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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남자친구가 알아서 챙기는 부분이 적어요. 외 1편

by 무한 2016. 5. 10.

남친에게 ‘알아서 챙기는 부분이 적은 문제’가 있다면, H양에게는 ‘자존심’과 ‘비교’, 그리고 ‘분노 증폭’의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자존심과 분노증폭에 대한 얘기는 저 아래에서 하기로 하고, ‘비교’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다 먼저 적어두자면,

 

“구남친은 아침에 눈 뜰 때부터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계속 연락을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남친은….”

 

이라는 부분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구남친과 현남친은 서로 다른 사람인 까닭에 그 장단점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현남친에게 구남친의 장점을 기본으로 기대해선 곤란하다. 예컨대 구남친이 헌신적이긴 했지만 애정결핍과 여친 의존증을 보여 헤어지게 된 건데, 그렇지 않은 현남친에게 ‘헌신’의 부분만은 구남친의 그것과 같기를 바라선 안 되는 것 아니겠는가. 구남친이 보였던 헌신의 동력이 애정결핍과 여친 의존증이었을 수 있으니 말이다.

 

또, ‘알아서 챙기는 부분이 적다’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H양과 남친의 연애관이 같은지를 살펴봐야 한다. 현재 H양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 H양의 연애관을 기준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지, 절대적인 수치나 열에 아홉이 공감할만한 기준으로 살핀 건 아니다. 내 기준에서 보자면 상대에겐 ‘연락 없이 잠드는 것’을 제외한다면 다른 부분은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충분히 합의할 수 있기에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되며, 오히려 서운함을 느낄 때 H양이 보이는 ‘비뚤어짐’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1. 남자친구가 알아서 챙기는 부분이 적어요.

 

H양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지

 

“연락을 짬짬이 계속 해준다는 느낌보다는 자기 될 때만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게 계속 관심을 두고 있거나,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제가 말한 정보들 중 기억하지 못하는 게 있어요.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저에 대해 서운한 점이나 고칠 점을 말해 달라고 해도 피상적인 것들만 말해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만나는 것에 문제없고, 연락하면 답장 잘 오고, 사랑한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남친이 애정표현도 잘 하는 거라면, 그 관계는 괜찮은 거다.

 

상대가 열 번 중 여덟아홉 번 잘 했으면 그 잘 한 걸 위주로 생각해야지, 한두 번 못한 걸 가지고 쥐 잡듯 잡으려 하면 상대는 지칠 수 있다. 그리고 연인이라면 상대가 놓친 부분이 있을 때 이쪽에서 챙겨줄 수 있어야지, 그것에 대해 ‘어디 한 번 당해봐라’라며 괴롭히면 둘은 서로에게 스트레스만 주는 사람이 되고 만다. 대화를 하나 보자.

 

[남친이 야근하고 있는 상황]

H양 – 많이 피곤한가? 일이 많은가?

남친 – 아직 일하고 있었어

남친 – 헬스 상담 받으려고 한 거 어제도 못하고 오늘도 못하고 ㅠㅠ

남친 – 내일은 꼭 하겠다! ㅋ

남친 – H양은 이제 자려고?

H양 – 응. 잘 시간이지.

남친 – 응응

남친 – 어서 자요~!

남친 – 꿀잠 자랏!

H양 – 통화하고 싶었는데 바쁘고 피곤할 것 같아서 참는다.

남친 – 앗! 잠깐 통화해~

H양 – 시렁 잘 거야.

남친 – 잠깐만~ 목소리 들려줘~

H양 – 흥.

남친 – 안 들려 줄꼬야?

H양 – 옹

남친 – 칫..

H양 – 또 물어보진 않네..

H양 – 진짜 잔다.

남친 – 왜왜왜. 진짜 통화 안 해?

남친 – 알았어. 졸리면 자 ㅠㅠ

H양 – 너무행...

(중략)

H양 – 돌려 말하면 모르는 구나 오빠는..

남친 – 그러니까 통화하자..

 

그냥 바로 통화버튼 누르면 될 일 가지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남친이 통화 하자는데 계속 하기 싫은 것처럼 대답하는 H양도 답답하고, 바로 통화 버튼 누르면 되는 일 가지고 통화 안 할 거냐고 지겹게 묻고 있는 남친도 참 답답하다.

 

불우한 이웃까지는 못 돕더라도, 연인인 두 사람은 서로를 좀 돕자. 늘 얘기하지만 ‘잘되는 방향’으로 관계를 이끌어가야지, 그러진 않고 한 번 말하고 끝이네, 져주질 않네, 자존심을 세우네, 돌려 말하면 못 알아 듣네, 하며 감정의 소모전을 반복하면 피로만 쌓일 뿐이다.

 

“남자친구가 저를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그게 진심인지, 그리고 얼마나 저를 좋아하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관계를 잘 유지해나가고 싶은데, 오래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별로 안 들어요.”

 

그 부분은 지금 두 사람이 절대 헤어지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어디 가서 공증을 받는다고 해도 해결될 게 아니다. 일주일 치 밥상을 한 번에 차려 놓을 순 없는 것 아닌가. 수고스럽더라도 끼니때마다 밥상을 차려야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연애 역시 순간순간 마음과 정성을 쏟아가며 지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 순간순간을 말 몇 마디로 떠보거나 돌려 말해 상대를 테스트 하는 일로 채워버리면 둘이 몇 달, 몇 년을 사귀어도 대립만 하게 될 뿐이고 말이다.

