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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밖에서, 그리고 집 안에서 찍으며 놀기
비눗방울 사진을 찍으려 얼마 전 버블건을 샀다. 비눗방울이 포도알만 했다. 내가 원하는 비눗방울은 '크고 아름다운' 것이었는데, 버블건이 내뿜는 비눗방울은 커봐야 거봉만 했다.

'이게 아니얏! 적어도 한라봉 정도 크기는 되어야 크고 아름답다고 할 수 있지!'


그래서 다시 마트에 갔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입으로 불어 비눗방울을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사기 위함이었다. 비눗방울 용품 파는 곳에 한 아저씨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버블건을 처음 사 보는지, 아저씨는 돌고래 버블건과 오리 버블건 등을 들었다 놨다 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앵그리버드 버블건을 집어 들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이건 크기가 얼만 하려나….(비눗방울 크기를 모르겠다는 소리.)"


그 혼잣말이 내 오지랖 프로세서를 가동시켰다. 나는 친절한 농촌남자답게, 아저씨에게 '버블건이 아쉬운 세 가지 이유'를 설명해 드렸다.

"이거, 포도 알맹이만 한 비눗방울 밖에 안 나와요.
그리고 통에 들어있는 것 가지고는 얼마 못 놀아요.
리필용 비눗방울액 한 통 사셔야 해요. 
집에서 세재랑 물 섞어서 넣어봤는데, 버블건으로 비눗방울 안 불어지더라고요."



아저씨는 갈릴리 호숫가에서 예수를 처음 만난 베드로의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아이랑 자주 놀아주시나 봐요."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그게 아니라, 비눗방울은 제가 가지고 놉니다."


라고 대답하면 아저씨가 당황할 것 같았다. 이제 나도 아빠로 보일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이 들어 보이는 거야 뭐,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가 내 나이를 듣고 가위를 떨어뜨린 적도 있으니…. 웃으며 대충 "네에…."하고는 수동 비눗방울 도구를 사서 나왔다.

그 주 주말. 공쥬님(여자친구)과 공원을 찾아 비눗방울 놀이를 했다.



▲ 작품명 <비눗방울 계속 불면 어지럽지>


수동 비눗방울 놀이의 가장 큰 단점은 '현기증'이 아닐까 싶다. AF(자동초점)로 비눗방울을 담으려 하면 카메라가 버벅이는 까닭에 MF(수동초점)로 사진을 찍었다. 그날따라 바람이 좀 불었기에, 카메라로 비눗방울을 쫓으며 초점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공쥬님은 열심히 비눗방울을 불고, 나는 비눗방울을 쫓으며 초점을 잡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공쥬님은 어지러워서, 그리고 난 힘들어서 벤치에 앉아 쉬어야 했다.





▲ 작품명 <작품명이랄 것 까지야>


셔터스피드는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1/100 sec 정도면 비눗방울을 정지 상태로 표현할 수 있다. 만약 집에서 세제로 만든 비눗방울이 너무 금방 터진다면, 글리세린을 넣어주면 된다. 글리세린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100g에 평균 1000원 정도 한다. 비눗방울액 만들기 노하우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세제와 물은 1:1로 섞고, 거기에 글리세린을 넣어주면 된다. 물과 세제 혼합액 8, 글리세린 2 정도면 적당하다. 마트에 가면 비눗방울액을 따로 팔고 있으니, 그냥 구입해서 사용하는 게 속 편하긴 하다.




▲ 작품명 <빛의 간섭>


각도를 잘 조절하면 비눗방울이 만들어내는 색까지 담을 수 있다. 비눗방울이 무지갯 빛을 띄는 이유는 표면의 반사광과 이면의 반사광이 간섭하기 때문인데, 난 문과생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작품명 <빛망울, 비눗방울>


좀 더 예쁜 초록색을 얻기 위해 난 PL필터를 끼우고 사진을 찍었다. 그 때문에 중감도에서 셔터스피드 확보하는 게 더 어려웠다. PL필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닥 힘들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난 '동적인 사진' 보다는 '정적인 사진'에 최적화가 되었다. 그래서 실외가 아닌 실내에서 비눗방울 사진을 찍기로 했다.




▲ 작품명 <Bubble Planets>


'비눗방울 행성' 사진을 찍을 땐 넓은 면적의 조명이 필요하다. 넓은 면적의 소프트 박스가 있으면 좋지만, 일반 가정에 소프트 박스가 있을 리 없다. 위의 사진은 24W 스탠드에 확산판을 달아 촬영했다. 팁을 적자면, 스탠드의 불빛이 비눗방울에 최대한 근접해야 한다.




