나오는 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이런 것들까지가 다 새롭다. 그저 한 번 들렀다 가는 이방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계속 이 화장실을 사용하게 될 직원이 될 것인가. 화장실 문을 닫고 나오는데 다시 가슴이 빨리 뛴다.

딱 저 정도의 느낌. 연애경험 없는 여자들은 이성을 대할 때 설렘과 불안, 긴장과 낯섦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가진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고, 그녀들의 시간은 천천히 간다. 집에 돌아와선 자신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잘 떠올리지 못하는 부분기억상실까지 느끼기도 한다. 대신 또 어느 부분들은 팬 포커스로 찍은 사진처럼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대부분 이게 '좋지 않은 기억'이라, 잠자려고 누웠을 때쯤 떠올라, 이불에 하이킥을 날린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신줄을 놓지 않고 이성에게 다가가는 방법, 오늘 함께 알아보자.


1. 상대의 신체와 관련된 이야기로 풀어 나가라.


남자는 누군가에게 들었던 칭찬의 말을 동력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장담하는데, 대여섯 명의 사람에게서 그림 잘 그린다는 얘기를 들은 남자는, 평생 자신의 옆에 '그림 그리기'를 둘 것이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화가 대신 직장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는 마음속에 늘 '여유로워지면, 난 그림을 그릴 거야.'라는 생각을 품고 있을 것이다.

만약 그 칭찬을 이성이 한 것이라면, 대여섯 명일 필요도 없이 한 명으로 충분하다.

"오빠 목소리랑 이 <외출>이란 노래, 참 잘 맞는 것 같아요."


저 말 한 마디로 그는, 평생 노래방에 갈 때마다 <외출>을 부를 것이다.

상대에게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이 방법을 활용하자. 상대와 처음 만난 사이거나, 아직 가까워지기 전이라면 '신체'에 관련된 칭찬으로 자연스레 풀어갈 수 있다.

"우와, 손가락 정말 길다. 이렇게 손가락 긴 남자 처음 봐요."
"눈, 검은자가 굉장히 커요. 강아지 눈동자 같아요."
"콧날이 되게 오똑하세요. 코 잘생기셨다는 얘기 많이 들으시죠?"



치열이 고르다거나 목소리가 좋다는 얘기, 뭐가 되었든 상대에게서 가장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콕 집어 이야기 하면 된다.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상대를 평가할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찬 여자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남자 울렁증' 때문에 자의식의 세계에서 혼잣말만 하는 대원들 역시 마찬가지고 말이다.

저렇게 칭찬만 덩그러니 하는 걸음마 수준을 벗어났다면, '링크'를 걸기 바란다. 칭찬에다가 자신의 얘기를 섞는 거다. 대략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우와, 손가락 정말 길다. 이렇게 손가락 긴 남자 처음 봐요.
(상대가 웃으며 자기 손가락 한 번 바라보곤 쑥스러워 하면)
피아노 '도'에서 어디까지 닿아요? 궁금하다.
전 예전에 피아노 배우다가 새끼손가락이 짧아서 좌절했었거든요.
체르니까지만 배우고 그만뒀는데 블라블라."



상대가 피아노를 배운 적 있으면 자연히 피아노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고, 피아노를 배운 적 없더라도 남자는 자신의 손을 볼 때마다 저 칭찬과 함께 그대의 피아노 얘기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피아노 독주회 포스터를 보면 그대가 떠오를 수도 있고 말이다. 그렇게 하나 둘씩 링크를 이어 나가길 권한다. 지금 내 책상 위에 있는 모든 물건은 공쥬님(여자친구)과 링크 되어 있다. 그대는 지금 겨우 하나의 링크를 걸 뿐이지만, 촘촘하게 링크를 걸다 보면, 언젠간 둘의 영혼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2. '철든 모습'을 보여줘라.


마음에 둔 남자와 같은 모임에 있다면, 그에게 '살림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권한다. 모임 사람들과 놀러가서 다과를 먹을 때, 먼 쪽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쪽의 과일을 쟁반에 담아 나눠주는 모습만 보여줘도, 그 모습에 호감도가 상승한다.

'누군가 하겠지 뭐.'


라고 생각하며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일을, 바로 그대가 하란 얘기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람을 위해 그 사람 몫의 간식을 따로 챙겨 둔다거나, 상대가 수고하고 있다는 걸 얼른 알아채 도움을 주거나 격려하는 여자. 상대에게 '호감' 정도가 아니라 '감동'을 줄 수 있는 여자다. (단, 공치사를 하거나 들떠서 여기저기 참견하는 건 금물이다. 그랬다간 그냥 푼수가 되고 만다.)

언어생활에서도 '철든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철이 없으면 '이상형'을 말할 때에도 그 철없음이 쉽게 드러난다. 철없는 여자들은 자신의 이상형을 말하며 남자에 대한 선입견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 선입견들이 모두 자신의 과거를 추측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걸 모른 채 말이다.

그녀들은 또 자신의 호불호가 분명한 걸 자랑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딴에는 상대에게 자신을 알린다고 하는 얘긴데, 안타깝게도 그 호불호가 그녀를 작은 사람으로 만들고 만다. 타협하거나 조율할 수 있는 부분들이 점점 작아지며 그것이 그녀의 한계로 보이는 것이다.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다면,

"전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사람이에요."


라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하는 남자를 떠올려 보면 된다. 그가 멋지고 강해 보이는가? 저 얘기와 더불어 그가 "혈액형 뭐예요? B형? 아 B형 여자 자신 없는데~"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해보자. 앞에서는 왜 B형 여자를 자신 없어 하는지 물을 수 있겠지만, 속으로는 그에게서 로그아웃 하겠다는 생각을 할 것 아닌가.

