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미적 미루다가 돌아서면 잡는 남자, 정체는?
최근 내가 자주 들르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회원이 탈퇴 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얻으려 자극적인 글을 올리고, 시비를 거는 듯한 댓글을 남겨 주목 받으려 한다. 커뮤니티 이름을 밝힐 순 없고, '스마트폰'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은 글을 남기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던지는 떡밥을 문다. 갤노트 한 대를 자신에게 좀 싸게 팔라든지, 아니면 액세서리를 나눔 해달라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 그는
따위의 반응을 한다. 모두를 따돌려 버리는 것이다. 그는 양치기 소년처럼 계속 저런 짓을 해왔는데, 이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자 '선을 넘는' 이야기를 올렸다. 친구가 아이패드4를 주워왔는데, 그걸 자신에게 주기로 했다고. 한 회원이 그걸 경찰서에 신고한다고 했고, 당황한 그는 "난 아직 안 받아서 죄가 없다. 신고하면 무고죄로 고소하겠다. 그리고 너도 아이패드4 주웠으면 쓸 거면서 왜 혼자 깨끗한 척 하냐."식의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위에서 말한 저 회원의 '모난 모습'은 이르면 학창시절에, 늦으면 사회생활을 하며 정을 맞았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들로 인해 정을 맞지 않고 30대가 되어서도(혹은 그 이후에도) 계속 '모난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 진언을 하면 무조건 공격으로 받아들여 싸우려 한다거나, 모난 모습 때문에 떠나가는 지인들에게 그저 화를 내며 절교를 선언할 뿐이라거나, 혹은 얕은 대인관계만 고집하는 까닭에 타인에게 모난 모습을 보일 일이 없었다거나 하는 등의 경우다.
내 지인 중 하나도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모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그는 집이 부유한 까닭에 삼십대 중반이 될 때까지 정을 맞을 기회가 없었다. 누군가 그의 모난 모습에 질려 떠나가더라도, 콩고물을 얻어먹으려는 사람들이 늘 주위에 새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저런 관계는 가벼운 인간관계 밖에 맺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오래 살펴본 결과 꼭 그렇지도 않다. 빌붙어 주종관계가 형성되어도 만족하는 타입의 사람과 만나면 웬만한 우정만큼의 관계를 맺는 것도 가능하다.(오히려 종의 입장에 있는 상대가 보통의 사람보다 더욱 헌신적이다.) 역시 저런 관계는 어려운 시기가 찾아오면 주변 사람들이 떠난다고도 알려져 있는데, 그건 아직 확인을 못 해봤다. 내 생에 그 지인이 어려운 시기를 겪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망해도 삼대는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지인이니 말이다. 게다가 지금은 그의 아내가 아이 데리고 나간다고 일 년에 백여 번 짐을 싸며 투쟁한 까닭에 지인의 '모난 모습'이 많이 부서진 상태다.
난 H양이 보낸 사연에 등장한 선남(선 본 남자)이 '모난 어른'이라는 것에 내 우리은행 통장을 걸 수 있다.(은행얘기 나오면 자꾸 묻는 분들이 계셔서 적어두는데, 국민은행은 비자 체크카드가 없어서 우리은행으로 바꿨다.) 하지만 그의 몇몇 부분들(경제적 능력, H양에게 보이는 호의)이 '모난 모습'을 가리고 있는 까닭에 H양은 그를 마음에 두고 있다.
'모난 어른'의 가장 큰 특징이, 대화를 할 때 발신만 한다는 거다. 유아적 사고를 하는 까닭에 그들의 화법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칭찬하면 감사히 받고, 지적하면 잘못했다고 하고, 보고 싶다고 말하면 보고 싶다고 대답하는, 그런 식의 대화를 바라는 것이다. 그 외에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무시하고 다시 자기 할 말을 한다.
