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기 있는 남자들이 사용하는 접근루트
이건 뭐, 여러 여성대원들이 한 남자에게 '희망고문'을 당한 것인지 '바람둥이'와 관련된 사연이 올 때마다 그 내용이 비슷비슷하다. 스토리가 별반 다를 것 없는 사연들이기에 이제 '바람둥이' 관련 사연을 읽는 것에도 흥미를 잃었다.
재미없는 사연들은 이제 그만 보내길 바라기에, 오늘은 '바람둥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기술에 대한 매뉴얼을 발행할까 한다. 늘 얘기하듯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흑심을 품고 접근하는 것은 '종이 한 장'차이니, 아래에서 이야기 하는 것을 무작정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진 말길 권한다.
간혹 "바람둥이라도 좋으니, 이 남자를 제 남자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라고 이야기 하는 여성대원들이 있는데, 이미 바람둥이 상대에게 마음이 건너간 상황은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은 채 바닷물에 들어간 것과 같다. 운이 좋아 핸드폰이 정상작동 한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긴 하지만, 대부분 핸드폰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처럼, 희망고문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인연을 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 그럼 매미가 덥다고 울어대는 이 여름에 바람둥이들을 시원하게 구별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함께 살펴보자. 매뉴얼을 읽을 땐, 약간 몸이 붕 뜬 것 같은 상태를 만들어 읽으면 시원하게 읽을 수 있다. 자칫 정신줄을 놓을 수 있으니, 똥꼬에 힘을 꽉 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라며, 달려보자.
성격상 이런 '과감함'을 가지는 남성대원이 있기도 하지만, 바람기 있는 남자들의 '과감함'은 그냥 적극적이기만 한 게 아니다. 남들이 볼 때에는 분명 '작업'으로 보이는 행동들을 하면서도 "좋은 동생이라서 그런다." 라거나 "숙희씨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런다."정도의 멘트로 오히려 '의심'하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 아, 물론 저런 멘트를 하는 상황에 이미 여자친구나 부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둘이 있을 때에는 좀 더 과감해진다. '스킨십'에 있어서도 '쭈뼛쭈뼛'의 느낌이 아닌, '와락'의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여기서 그 스킨십을 과감히 뿌리치는 대원들 보다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며 넋이라도 있고 없는 상태가 되는 대원들이 많다. 스킨십을 뿌리치더라도 "뭐 어때? 친군데?" 라거나 "아, 이게 불편한가? 미안해. 난 원래 스킨십을 잘 하는 타입이라." 정도의 멘트로 이쪽을 이상하게 얘기하거나 금방 사과한다.
매뉴얼을 통해 솔로부대원들에게 '고백'할 타이밍을 노리기보다는 가까워질 '계기'를 만들라고 늘 이야기 하는데, 바람둥이들은 이 '계기'를 만드는 것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다. '감정'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에 의지하는 까닭에, 이미 세 수 정도는 앞서서 생각한다.
예를 들어, 숙희씨(29세, 회사원)가 직장 때문에 서울에 혼자 살고 있다고 해 보자. 일단 문자나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치맥(치킨과 맥주)'을 제의한다. 출출할 시간에 치맥을 거절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무 부담 없이 자취방 근처 호프에서 만나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킨다. 그 후엔 살짝 취한 척 하며 '칭찬 쓰나미'를 일단 몰아치는 거다. 누구나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낄테니, "숙희씨는 강해 보이지만, 어느 때는 혼자 감당하고 있는 외로움이 큰 게 느껴져." 정도의 멘트를 날린다. 늘 명함으로 이를 쑤시거나, 코털로 키보드 청소를 하는 남자들만 대하다가 이런 멘트를 들으면 98.42%의 여성대원은 이런 생각을 한다.
'어머? 소울메이트?'
