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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오래 사귄 여자친구의 프로포즈 거절과 이별통보

by 무한 2015. 3. 17.

미안한데, 김형 여자친구가 사연을 보냈으면 난 이별을 권했을 것 같아. 김형은 '남편'으로 좋은 사람이 아니거든. 김형은 상대를 이해할 줄 몰라. 김형이 했다는 '이해'는, 말 안하며 참고 있는 것뿐이지. 그래서 당장은 조용히 넘어가지만, 자신이 정해둔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이 찾아오면 김형은 상대에게 '가중처벌'을 해버려.

 

이건 정말 여러 면에서 최악인 행동이야. 이쪽에선 이쪽대로 참기만 하느라 해소되지 못한 감정을 늘 마음 한편에 숨겨둔 채 상대를 만나니 즐겁지 않고, 상대는 상대대로 둘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변화 할 계기나 기회를 갖지 못 하게 되거든. 그러니 그렇게 10년을 참든 20년을 참든, 결국 그 인내심의 댐이 무너지는 날엔 둘 모두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 속에 빠지게 되는 거지.

 

한두 해 사귄 커플이 아니라서 그간의 이야기를 전부 할 순 없고, 사연을 읽으며 가장 안타깝고 화가 났던 세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할게.

 

1. 짐작으로 알 수 없는 부분들.

 

내 여자 지인 중 한 명은 어릴 적 팔에 큰 화상을 입어서, 여름에도 긴팔을 입고 다녀. 찜질방이나 수영장엘 가지 않고, 집에서 반팔을 입고 있을 때면 대개 불을 다 꺼두고 생활해.

 

김형이 저 지인과 사귀는 중이라고 가정하면, 내 생각에 김형은

 

"찜질방 가기 싫은 게 화상자국 때문이면 그렇게 말하면 되는 거지,

왜 그냥 막무가내로 싫다고만 하고 표정을 굳히고 있냐."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일 뿐이다.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편하게 살자.

내가 아무렇지도 않다는데 넌 왜 자꾸 가리고 감추려고만 하냐."

"우리 부모님도 그 화상자국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거다.

여름인데 긴팔 입고 우리 집에 오는 게 더 이상하다. 그냥 반팔 입어라."

 

라는 이야기를 할 것 같아. 틀린 말은 아닌데, 그녀가 팔에 입은 화상자국 만큼 마음에도 그만큼 상처를 입고 있을 수 있다는 걸 간과한 채, 김형과 똑같이 '큰 화상 자국 없는 사람'의 마음으로 살 걸 강요할 것 같아.

 

김형 점 빼본 적 있어? 얼굴에 있는 점 몇 개 뺐을 때만 해도, 뺀 곳마다 반창고 붙이고 다니면 사람들이 다시 한 쳐다보거든. 은행에 들렀을 땐 은행원이 내가 얼굴에 뭘 붙이고 다니는 건가 힐끔 보고, 김밥을 사러 가도 김밥을 말던 아주머니가 얼굴에 붙어 있는 걸 힐끔 봐. 얼굴에 붙인 반창고가 일반 반창고와 다르게 생긴 거라, 지인들도 "얼굴에 그거 뭐야? 뭐 난 거야? 뭐 붙였어?"라고 물어보고 말이야.

 

그렇게 반창고를 잠시만 붙이고 있어도 되는 거면 콤플렉스 같은 게 안 생기겠지. 그런데 잠시가 아니라 평생 붙이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봐. 밖에 나가 사람들과 마주치는 게 싫어질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다면 오늘부터 이마에 유성매직으로 북두칠성을 찍고 나가 봐봐. 일부러 한 거니까 며칠 정도는 재미있을 수 있겠지. 그런데 1년 동안 계속 그러고 다녀 봐봐. 그럼 나중엔 결국 사람들이 다른 얘기 하느라 수근거리는 것도 김형의 뒷담화를 하느라 그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거야. 그렇게 1년, 5년, 10년 살다보면 김형은 피부를 벗겨내서라도 그 북두칠성을 지우고 싶어질 거고.

 

김형이 이마에 북두칠성을 찍고 10년을 산 상황에서, 내가 하루 정도 내 이마에 북두칠성을 찍고 돌아다닌 뒤 김형에게

 

"뭐 그거 가지고 그래? 난 재미있던데?

오히려 그게 처음 본 사람들이랑 대화할 소재도 되고,

이마에 찍은 걸 가지고 내게 뭐라고 하는 사람 하나도 없었어."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김형의 기분은 어떨까?

