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 꺼내면 헤어지기 쉬운 말들
매뉴얼을 통해 솔로부대원들에게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걸 요즘 내가 꽂혀있는 '자전거'를 통해 비유하자면, '자전거 구입' 정도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전거 구입이야 사고 싶지만 살 수 없는 안타까움에서 발생하는 '마음 고생'이겠지만, 자전거를 사서 타다가 넘어지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심각한 부상'까지 당할 수 있다.
뭐, 괴로움의 레벨을 정해 어느 쪽이 더 괴로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군대를 다녀온 대부분의 남자들이 "내가 있던 부대는 진짜, 어후, 끝나." 라며 짬타이거(취사장에서 나오는 잔반 먹는 고양이, 짬밥을 많이 먹어서 호랑이처럼 보인다.)에 대한 이야기나 밖에서 소변을 보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얼어버리는 이야기, 그리고 추위 때문에 온도계가 터져 버리는 이야기 들을 하는 것처럼 연애에 대해서도 "짝사랑 해 봤어요? 안 해 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라거나 "짝사랑은 양반임. 난 어장에서 7년째 수영중." 라는 이야기들로 의미 없는 레벨 경쟁이 될 것 같으니, '내가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에겐 "네, 당신이 최고네요."라며 가볍게 넘기도록 하겠다.
어쨌든 오늘은, 저질러 버리고 알게 되면 너무 늦을, '연애할 때 꺼내면 헤어지기 쉬운 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커플부대원으로 기념일 계산을 하다 하루아침에 솔로부대로 복귀한 대원들의 '크고 아름다운 말실수'도 포함되어 있으니, 당장 '사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글이 아니라며 스킵하지 말고, 연애의 큰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함께 살펴보자.
시카고의 <Hard To Say I'm Sorry>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좋은 가사다. 저녁접속사 'Even'으로 시작하는 이 문장은, '연인들조차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휴일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인데, 대충 맥락을 짚어보면 화자가 상대에게 "우리, 생각할 시간을 좀 갖자."라는 이야기를 들은 듯하다.
소제목에도 적어놨지만, 생각할 시간을 가지려다 연애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기억의 파편을 더듬으며 생각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헤어지자."라는 극단적인 말 보다는 수위가 낮은 편이지만, 연애 시작 후 처음 보는 표정과 처음 듣는 냉담한 목소리, 딱딱한 활자로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말하는 것은 '마음의 단절'을 상상하게 만든다. 쉽게 말해, 덜컥, 겁을 먹게 만들 수 있단 얘기다.
서로에게 실망하는 점이 많아지는 '권태기'를 겪는 중에 이러한 이야기를 꺼냈다면, '계속 사귈 수 있을까? 그냥 지금이라도 헤어질까?'라는 고민에 영향을 끼친다. '역시, 우린 잘 안 맞는 거였어.'라는 생각을 불러오고, 이별이 사랑에 판정승을 거둔다. 이렇게 찾아온 이별을 되돌리기엔 월드컵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인해 재경기를 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지기로 하는 것은 서로 '같은 시기'에 시작할 수 있지만, '생각완료(응?)'의 시간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숙희씨가 생각을 완료하면 창식씨가 생각 중이고, 창식씨가 생각을 완료하면 다시 숙희씨가 생각 중이란 얘기다. 그리고 그 중간에 지혜씨나 만수씨가 끼어들어 이런 얘기를 한다.
"지금까지 연락이 없었다는 건, 마음이 없다는 증거야. 그냥 정리해."
꼭 누가 끼어들지 않더라도, '더 괜찮은 사람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어 상대가 살던 마음의 방을 허무는 경우도 있고, '생각할 시간'이 필연적으로 '밀고 당기기'가 되어 한 쪽이 질질질 끌려가는 경우도 있다. 일주일 이라거나, 한 달, 또는 몇 개월 정도의 기한을 정해 놓고 그 기한 전에 둘 다 '생각 완료'가 되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불씨를 꺼트리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연인들에게도 휴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그건 굳이 계약하듯 입 밖으로 꺼내 정할 필요가 없다. 상황에 맞게 서로 강약 조절하면 되는 거다. 생각할 시간은 흘러넘치도록 많으니, 상대를 밖에 세워두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지 말란 얘기다. 무섭고, 불안하고, 두려운 동굴 밖에 상대를 혼자 두지 말자.