아 내 배꼽. 웃어서 미안하다. 아무튼, 그 후는 '기사도'를 발휘해 흉흉한 이 시대에 여자를 혼자 집에 보낼 수 없으니 집까지 배웅한다. 뭐, 이 상황에서 벌써 "커피 한 잔 하고 갈래요?" 정도의 이야기를 하는 여성대원들도 있지만, 도둑이 든 듯한 평상시의 집을 그대로 보여줄 수 없으니 대부분 새침하게 돌아서서 집에 돌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그 후엔 어떻게 진행될까? 평범한 남성대원이라면 집에 돌아와, 오늘 즐거웠다느니 가끔 이렇게 술 마시자느니 하는 문자를 보내고 꿈나라로 향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남자는 바람기가 충만하지 않은가?
"화장실 좀 이용할 수 있을까? 아까 호프집에서 갔어야 하는데 못 가서."
화장실을 급히 가야한다는데 거절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렇게 집에 들어와서는 볼 일을 보고, 집에 있는 여러 사물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어, 나도 이거 좋아하는데!" 정도의 감탄사를 한 번 내뱉고는 책을 끄집어 읽거나, 장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여기서 더 길게 얘기하면 나쁜 마음을 품고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과감함'에 대한 이야기는 이정도로 줄이자.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나 유부남인 경우, 공통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오히려 오픈하는 경향이 있다. 이쪽에서 "여자친구 있잖아요?" 라는 이야기를 하면, 여자친구 있다고 친하게 지내지 못하냐는 식의 이야기를 하거나 이미 유명한 "널 먼저 알았더라면..." 따위의 멘트를 꺼내 놓는다.
볼수록 매력적이라는 얘기나, 자꾸 좋아지는 것 같다는 얘기, 반한 것 같다는 식의 얘기를 꺼내기도 한다. 이쪽에서 자신의 작업(응?)을 받아주거나,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은 낌새가 보이면 좀 더 강도를 높여 들이댄다. 보고 싶다는 얘기나, 좋아하는 감정이 든다는 것 같다는 얘기를 흘린다. 안타깝게도 그 추파를 이쪽에서는 덥썩, 무는 경우가 많다. 나도 보고 싶다거나, 좋아하는 감정이 든다는 대답을 한다.
이렇게 미끼를 무는 것으로 마음을 확인 한 후에는 한 발 물러서기 마련이다. "우리 좋아하면 안 되는데..."라거나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따위의 말로 '자신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 이쯤 되면 여자친구 있는 남자, 또는 유부남이라는 것에 대해 '내성'이 생긴다.
술 핑계를 대며 들이대는 경우도 많다. 술 먹고 할 말 못할 말 다 해 이쪽의 마음을 시험하고 난 뒤, 나중엔 '실수'라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것이다. 친절을 가장한 '테스트'도 벌인다. 선물을 사 준 다거나, 마중을 가는 일 등이 대표적이다. '실수'라는 떡밥을 이쪽에서 덥썩, 물어 자신의 마음을 고해성사 하는 경우도 있지만, 쿨 한 척 하며 괜찮다는 식으로 넘긴다. 그럼 상대는 2차 떡밥을 던진다.
"사실, 그때 실수라고 얘기한 거 거짓말이야. 진심이었어."
풉. 아 자꾸 웃으면 안 되는데 미안하다. 뭐, 이 이후의 진행에 대해서는 더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생각한다. 상황 상 '단독범'이었던 그는 이제, 당신을 '공범'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자, 이제 거의 다 왔다. 중간의 진행상황도 있지만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더 적진 않겠다. 잘 알려진 대표적인 멘트들로 "여자친구에겐 사랑이란 감정이 없어.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는 거지." 라거나, "오해하지 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따위가 있다는 것 정도만 적어두겠다.
