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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동료 여직원에 대한 친절일까? 아님 관심이 있어서?

by 무한 2012. 12. 4.
동료 여직원에 대한 친절일까? 아님 관심이 있어서?
이 얘기를 반기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누가 한 번쯤 해야 할 것이 분명하니 지금 하도록 하자. 성적이 하위권인 한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이 이렇게 말한다.

"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마음먹고 공부하면 상위권은 쉽게 들 듯."


저 학생은 현재, 공부를 잘 하는 편일까, 아니면 못 하는 편일까? 비슷한 문제를 하나 더 풀어보자. 이렇게 말하는 여자가 있다.

"살만 빼면 나도 어디 가서 꿇리지 않을 외모야."


저 여자는 현재, 꿇리고 있는 걸까(응?), 아닐까?

'외모가 연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합리화를 통해 마련한 '가짜 자존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다. 실제로는 본인의 양말에 구멍이 났다고 생각하면서 '아닌 척'만 잘 해봐야 소용없다. 신발을 벗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아닌 척'만으론 해결이 안 되기에, 당황해서 도망치려고 할 테니 말이다.

사연을 보낸 H양이 그렇다. 그녀는 "스물두 살 때까지는 날씬해서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었어요."라며 "살만 빼면 저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심남이에게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자 그녀는,

"그 사람 옆에는 예쁘고 날씬한 애들이 많을 텐데요…."


라며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 스스로를 '하자 상품'이라 생각하면, 상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땡처리', 혹은 '신세지는 것'이 되어 버린다. '살'이 자신의 구멍 난 부분이라 생각한다면 그 부분부터 메꾸길 권한다. 남들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그 상황에선 본인이 계속 구멍 난 양말을 신은 사람의 태도를 취하게 될 테니 말이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1. 간단한 체크리스트


그 사람이 H양을 동료 여직원이라 생각해서 잘 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이성으로서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래의 문항을 체크하는 것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 사적으로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는가? (없다 : 0점 / 있다 : 25점)
- 주말에 상대가 안부를 물어온 적 있는가? (없다 : 0점 / 있다 : 25점)
- 추석 연휴나 설 연휴, 또는 공휴일에 연락이 온 적 있는가? (없다 : 0점 / 있다 : 25점)
- 단 둘이 밥이나 술을 마셔본 적 있는가? (없다 : 0점 / 있다 : 25점)



총점이 75점 이상이면 '동료 여직원'을 넘어서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저 문항을 체크하며

"같이 업무 보러 갔다가 밥 먹은 것도 치나요?"
"주말에 안부 말고 회사 일 물어본 것도 포함되나요?"
"사적으로 전화통화 말고, 카톡은 안 되나요? 제가 먼저 보내긴 했지만…."



등의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런 건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적당히 타협해 나가다 보면,

"물어 본 건 아니지만, 저한테 물어보려는 눈치였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까지 생겨난다. 판타지가 되는 것이다.

저런 질문 외에도 '그 사람이 호감을 보인 게 분명하다고 생각되는 증거'들을 내밀며 판독을 해 달라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2. 꾸러기와 허용범위에 대한 이야기


'사내 심남이'와 관련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이 '꾸러기의 행동에 대한 여직원들의 마음고생'이다. 꾸러기는 대인관계에 특화된 사람으로, 넉살이 좋고 유머감각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여직원들이 뭔가를 먹고 있을 때, "뭐야, 나도 좀 먹자."라며 과자 몇 개 집어 먹는 것까지는 보통의 남자직원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콘 아이스크림 같은 건 어렵다. 좀 미묘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꾸러기들은 여직원이 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어도 "나도 한 입만 줘."라며 스스럼없이 베어 먹는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던 여직원은,

'뭐지? 뭐지? 내 침, 얘 침, 잠깐만 이거 뭐지?'


라며 혼란에 빠진다. 여직원이 모태솔로였다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내 침, 얘 침'만 머릿속에 꽉 차 마우스만 어루만지고 있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몇몇 꾸러기들은 오해하기 딱 좋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 "그래서 내가 지은씨를 좋아하잖아." 식의 장난치기.
- 회식 끝나고 집에 데려다 주기.
- 술 취해 있을 때 손잡기.
- 메신저로 먼저 말 걸어 농담하기.
- 전에 한 적 있는 이야기를 기억해 내 되묻기.
- 맛있는 거 사달라고 조르기.
- "왜 연애 안 해? 남자친구로 나는 어때?" 등의 질문하기.
- "빼빼로 데이인데 내 빼빼로는 어딨어? 설마 안 샀어?" 라며 장난치기.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이라면 백 번 고민하고 했을 만한 행동들을, 꾸러기들은 캔커피 마개 따듯 쉽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연애경험이 없거나 친근하게 구는 남자를 처음 경험하는 대원들은 그를 향해 해바라기를 하기 마련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근처를 지날 때마다 시선을 의식하며, 퇴근 후 그 사람이 뭘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차갑게 살펴봐야 한다. 그가 그런 행동을 대부분의 여직원들에게 하는 것은 아닌지, 자기가 심심할 때에만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것은 아닌지, 수고하거나 힘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만 하는 건 아닌지, 자신이 챙길 수 있는 것들을 챙기려 그러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상대가 술 마시면 애정표현을 해 온 다는 대원도 있었는데, 미안하지만 그건 그냥 찝쩍대는 주사가 발동한 것일 뿐이다. 그가 맨 정신일 땐 쌩, 하지 않는가. 상대의 주사에까지 의미부여를 하면 우리 너무 슬퍼지니까, 그것만은 피하도록 하자.