하나 더. 자신을 개그소재로 삼는 것 역시 '철없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소개팅 나간다니까 친구들이 저보고 말 많이 하지 말래요.
가만히 있으면 지적으로 보이는데, 입 열면 깬다고. 하하."



저 이야기를 꺼내서 얻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내가 봤을 땐 '깨는 여자'라는 이미지 말고는 얻을 게 없다. 유연한 사고와 배타적이지 않은 태도, 그리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 '철든 여자'의 특징임을 잊지 말자. 


3. '밥 한 번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의 느낌으로.


내가 생각하는 '정직한 다가감의 정석'은, SBS에서 방송 중인 <짝>이라는 프로그램의 5기(E07,E08. 이거 찾느라 고생했다.) '여자 6호'의 다가감이다.

여자 6호가 마음에 둔 남자는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여자에게 데이트를 신청해 단둘이 밥도 먹고 왔다. 보통 이런 상황에선 절망하거나 체념하기 마련인데, 여자 6호는 꿋꿋하게 버텼다. 아마 같은 기수의 다른 여자(실례가 될 수 있으니 밝히진 않겠다.)가 그 상황에 처했다면,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신세한탄이나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남자가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여자 6호는 그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남자는 정말 자신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게 맞냐며 놀란다. 그가 여자 6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이름과 직업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전혀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단 얘기다. 여기서도 '역시, 가능성은 없는 건가 보다.'하며 괜히 자존심 상하는 짓을 해 버렸다고 자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 6호는 또 버텨냈다. 그녀는 그와 단둘이 모닥불 앞에 앉아

호감이 있어서 쭉 지켜봐 왔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괜찮은 분이라 생각했다.
밥 한 번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라는 뉘앙스의 고백을 했다. 절제된 진심이며, 상대를 배려한 표현이다. 바로 그 점에 주목하길 권한다. 떠넘기듯 부담을 주며 고백하거나, 속상하다고 징징거리거나, 얼른 대답을 듣고 싶다고 재촉하지 않았던 것을 말이다. 남자는 최종선택에서 그녀에게 구애했다.

상대에게

"나에게 관심 좀 주세요. 제에발~"


이라는 얘기를 돌려서 말하고 있는 대원들을 말리고 싶다. 매일 물어오는 안부만으로도 상대는 그대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테니, 그렇게 해답지 다 보여준 다음에 "답이 뭔지 궁금하지 않아요?"라는 연기 할 필요 없다.

그리고 당장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 다가가자.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 딱 좋은 목표 아닌가. 전화 통화나 만남은 다 생략한 채 '그가 날 이성으로 생각하며 호감을 가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세워두면, 신에게 기도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여자가 먼저 연락하면 남자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면 안 좋은 건가요?" 이런 얘기들만 하는 짝사랑 전문과정은 이제 졸업하자.


조금 둔해도 괜찮다. 다가감에 있어선 오히려 예민한 것보다 둔한 것이 낫다. 물론 이 '둔함'이 '센스 없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이걸 설명할 좋은 예가 있는데, 지난달에 솔로부대를 전역한 한 여성대원의 사연이다.

그녀는 심남이(관심 있는 남자)와 성당에서 만났다. 그게 둘의 첫 만남은 아니다. 2년 전 둘은 업무 때문에 회사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거래처 직원'의 관계로 말이다. 보통 이런 경우 운명이라 생각해 빠져들기 마련인데, 그녀는 심남이에게 인사만 하고 서로 구면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그가 먼저 "우리 아는 사이죠?"라는 말을 꺼내기 전까지.

이후 그녀는 매뉴얼에서 추천한 적 있는 '부탁'을 활용해 그에게 다가갔다. 그에게 작은 부탁을 하고, 보답으로 식사를 대접했다. 그럼 또 그는 밥 얻어먹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영화를 사고, 다시 그녀가 영화에 대한 보답으로 차를 사고, 뭐 그런 식으로 만남의 횟수를 늘려갔다. 그녀는 상대와 생각보다 많은 공감대가 있다는 것에 들떴지만, 매뉴얼을 통해 강조한 '여유'를 생각하며 무턱대고 마음을 표현하진 않았다. 난 무엇보다 그녀가 만남의 과정을 통해 상대를 파악했고, 그걸 잘 활용했다는 점을 칭찬해 주고 싶다. 예컨대 식사를 함께 하며 그녀는 심남이가 물을 많이 마신다는 걸 파악했는데, 자신의 물컵에 물을 일부러 남겨두었다가 심남이 컵에 따라주는 식으로 대처했다. 참 귀엽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가 여섯 번째 만남에서 고백을 했는데 그녀가 고백인 줄 몰랐다는 거다. 감기에 걸린 그녀에게 심남이는 죽을 사다주며 편지에 '지켜주고 싶다'는 말이 담긴 고백편지를 넣었다. 그런데 그녀는 거기에 "오빠 정말 고마워~ 오빠 복 받을 거야!"라고 대꾸했다. 승낙인지 거절인지 갈피를 못 잡았던 심남이는 며칠 뒤 다시 고백했고, 둘은 연인이 되었다.

난 어서 그대의 솔로부대 전역사연도 소개하고 싶으니, 오늘의 이야기를 참고해 조만간 블링블링한 러브스토리를 보내주길 바란다. 자랑 실컷 해도 좋으니 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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