세 종류의 '몰랐어' 멘트를 보자.
사과를 위한 두 번째 '몰랐어'는 좀 사용해도 괜찮겠지만, 되도록이면 다른 '몰랐어'와 함께 저 깊은 곳에 묻어두도록 하자.
연애를 하다보면 누구나 상대에 대해 실망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지난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서로에 대한 100%의 호감도는, 시간이 갈수록 브레이크 패드처럼 계속 줄어들 뿐 더 생겨나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물론, 상대에 대한 '업데이트'로 해결가능한 부분이지만 이번 매뉴얼에서 다루는 부분과는 거리가 있으니 넘어가자.) 실망하는 부분들에 대해 상대에게 알리는 것은, 서로 누가 더 실망을 많이 하는가에 대한 배틀로 이어질 수 있고, 상처가 되어 중금속처럼 상대의 몸에 쌓이게 만들기도 한다.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부분을 대화로 풀어 나가는 것은 추천하지만, 무책임하게 날카로운 말을 던지지는 말자.
아주 오래 전 발행한 글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오징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노부부는 50년을 함께 살며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오징어 다리를 좋아하는 줄, 그리고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몸통을 좋아하는 줄로 잘못 알고 있었다. 할머니가 늘 자신이 좋아하는 몸통을 찢어 할아버지에게 먼저 주니, 할아버지는 다리를 더 좋아하면서도 할머니가 다리를 먹고 싶어서 할아버지에게 몸통만 주는 줄 알고 말없이 드셨던 것이다.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를 보면서 몸통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말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연인이라 해도, 상대에 대해 다 알 수는 없는 법이다. 사귀다 보면 상대의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자신이 아는 모습을 상대의 본모습이라고 여기겠지만, 늘 얘기하듯 손가락도 하나가 아닌데 어찌 마음이라고 하나겠는가. 그 상황, 그 시기에 보인 상대의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자. 지금 알고 있는 것이 상대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말고 말이다. 잘 안다고 생각해서, 편하다고 생각해서 가볍게 꺼낸 말에 상대가 상처를 받으면 "네가 그렇게 받아들일 줄 몰랐어."라며 사과하겠지만, 그런 일들이 잦아진다면, 둘은 '모르는 사이'로 바뀔 수 있다.
세 번째 "나 원래 이런 거 몰랐어?"는 긴 말 안 해도 알 거라 생각한다.
감정과 관련된 멘트들은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하다보면 다음 월드컵이 시작할 때 까지도 글을 마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대표적인 멘트 몇 가지만 살펴보자.
상황에 대해, 사람에 대해, 심한 경우 상대에 대해서도 짜증난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뱉는 사람들이 있다. 뭐, 습관적으로 짜증을 내는 분은 조만간 이별한 후 그동안 자신이 바보였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에게 짜증을 내거나, 위태위태한 연애를 하며 눈물 콧물 다 빼는 시간이 될 거라 예상되기에 긴 말 하지 않겠다. '내 입장'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라도, 옆에 있는 상대에겐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여질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엄마에게 사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멘트다.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일이 거의 없으며, 잔소리 센서가 발달한 까닭에 바람만 불어도 예민하게 울어대는 자동차 경보기처럼 상대의 말을 끊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다. 이 멘트로 불편한 순간을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상대는 당신 앞에 세워진 거대한 벽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무슨 말인지 다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별 후에는 왜 헤어졌는지 모르게 될 것이 뻔하니 이 '단절의 벽'을 세우지 말길 바란다.
딱히 멘트를 정하기 어렵지만, 어딜 가든 함께 있기 불안한 '시한폭탄'같은 모습도 문제가 된다. 특히 어깨에 힘주고 길가는 사람들과 눈싸움을 즐기는 꼬꼬마 대원들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간단히 생각해보자. 언제 터질 줄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사람과 누가 함께하고 싶어 하겠는가? 술자리에선 언제 사고칠지 모르고, 길거리를 함께 걸을 때도 불안에 떨어야 하는 연애는 아무도 하기 싫을 것이다. 다짜고짜 메신저로 "연애상담 안 하시는 거 아는데,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제가 다시 잡아야 하는지, 아니면 접어야 하는 지, 그것만 대답해 주세요."라고 말 거신 분, 대화명에 써있는 욕부터 지우자.
