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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노력할 생각 없다는 남친과 헤어지는 중인 여자들

by 무한 2016. 9. 5.

남친이 노력할 생각 없다고 말했다는 사연은, 대개

 

- 의존하는 여친에게 질려서.

- 여자가 노오오오력을 하라는 얘기만 해서.

 

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정리되곤 한다. 오늘 읽은 사연이 마침 저 두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라 할 수 있으니, 사연을 소개하며 함께 들여다보자. 월요일이라 긴 글 읽기 힘드실 수 있으니, 짧은 호흡으로 가볼까 한다. 출발.

 

 

1. 의존하는 여친에게 질려서.

 

남자 입장에서 보자. 소개팅을 한다. 첫 느낌이 좋아 들이대기로 하고, 여자 역시 들이댐을 잘 받아준다. 어제까진 ‘내 인생엔 왜 신나는 일이 없냐?’하며 잿빛인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이 여자를 만난 이후로 삶에 활기가 도는 것 같다. 뭐 하냐고, 밥 먹었냐고, 퇴근 했냐고 여자가 먼저 물어오기까지 하는 걸 보니 그린라이트다. 새로운 연애가 시작된다.

 

연애가 시작되어 분명 좋긴 한데, 이 여자, 24시간을 나랑 계속 연결된 채 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연애 전엔 이게 ‘그린라이트라는 증거’라 생각하며 기뻤는데, 연애 후에도 계속 이러니 벅차다. 뭔가를 한다고 말하곤 뭣 좀 하고 있으면,

 

“설거지 다 했어요?”

“빨래 다 했어요?”

“밥 다 먹었어요?”


라는 카톡이 온다. 이게 처음엔 나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해 기분이 좋았는데, 저런 질문이 계속 되니 내가 대화 이외의 다른 걸 하는 동안 상대는 기다리고, 나는 어서 대화의 자리로 돌아와야 할 것 같다는 부담이 된다. 이것 외에

 

“오빠 뭐해요?”

“오빠 공부 중?”

“오빠 밥 뭐 먹어?”

“오빠 어디야?”

“오빠 퇴근했어?”

 

라는 질문을 하는 것 역시 벅차다. 이게 이런다고 둘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고 돈독해지는 게 아닐 텐데, 택배 기다리는 사람이 수시로 배송추척조회를 하듯 날 조회하려 든다. 예전엔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 안 재우기.”

 

라고 말하는 게 귀여웠는데, 이젠 무섭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진짜 날 안 재우려 한다.

 

아니, 지난주엔 수요일 퇴근 후 만났고, 또 금토일에도 계속 같이 있었는데, 월요일인 오늘 또

 

“오늘 나 오빠 집에 가서 공부할까?”

 

하는 얘기를 한다. 와서 솔직히 공부할 것도 아니고, 내가 다른 일 하면 다른 일 해서 서운하다고, TV를 보면 왜 자기를 안 보고 TV를 보냐고 할 게 분명한데, 온다고 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손발이 떨려온다.

 

‘친구와 선약 있다고 거짓말 하곤 PC방에라도 혼자 가서 피해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다 ‘내가 왜 이러면서까지 연애를 하고 있지?’하는 생각도 든다. 마음이 점점 식는다. 이런 고민을 하는 동안에도 상대에겐

 

“오빠 뭐해? 왜 답장 안 해? 나 오늘 안과 가서 시력검사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블라블라….”

 

라는 카톡이 와 있다. 얘는 나 만나기 전엔 입이나 손가락이 간지러워 대체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대화도 대부분 버스 탔는데 더운 얘기, 꿈 꾼 얘기, 셀카 찍은 얘기, 살 빼야 된다는 얘기 같은 거라서 받아주기도 지친다. 그래서

 

헤어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상대에게 이별을 말했다. 노력해보자고 한다. 노력?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게 노력인데…. 난 더 노력할 자신은 없지만, 상대가 이렇게 노력도 안 하고 끝내고 싶지 않다고 해서 일단 헤어지는 건 보류했다. 2주 정도 지나면,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다시 말해봐야겠다.

