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인터넷 카페에서 강제탈퇴를 당했다. 사유는 카페활동 미비. 가입 후 20개의 게시물을 올려야 등급이 올라가는데, 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으니 강제탈퇴를 당한 것이다.
그 카페는 곤충관련 카페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카페 주인과 친구 몇몇이 운영하고 있었다. 난 그들이 올려 놓은 '곤충 채집기'를 좀 보고자 가입했었다. 그리고 '가입인사'쯤만 작성하면 당연히 그 채집기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카페에는 대단히 엄격한 '등업기준'이 있었다.
그러니까, 등업이 되기 전까지는 '가입인사'와 '자유게시판'에만 글을 쓸 수 있는데, 하루에 2개 이상 게시물을 올리면 '도배' 혐의로 강제탈퇴를 당한다. 그런 조건에서 20개의 게시물을 올려야만 등업을 할 수 있는 거다.
한 20일 쯤 매일 들러 글을 남기면 등업이 될 수 있겠지만, 채집기 몇 개 읽자고 그런 수고를 하고 싶진 않았다. 몇몇 회원들은 그런 조건을 충실히 수행해 등업이 된 듯 보였는데, 그들도 자신들이 읽고자 하는 걸 읽은 후에는 활동을 하지 않는 듯했다. 뭐, 곤충카페에 가면 곤충카페의 법을 따르라는(응?) 말이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저렇게 '폐쇄적인 운영'이 '카페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
멀쩡한데 연애 못하는 여자(이후 '연못녀')대원들의 사연에서도 이와 비슷한 부분들이 보인다. 어떤점이 비슷한지, 함께 살펴보자.
연못녀의 사연에는 아래와 같은 문장들이 빈번히 등장한다.
이상할 것 없는 문장들이지만, 위의 성격을 '단점'으로 보자면 아래와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얘기들로 스스로를 변호하며 "이런 제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줄 수 있는, 그런 남자를 만나고 싶습니다."라는 변론을 한다.
그대가 피아니스트라고 해보자. 난 그대가 스스로 피아니스트라고 소개를 하거나, 피아노를 치기 전까지는 그대가 피아니스트라는 걸 알 수 없다. 만약, 그대가 '전부'를 이야기 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주길 바란다면, 그대는 '음악'이나 '악기'에 대한 얘길 하며 '일부'라도 말해줘야 한다. 그대라는 사람을 찾아 갈 '실마리'를 주어야 한단 얘기다.
소극적, 수동적, 폐쇄적, 방어적인 모습을 자신의 '성격'이라 소개하며, 그 성격을 모두 '이해'해 줄 사람을 찾는 건, (미안하지만)이기적인 태도다. 그대도 혹시 위에서 이야기 한 '카페주인'처럼, 충족시키기 힘든 엄격한 기준을 세워 둔 채, "이게 다 카페 활성화를 위해 정한 기준입니다."라며 모든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위에서 소개한 카페의 '등업'과 관련된 공지사항엔,
라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그저 "그만큼 열정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사람을 회원으로 받겠다는 얘기구나."라고 이해할 수도 있는 글이지만, 정말 '20개의 글'이라는 조건이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회원'을 가려낼 수 있을까?
연못녀의 얘기로 돌아와 보자. 연못녀 역시,
라는 이야기를 한다. 정말 거대한 환상이다. 단언하건데, 그런 남자는 없다. 그런 '로봇'이라면 몰라도, 그런 '사람'은 없단 얘기다. 평생 서로 사랑하면 지낸다는 건, 그렇게 '만들어' 가는 거지, 그런 걸 '구하는'게 아니다. 설마, 그런 사람을 찾기만 하면 알아서 다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대는 그냥 어떤 상처도 받지 않으려고 집 안에 숨어만 있는 거다. 그렇게 숨어 있어도 언제나 그대의 곁엔 그대를 보살펴주는 부모님이 있다. 그리고 이제 그 집에서 나와야 하는 그대는, 그런 부모님의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을 하나 더 만들고 싶어 하는 것 뿐이다. 처음부터 '내 사람'으로 고정되어 있는 존재를 찾고만 있단 얘기다.
라는 말만 하고 있으니, 급한 남자나 나쁜 남자에게 휘둘릴 가능성은 더 커진다. 그들은 누구인가. 이전 글에서 이야기 했듯, 목적을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거리낌 없이 하며, '정말 그런 것처럼'을 연기하는 데 있어 프로가 아닌가. 그렇게 당하고 나면 '등업기준'을 또 높인다. 이해하기 어려운 등업기준에 도전하는 건, 역시 급한 남자와 나쁜 남자 뿐이다. 같은 일을 또 당하면 '등업기준'을 더 높인다. 어떤 상처도 받지 않으려고 자신에게 통하는 모든 문을 닫아 버린다. 그리고 외로워, 운다.