이 외에도 여러 멘트들이 있지만 더 열거하면 시험범위 설명 듣는 고등학생의 표정을 지을지 모르니 이 정도로 마무리 하자. 위에서 한 이야기들을 외우거나 스스로의 금칙어로 만드는 노력까지 할 필요는 없다. 아주 기본적인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만 잘해도 말이 부르는 이별은 8할이 예방된다.
아, 이건 중요하니까 알아두자. 이쪽에서 실수를 하지 않더라도 상대가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 상대가 자전거로 들이 받았다고 해서 자동차를 끌고 가 상대를 치진 말자. 감정싸움으로 번져 누가 더 상대에게 큰 상처 입히는 지 경쟁하는 커플들이 종종 있는데, 그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남는 건 찢긴 마음뿐이다.
그렇게 서로를 보고 싶어 하던 두 사람이, 이젠 세상에서 제일 마주치기 싫은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헤어지고 나서야 뭐가 문제였는지를 알게 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고 말이다. 연애의 시작이 '나'를 어필하는 것이라면, 연애의 진행은 '나'를 되돌아보고 다듬어가는 과정이다. 가시 돋친 자신의 모습은 생각하지 않고 상대가 안아주지 않는다며 투정부리지 말자. 연애의 끝이 찾아오는 이유는 못난 모습 때문이 아니라 모난 모습 때문인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 임금님 귀 당나귀 귀 사연은 normalog@naver.com 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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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을 통해 솔로부대원들에게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걸 요즘 내가 꽂혀있는 '자전거'를 통해 비유하자면, '자전거 구입' 정도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전거 구입이야 사고 싶지만 살 수 없는 안타까움에서 발생하는 '마음 고생'이겠지만, 자전거를 사서 타다가 넘어지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심각한 부상'까지 당할 수 있다.
뭐, 괴로움의 레벨을 정해 어느 쪽이 더 괴로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군대를 다녀온 대부분의 남자들이 "내가 있던 부대는 진짜, 어후, 끝나." 라며 짬타이거(취사장에서 나오는 잔반 먹는 고양이, 짬밥을 많이 먹어서 호랑이처럼 보인다.)에 대한 이야기나 밖에서 소변을 보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얼어버리는 이야기, 그리고 추위 때문에 온도계가 터져 버리는 이야기 들을 하는 것처럼 연애에 대해서도 "짝사랑 해 봤어요? 안 해 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라거나 "짝사랑은 양반임. 난 어장에서 7년째 수영중." 라는 이야기들로 의미 없는 레벨 경쟁이 될 것 같으니, '내가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에겐 "네, 당신이 최고네요."라며 가볍게 넘기도록 하겠다.
어쨌든 오늘은, 저질러 버리고 알게 되면 너무 늦을, '연애할 때 꺼내면 헤어지기 쉬운 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커플부대원으로 기념일 계산을 하다 하루아침에 솔로부대로 복귀한 대원들의 '크고 아름다운 말실수'도 포함되어 있으니, 당장 '사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글이 아니라며 스킵하지 말고, 연애의 큰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함께 살펴보자.
1. 생각할 시간 가지려다 평생 생각만 하게 될 수 있다.
시카고의 <Hard To Say I'm Sorry>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Even lovers need a holiday Far away from each other"
좋은 가사다. 저녁접속사 'Even'으로 시작하는 이 문장은, '연인들조차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휴일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인데, 대충 맥락을 짚어보면 화자가 상대에게 "우리, 생각할 시간을 좀 갖자."라는 이야기를 들은 듯하다.