 

아무리 많이 짐작을 해본다 해도, 정말 그래보기 전까진 모르는 부분이 분명 있는 거야. 이렇게 생각해 봐. 서른여섯인 A와 B가 야간에 각각 다른 편의점에서 카운터 업무를 보고 있어. 겉으로 보기엔 둘 다 비슷해 보이지? 그런데 A는 그 편의점 점주고, B는 알바생이야. 이런 상황에서 A가 B에게 자신은 편의점 카운터 업무를 보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데 너는 왜 주눅 들어 있냐고 말한다면, 그게 옳은 걸까? 둘의 차이가, 그저 B가 자신감도 없고 자기 연민에 빠지는 성향이 심한 사람이라 나타나는 것일 뿐일까?

 

상대가 걱정하거나 염려하고 있는 게 '별 것 아닌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도, 그 별 것 아닌 걱정을 진심으로 함께 해주는 게 연인인 거고, 그게 연애인 거야. 펜션 가서 커플룩 입고 같이 와인 마시며 노는 건 말 그대로 노는 거고 말이야. 그런데 김형은 어땠어? 김형과 여자친구의 다른 점을 발견하면 여자친구가 틀린 것이라는 증거를 찾으려 하고, 여자친구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그걸 분석해 '성장배경이 원인' 등으로 결론 낸 뒤 싸울 때 상대에게 끼얹듯 이야기 하지 않았어?

 

성장배경이 원인? 그래, 그렇게 결론내서 이야기하는 건 쉽지. 그런데, 남들은 그저 결혼에 대해 즐겁게 상상만 하고 있을 때, 김형의 여자친구는 그 '성장배경' 때문에 결혼에 대해 걱정하고 염려해야 한다는 걸 생각해 봤어? 성인이 되어 그나마 여러 편견에서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결혼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게 되었다는 걸 생각해 봤어? 김형은 만약 김형 결혼식에 올 하객이 다섯 사람이 채 안 되면 그것 가지고도 큰일 났다며 걱정할 거잖아. 그런데 김형의 여자친구는 그 정도 레벨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걱정을 했던 거야. 이걸 모른 채 그저 '내 프로포즈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괴롭혔던 김형이 나는 참 밉다.

 

 

2. 상식적으로? 무한님이라면?

 

우선, 김형이 한 이야기를 볼게.

 

"여친은 사귀는 동안 저를 서운하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제게는 2주 동안 그 얘기를 안 했습니다.

당시 저랑 여자친구는 바빠서 2주 동안 못 봤는데,

제가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직장에 갔더니 입원했다고 하더군요.

상식적으로 보통 그런 일 당하면 남자친구한테 먼저 말하지 않나요?

서운했고 참담했으며, 저를 남자친구로 생각하긴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비슷한 일로 저를 바보로 만든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무한님도 여친 분이랑 오래 만나신 걸로 아는데,

여친 분이 이런 일을 여러 번 벌이신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습니까?"

 

내 경우엔,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어. 공쥬님(여자친구) 혼자 내게 말 안 하고 힘든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긴 한데, 집중하고 있으면 그걸 알아챌 수 있거든. 이걸 뭐라고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 그냥, 보면 알아. 카톡이나 전화로만 대화를 하더라도 말할 때의 단어선택, 뉘앙스, 목소리의 높이, 문장부호 사용, 메시지를 보내는 속도, 대화의 깊이나 참여도, 리액션의 변화 등이 느껴지거든.

 

그냥 알고 지낼 뿐인 사람에 대해선 나도 잘 모르지. 그런데 내 가족이나 공쥬님 가족, 그리고 친한 친구와 지인들에 대해서는 전부 저런 감시망 작동이 가능해. 잠깐 문을 열어 뭔가를 건네주는 그 짧은 순간에도 상대의 기분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 수 있어. 공쥬님에 대해선, 어림 잡아도 우리가 대화 한 시간을 합하면 일 만 시간이 넘을 텐데 내 감시망이 작동 안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공쥬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내가 점 하나만 덜 찍거나 더 찍어도 바로 눈치 채지. 뭐 여하튼 이건 이렇고.

 

바빠서 2주 동안 못 볼 일이 일어날 확률도 거의 없어. 우리의 경우는 모든 일이 '우리를 위해서' 하는 거거든. '우리'를 위해 하는 것들이 '일'인 거야. 이건 '우선순위'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뭐랄까, 우리가 하는 것들은 전부 '수단'인 거라고 할까? 인생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거라고 하면, '일'은 부산까지 갈 수단일 뿐인 거야. 자전거든, 오토바이든, 버스든, 기차든, 비행기든, 우리가 함께 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뭘 타고 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만약 업무가 너무 많아 책상 앞에서 일어나기 힘든 시기라면,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을 테니 서로를 위해 먹을 것을 만들어 주거나 간식을 사다 주기도 해. 정류장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순간만 본다고 해도 좋으니, 그렇게 만나기도 하고 말이야.