 

나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H양이 자존심 세우고 분노를 증폭시킨 까닭에, 이제는 H양이 상대에 대해 ‘오래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별로 안 든다’는 생각까지를 하게 되었음을 기억하자. 상대의 어떤 부분이 H양을 서운하게 하면, 당장은 엎드려 절 받는 느낌이 들더라도 말을 해서 알려줘야 한다. 답답한 부분이 생길 때 역시 대화를 통해 조율해야 하고, 상대가 안 한다고 H양도 손 놓은 채 평가만 할 게 아니라 H양이 먼저 연락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 노력은 나무를 심고 가구고 돌보는 것과 같아서, 봄부터 열심을 내면 가을쯤 자연히 열매를 맺게 된다. 하지만 돌보는 노력 없이 그저 내 창고를 가득 채울 정도로 열매를 맺기만 바라고 있으면, 나무는 열매를 맺긴커녕 꽃을 피우기도 전에 말라 비틀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그렇게 연애하다 결국 헤어진 후 ‘아…. 그때 이 사람이 날 이렇게까지 사랑해줬구나.’하는 걸 뒤늦게 깨닫고 땅을 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난 H양이 분석과 평가와 시험은 좀 내려놓고, 지금 상대를 사랑하고 또 상대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는 걸 좀 즐겼으면 한다.

 

 

2. 여자친구의 대인관계,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나요?

 

우준씨에겐 먼저, 어제 발행한 매뉴얼에서 두 번째로 다룬, [호감 가는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어장관리를 당하는데요]를 참고하길 권해주고 싶다. 난 우준씨의 사연이, 저 사연에서 ‘호감 가는 여자 -> 여자친구’로 바뀐 이야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우준씨의 연애를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단순화해 이야기 하자면, 우준씨의 여자친구는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녀의 태도는 마치 ‘오는 남자 안 막고 가는 남자 안 잡는다’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우준씨가 그녀와 연애를 시작하긴 했지만 ‘남자친구 대우’를 받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귀게 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생략된 까닭에 확실히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관계로 미루어보아 우준씨가 열심히 구애하고 그녀는 ‘그럼 한 번 사귀어 보지 뭐.’정도의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이런 연애의 특징은,

 

남자 : 데이트 비용을 대부분 자신이 부담하며 여친에게 이러이러한 걸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함.

여자 : 그건 자신의 사생활이며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간섭하지는 말라고 말함.

 

라는 형태로 나타나곤 한다. 때문에 연애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팬클럽 활동에 가까우며, 남자는 애원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관계의 칼자루는 여자가 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자가 ‘더 간섭하면 난 헤어지겠다’고 선언하면, 남자는 꼬리를 내린 채 속만 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우준씨가 여친의 대인관계에 대해 염려하고 분노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며, 절대 과민반응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여친이 전남친, 썸남,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남자들과 연락하면 누구라도 화가 날 수 있으며, 그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을 때 여친이

 

“너보다 더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고, 나쁜 사람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라면,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여친의 그 남자들 중 하나는 그녀에게, 우준씨와 사귀는 것에 대해

 

“약점 잡혔냐.”

“몸 ***.”

 

등의 이야기들까지 하지 않았는가. 나 역시 우준씨의 여친이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계속 연을 맺고 있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고, 전남친에게 ‘남자친구 생겼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역시 납득하기가 어렵다.

 

우준씨는 내게 여자친구의 대인관계에 자신이 너무 간섭하는 것인지, 그리고 여자친구가 위에서 말한 남자들 외의 다른 남자들과도 연락을 하고 지내며 새로 알게 되는 남자들도 많은데 거기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난 우준씨에게, 이 연애가 정상적인 관계로 보이지 않으며 새벽까지 다른 남자와 연락을 하는 여자친구의 태도에선 우준씨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우준씨는 ‘존중’을 이야기 하던데, 존중이라는 게 두 사람이 함께 했을 때에 의미가 있는 거지, 자기 마음대로만 살며 간섭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여친을 존중하겠다고 말하는 건 울며 겨자 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준씨와 연애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른 남자들의 구애를 즐기고 있으며, 낮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연락이 오면 받아주고, 새로운 남자가 그녀에게 추파를 던져도 떨쳐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준씨가 항의하면, 지나친 간섭이라는 얘기를 할 뿐이고 말이다. 이렇듯 한 사람의 사랑과 관심보다는 만인의 사랑과 관심을 받겠다는 여자와는, 더 늦기 전에 헤어지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난 생각한다.

 

기대했던 답과는 많이 달라 실망할 수 있겠지만, 그 연애가 그저 우준씨가 상대를 접대하는 것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진 않은지, 그녀에게 남친이란 우준씨가 아니라 서준씨나 태준씨나 한준씨가 되어도 별 관련 없는 것 아닌지, 연애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할 수 있는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기’가 이루어지고 있긴 한 건지, 연인이라곤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알고 지내는 이성친구보다 먼 사이는 아닌지 등을 신중하게 생각해 봤으면 한다.

 

 

어제 세일하는 삼겹살을 먹으며 배웅글을 뭐라고 적을지 생각해 보겠다고 했는데, 마트에 가니 세일하는 삼겹살이 품절이었다. 코너를 담당하시는 분께선 사람들이 아침부터 와서 줄 서니, 일찍 오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얼른 글 올리고 줄 서러 가봐야 하니 오늘 배웅글은 생략하도록 하자. 다들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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