소제목에도 적어놨지만, 생각할 시간을 가지려다 연애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기억의 파편을 더듬으며 생각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헤어지자."라는 극단적인 말 보다는 수위가 낮은 편이지만, 연애 시작 후 처음 보는 표정과 처음 듣는 냉담한 목소리, 딱딱한 활자로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말하는 것은 '마음의 단절'을 상상하게 만든다. 쉽게 말해, 덜컥, 겁을 먹게 만들 수 있단 얘기다.
서로에게 실망하는 점이 많아지는 '권태기'를 겪는 중에 이러한 이야기를 꺼냈다면, '계속 사귈 수 있을까? 그냥 지금이라도 헤어질까?'라는 고민에 영향을 끼친다. '역시, 우린 잘 안 맞는 거였어.'라는 생각을 불러오고, 이별이 사랑에 판정승을 거둔다. 이렇게 찾아온 이별을 되돌리기엔 월드컵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인해 재경기를 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지기로 하는 것은 서로 '같은 시기'에 시작할 수 있지만, '생각완료(응?)'의 시간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숙희씨가 생각을 완료하면 창식씨가 생각 중이고, 창식씨가 생각을 완료하면 다시 숙희씨가 생각 중이란 얘기다. 그리고 그 중간에 지혜씨나 만수씨가 끼어들어 이런 얘기를 한다.
"지금까지 연락이 없었다는 건, 마음이 없다는 증거야. 그냥 정리해."
꼭 누가 끼어들지 않더라도, '더 괜찮은 사람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어 상대가 살던 마음의 방을 허무는 경우도 있고, '생각할 시간'이 필연적으로 '밀고 당기기'가 되어 한 쪽이 질질질 끌려가는 경우도 있다. 일주일 이라거나, 한 달, 또는 몇 개월 정도의 기한을 정해 놓고 그 기한 전에 둘 다 '생각 완료'가 되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불씨를 꺼트리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연인들에게도 휴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그건 굳이 계약하듯 입 밖으로 꺼내 정할 필요가 없다. 상황에 맞게 서로 강약 조절하면 되는 거다. 생각할 시간은 흘러넘치도록 많으니, 상대를 밖에 세워두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지 말란 얘기다. 무섭고, 불안하고, 두려운 동굴 밖에 상대를 혼자 두지 말자.
2. 계속 모르면, 모르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세 종류의 '몰랐어' 멘트를 보자.
"네가 그럴 줄 몰랐어."
"네가 그렇게 받아들일 줄 몰랐어."
"나 원래 이런 거 몰랐어?"
"네가 그렇게 받아들일 줄 몰랐어."
"나 원래 이런 거 몰랐어?"
사과를 위한 두 번째 '몰랐어'는 좀 사용해도 괜찮겠지만, 되도록이면 다른 '몰랐어'와 함께 저 깊은 곳에 묻어두도록 하자.
연애를 하다보면 누구나 상대에 대해 실망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지난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서로에 대한 100%의 호감도는, 시간이 갈수록 브레이크 패드처럼 계속 줄어들 뿐 더 생겨나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물론, 상대에 대한 '업데이트'로 해결가능한 부분이지만 이번 매뉴얼에서 다루는 부분과는 거리가 있으니 넘어가자.) 실망하는 부분들에 대해 상대에게 알리는 것은, 서로 누가 더 실망을 많이 하는가에 대한 배틀로 이어질 수 있고, 상처가 되어 중금속처럼 상대의 몸에 쌓이게 만들기도 한다.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부분을 대화로 풀어 나가는 것은 추천하지만, 무책임하게 날카로운 말을 던지지는 말자.
아주 오래 전 발행한 글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오징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노부부는 50년을 함께 살며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오징어 다리를 좋아하는 줄, 그리고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몸통을 좋아하는 줄로 잘못 알고 있었다. 할머니가 늘 자신이 좋아하는 몸통을 찢어 할아버지에게 먼저 주니, 할아버지는 다리를 더 좋아하면서도 할머니가 다리를 먹고 싶어서 할아버지에게 몸통만 주는 줄 알고 말없이 드셨던 것이다.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를 보면서 몸통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말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연인이라 해도, 상대에 대해 다 알 수는 없는 법이다. 사귀다 보면 상대의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자신이 아는 모습을 상대의 본모습이라고 여기겠지만, 늘 얘기하듯 손가락도 하나가 아닌데 어찌 마음이라고 하나겠는가. 그 상황, 그 시기에 보인 상대의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자. 지금 알고 있는 것이 상대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말고 말이다. 잘 안다고 생각해서, 편하다고 생각해서 가볍게 꺼낸 말에 상대가 상처를 받으면 "네가 그렇게 받아들일 줄 몰랐어."라며 사과하겠지만, 그런 일들이 잦아진다면, 둘은 '모르는 사이'로 바뀔 수 있다.