제임스 조이스는 말했다.
그렇게 견고하고 높은 '등업조건'을 내건 채 "내 발에 맞는 구두를 찾습니다."라는 얘기만 하지 말고, 신어보자. 신어보면 알 것 아닌가.
그럼 다시 그대의 발에 맞는 구두를 고르면 되는 거다. 신어보지 않으면 영영 알 수 없는 일을 두고, 상대에게 "내 발에 맞다는 걸 증명해봐."라는 얘기만 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건가. 상처입지 않을까를 걱정하며 집에 숨어 있지 말고, 현관문을 열고 나오길 권한다. 이 파란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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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카페는 곤충관련 카페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카페 주인과 친구 몇몇이 운영하고 있었다. 난 그들이 올려 놓은 '곤충 채집기'를 좀 보고자 가입했었다. 그리고 '가입인사'쯤만 작성하면 당연히 그 채집기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카페에는 대단히 엄격한 '등업기준'이 있었다.
<등업기준>
1. 가입인사 후 20개의 게시물을 올려야 등업이 됨.
2. 등업이 되기 전까진 '가입인사'와 '자유게시판'만 이용할 수 있음.
3. 하루에 두 개 이상 게시물을 올리면 도배로 간주.
* 이 등업기준은 카페 활성화를 위해 정한 것이니 꼭 지켜야 함.
1. 가입인사 후 20개의 게시물을 올려야 등업이 됨.
2. 등업이 되기 전까진 '가입인사'와 '자유게시판'만 이용할 수 있음.
3. 하루에 두 개 이상 게시물을 올리면 도배로 간주.
* 이 등업기준은 카페 활성화를 위해 정한 것이니 꼭 지켜야 함.
그러니까, 등업이 되기 전까지는 '가입인사'와 '자유게시판'에만 글을 쓸 수 있는데, 하루에 2개 이상 게시물을 올리면 '도배' 혐의로 강제탈퇴를 당한다. 그런 조건에서 20개의 게시물을 올려야만 등업을 할 수 있는 거다.
한 20일 쯤 매일 들러 글을 남기면 등업이 될 수 있겠지만, 채집기 몇 개 읽자고 그런 수고를 하고 싶진 않았다. 몇몇 회원들은 그런 조건을 충실히 수행해 등업이 된 듯 보였는데, 그들도 자신들이 읽고자 하는 걸 읽은 후에는 활동을 하지 않는 듯했다. 뭐, 곤충카페에 가면 곤충카페의 법을 따르라는(응?) 말이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저렇게 '폐쇄적인 운영'이 '카페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
멀쩡한데 연애 못하는 여자(이후 '연못녀')대원들의 사연에서도 이와 비슷한 부분들이 보인다. 어떤점이 비슷한지, 함께 살펴보자.
1. 이기적인 등업기준
연못녀의 사연에는 아래와 같은 문장들이 빈번히 등장한다.
ⓐ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선 낯을 가립니다.
ⓑ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조용히 듣는 편입니다.
ⓒ 관심사가 다르거나 성격이 다른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 상대를 좀 알고 난 후에야 마음을 여는 스타일입니다.
ⓑ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조용히 듣는 편입니다.
ⓒ 관심사가 다르거나 성격이 다른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 상대를 좀 알고 난 후에야 마음을 여는 스타일입니다.
이상할 것 없는 문장들이지만, 위의 성격을 '단점'으로 보자면 아래와 같이 해석할 수 있다.
ⓐ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선 낯을 가립니다. (소극적)
ⓑ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조용히 듣는 편입니다. (수동적)
ⓒ 관심사가 다르거나 성격이 다른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폐쇄적)
ⓓ 상대를 좀 알고 난 후에야 마음을 여는 스타일입니다. (방어적)
ⓑ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조용히 듣는 편입니다. (수동적)
ⓒ 관심사가 다르거나 성격이 다른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폐쇄적)
ⓓ 상대를 좀 알고 난 후에야 마음을 여는 스타일입니다. (방어적)
위와 같은 얘기들로 스스로를 변호하며 "이런 제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줄 수 있는, 그런 남자를 만나고 싶습니다."라는 변론을 한다.
