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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거래처 남자직원에게 호감이 가는데 거래가 불발됐어요

by 무한 2017. 8. 2.

우선, 상대가 수영강사나 헬스 트레이너일 때보다 ‘착각의 늪’에 빠지기 쉬운 대상이 바로 영업사원이라는 걸 기억하자. J씨가 만난 상대의 경우는 아직까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보통의 경우 영업사원들은 이쪽의 SNS까지 구경하며 어디서 무얼했나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그것과 연관해

 

카스 보니까 여행 많이 다니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거 요즘 인기 있는 여행지갑이라는데 한 번 써보세요. 그리고 이건 발바닥에 붙이는 건데, 여행 가서 많이 걸은 날 붙이고 자면 다음 날 한 결 편해요. 써보세요.

 

라며 선물까지를 주기 마련이다. 그럼 그 얘기를 들은 이쪽에선

 

뭐지? 나한테 관심 있나? 아무리 영업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는 안 할 텐데? 사적으로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건가? 뭔가를 받았으니 나도 다음에 여행 다녀오며 뭐 하나 사다줘야겠네.

 

하는 생각을 시작할 수 있고 말이다.

 

사회 초년생 시절, 난 은행에 갔다가 루소의 글을 자기 자리에 붙여 놓고 있던 은행직원이랑 수다를 떨게 되었고, 직업을 묻기에 내가 글을 쓴다고 하자 그녀가 형광펜과 메모지, 그리고 팔운동하는 고무로 된 기구를 주기에 난 그 자리에서 그녀가 권했던 카드를 만들었다. 난 그녀가 나한테만 그랬던 건 줄 알았는데, 한 달 정도 지나 은행에 갔을 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받았던 것과 똑같은 박스를 들고 나오는 다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상품 권유 정도 하는 사람이 이 정도인데, 발로 뛰는 영업사원은 어떻겠는가. 그러니 상대가 베푸는 호의와 친절, 그리고 사들고 오거나 건네는 모든 것들이 꼭 ‘나’를 보고 그러는 건 아니라는 걸 세 번 마음에 새기고 가자. 그래야 혹시라도 혼자 하게 될 수 있는 섀도복싱을 방지할 수 있다.

 

 

거래가 불발된 것에 대해서는, 최대한 상대에게 신속하고 솔직하게 말하자. 현재 J씨는 거래할 일 없으면 상대와 볼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기에 말을 안 하고 있는데, 그게 J씨 입장에서는 아쉬움일 수 있지만 상대에게는 ‘거래 성사’에 대한 헛된 기대를 하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어차피 거래 안 하게 된 거 몇 번 더 들어오라고 해서 대화나 좀 하다가 나중에 통보할 생각 하지 말고, 사실을 말하되 그렇게 된 이유와 그것에 대한 J씨의 아쉬움을 전달하길 바란다.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차피 거래 안 하게 될 거 알면서 사람 와라가라 하며 가지고 오는 선물만 받다간 훗날 상대를 분노하게 만들 수 있다.

 

만약 다른 거래처와 거래하며 되면, 그것에 대해서는 이 사람이 아니라 그쪽 담당자에게 물어봐야 하는 거잖아요. 도의상 그 회사에다 주문한 것도 아닌데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뭐한 거고.

 

그건 정말 당연한 것이며 절대 그래서는 안 되는 거다. 놀랍게도 난 내 주변에서 ‘거래는 다른 곳에서 하고 질문은 여기다가 하는’ 경우를 몇 번 봐왔는데, 그건 이유가 무엇이든 개념 없는 행동이며 철저히 자기 편한 대로만 사는 사람의 태도일 뿐이다. 보험 영업을 하는 친구의 권유를 다 거절하곤 다른 데서 보험을 들어 놓고는 뭘 좀 알아보려 할 때 친구에게 연락해 물었다 절교당한 사례도 있고, 수술은 A성형외과에서 해놓고는 친하다고 생각한 B성형외과 상담실장에게 문의했다가 욕먹은 사례도 있다. 그러니 그런 걸 ‘계기’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건 상상도 하지 말자.

 

 

현 상황에서 J씨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상대는 J씨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점

 

이다. 모르는 사이니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할지 모르겠는데, 이건 그런 모름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J씨의 어떤 행동이 사력을 다해 호감을 표현한 것인지 아닌지’를 모른다는 얘기다. J씨는 신청서에

 

그때 제가 평소 같았으면 감사합니다했을 텐데,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했어요.

 

라고 적었는데, 그게 J씨 나름으로는 최대치의 표현력을 끌어낸 것일지 모르겠지만 상대에겐 그냥 ‘감사인사’를 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보통의 경우 그런 상황에서라면 자리가 파한 후 ‘보답’의 이야기를 꺼내며 나중에 만날 계기를 잡거나, 아니면 나중에라도 그때 정말 고마웠다며 연락을 하는 기회로 사용하기 마련이니, 그런 것까지는 J씨가 충분히 해도 된다는 걸 이번 기회에 알아두길 권한다.

 

그리고 J씨의 경우는 보통의 경우에 비해 ‘염려와 생각’이 ‘질문이나 표현’보다 훨씬 많은 편이니,

 

이걸 물으면 상대가 날 어떻게 볼까? 왜 이 질문을 하는지 이상하게 보려나?

상대랑 대화하게 되었을 때 상대가 내 이러이러한 점을 보게 되면 어쩌지?

내가 작정하고 얘기를 꺼냈는데 재미도 감동도 없으면 그땐 마이너스 아닌가?

 

하는 생각은 좀 접어두고, 일단 좀 질문과 표현, 말과 행동을 앞장세워봤으면 한다. 둘이 알게 된 지 이제 반년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상대가 사용하는 폰이 업무용 폰인지 개인용 폰인지도 못 물어보고 있으면 좀 많이 머뭇거리기만 하는 거라 할 수 있다. 상대와 만났을 때 J씨 혼자 다 이끌어가야 하는 거 아니니, 생각과 고민은 절반으로 줄이고 그만큼을 질문과 표현으로 채우자.

 

갑자기 용건도 없이 연락하면 미친 사람 취급당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용건을, 만났을 때 되도록 많이 만들어 두자. 폰 바꾸려하는데 상대가 지금 쓰는 폰 괜찮은지, 태블릿 사려고 하는데 태블릿 써봤는지, 여행 다녀온 곳 중 좋았던 곳 어디인지, 혹시 카메라에 대해 좀 아는지, 직구 해봤는지, 맛있는 냉면집 아는지, 상대가 지금 쓰고 있는 그거 어디서 샀는지 등 찾다 보면 분명 수십 가지가 넘는 구실을 찾을 수 있을 거고, 그걸 계기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든 나중에 그 얘기를 또 꺼내 자연스레 사적인 대화를 이어가든 할 수 있다. J씨는 엄격한 수학 과외선생님처럼 풀어야 할 문제 얘기만 하는 타입이니, 공적인 대화 중 의식적으로라도 사적인 이야기들을 하나씩 끼워 넣어 계기를 만들도록 하자.

 

‘친하지도 않은 사이인데 이것저것 묻기도 좀 그렇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간 영영 아무 접점 없이 흘러가게 될 수 있다. J씨의 생각과는 반대로 현실에선 이것저것 물어가며 친해지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 일단 뭐라도 묻자. 그렇게 묻는 게, 앞서 말했든 다른 곳에서 계약하고 궁금한 거 상대에게 묻는 것보다 100배는 나은 일이다. 폰 뭐 쓰냐고 물은 게 불쾌하다며 차단하겠다고 할 남자 없으니, 마음 놓고 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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