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결혼준비매뉴얼

결혼준비, 준비하다 파혼하지 않으려면 알아야 할 것들.

by 무한 2018. 4. 12.

군생활 매뉴얼로 시작해선, 연애매뉴얼을 거쳐, 드디어 결혼준비매뉴얼까지 쓰게 되었다. 결혼준비매뉴얼은 사실 결혼하고 나서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쓰려 했는데, 아무래도 그때가 되면 ‘난 이미 다 했는데 뭐….’하는 태만이 뒤따를 것 같아서, 5월 예식을 앞두고 최전방에서 준비 중인 지금 작성을 시작하기로 했다.

 

첫 글로 ‘호갱님이 되는 걸 방지하는 결혼준비방법’을 쓰고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그 얘기를 시작하기 전 이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여년 간 받아온 사연에 등장한 ‘결혼준비 중 파혼’과 관련된 이야기와 그걸 방지하려면 미리 알아 두어야 할 것들. 오늘 함께 살펴보자.

 

결혼준비, 준비하다 파혼하지 않으려면 알아야 할 것들.

 

1. 부모님과 상의하며 진행해야 한다.

 

스몰웨딩도 좋고 간소화도 좋고 뭐 다 좋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반드시 부모님과 상의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간혹

 

“결혼은 우리 둘이 하는 거니, 우리의 결정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정서적으로 완전히 독립한 채 홀로 살던 두 사람이 결혼하는 거라 해도, 과정과 형식에 대해서는 부모님과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둘의 능동적인 결혼준비는 ‘전부 지들 맘대로’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으며, 둘이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 결정한 후 부모님께 말씀드린다고 드린 게 그저 ‘통보’로만 여겨질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상의’라는 건, 그게 ‘답정너’여도 괜찮으니, 결혼을 준비함에 있어 ‘부모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묻고 이쪽이 구상하고 있는 것들도 최대한 어필하라는 거다. 이것과 관련해 ‘내가 그러겠다고 하면 무조건 지지해주실 부모님’이라고 생각했다가 예상과 전혀 다른 문제가 발생해서 곤란을 겪은 사례, 또 내 부모님은 우리의 의견을 지지해 주셨지만 상대 부모님께서는

 

-어떻게 감히 그렇게? 그 집 부모님들은 뭐라고 안 하시더냐. 이해할 수 없다.

 

라는 반응을 보이시는 사례 등이 있으니, 서로의 부모님들께 상의하며 ‘아군’을 만드는 일에 힘쓰길 권한다. 허례허식을 치우겠다며 이것도 생략하고 저것도 생략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둘이서만 마음대로 다 정하곤 부모님께 통보를 하면 거기서부터 갈등이 싹틀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2. 부모님께는, 연인을 높이고 나를 낮추는 게 좋다.

 

아래는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나오는 문장이다.

 

“(어머니는)그렇게 재주 있는 내 아들은 무엇을 하든 잘하리라고 혼자 작정해 버린다. 아들은 지금 세상에서 월급 자리 얻기가 얼마나 힘드는 것인가를 말한다. 하지만 보통학교만 졸업하고도 고등학교만 나오고도, 회사에서 관청에서 일들만 잘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또 동경엘 건너가 공불하고 온 내 아들이, 구하여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자기 자식에 대한 부모님들의 신앙은 지금도 위와 같아서, 만약 내 아들이 월 200을 벌고 며느리 될 사람이 월 400을 벌어도

 

“우리 아들이 아직 못 펴서 그런 거지, 폈으면 억대 연봉은 기본이다. 그러니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내조 잘 해야 한다.”

 

라는 태도를 종종 보이시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여친의 아버지께서

 

“내가 어떻게 키운 딸인데, 자네 같이 직업도 확실치 않은….”

 

이란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신 사례도 있고 말이다.

 

저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부모님께서 가지시게 될 내 연인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연애매뉴얼에서 몇 번 이야기 했지만, 같은 말이라고 해도 “걔요? 그냥 회사 다녀요.”라는 것보다는 ‘회사에서 인정 받아 무슨무슨 업무까지 맡고 있다. 걘 요즘 사람 같지 않게 정말….’ 이란 식으로 설명을 충실히 하는 게 좋으니, 평소 연인에 대한 이미지를 잘 만들어 두는 것에 힘쓰자.

 

또, 이건 한쪽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한 쪽에서 열심을 내지 않으면 말짱 꽝인 부분이니, 상대 부모님의 부재중전화를 보고도 무시하고 넘어간다든가 당황스럽게 ‘읽씹’을 하는 일은 절대 피하길 권한다. 심한 경우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왜 개인적으로 연락하시지?’라는 생각으로 불편함을 드러내거나 연인과 싸웠다고 해서 단톡방을 나가버리는 사례도 있는데, 당장은 불편하고 부담스럽더라도 둘의 대의를 위해 좀 참아보길 바란다.

 

 

3. 연인의 가족들이, 내 가족 같을 거라 생각하진 말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연인의 가족들은 ‘연인’이라는 고리가 없다면 ‘남’인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큰 기대를 지니고 있다가 실망으로 돌려받는 사례가 많은데, 처음에야 연인의 가족들의 처세의 일환으로 웃는 낯을 보여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본색을 드러내거나 너무 편하게 생각한 나머지 예의를 생략하는 일을 벌일 수 있다.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이라면 이 지점에서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내가 와도 인사만 받고는 별로 질문도 안 하는 건 날 무시하는 것 아닌가? 내가 탐탁치 않다는 뜻인가?’