▲ 작품명 <Baby planet>


비눗방울이 처음 만들어 졌을 땐 투명하거나, 아주 단조로운 색 밖에 나타나지 않는다. 속으로 양을 스무 마리 정도 세면 색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그게 딱 위의 사진과 같은 색이다. 따라서 찍어 본 사람 중엔 "그런데 제 비눗방울은 저렇게 소용돌이치지 않고, 층층이 색이 나타나 있을 뿐인데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사람에겐 "그럼 입으로 바람을 부세요. 참 쉽죠?"라고 대답해 주겠다.




▲ 작품명 <Gogh planet>


고흐의 <해바라기>와 <꽃 피는 아몬드 나무>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이름을 <고흐 행성>으로 지었다. 세제로 비눗방울을 만든 뒤 "왜 제 비눗방울에선 저런 색깔이 나타나질 않죠?"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그에겐 "다른 재료로도 비눗방울을 만들어 보세요."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난 3일간 거품이 나는 건 뭐든 가져다가 비눗방울을 만들며 열심히 색을 찾았다. "해답은 화장실에 있었습니다."라고만 적어두겠다.




▲ 작품명 <lollipop planet>


작품명을 그냥 막 갖다 붙이는 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텐데, 맞다. 딱 봐서 느낌이 오면 그 단어를 갖다 붙인다. 스탠드의 광량으로 사진을 찍기가 어려워 소프트박스를 만들었다. 호박즙 박스 한쪽 면을 잘라낸 뒤 A4용지를 붙이고, 뒤에 스트로보가 들어갈 구멍을 냈다. 안쪽에 쿠킹호일을 붙였으면 훌륭했겠지만, 집에 호일이 떨어진 관계로 그냥 사용했다. 나쁘지 않았다.




▲ 작품명 <Global warming>


지구온난화라는 제목은 너무 진부한 것 같아서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극지방의 느낌이 잘 나타난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붙여봤다. 위에서 비밀이라고 한 '재료'도 그냥 공개할까 한다. '바디워시'를 사용하면 색깔이 명확한 비눗방울을 얻을 수 있다. 바디워시 4, 물 4, 글리세린 2의 비율로 만들었다.


난 사진을 찍고 고르는 과정에서 A4용지에 사진 번호를 적는다.

"8914, 8957, 8991, 9015, 9034…."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랬더니 어느 날 내 방에 들어오신 어머니께서,

"너 요즘 뭐하니? 무슨 일 있니?"


라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으신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A4용지 가득 네 자리 숫자를 적어 두신 걸로 생각하신 것이다. 난 장난기가 발동해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소리가 들려. 누가 자꾸 숫자를 불러주는데…."


어머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웃으며 '사진 번호'임을 알려 드린 뒤에야 오해가 풀렸다. 어머니께선, 컴퓨터를 보며 숫자를 받아 적고 있는 내가 이상해 보였다고 한다.

'비눗방울 행성'사진은 나중에 조명기기를 사면 제대로 찍어서 올리기로 하고,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겠다. 블로그 본문 가로 폭 때문에 사진을 580px로 올리고 있는데, 더 큰 사진은 노멀로그 갤러리(http://normalog.blog.me/)에 올려두록 하겠다. 80일 프로젝트 2주차, 난 두 번째 포스팅까지 성공했다. 그대는?



"비눗방울 행성, 또 다른 노하우는요?" 엄마나 와이프가 집에 없을 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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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로리2013.06.14 13: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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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무한님 글은 진짜 어쩜이리 필력이 좋으신지 ㅋㅋ 사진도 사진이지만 사람 들었다놨다하는데요 ㅋㅋㅋ

몽상가2013.06.14 13: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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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이번 사진도 참 멋지네요. 무한님은 예술가네요. 아 나도 분발해야지! 음 사진에서 모자쓴 남자분이 보이는건 내 착각인가?

지오2013.06.14 14: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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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ㅎㅐ야...되는데....

새벽하늘2013.06.14 14: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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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사진들 감사히 잘 봤습니다.


80일 프로젝트-어제 9일째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포스팅에서 2주차라고 하셔서 잠깐 깜놀.

머지2013.06.14 15: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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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빵터져써요ㅋㅋㅋㅋ
너무조아

무룽2013.06.14 21: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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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진짜 신기해요!
비눗방울을 사진으로 이렇게 나타낼 수 있다니...
<작품명이랄 것 까지야> 보고 깜짝 놀란게
비눗방울에 비친 풍경까지 사진에 찍혔더라구요~~! 우왕
그리고 planet 시리즈는 대단......*_*
눈 호강 잘하고갑니당>.<

나무2013.06.14 21: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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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하루에 12시간 공부하기를 했던 사람인데요... 아.. 어렵네요 엄청 빡쎈데 나의 집중력과 의지로 계속 실패중이에요 ㅠㅠㅠㅠ 그런데 계속 하려고요 좀 더 버티면 가능할 것 같아요 ㅎㅎㅎ

Hyunj2013.06.15 11: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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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요! 가끔글로적으며 마음다잡으면서 진행해보아요~

bathildis 2013.06.15 14: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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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곧 시험이라... 이댓글보고 뜨끔-

혼자2013.06.16 22: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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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목표가 똑같네요!! 전 시험공부하는데... 님도 혹시? ㅎㅎ 실력과 함께 의지도 강해지는 80일 되시길!