 

또, 난 김형에게 벌어진 일과 같은 일이 내게 벌어졌다면, 일단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을 것 같아. 그래서 얼마나 다친 건지, 지금은 어떤지, 밥은 먹었는지, 어쩌다 사고가 난 건지, 병원비 등의 문제는 어떻게 처리가 된 건지를 물어봤을 것 같아. 그러고는 여자친구 혼자 감당하고 있던 그 바통을 이어 받아 내가 나서서 다 처리를 했을 것 같아. 의사를 만나고, 보험사 직원과 통화하고, 필요하다면 가해자와 대화를 하면서 말이야. 내가 "지금 그리고 영원히, 너의 남자가 될게."라는 노래를 부르며 맹세했던 건, 기분 좋을 때만 그렇게 하고 기분 나쁠 때는 팽개치겠다는 의미가 아니거든. 어느 순간에도 그러겠다는 맹세야.

 

물론 그 후에는 얘기를 하겠지. 단, '너는 왜 그랬냐'가 아니라 '이럴 때 나는 이렇다'는 걸 말해줄 거야. 입장을 바꿔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너 역시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내게 달려올 거란 믿음이 있다는 이야기도 할 거고 말이야. 이렇게 한다면 우린 웃으며 뼈 얼른 붙으라는 의미로 곰국 먹으러 갈 것 같은데, 만약 내가 이 상황에서 "넌 날 남자친구로 생각은 하냐? 상식적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남자친구에게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한다면, 우리 둘 사이의 무언가엔 금이 가겠지.

 

 

3. 응석이라고?

 

김형과 여자친구의 카톡대화를 읽고 난 직후의 내 느낌은,

 

"이 사람, 분명 결혼해서도 이럴 것 같다."

 

라는 거였어. 김형은 자신의 프로포즈를 여자친구가 거절한 것에 대해 밉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해서 벌인 일이라고 하는데, 김형이 한 말들을 봐봐.

 

[여자친구가 회사 앞으로 찾아왔을 때]

"나 언제 끝날지 몰라. 그러게 왜 안하던 짓을 해가지고."

 

[여자친구를 몰아붙인 뒤 여자친구가 답을 안 하자]

"또 이런 식으로 나오지? 한동안 좀 나아졌나 싶더니."

 

[여자친구에게 뭐 할지 생각해 보라고 하며]

"몰라. 내가 맨날 생각했잖아. 한번 정도는 네가 생각해 봐."

 

[술 취해 카톡을 하며]

"나 이제 더 이상 너한테 예전처럼 안 할 거야. 잘해줘 봐야 나 우습게 알지. 이게 싫으면 헤어지든가."

 

[여자친구가 헤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거냐고 묻자]

"그러고 싶은 건 아닌데, 헤어져도 별로 나쁠 건 없을 것 같아. 오래 만나서 그런가 별로 발전이 없는 것 같다."

 

[위에서 이어 대화하다가]

"어떻게 보면 네가 내 프로포즈 안 받아줘서 다행인 것 같다. 정말 너 같은 애랑은 결혼 못 하겠다."

 

[여자친구와 마지막으로 싸운 직후]

"너 또 시작이구나. 야 너 잘해보겠다고 한지 이제 4일 지났다."

 

저런 이야기를 하는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여자가 있으면, 그 여자가 이상한 거지. 그냥 딱 봐도 결혼 이후 막말과 비아냥, 비꼬는 태도에 고문을 당할 게 뻔히 보이잖아. 김형은 김형이 보인 저런 태도에 대해

 

"제 딴에는 응석을 좀 부린 거였습니다만,

여친에게 못되게 군 건 사실이기도 합니다."

 

라며 가볍게 말하던데, 저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아는 사람'으로도 두고 싶지 않은 법이야. 남에게도 안 할 말들을 하며 정신적으로 괴롭게 만들잖아. 김형 여자친구는 김형의 저런 태도를 두 달 버텼는데, 그건 정말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버틴 거야. 여자친구가 이별통보를 해 완전히 관계가 끝난 후에도 김형이 뭐라고 했는지를 봐봐.

 

"만나서 얘기해. 너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다. 노력해보겠다면서 고작 이게 다야?"