3. H양을 위한 솔루션


우선, 술이든 음식이든 회사에서

"내가 제일 잘 먹어~ 누가 봐도 내가 좀 먹어 주잖아~"


식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건, 그닥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다른 부서 사람들이

"지은씨가 술을 향유고래만큼 먹는다며? 나랑 언제 한 번 겨뤄보자."


라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인기 있는 게 아니다. '성격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건 그냥 자신을 개그소재로 사용해도 화를 내는 일 없으며 남에게 퍼주기만 잘 해도 얻을 수 있는 호칭이다.

H양은 사실 상대와 카톡대화를 나누다가 상대가 답을 하지 않거나 단답만 보내면 마음이 무너져 창 닫고 나와 버릴 정도로 여린 여자가 아닌가. 그런데 그런 여린 모습을 감춘 채 '술고래'나 '여장부' 이미지로 굳어지면, 사람들이 '이 정도는 지은씨가 이해하겠지.'라며 던지는 말들에 속으로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궁지로 몰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런 이미지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진 말길 권한다.(상처를 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H양이 사연에 적은 '자기소개'를 읽고 염려가 되어 하는 말이다.)

"GO인지 STOP인지 말해주세요!"


라고 요청했는데, 둘 중 하나로만 대답해야 한다면 당연히 내 대답은 STOP이다. 위에서도 말해지만 H양이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에게 어필하려 하는 건 '신세지려는 것'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 상황에선 상대의 말 한 마디, 몸동작 하나에 휘둘리는 일 밖에 하지 못할 것이고 말이다.

난 좀 '앞으로의 행동강령(응?)'등을 자세히 쓰고 싶었는데, H양이 GO, STOP만 말해달라고 해서 짧게만 적기로 한다. 아, 그리고 '영화 보기'에 대한 이야기는 STOP을 하더라도 진행하길 권해주고 싶다. 영화 한 편 같이 본다고 큰 일 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지금처럼 억지로 술자리를 만들어 상대를 참여시키는 것보다, '문화생활 부흥을 위한 술 깨기 프로젝트' 같은 걸 마련해 자연스레 영화 한 편 보는 게 낫다.(그가 꾸러기가 확실하다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또 다른 '여성관객(응?)'들 없이 단둘이 마주해야 하는 자리는 피하려고 할 것이니, 확인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STOP'이라 말해도 H양은 분명 그를 향한 해바라기를 멈추지 않을 테니, 영화 함께 봐달라는 '구걸'이 아닌 '초대'의 형식으로 상대를 불러보길 권한다. "팀장님 나랑 영화 한 번 봐요." 말고, "나 영화 공짜표 생겼는데, 이거 예매 좀 도와줘요. 공짜표는 처음이라 예매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네. 자리랑 시간은 팀장님 편한 시간, 원하는 자리로 해도 괜춘함." 정도로 요청하면 된다.

"전 공짜표가 없는데요?"


뽐뿌나 중고딩나라(중고나라) 같은 데 가면, 공짜표(예매권) 파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상대가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으면 여기서 그만두겠다." 라고 말하는 건 쿨한 것도 아니고, 멋진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보였을까를 생각해 보자. 술자리에서 "여기로 와요~ 지금 애들이랑 분위기 좋아요."라는 이야기를 하거나, "팀장님 완전 연예인이야. 얼굴 보기 힘들어~" 따위의 이야기를 한 게 전부 아닌가. 술 잘 마시고, 밥 잘 먹고, "허허허허." 하며 포수 글러브 같이 다 받아 줬던 모습. 그것 말고 상대에게 '이게 바로 나.'라는 걸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런 태도로 연애에 임하면 '땡처리 받아줄 남자'하고만 연애를 할 수 있다. 괜찮은 남자가 주변에 나타나도 "나한테 관심 없어? 그럼 접어야지."라며 그냥 흘려보내게 될 것이고 말이다. 이번은 꾸러기일 가능성이 높기에 흘려보내도 상관없겠지만, 앞으로 매력적인 남자사람이 나타났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음에 난 구멍을 먼저 메꾸길 권한다. 내가 여기서 늘 응원할 테니 절대로 긴장하지 말길 바라며!



"회사에서 절 일부러 괴롭히는 남자가 있는데, 그건 뭐죠?" 그냥 '갈굼' 같은데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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