그녀는 반짝반짝2013.06.14 23: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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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글 볼때마다 저도 좋은 카메라 사고싶고, 사진짜 멋지게 찍는법 배우고 싶어요ㅠ 아직 그럴 입장이 아닌데ㅠ 하.. 여유라는게, 그냥 딱 맘먹으면 참 쉽게 찾아지는것이지만, 또 어떨땐 가지려는 맘먹는것도 힘드네요^^;; 그래도 희망과 의지를 갖고! 내일도 80일 프로젝트는 진행입니다!아자아자!

소영2013.06.15 00: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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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my god ! !

저도 비눗방울 정말 좋아해요
불때의 쾌감 > <
큰게 나오면 아아 너무 좋아요
매년 어린이날이면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곤 했어요
지금도 그래요
"어린이날 기념선물이야. 항상 이렇게 순수하게 살아" 이러면서요

ㅎㅎ하여간
비눗방울을 불면
슬쩍슬쩍 보이던 그 무지개빛을 이렇게 이쁘게 담아내다니요
능력자세요 진짜!
어떻게 가능하지? 카메라가 좋으면 찍을수 있는건가요?
카메라에 대해서 아는게 아직
없네요 ; ㅁ ;
제가 아는건 DSLR이 큰 카메라 라는것뿐...
저도 제가 만드는 작품사진을 찍고 싶은데
어떤걸 구입해보면 좋을까요
케익이나 귀여운 작품들을 찍을거거든요
그렇게 많은 기능들은 없어도 되구(찍다보면 욕심이 생기려나요)
아웃포커싱만 되면 만족할것 같아요 하하

예전에 DSLR 포스팅하신 글 한번 더 읽어보고 올게요요
^ ^

바나나우유2013.06.15 00: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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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시리즈는 진짜 색 장난 아닌데요ㅋㅋㅋ 어쩜 저렇게 예쁜지. 근데 간디 사진도 많이 보고 싶어요! 다음 작품은 간디 어떨까요~ㅎㅎ 카톡에 해놓으신 간디 사진 보니까 약간 원피스의 우솝이... 간디 애교 쩌는 사진 보고 싶어요ㅠ

레몬스러2013.06.15 01: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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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바깥 비누방울이 더 이뻐보여요 ㅎㅎ 제 프로젝트는 삼분의 일 성공 ㅡㅡ 다음 주부터는 더 열심히!!

Hyunj2013.06.15 11: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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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랄것까지야~ 좋은데요? 80일프로젝트는 늘 신경쓰고 있습이다. 아침에 출근하여 포스트잇으로 하루목표3가지를 적거든요.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주말은 여유있게 실천하는것같아요 그것조차도 스트레스 안주려고요. 페르시안고양이를 ㅋㅣ우게됐습니다ㅡ 비닐봉지에 스스로 들어가고 울집에온이후론 도도함을 벗어버린 냥이에요^^ 즈거운주말 몽땅 누리시길~♥

밝은사람2013.06.15 21: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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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멋지네요~ 이런거보면 괜히 또 비싼 카메라 욕심만 그득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실외에서 찍은, 풍경까지 담긴 비눗방울이 예쁘네요~
깨알같은 노하우까지 투척ㅋ

아톱2013.06.16 00: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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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그 사진 하나 예쁘네요.
이러고 놀 생각을 커서는 안 했는데..ㅎ

ㅋㅋ2013.06.17 03: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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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키로 빠졌어요.....
앞으로 남은 6키로, 70일안에 충분히 뺄 수 있겠죠?ㅎㅎ

아키라2013.06.17 13: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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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지난주도 참 재밌었는데 이번주 비눗방울도 참 신기하네요.
사진 제목들도 좋아요

A양2013.06.17 15: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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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상무!
빛의 간섭, 조으네요~

shylee2013.06.21 17: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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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찍은 비눗방울에 반사된... 카메라 들고 있는 사람이 무한님이시죠?
실루엣이 비눗방울에 살짝 보이시네요~ㅎ 반가워용 무한님~헤헤

레몬2013.07.09 18: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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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세린 대신 설탕을 넣어도 잘터지지않는 딱딱한 비눗방울이 만들어져요ㅋㅋ

두마리토끼2013.10.21 0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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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너무 예뻐요^.^ 아빠로 보일 나이면 서른 중반이신가보네요!ㅎ.ㅎ 공쥬님과 결혼은 언제쯤? 무한님 아빠되시면 좋은아빠되시겠어요! 저도 발령나면 현장에서 아이들과 비눗방울놀이 해야겠어요^^~ 팁 잘쓸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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