이건, 애초에 '모난 어른'들의 대인관계 기반이 '어장관리'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꼬꼬마 시절 친구들에게 "우리 집에 장난감 많은데, 우리 집에 가서 놀 사람?"이라고 외쳤을 때를 떠올려 보자. 저건 정말 친구를 초대해 집에서 놀고 싶다거나, 특별히 함께 놀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꺼내는 얘기가 아니다. 그저 관심을 받고 싶고, 그렇게라도 해서 친구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얘기다.
어쨌든 저 얘기가 한 친구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 친구가 놀러 오기로 했다. 전혀 부서지지 않은 '모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꼬꼬마라면, 저 친구를 데리고 집에 오는 순간부터 심술을 부리기 시작할 것이다. 집에 가자고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오지 않았던 다른 친구들을 떠올리며 분한 감정을 갖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함께 집으로 가고 있는 친구에게 핑계를 대며 그냥 집에 가라고 한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대신 여러 조건을 들어줘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해, 친구가 스스로 집에 가겠다는 말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집까지 별 일 없이 같이 왔다고 해도 '모난 모습'은 드러난다. 집에 데려온다는 약속은 지킨 것이니, 장난감을 몇 분 가지고 놀 수 있게 한 다음 돌려보낸다. 여러 장난감을 꺼내 놓고 별 볼 일 없는 것들만 친구가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마저도 친구가 별 볼 일 없는 장난감에 흥미를 보이면 빼앗아 자신이 가지고 논다. 애초에 함께 할 생각으로 데려온 친구가 아니니 들러리처럼 아무렇게나 방치해 두기도 한다. 결국 친구는 문을 나서며 '다신 얘랑 안 놀아.'라고 다짐한다.
보통 대안이 있어서 어장관리를 하는 사람들과 달리, '모난 어른'들은 대안 없는 습관적 어장관리를 한다. 때문에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말하는 것으로 그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지금처럼 단순히 좋은 사람 만나라며 돌아서지 말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연락해 주는 남자를 원한다고 말해보길 바란다. 그러면 그 누구보다 착실히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주변에 하나 남은 이성이 떠나가는 걸 그들은 제일 못 견디니 말이다.(물론, 그 하루 세 번의 연락이 그저 알람처럼 느껴질 것이라는 게 안타까운 일이긴 하다.)
둘의 이야기가 '카톡 차단'으로 이미 막을 내렸으니, '저 남자의 정체는 뭔가?'에 대한 이야기도 이 정도만 적어두자.
몇 가지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우선, 상대의 카톡에 답을 늦게 하게 될 경우엔 물음표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걸 기억해 두길 권한다. H양의 카톡 대화를 보자.
꽤 많은 대화가 저런 식으로 끝난다. 만약, 저렇게 대화가 마무리 되었으면 퇴근 후에라도 카톡을 하나 더 보내줄 줄 알아야 한다. 더 좋은 건 위의 대답에서 "1시 맞아요." 뒤에 "점심 뭐 드셨어요?"라고 질문을 붙이는 것이고 말이다. 저런 수동적인 대답에도 불구하고 계속 말 걸어 줄 사람은 H양 팬클럽 회원 밖에 없다. 팬클럽 회원을 모집하는 게 아니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대화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다.
일부 여성대원들처럼 '면접관'의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은 훌륭하다. 그런데 문제는, H양은 '면접 보러 온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거다. "질문을 해 주시면 성실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의 태도다. 상대가 뭔가를 묻지 않으면 대화가 이루어지질 않는다. 싫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감흥이 있는 것도 아닌 정물화 같은 느낌이다.
H양은 전화통화를 할 때 늘 상대가 먼저 전화를 끊는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와 비슷하게, 내가 만약 상대라면 난 H양이 '눈치 채라고 하는 소리'에 실망할 것 같다.
저 말이, 계속 카톡을 보내오는 상대에게 정중하게 거절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마음이 들떠서 말을 끊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상대가 저런 카톡을 보냈다고 해보자.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데요? 바쁘다니까 이따가 톡 올 때까지 기다리겠죠."라고 대답한다면 할 말 없다.