세 번째 "나 원래 이런 거 몰랐어?"는 긴 말 안 해도 알 거라 생각한다.
3. 화를 잘 내는 사람과는 잠시도 같이 있기 싫다.
감정과 관련된 멘트들은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하다보면 다음 월드컵이 시작할 때 까지도 글을 마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대표적인 멘트 몇 가지만 살펴보자.
"짜증나."
상황에 대해, 사람에 대해, 심한 경우 상대에 대해서도 짜증난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뱉는 사람들이 있다. 뭐, 습관적으로 짜증을 내는 분은 조만간 이별한 후 그동안 자신이 바보였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에게 짜증을 내거나, 위태위태한 연애를 하며 눈물 콧물 다 빼는 시간이 될 거라 예상되기에 긴 말 하지 않겠다. '내 입장'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라도, 옆에 있는 상대에겐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여질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알았어. 알았다고."
엄마에게 사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멘트다.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일이 거의 없으며, 잔소리 센서가 발달한 까닭에 바람만 불어도 예민하게 울어대는 자동차 경보기처럼 상대의 말을 끊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다. 이 멘트로 불편한 순간을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상대는 당신 앞에 세워진 거대한 벽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무슨 말인지 다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별 후에는 왜 헤어졌는지 모르게 될 것이 뻔하니 이 '단절의 벽'을 세우지 말길 바란다.
딱히 멘트를 정하기 어렵지만, 어딜 가든 함께 있기 불안한 '시한폭탄'같은 모습도 문제가 된다. 특히 어깨에 힘주고 길가는 사람들과 눈싸움을 즐기는 꼬꼬마 대원들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간단히 생각해보자. 언제 터질 줄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사람과 누가 함께하고 싶어 하겠는가? 술자리에선 언제 사고칠지 모르고, 길거리를 함께 걸을 때도 불안에 떨어야 하는 연애는 아무도 하기 싫을 것이다. 다짜고짜 메신저로 "연애상담 안 하시는 거 아는데,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제가 다시 잡아야 하는지, 아니면 접어야 하는 지, 그것만 대답해 주세요."라고 말 거신 분, 대화명에 써있는 욕부터 지우자.
이 외에도 여러 멘트들이 있지만 더 열거하면 시험범위 설명 듣는 고등학생의 표정을 지을지 모르니 이 정도로 마무리 하자. 위에서 한 이야기들을 외우거나 스스로의 금칙어로 만드는 노력까지 할 필요는 없다. 아주 기본적인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만 잘해도 말이 부르는 이별은 8할이 예방된다.
아, 이건 중요하니까 알아두자. 이쪽에서 실수를 하지 않더라도 상대가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 상대가 자전거로 들이 받았다고 해서 자동차를 끌고 가 상대를 치진 말자. 감정싸움으로 번져 누가 더 상대에게 큰 상처 입히는 지 경쟁하는 커플들이 종종 있는데, 그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남는 건 찢긴 마음뿐이다.
그렇게 서로를 보고 싶어 하던 두 사람이, 이젠 세상에서 제일 마주치기 싫은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헤어지고 나서야 뭐가 문제였는지를 알게 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고 말이다. 연애의 시작이 '나'를 어필하는 것이라면, 연애의 진행은 '나'를 되돌아보고 다듬어가는 과정이다. 가시 돋친 자신의 모습은 생각하지 않고 상대가 안아주지 않는다며 투정부리지 말자. 연애의 끝이 찾아오는 이유는 못난 모습 때문이 아니라 모난 모습 때문인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 임금님 귀 당나귀 귀 사연은 normalog@naver.com 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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