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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철없는 남자와 연애하면 경험하게 되는 끔찍한 일들

by 무한 2012. 11. 26.
철 없는 남자와 연애할 때 경험하는 끔찍한 일들
아마 머리카락이 한 주먹씩 빠질 거다. 상대가 악의를 가지고 그러는 거라면 로그아웃하면 그만인데, 이게 또 상대가 못된 마음으로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다. 그래서 혼자 마음고생 하며 오늘 한 주먹, 내일 한 주먹, 머리카락만 계속 빠진다. 철없는 남자와 세 달 연애를 하곤 모발이식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여성대원이 있을 정도다.

철없는 남자는 대략 이런 식이다.

(편의점에서)
편의점직원 - 저기, 음식은 계산하고 드셔야 해요.
철없는남자 - 왜요?
편의점직원 - 네? 그게, 계산하고 드시는 게 당연한 건데….
철없는남자 - 계산 안 할 거 아닌데요?
편의점직원 - …….



그들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들에게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차근차근 가르쳐 변화를 꾀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조율을 시도하면 상대는

"내가 생각한 연애는 이런 게 아니야.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걸로 된 건데, 넌 너무 바라는 게 많아.
서로 맞춰가야 하는 거 아냐? 그런데 넌 나보고 바꾸라고만 하잖아."



따위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 또 빠진다.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지. 상대가 싫은 건 분명 아닌데 불안하고, 불쾌하며, 짝사랑하는 사람처럼 마음이 괴롭다. 오늘은 그런 대원들을 위해 '쓰리 아웃' 판정을 언제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아래에서 이야기 하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춘 남자와 만나고 있는 중이라면, 하루빨리 벗어나길 권한다. 출발해 보자.


1. 지키지 않는 약속 남발


오후 세 시에 친구 결혼식에 가기로 했다면, 여섯 시에 저녁식사약속을 잡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식사 약속을 잡을 거라면 피로연에선 간단히 허기만 면해야 하는 거고 말이다. 그런데 철없는 남자는 피로연에서 배터지게 먹고는 여섯 시에 여자친구를 만나,

"난 아까 많이 먹어서 배가 안 고프네. 너 뭐 먹어. 난 생각 없어."


라는 이야기를 한다.

또, 일요일 아침 11시에 만나기로 했으면 적어도 친구들과 밤새 놀지는 말아야 하는 거다. 토요일 저녁, 내일 11시에 보자는 약속을 해 여자친구는 잠자리에 들었는데, 본인은 밤새 놀다가 첫차가 다닐 시간이 되어서야

"놀다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늦게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10시에 전화해서 좀 깨워줘."



라는 문자 하나 틱, 보내 놓고 자는 건 잘못된 거다. 아침 10시에 전화해도 세상모르고 자거나, 겨우 일어나서는 데이트 내내 헤롱대며 "아, 피곤하다."는 얘기만 하는 건 더 잘못된 것이고 말이다. 

철없는 남자들은 뒷생각을 별로 안 하는 까닭에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약속을 한다. 일종의 허위 공약이라고 할까. 물론, 여자친구를 속일 생각으로 그런 약속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책임감이 뒷받침되지 않는 까닭에 그들은 계속해서 실망만 선물한다. 

보통 위와 같은 상황이 되면 여자친구가 화를 내게 되는데, 그러면 또 그들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다른 약속을 한다. 앞으론 어떻게 하겠다느니, 대신 뭘 할 테니 화 풀라느니 하며 말이다. 즉흥적인 일을 잘 하는 그들의 특성상 '무모함'으로 볼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자친구를 달래기 위해 새벽에 택시를 타고 달려오거나, 자신은 이런 상황에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니 제발 화를 풀라며 애원하는 등의 일을 하는 것이다. 이걸 '사랑의 증거'라고 생각한 여자는 마음이 녹아,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 어긋나는 거다. 근본적인 문제는 '남자의 책임감 부족'인데, 이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자의 '무모함에 가까운 애정표현과 맹세'로 갈등이 봉합되니, 그 부위가 곪는 건 시간문제다. 지혜로운 여자들은 이 부분을 명확히 지적해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데, 그렇지 않은 여자들은 그저 잠수 좀 타다가 상대와 '눈물의 재회' 같은 것만 할 뿐이다. '눈물의 재회'도 며칠쯤은 효력을 발휘한다. 바짝 긴장한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만 집중한 까닭에 며칠은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긴장의 끈이 느슨해 질 때쯤엔 여지없이 '책임감 부족'의 문제가 재발한다. 


2.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합리화와 궤변


요리를 계속하면 칼질솜씨가 늘듯, 책임감 없이 살다보면 합리화와 궤변의 솜씨가 는다. 변명이나 사과를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까닭에 자연히 발달하는 것이다. 남자친구가 늘 약속시간에 늦는 어느 커플. 둘의 대화를 잠시 보자.

여친 - 지금 출발한다고? 난 벌써 도착했는데?
남친 - 미안해. 그런데 늦으려고 한 게 아니라, 진짜 상황이 그렇게 되었어.
여친 - 매번 상황이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잖아.
남친 - 그럼 이렇게 하자. 앞으로 만날 때는 15분 정도 더 늦게 나와. 
         그렇게 하면 기다릴 일 없을 거고, 내가 일찍 도착했다고 해도 
         나라면 자기를 본다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
여친 - …….
남친 - 알았지? 나도 자기가 기다리고 있으면 마음이 정말 불편해.
         화 풀어~ 나 거의 다 왔어.



난 저 대화에서 "(나라면)기분 좋게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말이 신경 쓰이는데, 뭐 일단 넘어가자. 아래는 그 다음 번 만남에서 둘이 나눈 대화다.