그대가 피아니스트라고 해보자. 난 그대가 스스로 피아니스트라고 소개를 하거나, 피아노를 치기 전까지는 그대가 피아니스트라는 걸 알 수 없다. 만약, 그대가 '전부'를 이야기 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주길 바란다면, 그대는 '음악'이나 '악기'에 대한 얘길 하며 '일부'라도 말해줘야 한다. 그대라는 사람을 찾아 갈 '실마리'를 주어야 한단 얘기다.
소극적, 수동적, 폐쇄적, 방어적인 모습을 자신의 '성격'이라 소개하며, 그 성격을 모두 '이해'해 줄 사람을 찾는 건, (미안하지만)이기적인 태도다. 그대도 혹시 위에서 이야기 한 '카페주인'처럼, 충족시키기 힘든 엄격한 기준을 세워 둔 채, "이게 다 카페 활성화를 위해 정한 기준입니다."라며 모든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2. 구하기와 만들기
위에서 소개한 카페의 '등업'과 관련된 공지사항엔,
"저희 카페에선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회원분들만 모십니다.
그래서 엄격한 등업기준을 세웠고, 그 조건에 충족하신 분들만 등업이 됩니다.
20개의 글을 올리는 게 많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20개가 많지 않다고 생각할 겁니다.
노력과 참여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엄격한 등업기준을 세웠고, 그 조건에 충족하신 분들만 등업이 됩니다.
20개의 글을 올리는 게 많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20개가 많지 않다고 생각할 겁니다.
노력과 참여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그저 "그만큼 열정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사람을 회원으로 받겠다는 얘기구나."라고 이해할 수도 있는 글이지만, 정말 '20개의 글'이라는 조건이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회원'을 가려낼 수 있을까?
연못녀의 얘기로 돌아와 보자. 연못녀 역시,
"어떤 문제가 생기든 간에 언제나 그 사람 편에 서 줄 수 있으며,
그 사람 역시 저를 그렇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헤어질 일 없고, 평생 서로 사랑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싶습니다.
몇 년 만나다 헤어지고, 서로 완전히 믿지도 못하는 관계는 싫습니다."
그 사람 역시 저를 그렇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헤어질 일 없고, 평생 서로 사랑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싶습니다.
몇 년 만나다 헤어지고, 서로 완전히 믿지도 못하는 관계는 싫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정말 거대한 환상이다. 단언하건데, 그런 남자는 없다. 그런 '로봇'이라면 몰라도, 그런 '사람'은 없단 얘기다. 평생 서로 사랑하면 지낸다는 건, 그렇게 '만들어' 가는 거지, 그런 걸 '구하는'게 아니다. 설마, 그런 사람을 찾기만 하면 알아서 다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대는 그냥 어떤 상처도 받지 않으려고 집 안에 숨어만 있는 거다. 그렇게 숨어 있어도 언제나 그대의 곁엔 그대를 보살펴주는 부모님이 있다. 그리고 이제 그 집에서 나와야 하는 그대는, 그런 부모님의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을 하나 더 만들고 싶어 하는 것 뿐이다. 처음부터 '내 사람'으로 고정되어 있는 존재를 찾고만 있단 얘기다.
"정말 내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봐. 그럼 내 모든 걸 줄게."
라는 말만 하고 있으니, 급한 남자나 나쁜 남자에게 휘둘릴 가능성은 더 커진다. 그들은 누구인가. 이전 글에서 이야기 했듯, 목적을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거리낌 없이 하며, '정말 그런 것처럼'을 연기하는 데 있어 프로가 아닌가. 그렇게 당하고 나면 '등업기준'을 또 높인다. 이해하기 어려운 등업기준에 도전하는 건, 역시 급한 남자와 나쁜 남자 뿐이다. 같은 일을 또 당하면 '등업기준'을 더 높인다. 어떤 상처도 받지 않으려고 자신에게 통하는 모든 문을 닫아 버린다. 그리고 외로워, 운다.
제임스 조이스는 말했다.
"실수는 발견의 시작이다."
그렇게 견고하고 높은 '등업조건'을 내건 채 "내 발에 맞는 구두를 찾습니다."라는 얘기만 하지 말고, 신어보자. 신어보면 알 것 아닌가.
"신어 봤는데, 제 발에 맞지 않으면요?"
그럼 다시 그대의 발에 맞는 구두를 고르면 되는 거다. 신어보지 않으면 영영 알 수 없는 일을 두고, 상대에게 "내 발에 맞다는 걸 증명해봐."라는 얘기만 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건가. 상처입지 않을까를 걱정하며 집에 숨어 있지 말고, 현관문을 열고 나오길 권한다. 이 파란 가을!
▲ 단풍놀이 가고 싶으신 분들은 조용히 새끼발가락을 들어 주세요. 뭐야, 다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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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는 남자,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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