 

괴물이 되었잖아. 김형이 두 달 동안 한 말에 애정이 있어? 그 말들에 '계속 사귀어야 할 이유'나 '결혼해야 할 이유'가 있어? 손톱만큼도 없어. 김형은 그냥 두 달 동안 계속 상대를 고문한 거야. 여자친구가 잘 하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김형은 여자친구를 밟아댔지. 김형 말대로 여자친구가 '안 하던 짓'을 했을 때, 김형이 뭐라고 했어?

 

"너 너무 애쓴다. 그러지 마라. 불쌍해서 눈 뜨고 못 봐주겠다."

 

저런 말을 '모욕'이라고 해. 다른 사람을 경멸, 비하하고 조롱하고 무시하는 행위지. 김형이 오랜 시간 열심히 헌신하고 참아왔던 결과가 '프로포즈 거절'이라서 화가 난 건 이해하는데, 저런 행동을 한 건 '어차피 버릴 거 철저히 부숴서 버리겠다'는 심보로 밖에는 안 보여. 김형은 저 말을 한 것에 대해

 

"제가 저 말을 한 건 진심이 아니었고,

(프로포즈 거절한 것으로)나한테 미안해서 그러는 거면

이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한 말입니다."

 

라고 말했는데, 저 말을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김형밖에 없어. 저게 어떻게 '미안해서 그러는 거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야? 김형이 위계질서가 가장 뚜렷하고 엄격한 군대에서도 안 쓸 저런 말들을 여자친구에게 하는 동안, 둘의 애정과 신뢰와 인연은 조금씩 부서져 결국 다 무너지고 만 거야.

 

 

김형, 난 오랜 연애를 한 커플부대원들의 사연 속에서

 

- 상대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며 상대의 한계를 규정해 버리는 것.

- 처음엔 자신에게 기대라고 했다가, 상대가 기대자 그걸 단점으로 보는 것.

- 친한 사이이기에 당연히 지켜야 할 예의마저도 생략하고 마는 것.

- 이대로 결혼까지 이어질 거라 생각하며 상대에게 함부로 구는 것.

- 상대의 허물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많이 알기에 상대를 하찮게 여기는 것.

- 연애 중 형성된 권력관계를 앞세워 보복이나 복수하려 드는 것.

 

등의 문제를 발견하곤 해. 저것 중 하나의 문제만 있어도 그 관계는 위태로울 수 있는데, 김형의 경우는 저 문제들의 절반 이상을 가지고 있지 않아?

 

"예전처럼 제가 여친한테 헌신하면 다시 돌아와 줄까요?"

 

그건 그냥 예전처럼 맹목적으로 참기만 하며 '호구 연기'를 하겠다는 거잖아. 겉으로는 그렇게 연기하며 속으로 '불만사항'을 하나씩 쌓아두고 있다가, 나중에 김형이 생각하는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하면 전부 다 꺼내 가중처벌 하겠다는 거고. 난 그럴까봐 정말 무서워. 지금이야 여자친구가 이별통보를 하고 연락을 끊으면 헤어질 수 있는 거지만, 나중엔 둘이 부부인데다가 아이까지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정말 끔찍할 것 같지 않아? 집에 들어와 아내에게 "야, 너, 또 시작이냐?"라고 말하는 남자를 상상해봐.

 

이 와중에도 김형은

 

"여친이 날 갖고 노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님 정말 무슨 일이 있는데 또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건지

정말 답답해 미치겠습니다."

 

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어. 김형이 여자친구의 말과 행동을 보며 했던 '분석'을 김형 자신에게 사용해봐. 그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이기적인 남자'라는 결론이 나지 않아? 김형에겐 여자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보다 무슨 일이 생겼는데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거잖아.

 

김형은 내게 사연과 카톡대화를 보내면서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이제 좀 알 것 같지 않아? 여친의 비명 섞인 마지막 말을 한 번 다시 봐봐.

 

"오빤 예전에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나 때문에 매 순간 신경질적으로 변했어요.

이 이상은 서로 힘들어질 것 같아요. 미안해요.

지난 시간동안 오빠한테 받았던 거 다 보답하고 싶었는데…."

 

김형, 저 말을 듣고도 그저 "날 갖고 노는 것 같기도 하고…." 따위의 말만 하고 있으면 안 되는 거야. 5년의 신뢰와 애정을 쌓는데는 꼬박 5년이 들지만, 그렇게 쌓은 신뢰와 애정이 겨우 다섯 마디의 말로도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김형이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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