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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남자는 못 푸는 문제 1탄, 피부에 와닿는 해설

by 무한 2012. 7. 11.
남자는 못푸는 문제 1탄, 피부에 와닿는 해설
뒷북은 치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자꾸 이걸 메일로 보내서 해설을 적어달라는 남성대원들이 있어 적기로 했다. 우선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그림을 하나 봐두길 바란다.




▲ 여자의 말과 가장 닮은 빙산의 모습이다. (출처-이미지검색)


여자의 말을 분석하면 2할이 요점이고, 8할이 감정이다.(남자의 말이 2할의 감정과 8할의 요점으로 이루어진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우리가 읽어내야 할 것은 저 '감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그냥 해설을 하면 그닥 피부에 와 닿지 않으니, '남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 살펴보도록 하자.


남녀가 토요일 날 짧은 데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둘 다 주5일 근무를 한다고 가정하면, 토요일은 출근하지 않았으므로 둘 다 데이트를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 남자는 '제로'상태에서 '준비완료'까지 대략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샤워하고 나와서 스킨 로션 바르고 옷 입고 지갑과 휴대폰 챙기면 끝이다.

하지만 여자는 '뭘 입고 나가지?'라는 고민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녀의 옷장에 옷은 많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입을만한 옷'은 별로 없다. 씻으면서 생각하기로 하고 그녀는 욕실로 들어간다. 욕실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시계의 분침이 반 바퀴 이상 돌아가 있다. 옷을 골라서 꺼내 둔 그녀는 화장을 시작한다. 그녀가 화장을 마쳤을 땐, 아까 반 바퀴 돌아갔던 분침이 다시 제자리로 와 있다. 한 시간이 흐른 것이다.

눈썹만 잘못 그려져도 속이 상하는 그 오묘한 감정에 대해서는 길게 적지 않겠다. 그걸 적어봐야 이해할 수 있는 남자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여자의 샤워시간은, 남자들이 일 년에 한 번 대중목욕탕에 들렀을 때 목욕탕에서 보내고 나오는 시간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남자들 중 몇은 머리에 샴푸칠을 하면 몸이랑 발까지 다 닦이는 줄로 알고 있으니까.

여하튼 샤워와 화장을 끝낸 뒤 옷 입고, 가방 데이트 버전으로 챙기고, 옷에 맞는 신발 골라서 신고 나면 다시 분침은 반 바퀴 가량 돌아가 있다. 최소 1시간 30분 가량이 소요된 것이다. 그런데 짧은 데이트라니. 그건 마치 친구와 밤낚시를 하려고 장비를 다 챙겨 왔는데, 친구가 오늘은 몇 시간만 있다가 들어가자고 말한 것과 같다. 빈정이 팍, 상한 분위기가 만들어 진 것이다.


그런데 남자가 갑자기 일요일날 저녁에 친척 중에 누가 아파서 병문안을 가야 한다고


이렇게 생각해 보자. 그대가 군복무를 하고 있는 군인인데, 휴가를 나왔다. 오랜만에 동성친구를 만나 그대가 1박 2일로 바다를 보고 오자고 제안했는데, 그 친구가 내일 다른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못 갈것 같다고 말했다. 딱 그 때의 기분이다.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의 기분.


그래서 일요일에는 집에 6시까지 들어가야 된다고 여자한테 말했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같은 뜻으로 하는 말이라도 "나 내일은 6시 까지 집에 가야해.""내일 집에 6시까지 들어가봐야 할 것 같은데."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일방적인 통보고, 후자는 양해를 구하는 말이다. 앞의 일들로 인해 기분이 상해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일정을 통보하는 듯한 말을 들으면, 여자는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여자가 "난 내일 늦게까지 푹 자야겠다."라고 했습니다.


저녁 6시까지 집에 들어가야 해서 내일도 짧은 데이트를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거기다 대고 늦게까지 자겠다고 말하는 여자. 이쯤 되면 갈등의 골이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여자의 "난 내일 늦게까지 푹 자야겠다."라는 말은, 솔로부대원인 남자가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난 그럼 앞으로 그냥 널 좋은 친구로 생각해야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마음에도 없지만, 상대의 반응을 보고 싶어 일단 한 번 꺼내본 얘기인 것이다. 그나마 촉이 예민한 여린마음 동호회 남성회원들은 여자의 저 말에 "삐졌어?"라거나 "화났어?"라며 되묻기도 하는데, 그건 더욱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 뿐이다.

매뉴얼을 통해 늘 얘기하듯,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고 즉시 상대의 감정을 확인 하려 들어선 안 된다. 상대의 감정에 대한 판단은 자체적으로 한 뒤 상대의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보이면, "늦게까지 자면 안 돼! 난 내일 얼마 못 만나니까, 일찍 만나서 조조로 영화보자고 말 하려고 했단 말이야. 연가시 콜? 일찍 만나서 그거 보고, 아점 먹고, 같이 약국 가서 회충약 사먹자. 어때?" 정도로 대화의 장단을 좀 바꾸면 된다. 덩덕쿵덕쿵덕, 요 정도로.