 

하며 고민의 늪에 빠질 수 있는데, 언제나 처음처럼 과하게 반기거나 그곳에 있는 내내 이쪽에게만 집중하긴 어려울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또, 애정을 듬뿍 담고 있는 연인과 달리, 연인의 가족들은 별로 애정이 없는 모습을 보이거나, 이쪽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듯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난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인 까닭에 내가 호의와 호감을 내보이며 대하는 상대가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금방 시무룩해지며 생각이 많아지곤 하는데, 내가 상처 받는 것과 달리 상대는 그냥 원래 거친 자신의 스타일 대로 행동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 사례가 많았다.

 

난 마음이 여린 까닭에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앞으로 더 나빠질 것 같다는 예감과 함께 최악의 일들을 상상하곤 하는데, 현실에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 그냥 웃으며 농담하는 사이로 돌아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무슨 일이 벌어지든

 

‘이제 끝이야. 앞으로 더 나빠지는 것 말고는 남은 게 없어. 이건 회복할 수 없는 거야.’

 

하며 겁을 먹곤 관계를 도려낼 생각부터 하지 말고, 상대방의 여러 모습 중 하나를 보게 된 거라 생각하며 최대한 마음이 요동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봤으면 한다. 또, 아무리 상대의 가족들과 친해진다 해도 상대의 가족들은 이쪽과 연인이 물에 빠지면 연인을 먼저 구하지 이쪽을 먼저 구하진 않을 테니,

 

‘난 내가 우리 부모님에게 하는 것의 두 배는 넘게 잘했는데,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지?’

 

하지 말고 ‘적당한 선’이 어디쯤인지를 찾아보길 권한다. 상대 가족과 친해져 가깝다고 생각한 나머지 연인의 아버지 앞에서 아버지를 두고 농담을 했다가 파혼한 사례도 있는데, 예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기억해두길 바란다.

 

 

4. ‘가족이냐, 나냐’하지 말고, 연인 가족 욕하지 말기.

 

아마 이 지점이, 가장 흔하게 ‘파혼’을 부르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둘의 관계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상대에게 풀게 되는 것인데, 여기서 말실수를 하거나, 상대에게 ‘가족이냐, 나냐’의 극단적인 선택지를 주거나, 저주에 가까운 다짐을 상대에게 내밀어 화났음을 표현하려다 헤어지는 사례가 많다.

 

연인의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자리에서,

 

“(연인의 아버지에 대해)자긴 얼마나 대단하길래 나한테 그러지? 아까 뒤집어 엎고 싶은 거 참은 거야. 난 그 말은 절대 못 잊어. 두고두고 갚아줄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해 파혼한 사례가 있다. 화났다는 걸 표현하고 싶어 그런 거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자기 부모님에게 이를 갈고 있는 사람과 결혼을 진행할 순 없는 것 아니겠는가. 연인 앞에서 연인 부모님의 흉을 보며 비아냥거리다 파혼한 사례도 있는데, 그 순간 내 속 시원하자고 아무 필터링도 없이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는 걸 기억해두자.

 

이 부분은, ‘그 말을 들은, 또는 그런 대접을 받은 내 심정은 이렇다’라며 ‘나 대화법’을 사용해 해결하는 게 좋다. 물론 그렇게 말해도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내가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걸 깨달은 상대는 ‘어떻게든 빨리 그냥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기 가족의 변호인인 것처럼 자꾸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 까지를 짚어 말하며 내 마음과 감정을 좀 더 들여다 봐주길 부탁하자.

 

이 지점에서 ‘내가 속상하다는데 어떻게 가족편을 들 수 있지?’하는 생각에 상대 가족에 대한 디테일한 비판만을 더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버리면 그냥 ‘내 가족 욕하는 사람’처럼 여겨지거나, 상대도 발끈해선 ‘너희 가족은 안 그런 줄 아냐?’의 반응이 뒤따를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심한 경우 ‘나랑 결혼할 거면 가족과의 연을 끊어라’라는 주문을 하는 사례도 있는데, 그렇게 상대를 고립시켜가면서까지 꼭 그 결혼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그러진 말았으면 한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것들 외에 ‘비교와 후회, 하지 않기’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현실인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아무래도 더욱 객관적으로 연인을 바라보게 되고, 또 주변의 결혼한 커플들과 자신들을 비교하며 더욱 현실적으로만 둘의 관계를 생각하게 될 때 주의해야 할 점이다.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고 희망이 되던 사람’이었던 연인이 ‘몇 년 벌어도 이 대출 다 못 갚을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거랄까. 그렇게 보기 시작하면 다른 걸 구실로 불만을 표출하거나, 짜증을 내거나, 잔소리를 하는 일만 잔뜩 대기하게 될 수 있으니, 결혼하기로 결심했을 때의 첫 마음을 잃지 말고 서로 돕고 보듬으며 준비해 갔으면 한다.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이런 매뉴얼을 발행하면 꼭 ‘힘든 결혼 뭐하러 하냐’는 ‘저런 상황이면 결혼 안 하고 만다’는 댓글이 달리곤 하는데, 이건 ‘이 모든 걸 극복하고 결혼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결혼을 할 예정인데, 모르고 있다간 파혼을 부를 수 있는 지점들’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 주셨으면 한다. 결혼준비 중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내게 사연을 보내길 바라며, 오늘 밤만 자고 일어나면 불금이니 다들 조금만 더 힘내시길!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공감과 좋아요,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