같은 말이라도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상대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 그런 부분들을 좀 세심하게 살피길 바란다. 나중에 요리 해달라는 말을 "요리는…, 좀 부담스러운데요."대신 "전 제 전용 주방에서만 요리해요."정도로 받아 넘길 수 있는 것 아닌가.("아직 전용 주방이 없어서 요리 해 본 적은 없어요."정도로 반전드립도 칠 수 있고 말이다.) 진지를 자꾸 먹으면 살찌니까, 가끔씩만 먹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관계를 마무리 지을 때는 최대한 깔끔하게 마무리 짓길 권한다. 다른 사람 만나라는 통보를 툭 던져놓고 상대의 연락을 모두 받지 않거나, 다짜고짜 차단을 해 버리는 건 최악의 마무리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빈약한 관계를 시간이 저절로 부수도록 그냥 놔두는 게 낫다.
지금처럼 '통보 후 잠수'로 마무리를 하면, 상대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이상하고도 과감한 행동을 할 수 있다. 게다가 "로그아웃을 통보할 만한 이유가 있어서 통보하는 겁니다. 잘 사세요."라며 상대의 뒤통수를 치고 잠수를 타 버리면 상대의 폭력성을 불러낼 위험이 있다. 속에 있는 말 던지고 나니 시원할지 모르지만, 영문도 모른 채 날 선 소리 들은 상대는 화가 난다. H양의 상대 역시 "그게 무슨 뜻인가요? 무슨 뜻인지는 말씀해 주셔야죠?"라며 집요하게 연락을 하지 않았는가. H양은
라고 내게 물었지만, 뒤통수를 치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입장을 바꿔 보자. 내가 H양의 선남인데, H양에게 "사람 간 보는 거 아닙니다. 다음에 누굴 만나시더라도 이러진 마시길 바랍니다. 아무튼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마지막 카톡을 보냈다. 그러고는 H양이 "간 봤다는 게 무슨 얘기죠?"라고 물었는데, 묵비권만 행사하다 나중엔 H양을 차단해 버렸다. 이건 뭐 모 방송국에서 한 '폭력성 실험'과 비슷한 것 아닌가. "게임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PC방 전원을 내려 보았습니다."라는 보도 말이다.
자 그럼, 다음엔 이야기가 다 끝나기 전에 사연을 보내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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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가 자주 들르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회원이 탈퇴 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얻으려 자극적인 글을 올리고, 시비를 거는 듯한 댓글을 남겨 주목 받으려 한다. 커뮤니티 이름을 밝힐 순 없고, '스마트폰'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은 글을 남기는 것이다.
"갤럭시 노트1 공기계가 10대 생겼네요.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난 폰을 떨어뜨려도 멀쩡하던데, 액정 나갔다는 사람들은 폰을 어떻게 관리했기에…."
"아는 사람이 휴대폰 액세서리 판매하는데 가게 정리한다고 다 가져다 쓰라네요."
"난 폰을 떨어뜨려도 멀쩡하던데, 액정 나갔다는 사람들은 폰을 어떻게 관리했기에…."
"아는 사람이 휴대폰 액세서리 판매하는데 가게 정리한다고 다 가져다 쓰라네요."
많은 사람들이 그가 던지는 떡밥을 문다. 갤노트 한 대를 자신에게 좀 싸게 팔라든지, 아니면 액세서리를 나눔 해달라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 그는
"인생 거지처럼 살지 마세요. 액세서리 달라는 거지들은 뭡니까?"
"내가 미쳤나요 싸게 팔게? 쪽지 보내지 마세요. 양심도 없는 사람들."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삐쳐서 절 공격하는 건가요? 맘껏 욕 하세요."
"내가 미쳤나요 싸게 팔게? 쪽지 보내지 마세요. 양심도 없는 사람들."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삐쳐서 절 공격하는 건가요? 맘껏 욕 하세요."