슬슬 상대도 마무리를 시작하게 된다. 공식적으로 사귄 것이 아니기에 별다른 마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고, '여지'만 남겨둔 채 희망고문을 시작하는 것이다. 즐길 것을 다 즐겼다면, "우리 관계에 대해 명확하게 해 둬야 할 것 같아." 따위의 이야기를 꺼내거나, "내가 우리가 사귀는 거라고 생각할 만한 오해의 행동들을 했나?" 따위의 말로 뒤통수를 때리기 마련이다. 이건 뭐, 맥도널드에서 빅맥 주문해 놓고, "내가 햄버거를 살 것처럼 행동했나?"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 친하게 지내자는 식으로 결론을 내는 사람도 있고, 여전히 '오해확률 100%'의 멘트를 던지며 시간을 끄는 사람도 있다. 아예 까놓고 "사귀지 않으면 어떠냐, 이렇게 지내며 즐거울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지."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식의 '다양한 마무리'를 이번 시간에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확실한 건, '단절'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24시간 언제든 들릴 수 있는 편의점을 하나 만들 듯 '여지'를 남겨둔다.
이 시기에 병적인 매달림을 보이는 '여자대원'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심한 경우 "이렇게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좋으니, 헤어지자고만 하지 말아줘."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기 마련이다. 해석하자면, "난 너의 어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라는 얘기다. 크고 아름다운 황금어장이 만들어 졌다.
이제부터는 '시기'와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상대는 '완성'할 마음이 없는 장난감을 가지고 논 거라 '완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길어지면, 황금어장에서 헤엄치던 여성대원도 정신을 차리기 마련이다. 중간 중간 상대에게 연락이 오거나, 이쪽을 흔들만한 얘기들을 하면 또 정신 못 차리고 어장으로 헤엄쳐 들어가겠지만, 어쨌든 정신을 차리는 날이 온다. 이렇게 '해결'될 수 있는 거라면 뭐 하러 매뉴얼을 작성했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 어장에서 인생의 청춘을 다 보내고 폐허가 된 마음만 남은 솔로부대원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찬란한 청춘의 시절을 후회의 수업료로 내고 있는 대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바람둥이와 바람둥이가 아닌 사람이 따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몇몇 대원들은 '유전적 요인'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개인적으론 '마음가짐'이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한다. 내 지인 중 자동차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H군(29세, 회사원)이 있는데, 달력을 한 장 넘길 때 마다 H군의 여자친구도 함께 바뀐다. 그의 지론은 "왜 한 사람에 구속당하는가? 난 평생 설렘과 긴장감을 느끼며 살 거다."인데, 뭐,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 것이니까 가타부타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대부분의 여성대원들을 이 H군의 이야기에 대해 반발감을 가지리라 생각하는데, 실제로 H군을 만난 여성대원들은 며칠 뒤 H군 차 옆 좌석에 타고 있는 경우가 많다. H군이 인터넷으로 알게 된 여자분과 밥을 먹는 자리에 따라간 적이 있는데, 한우를 먹으러 간 자리에서 H군은 고기를 구워 먹기 좋게 열심히 잘랐다. 그러는 와중에도 어색함을 몰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멘트를 적절히 구사해가며 상대의 이야기를 유도했다. 술을 시키고는 '운전'을 핑계로 자신은 몇 잔만 마시고, 상대 여성분에게 술을 계속 따라주었다. 하는 짓만 보면 무슨 '하인'처럼 상대방을 위해 봉사하는 것 같았지만, 리드해야 할 때에는 확실하게 리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이건 나중에 남성대원들을 위한 매뉴얼을 발행할 때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H군 이야기의 포인트는, 연애도 '대인관계'인 까닭에 많이 해 본 사람이 '표현'에 더 자유롭다는 거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은 그 '표현'을 '상대의 마음'으로 생각하기 마련이고 말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에 혹해 상대를 단정 짓지 말자. 연애는 상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지, 모두 알았다고 생각하곤 풍덩, 뛰어드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가벼운 감정은 지구력이 없으니,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진심과의 구별이 가능할 것이다. 긴 호흡으로 가자.