여친 - 지금 몇 시야?
남친 - 진짜 미안해. 나 두 정거장 전이야. 금방 도착해.
여친 - 15분 늦게 나오라고 해서 늦게 나왔고, 지금은 거기다가 10분 더 지났어.
남친 - 알아. 내가 진짜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거잖아.
         그런데 늦어서 초조하고 불안해 할 나도 좀 생각해 주라.
         그렇게 화내지 않아도 나 진짜 미안해서 지금 반성하고 있어.
여친 - 늦는 것 때문에 매번 이러잖아. 자기가 조금 일찍 나왔으면 되는 거 아냐?
남친 - 진짜 지금 반성하고 있어. 그러니까 화 조금만 풀어줘.
         이렇게 화내서 좋을 거 없잖아.
         우리 맛있는 거 먹고 재밌게 보내려고 만나는 건데,
         화난 채로 만나면 만나는 시간 내내 서로 기분만 상할 거야. 
         그러니까 웃으면서 만나자. 알았지? 나 지금 내려. 어디야?



저런 식이라면, 남의 차를 뒤에서 들이받아 놓고도 할 말은 많다. 

"지금 나도 들이받은 걸 반성 중이다. 미안하다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냐."
"나에게 화를 내서 얻는 게 뭐냐. 보험처리 하면 되는데 뭐 하러 화를 내냐."
"부딪혀서 그쪽만 다친 게 아니라 나도 다쳤다. 내가 다친 건 보이지 않는 거냐."



그의 '이상한 얘기'를 다 받아주다 보면, 이쪽이 '이상한 여자'가 된다. 거기에 넘어가 '예전 여자친구는 이런 걸 다 이해해 줬다는데, 정말 내가 이해심이 없어서 이러는 걸까? 그래, 이만큼이라도 하는 거면 얘로서는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참을 인자 새기는 대원들. 어느 대원은 '그래, 난 지금 남자친구가 없는 것보다는 분명 행복한 거야. 최지희. 난 행복하다!'라며 자기최면까지 걸고 있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3. 피해자 코스프레


위와 같은 모습에 지친다는 걸 얘기하면, 철없는 남자들은 극단적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헤어지자는 얘기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계속 사과만 하는 것에 질려 대꾸를 안 하면, 혼자만의 공간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카톡 프로필에

"붙잡아도 잡히지 않는…."


따위의 이야기를 적거나, '이별통보를 받은 불쌍한 남자' 빙의가 되어 페이스북에 아프다는 얘기를 적기도 한다. 그럼 또 거기에 다른 친구들이 힘내라는 둥, 술 한 잔 하자는 둥의 댓글을 달고 말이다.

아니 잠깐만,
진짜 피해자는 지금 여기 혼자 덩그러니 있는데, 그쪽은 대체 뭐 하는 거?


그러니까 시험을 예로 들자면, 몇 달간 정말 공부에 매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그때 슬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철없는 남자는 몇 달간 놀러만 다니다가, 시험을 치르곤, 결과가 좋지 않다며 억울한 듯 얘기를 한다. 끝까지 이기적이다. 찾아와서 다시 만나고 싶다고 잡은 것도 아니고, 카톡으로 말 몇 번 걸어 놓고 답이 없자 "붙잡아도 잡히지 않는…."이라니.

정말 안타까운 것은, 저 피해자 코스프레에 또 마음이 요동치는 여성대원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녀들은 언젠가 상대가 말한 적 있는 사랑고백이나 애정표현, 함께 나눴던 즐거운 대화들을 떠올리며 다시 그에게 연락을 한다. 물론, 그녀들도 마음 한편으로는 이게 비참한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걸 부정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다.


대체 저런 남자와 왜 사귀냐고 묻는 대원들이 있을 텐데,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여기엔 '갈등의 순간'을 위주로 적어놔서 별 볼 일 없게 보이는 거지, 실제로 저런 남자를 만나면 열에 아홉은 그냥 길들여진다. 외로움에 빠져 있던 중에 저런 남자를 만나면 그의 충동적인 행동들이 열정으로 보이고, 궤변이 어른스러운 얘기라고 생각되며, 그가 남발하는 약속의 달콤함만 맛보는 까닭에 벗어나기가 어렵다.

특히 위에서 말한 그들의 '뒷생각을 별로 안 하는' 특징은, 연애에선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마음껏 사랑하는 모습'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때문에 여자로 하여금

'이게 바로 사랑이야! 폭풍러브! 이게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아.'


라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대원들은 백 프로 넘어가고, 골드미스와 모태솔로 대원들은 팔구십 프로 정도 넘어간다. 방어율이 뛰어난 건 오직 철벽녀 대원들뿐이다. 철벽녀 대원들에게 다가가는 길에는 많은 바리케이트가 있기에, 장거리 경주에는 소질 없는 철없는 남자들이 먼저 포기한다. 이건 웃자고 한 소리고.

과거에 상대가 한 '달콤한 고백들'을 증거로 내밀며, 이것 좀 봐 달라고 하소연하는 여성대원들이 많아 이 글을 적게 되었다. 난 그 사람의 말들이 거짓이었다거나, 진심이 아니었을 거라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그대도 이미 눈치를 채고 있겠지만,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얘기를 하는 거다. 남들은 모두 겨울을 살아가고 있는데 혼자 코팅해 둔 벚꽃 잎 들이밀며 "그 땐 봄이었죠? 그렇죠?"라고 물어서 뭐하겠는가. 카푸치노에 시나몬 가루 듬뿍 뿌려 얼큰하게 한 잔 들이키고, 우리 인생의 페이지도 한 장 넘겨보자. 오늘도 또 새 날이다. 자, 살아보자.



▲ 남자를 볼 때, 다른 거 볼 거 없이 '책임감과 존중' 딱 두 가지만 보시라니까요.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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