따위의 반응을 한다. 모두를 따돌려 버리는 것이다. 그는 양치기 소년처럼 계속 저런 짓을 해왔는데, 이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자 '선을 넘는' 이야기를 올렸다. 친구가 아이패드4를 주워왔는데, 그걸 자신에게 주기로 했다고. 한 회원이 그걸 경찰서에 신고한다고 했고, 당황한 그는 "난 아직 안 받아서 죄가 없다. 신고하면 무고죄로 고소하겠다. 그리고 너도 아이패드4 주웠으면 쓸 거면서 왜 혼자 깨끗한 척 하냐."식의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1. 모난 어른
위에서 말한 저 회원의 '모난 모습'은 이르면 학창시절에, 늦으면 사회생활을 하며 정을 맞았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들로 인해 정을 맞지 않고 30대가 되어서도(혹은 그 이후에도) 계속 '모난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 진언을 하면 무조건 공격으로 받아들여 싸우려 한다거나, 모난 모습 때문에 떠나가는 지인들에게 그저 화를 내며 절교를 선언할 뿐이라거나, 혹은 얕은 대인관계만 고집하는 까닭에 타인에게 모난 모습을 보일 일이 없었다거나 하는 등의 경우다.
내 지인 중 하나도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모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그는 집이 부유한 까닭에 삼십대 중반이 될 때까지 정을 맞을 기회가 없었다. 누군가 그의 모난 모습에 질려 떠나가더라도, 콩고물을 얻어먹으려는 사람들이 늘 주위에 새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저런 관계는 가벼운 인간관계 밖에 맺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오래 살펴본 결과 꼭 그렇지도 않다. 빌붙어 주종관계가 형성되어도 만족하는 타입의 사람과 만나면 웬만한 우정만큼의 관계를 맺는 것도 가능하다.(오히려 종의 입장에 있는 상대가 보통의 사람보다 더욱 헌신적이다.) 역시 저런 관계는 어려운 시기가 찾아오면 주변 사람들이 떠난다고도 알려져 있는데, 그건 아직 확인을 못 해봤다. 내 생에 그 지인이 어려운 시기를 겪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망해도 삼대는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지인이니 말이다. 게다가 지금은 그의 아내가 아이 데리고 나간다고 일 년에 백여 번 짐을 싸며 투쟁한 까닭에 지인의 '모난 모습'이 많이 부서진 상태다.
난 H양이 보낸 사연에 등장한 선남(선 본 남자)이 '모난 어른'이라는 것에 내 우리은행 통장을 걸 수 있다.(은행얘기 나오면 자꾸 묻는 분들이 계셔서 적어두는데, 국민은행은 비자 체크카드가 없어서 우리은행으로 바꿨다.) 하지만 그의 몇몇 부분들(경제적 능력, H양에게 보이는 호의)이 '모난 모습'을 가리고 있는 까닭에 H양은 그를 마음에 두고 있다.
"나쁘진 않은데, 그와 카톡을 하면 대화가 잘 안 돼요.
그는 갑자기 들이댔다가, 또 딴 소리 했다가 막 그래요. 화법이 특이해요."
그는 갑자기 들이댔다가, 또 딴 소리 했다가 막 그래요. 화법이 특이해요."
'모난 어른'의 가장 큰 특징이, 대화를 할 때 발신만 한다는 거다. 유아적 사고를 하는 까닭에 그들의 화법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칭찬하면 감사히 받고, 지적하면 잘못했다고 하고, 보고 싶다고 말하면 보고 싶다고 대답하는, 그런 식의 대화를 바라는 것이다. 그 외에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무시하고 다시 자기 할 말을 한다.
2. 옹색한 어장관리
이건, 애초에 '모난 어른'들의 대인관계 기반이 '어장관리'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꼬꼬마 시절 친구들에게 "우리 집에 장난감 많은데, 우리 집에 가서 놀 사람?"이라고 외쳤을 때를 떠올려 보자. 저건 정말 친구를 초대해 집에서 놀고 싶다거나, 특별히 함께 놀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꺼내는 얘기가 아니다. 그저 관심을 받고 싶고, 그렇게라도 해서 친구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얘기다.