남자가 "응, 알았어."라고 했고


회사 점심으로 삼계탕이 나왔는데, 삼계탕에 닭 한 마리가 온전히 들어있는 게 아니고 닭다리 하나만 들어 있다. 그래서 그대가 "아 진짜, 너무하잖아요. 이게 어떻게 삼계탕이에요?"라고 말했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그래? 그럼 먹지 마."라며 식판을 가져갔다. 저 "응, 알았어."라는 말을 들은 여자의 기분이, 그대가 식판을 뺏겼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음날 일요일, 남자도 푹 자고 12시가 거의 다 되어서 일어났는데


우려했던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말았다. 여자친구는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정도의 기분으로 일요일을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남자는 "못 만난다고 한 것도 아니고, 병문안 때문에 일찍 들어가 봐야 한다는 사실을 전달한 것 아닌가. 그리고 푹 잔 건, 어제 그녀가 푹 잔다고 했으니 나도 맞춰서 푹 잔거다. 대체 뭐가 문제인가?"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저런 상황에 놓인 여자의 기분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이 있다.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려는 그대는 수첩이 필요해 졌다. 그런 그대에게 친구가 수첩을 줬다. 그런데 그 수첩의 앞과 뒤 몇 장이 뜯겨져 있다. 수첩을 준 친구는 "어차피 메모만 하면 되는 거잖아. 새 수첩이나 그 수첩이나 백지인 건 마찬가진데 뭐."라고 말한다. 앞 뒤 몇 장이 뜯겨 나간 그 수첩에 과연 애정이 갈까? 오전 뜯겨져 나가고, 6시 이후가 또 뜯겨져 나간 일요일, 그 일요일을 맞이한 여자의 마음이 그와 같다.


12시 반쯤 여자한테 문자가 왔습니다. "아직 자?" 이렇게.


"아직 자?"라는 문자의 표면적인 뜻 아래에는 "(오전시간이 다 가버렸는데) 아직(도) (쳐)(빠져 자고 있는 거냐 이 좌식아. 난 연락 오면 바로 나가려고 눈썹까지 다 그려놨단 말이다, 이 좌식아! 이걸 알고 있기는 한 거냐)?"라는 감정이 담겨져 있다. '오전이 다 지나갔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네. 그래, 언제 연락하나 보자.'라며 버스 기다리듯 연락을 기다리다, 지쳐, 그녀는 자존심을 접고 먼저 연락한 것이다.


남자가 답문을 보냈습니다.


무조건 전화를 했어야 한다. 중고물품 직거래를 하는데, 판매자가 나타나질 않는다. 조금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한 판매자가 30분이 넘도록 오지 않는다. 늦어질 수 있다는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어 재촉하고 싶지 않았기에 조금 더, 조금 더 하면서 기다리다 한 시간이 지났다. 나라고 한가한 게 아닌데, 이건 무슨 경운지 짜증이 난다. 화를 참고 "출발 하셨나요?" 라는 문자를 보냈다. 몇 분 후 상대에게 답문이 온다.


"아니, 방금 일어났어. ^^"


저 말은, 위에서 말한 판매자가 "네. 지금 출발 했어요. ^^" 라는 답장을 보낸 것과 같다. 마음속에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는 이쪽과 달리, 너무나도 명랑하고 유쾌한 저쪽의 반응에 화는 더욱 치민다.


그런데 여자가 화가 났습니다. 왜 일까요?


여자는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남자가 푹 자고 있는 사이, 그녀는 기억을 복기하고 그 기억들에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나 혼자만 만나는 거에 목숨을 걸고 있는 건가? 쟨 내가 안 보고 싶은가?'
'병문안 가는 건 당연하지만, 꼭 그렇게 통보하듯 이야기 했어야 한 걸까?'
'아직도 자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만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걸까?'
'나도 스케줄이 있는 사람인데 내 스케줄은 묻지도 않고 왜 자기 스케줄 얘기만 할까?'
'눈치를 줘도 못 알아 들으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내가 물어가며 만나야 하는 걸까?'
'뭘 어떻게 하자며 리드하는 일은 없고, 자기는 어떻다고 대답만 할 뿐이구나.'



저런 의미부여를 하다 '그래, 앞으로는 절대 먼저 만나자고 안 할 거야. 나도 친구들 만나고, 내 할 일 하면서 바쁘다는 것을 보여줘야지.'라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다짐도 잠시, 남자와 연락이 된 이후로는 그런 딱딱한 마음이 부서져 서운함과 섭섭함이라는 파편들로 변했다. 사실 '화가 났다'기 보다는, '내 마음을 좀 알아 달라'고 항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자가 화가 난 듯 보이는 까닭에 남자는 어떻게든 여자를 달래려 노력한다.

"화났어?"
"내가 오늘 일찍 들어가 봐야 한다고 말해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화 풀어."



화났냐고 묻는 말은 더욱 화가 나게 만들고, 저 수 많은 이유들 중에 딱 하나만 집어 "그것 때문에 그래?"라고 묻는 남자의 말은 여자 자신을 소심한 사람 만드는 것 같아서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사과하며 화 풀라고 말하는 남자의 모습은, 서운함과 섭섭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느낌까지 들게 한다.

긴 연애를 하다보면, 남자는 저런 모습들을 상대의 한계로 받아들이게 된다. 상대를 성격이 이상한 여자, 변덕이 심한 여자, 소심한 여자 등으로 간단히 정의해 버린다. 그렇게 정의를 해 버리면 '그렇지 않는 여자'를 찾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투정은 투정으로 받아줄 줄도 알자."는 얘기만 적어두겠다. 아이가 반찬투정을 한다고 호적에서 파 버리는 부모는 없지 않은가. 그대를 믿고, 그대의 곁에 있으며, 그대를 사랑하고, 그대에게 사랑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을 격하게 사랑해 주기를 권하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 정말 심각해 보이는 문제도 같이 밥 먹으며 얘기하다 보면 풀어집니다. 만나세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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