▲ 추천은 무료라고 1년 넘게 얘기하는데, 여전히 추천에 인색한 대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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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여러 여성대원들이 한 남자에게 '희망고문'을 당한 것인지 '바람둥이'와 관련된 사연이 올 때마다 그 내용이 비슷비슷하다. 스토리가 별반 다를 것 없는 사연들이기에 이제 '바람둥이' 관련 사연을 읽는 것에도 흥미를 잃었다.
재미없는 사연들은 이제 그만 보내길 바라기에, 오늘은 '바람둥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기술에 대한 매뉴얼을 발행할까 한다. 늘 얘기하듯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흑심을 품고 접근하는 것은 '종이 한 장'차이니, 아래에서 이야기 하는 것을 무작정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진 말길 권한다.
간혹 "바람둥이라도 좋으니, 이 남자를 제 남자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라고 이야기 하는 여성대원들이 있는데, 이미 바람둥이 상대에게 마음이 건너간 상황은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은 채 바닷물에 들어간 것과 같다. 운이 좋아 핸드폰이 정상작동 한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긴 하지만, 대부분 핸드폰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처럼, 희망고문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인연을 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 그럼 매미가 덥다고 울어대는 이 여름에 바람둥이들을 시원하게 구별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함께 살펴보자. 매뉴얼을 읽을 땐, 약간 몸이 붕 뜬 것 같은 상태를 만들어 읽으면 시원하게 읽을 수 있다. 자칫 정신줄을 놓을 수 있으니, 똥꼬에 힘을 꽉 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라며, 달려보자.
1. 남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함
성격상 이런 '과감함'을 가지는 남성대원이 있기도 하지만, 바람기 있는 남자들의 '과감함'은 그냥 적극적이기만 한 게 아니다. 남들이 볼 때에는 분명 '작업'으로 보이는 행동들을 하면서도 "좋은 동생이라서 그런다." 라거나 "숙희씨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런다."정도의 멘트로 오히려 '의심'하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 아, 물론 저런 멘트를 하는 상황에 이미 여자친구나 부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둘이 있을 때에는 좀 더 과감해진다. '스킨십'에 있어서도 '쭈뼛쭈뼛'의 느낌이 아닌, '와락'의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여기서 그 스킨십을 과감히 뿌리치는 대원들 보다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며 넋이라도 있고 없는 상태가 되는 대원들이 많다. 스킨십을 뿌리치더라도 "뭐 어때? 친군데?" 라거나 "아, 이게 불편한가? 미안해. 난 원래 스킨십을 잘 하는 타입이라." 정도의 멘트로 이쪽을 이상하게 얘기하거나 금방 사과한다.
매뉴얼을 통해 솔로부대원들에게 '고백'할 타이밍을 노리기보다는 가까워질 '계기'를 만들라고 늘 이야기 하는데, 바람둥이들은 이 '계기'를 만드는 것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다. '감정'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에 의지하는 까닭에, 이미 세 수 정도는 앞서서 생각한다.
예를 들어, 숙희씨(29세, 회사원)가 직장 때문에 서울에 혼자 살고 있다고 해 보자. 일단 문자나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치맥(치킨과 맥주)'을 제의한다. 출출할 시간에 치맥을 거절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무 부담 없이 자취방 근처 호프에서 만나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킨다. 그 후엔 살짝 취한 척 하며 '칭찬 쓰나미'를 일단 몰아치는 거다. 누구나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낄테니, "숙희씨는 강해 보이지만, 어느 때는 혼자 감당하고 있는 외로움이 큰 게 느껴져." 정도의 멘트를 날린다. 늘 명함으로 이를 쑤시거나, 코털로 키보드 청소를 하는 남자들만 대하다가 이런 멘트를 들으면 98.42%의 여성대원은 이런 생각을 한다.
'어머? 소울메이트?'