어쨌든 저 얘기가 한 친구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 친구가 놀러 오기로 했다. 전혀 부서지지 않은 '모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꼬꼬마라면, 저 친구를 데리고 집에 오는 순간부터 심술을 부리기 시작할 것이다. 집에 가자고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오지 않았던 다른 친구들을 떠올리며 분한 감정을 갖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함께 집으로 가고 있는 친구에게 핑계를 대며 그냥 집에 가라고 한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대신 여러 조건을 들어줘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해, 친구가 스스로 집에 가겠다는 말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집까지 별 일 없이 같이 왔다고 해도 '모난 모습'은 드러난다. 집에 데려온다는 약속은 지킨 것이니, 장난감을 몇 분 가지고 놀 수 있게 한 다음 돌려보낸다. 여러 장난감을 꺼내 놓고 별 볼 일 없는 것들만 친구가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마저도 친구가 별 볼 일 없는 장난감에 흥미를 보이면 빼앗아 자신이 가지고 논다. 애초에 함께 할 생각으로 데려온 친구가 아니니 들러리처럼 아무렇게나 방치해 두기도 한다. 결국 친구는 문을 나서며 '다신 얘랑 안 놀아.'라고 다짐한다.
"연락이 없어서 제가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톡을 보냈더니, 그가 매달리더라고요."
"계속 똑같아서 더 좋은 분 만나시라고 했더니, 그가 선물공세를…."
"정말 마음에 든다며 매달리던 사람이, 절 잡은 다음엔 또 그냥 방치하고…."
"계속 똑같아서 더 좋은 분 만나시라고 했더니, 그가 선물공세를…."
"정말 마음에 든다며 매달리던 사람이, 절 잡은 다음엔 또 그냥 방치하고…."
보통 대안이 있어서 어장관리를 하는 사람들과 달리, '모난 어른'들은 대안 없는 습관적 어장관리를 한다. 때문에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말하는 것으로 그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지금처럼 단순히 좋은 사람 만나라며 돌아서지 말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연락해 주는 남자를 원한다고 말해보길 바란다. 그러면 그 누구보다 착실히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주변에 하나 남은 이성이 떠나가는 걸 그들은 제일 못 견디니 말이다.(물론, 그 하루 세 번의 연락이 그저 알람처럼 느껴질 것이라는 게 안타까운 일이긴 하다.)
둘의 이야기가 '카톡 차단'으로 이미 막을 내렸으니, '저 남자의 정체는 뭔가?'에 대한 이야기도 이 정도만 적어두자.
3. H양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몇 가지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우선, 상대의 카톡에 답을 늦게 하게 될 경우엔 물음표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걸 기억해 두길 권한다. H양의 카톡 대화를 보자.
(오전 11:30)
상대 - 전 밥 먹으러 나왔어요. H양은 점심시간 1시라고 했죠?
(오후 4:20)
H양 - 바빠서 카톡을 이제 확인 했네요. 네 1시 맞아요.
상대 - 전 밥 먹으러 나왔어요. H양은 점심시간 1시라고 했죠?
(오후 4:20)
H양 - 바빠서 카톡을 이제 확인 했네요. 네 1시 맞아요.
꽤 많은 대화가 저런 식으로 끝난다. 만약, 저렇게 대화가 마무리 되었으면 퇴근 후에라도 카톡을 하나 더 보내줄 줄 알아야 한다. 더 좋은 건 위의 대답에서 "1시 맞아요." 뒤에 "점심 뭐 드셨어요?"라고 질문을 붙이는 것이고 말이다. 저런 수동적인 대답에도 불구하고 계속 말 걸어 줄 사람은 H양 팬클럽 회원 밖에 없다. 팬클럽 회원을 모집하는 게 아니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대화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게요. 오늘 정말 춥네요."
