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남자를 전문용어론, ‘꾸러기’라고 한다.
“누나 남자친구 만들고 싶어요? 그럼 누나 나랑 사귈래요? 우리 오늘부터 1일. 누난 나 같은 남자 만나야 해요. 나처럼 누나만 보는 남자.”
꾸러기가 하는 저런 장난에 넘어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여자 - 근데 혹시 너 나 좋아해?
남자 - 아뇨.
하는 건 완전히 말리는 일이다. 그러니 다음부터는
“맞아. 난 진짜 너 같은 남자를 만나야 하는데…. 근데 네가 나 같은 여자를 만나면 안 돼.”
정도로 간단히 받아주길 권한다. 그럴 경우 상대는 ‘나 같은 여자’가 어떤 여자를 말하는 건지 몹시 궁금해 할 텐데, 거기엔 ‘네가 좀 더 크면 알려줄게’라고 대답하면 된다.
또, 상대가
“누나 하트 한 번 만들어서 쏴줘요. 누나가 하면 진짜 귀엽겠다. 한 번 해봐.”
라며 또 장난을 걸어오면,
“당연히 귀엽지. 너무 귀여워서 안 돼.”
정도로 받거나, “이렇게?” 하면서 하트 한 번 쏴주면 된다. 꾸러기의 장난을 다큐로 받게 되면 상대는 그 부분이 취약하다는 걸 금방 눈치 채곤 그곳만 집중 공략할 테니, 장난엔 장난으로 받고 말든가, 자꾸 수위가 높아지는 것 같으면 한 번쯤 정색하고 ‘장난도 좀 상황 봐가면서 하자’라고 말할 필요가 있다.
자꾸 ‘하고 싶은 게 뭐냐’, ‘남자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 하고 물으면,
“내가 이렇게 팔 하나 굽혀서 앞으로 내밀곤 ‘독수리!’이러면, 저 멀리서부터 양 팔 쫙 펴고 나는 것처럼 뛰어와서 내 팔을 딱 붙잡아. 누나가 해보고 싶은 거 다 들어준다고 말만 하라며. 누난 어려서부터 독수리를 키우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 네가 독수리가 되어줘. 자, 해보자. 독수리!”
하며 받아주면 된다.
“칭찬하는 건 어떻게 받죠? 전엔 꽃향기가 좋다고 해서 저도 꽃향기가 좋다고 했더니, 저보고 ‘누나가 꽃이잖아.’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말에 전 심쿵하는데요….”
그럴 땐 뭐,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그걸 말하면 어떡해. 너 누구한테 들었어?”
라고 받아도 되고,
“야, 이거 봐봐. (목을 옆으로 90도 꺾은 후) 꽃 꺾임 ㅋㅋㅋㅋ”
이라고 받아도 된다. 단, 후자의 경우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사용할 경우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이 점점 거리를 두려 할 수 있으니, 적절히 상황 봐가며 사용하길 권한다.
“무한님, 저는 상대가 저에게 관심이 있어서 장난을 치는 건지 아닌지를 물어본 건데, 왜 이상한 얘기만 잔뜩 하시나요? ㅠㅠ”
그러니까 그게, 그 질문에만 답하면
“죄송하지만,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잘 받아주는데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당황하는 모습일 때가 재미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라는, 너무 짧은 대답이 될 것 같아서 이렇게 허튼소리를 좀 섞었다는 걸 양해해줬으면 한다. 이전 매뉴얼들을 통해 수도 없이 말했듯
-상대에게 사적으로 연락이 오는가?
-상대가 선톡을 보내기도 하며, 이쪽의 연락에 답장도 잘 하는가?
-상대와 단둘이 만나는 일이 있는가?
라는 물음에 단 하나도 ‘네’라고 대답할 수 없다면, 만났을 때 상대가 이쪽에게 사귀자고 장난을 치거나, 손을 닦아 주거나, 신발 끈을 매주거나, 가방을 들어주거나, 옆자리에 서슴없이 앉거나 하더라도 그건 ‘이성으로서의 관심이 있어서’라곤 보기 힘들다.
저런 일들이 혹 ‘관심’이지 않을까 하여 이쪽에서 선톡을 보내도, 상대의 대답이 늦는 것뿐만 아니라 대화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일 정도라거나, 용기를 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도 단호한 ‘아니요’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라면, 상대와 장난과 드립을 ‘심증’으로 삼는 일은 그만 두는 게 좋겠다.
“제가 약간 끼(?)부리고 여지도 흘리긴 했는데, 모르겠네요….”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이쪽이 부린다는 그 ‘끼’와 흘린다는 ‘여지’가, 꾸러기에겐 좋은 먹잇감이 된다. 이쪽이
“알바 시작하면 남친 생기려나? ㅎㅎㅎ”
라고 멍석을 까니 상대가 ‘나랑 사귀어요’라며 치고 들어오는 건데, 연애를 아쉬워하거나 기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끼 부리는 것이나 여지를 남기는 거라 보기가 좀 어렵다.
특히 “네 주변에 좋은 남자 있으면 소개시켜줘.”라는 이야기를 하는 걸 ‘여지를 남기는 것’이라 생각하며 계속하다보면, 남들에겐 이쪽이 그저 연애 고파하고 남자친구 갈망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으니, ‘연애’와 관련된 얘기는 앞으로 최대한 생략하길 권한다.
“아 근데, 걔가 자기 입으로 자기가 소심하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연락을 못 하는 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세라야, 세라가 자꾸 그러면 오빠가 힘들어져. 그럼, 세라도 오늘부터 소심해지는 걸로 하자. 어때? 괜찮은 방법이지? 자, 오늘부터 상대는 ‘꾸러기 남자동생’, 또는 ‘개그콤비’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남자친구가 될 운명의 그 사람은 다시 찾아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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