아 내 배꼽. 웃어서 미안하다. 아무튼, 그 후는 '기사도'를 발휘해 흉흉한 이 시대에 여자를 혼자 집에 보낼 수 없으니 집까지 배웅한다. 뭐, 이 상황에서 벌써 "커피 한 잔 하고 갈래요?" 정도의 이야기를 하는 여성대원들도 있지만, 도둑이 든 듯한 평상시의 집을 그대로 보여줄 수 없으니 대부분 새침하게 돌아서서 집에 돌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그 후엔 어떻게 진행될까? 평범한 남성대원이라면 집에 돌아와, 오늘 즐거웠다느니 가끔 이렇게 술 마시자느니 하는 문자를 보내고 꿈나라로 향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남자는 바람기가 충만하지 않은가?
"화장실 좀 이용할 수 있을까? 아까 호프집에서 갔어야 하는데 못 가서."
화장실을 급히 가야한다는데 거절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렇게 집에 들어와서는 볼 일을 보고, 집에 있는 여러 사물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어, 나도 이거 좋아하는데!" 정도의 감탄사를 한 번 내뱉고는 책을 끄집어 읽거나, 장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여기서 더 길게 얘기하면 나쁜 마음을 품고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과감함'에 대한 이야기는 이정도로 줄이자.
2. 자신의 처지에 대한 내성이 생기게 만드는 당당함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나 유부남인 경우, 공통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오히려 오픈하는 경향이 있다. 이쪽에서 "여자친구 있잖아요?" 라는 이야기를 하면, 여자친구 있다고 친하게 지내지 못하냐는 식의 이야기를 하거나 이미 유명한 "널 먼저 알았더라면..." 따위의 멘트를 꺼내 놓는다.
볼수록 매력적이라는 얘기나, 자꾸 좋아지는 것 같다는 얘기, 반한 것 같다는 식의 얘기를 꺼내기도 한다. 이쪽에서 자신의 작업(응?)을 받아주거나,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은 낌새가 보이면 좀 더 강도를 높여 들이댄다. 보고 싶다는 얘기나, 좋아하는 감정이 든다는 것 같다는 얘기를 흘린다. 안타깝게도 그 추파를 이쪽에서는 덥썩, 무는 경우가 많다. 나도 보고 싶다거나, 좋아하는 감정이 든다는 대답을 한다.
이렇게 미끼를 무는 것으로 마음을 확인 한 후에는 한 발 물러서기 마련이다. "우리 좋아하면 안 되는데..."라거나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따위의 말로 '자신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 이쯤 되면 여자친구 있는 남자, 또는 유부남이라는 것에 대해 '내성'이 생긴다.
술 핑계를 대며 들이대는 경우도 많다. 술 먹고 할 말 못할 말 다 해 이쪽의 마음을 시험하고 난 뒤, 나중엔 '실수'라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것이다. 친절을 가장한 '테스트'도 벌인다. 선물을 사 준 다거나, 마중을 가는 일 등이 대표적이다. '실수'라는 떡밥을 이쪽에서 덥썩, 물어 자신의 마음을 고해성사 하는 경우도 있지만, 쿨 한 척 하며 괜찮다는 식으로 넘긴다. 그럼 상대는 2차 떡밥을 던진다.
"사실, 그때 실수라고 얘기한 거 거짓말이야. 진심이었어."
풉. 아 자꾸 웃으면 안 되는데 미안하다. 뭐, 이 이후의 진행에 대해서는 더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생각한다. 상황 상 '단독범'이었던 그는 이제, 당신을 '공범'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3. 기다림과 희망고문, 병적인 매달림
자, 이제 거의 다 왔다. 중간의 진행상황도 있지만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더 적진 않겠다. 잘 알려진 대표적인 멘트들로 "여자친구에겐 사랑이란 감정이 없어.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는 거지." 라거나, "오해하지 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따위가 있다는 것 정도만 적어두겠다.