"회사 일이 많아서 오늘도 일찍 가기는 틀린 것 같아요."
"친구랑 명동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저녁 먹으려고요."
"회사 일이 많아서 오늘도 일찍 가기는 틀린 것 같아요."
"친구랑 명동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저녁 먹으려고요."
일부 여성대원들처럼 '면접관'의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은 훌륭하다. 그런데 문제는, H양은 '면접 보러 온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거다. "질문을 해 주시면 성실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의 태도다. 상대가 뭔가를 묻지 않으면 대화가 이루어지질 않는다. 싫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감흥이 있는 것도 아닌 정물화 같은 느낌이다.
H양은 전화통화를 할 때 늘 상대가 먼저 전화를 끊는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와 비슷하게, 내가 만약 상대라면 난 H양이 '눈치 채라고 하는 소리'에 실망할 것 같다.
"지금 일 때문에 바쁘거든요. 일 좀 해 놓고 카톡드릴게요."
저 말이, 계속 카톡을 보내오는 상대에게 정중하게 거절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마음이 들떠서 말을 끊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상대가 저런 카톡을 보냈다고 해보자.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데요? 바쁘다니까 이따가 톡 올 때까지 기다리겠죠."라고 대답한다면 할 말 없다.
같은 말이라도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상대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 그런 부분들을 좀 세심하게 살피길 바란다. 나중에 요리 해달라는 말을 "요리는…, 좀 부담스러운데요."대신 "전 제 전용 주방에서만 요리해요."정도로 받아 넘길 수 있는 것 아닌가.("아직 전용 주방이 없어서 요리 해 본 적은 없어요."정도로 반전드립도 칠 수 있고 말이다.) 진지를 자꾸 먹으면 살찌니까, 가끔씩만 먹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관계를 마무리 지을 때는 최대한 깔끔하게 마무리 짓길 권한다. 다른 사람 만나라는 통보를 툭 던져놓고 상대의 연락을 모두 받지 않거나, 다짜고짜 차단을 해 버리는 건 최악의 마무리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빈약한 관계를 시간이 저절로 부수도록 그냥 놔두는 게 낫다.
지금처럼 '통보 후 잠수'로 마무리를 하면, 상대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이상하고도 과감한 행동을 할 수 있다. 게다가 "로그아웃을 통보할 만한 이유가 있어서 통보하는 겁니다. 잘 사세요."라며 상대의 뒤통수를 치고 잠수를 타 버리면 상대의 폭력성을 불러낼 위험이 있다. 속에 있는 말 던지고 나니 시원할지 모르지만, 영문도 모른 채 날 선 소리 들은 상대는 화가 난다. H양의 상대 역시 "그게 무슨 뜻인가요? 무슨 뜻인지는 말씀해 주셔야죠?"라며 집요하게 연락을 하지 않았는가. H양은
"저런 모습이 있다는 건, 폭력적 성향이 있다는 거겠죠?"
라고 내게 물었지만, 뒤통수를 치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입장을 바꿔 보자. 내가 H양의 선남인데, H양에게 "사람 간 보는 거 아닙니다. 다음에 누굴 만나시더라도 이러진 마시길 바랍니다. 아무튼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마지막 카톡을 보냈다. 그러고는 H양이 "간 봤다는 게 무슨 얘기죠?"라고 물었는데, 묵비권만 행사하다 나중엔 H양을 차단해 버렸다. 이건 뭐 모 방송국에서 한 '폭력성 실험'과 비슷한 것 아닌가. "게임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PC방 전원을 내려 보았습니다."라는 보도 말이다.
자 그럼, 다음엔 이야기가 다 끝나기 전에 사연을 보내주길 바라며!
▲ 30대 남자와의 선, 소개팅 사연 모집합니다. normalog@naver.com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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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기 있는 남자들이 사용하는 접근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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