슬슬 상대도 마무리를 시작하게 된다. 공식적으로 사귄 것이 아니기에 별다른 마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고, '여지'만 남겨둔 채 희망고문을 시작하는 것이다. 즐길 것을 다 즐겼다면, "우리 관계에 대해 명확하게 해 둬야 할 것 같아." 따위의 이야기를 꺼내거나, "내가 우리가 사귀는 거라고 생각할 만한 오해의 행동들을 했나?" 따위의 말로 뒤통수를 때리기 마련이다. 이건 뭐, 맥도널드에서 빅맥 주문해 놓고, "내가 햄버거를 살 것처럼 행동했나?"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 친하게 지내자는 식으로 결론을 내는 사람도 있고, 여전히 '오해확률 100%'의 멘트를 던지며 시간을 끄는 사람도 있다. 아예 까놓고 "사귀지 않으면 어떠냐, 이렇게 지내며 즐거울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지."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식의 '다양한 마무리'를 이번 시간에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확실한 건, '단절'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24시간 언제든 들릴 수 있는 편의점을 하나 만들 듯 '여지'를 남겨둔다.
이 시기에 병적인 매달림을 보이는 '여자대원'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심한 경우 "이렇게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좋으니, 헤어지자고만 하지 말아줘."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기 마련이다. 해석하자면, "난 너의 어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라는 얘기다. 크고 아름다운 황금어장이 만들어 졌다.
이제부터는 '시기'와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상대는 '완성'할 마음이 없는 장난감을 가지고 논 거라 '완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길어지면, 황금어장에서 헤엄치던 여성대원도 정신을 차리기 마련이다. 중간 중간 상대에게 연락이 오거나, 이쪽을 흔들만한 얘기들을 하면 또 정신 못 차리고 어장으로 헤엄쳐 들어가겠지만, 어쨌든 정신을 차리는 날이 온다. 이렇게 '해결'될 수 있는 거라면 뭐 하러 매뉴얼을 작성했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 어장에서 인생의 청춘을 다 보내고 폐허가 된 마음만 남은 솔로부대원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찬란한 청춘의 시절을 후회의 수업료로 내고 있는 대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바람둥이와 바람둥이가 아닌 사람이 따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몇몇 대원들은 '유전적 요인'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개인적으론 '마음가짐'이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한다. 내 지인 중 자동차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H군(29세, 회사원)이 있는데, 달력을 한 장 넘길 때 마다 H군의 여자친구도 함께 바뀐다. 그의 지론은 "왜 한 사람에 구속당하는가? 난 평생 설렘과 긴장감을 느끼며 살 거다."인데, 뭐,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 것이니까 가타부타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대부분의 여성대원들을 이 H군의 이야기에 대해 반발감을 가지리라 생각하는데, 실제로 H군을 만난 여성대원들은 며칠 뒤 H군 차 옆 좌석에 타고 있는 경우가 많다. H군이 인터넷으로 알게 된 여자분과 밥을 먹는 자리에 따라간 적이 있는데, 한우를 먹으러 간 자리에서 H군은 고기를 구워 먹기 좋게 열심히 잘랐다. 그러는 와중에도 어색함을 몰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멘트를 적절히 구사해가며 상대의 이야기를 유도했다. 술을 시키고는 '운전'을 핑계로 자신은 몇 잔만 마시고, 상대 여성분에게 술을 계속 따라주었다. 하는 짓만 보면 무슨 '하인'처럼 상대방을 위해 봉사하는 것 같았지만, 리드해야 할 때에는 확실하게 리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이건 나중에 남성대원들을 위한 매뉴얼을 발행할 때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H군 이야기의 포인트는, 연애도 '대인관계'인 까닭에 많이 해 본 사람이 '표현'에 더 자유롭다는 거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은 그 '표현'을 '상대의 마음'으로 생각하기 마련이고 말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에 혹해 상대를 단정 짓지 말자. 연애는 상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지, 모두 알았다고 생각하곤 풍덩, 뛰어드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가벼운 감정은 지구력이 없으니,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진심과의 구별이 가능할 것이다. 긴 호흡으로 가자.
▲ 추천은 무료라고 1년 넘게 얘기하는데, 여전히 추천에 인색한 대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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