 

L양이 보낸 사연 속 남친의 마음이, 대략 위와 같은 과정대로 변했으리라 나는 생각한다. L양은 현재 취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많아 더욱 더 남친에게 의존하게 된 것 같다. 취업준비보다야 만나서 노는 게 재미있으니 자꾸 그쪽으로 도피하려 들게 된 것 같고 말이다.

 

L양이 취업을 하거나, 정말 취업준비에 집중을 하지 않는 이상, 현실을 잊으려 상대만 바라보며 의존하고, 또 상대는 그런 의존을 부담으로 느끼게 되는 이 상황이 저절로 해결되진 않을 거라 난 생각한다. 이런 패턴대로라면 연애와 취업 둘 다를 놓치게 될 수 있으니, 우선 취업부터 하길 권한다. 위에다 적진 않았지만, 만날 때마다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돈을 다 써야 하는 것도 결국 그 피로가 축적되기 마련이다. 이런 여러 가지 악조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취업에 먼저 집중했으면 한다.

 

 

2. 여자가 노오오오력을 하라는 얘기만 해서.

 

J양이 먼저 남친을 쥐 잡듯이 잡으려고 해서 남친이 J양 눈치를 보며 거짓말을 하게 된 건지, 아니면 그 반대의 이유로 J양이 그렇게 변한 건지는 모르겠다. J양이 이전의 이야기는 적지 않고 갈등이 생긴 것과 헤어질 때의 이야기만 적은 까닭에 알 수 없는데, 이별 직전 싸운 대화에선 J양의 잘못이 더 많이 보인다.

 

“내가 못 믿게 된 건 네가 잘못해서 그런 거니까, 네가 노력해야 하는 거라 생각해. 노력해서 내가 다시 널 믿게 해줘.”

 

불안이다. 실체가 없는 불안에 대해 상대에게 해결해 달라고 하니 상대로서는 방법이 없는 거고, 또 저 말을 꺼낸 타이밍 역시 상대가 노력하며

 

“몇 시에 어디어디서 누구랑 만난다.”

“술자리 파하고 지금 집에 들어가는 길이다.”

“집에 잘 도착했다.”

 

라는 보고까지 하고 있는 상황인데, 거기다 대고

 

“집에 잘 도착한 거 맞지? 난 또 거짓말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드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 네가 전에 거짓말을 했던 것 때문이니까, 이렇게 의심하는 것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라는 이야기를 하니 상대도 집어 치우고 싶어진 거다. 그래도 상대는 한 번 꾹 참고 잘 넘기려 했는데, J양은 거기다 대고 다시 “네가 노력해야 하는 거라 생각해.”라는 말을 하지 않았는가.

 

여기서부터 방법이 없어진 이유가, J양은 그냥

 

- 네가 잘못해서 내가 의심한 거다. 내가 의심한 걸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라. 이건 네가 노력해서 날 안심시켜야 하는 거다. 네가 전에 거짓말 한 적 없으면 내가 이렇게 의심하겠냐.

 

라는 말을 계속 반복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면 과거에 잘못한 적 있는 상대는 대꾸할 말이 없어서 결국 ‘알았다’고 답하겠지만, 그러는 동안 J양에 대한 애정은 식으며 J양과 계속 만나야 하는 이유를 못 찾게 될 수 있다. 마치 약점 잡혀서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사람처럼 J양과 만나야 하는 건데, 그 강요와 의무만 남은 관계를 뭐하러 지속하겠는가.

 

게다가 J양이 해달라고 하는 건 ‘노력’이 아니라 ‘노오오오력’인 까닭에, 사실 그가 뭘 어떻게 하든 J양은 만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별 전 그는 J양이 해달라는 대로 거의 다 해주고 맞춰줬지만, 그래도 J양은 ‘더 노력해라’라는 말만 했을 뿐이다.

 

그래서 결국, 그 연애가 J양에겐 의심과 불안이 된 거고, 상대에겐 극한직업이 되고 만 거다. 이것 외에 J양의 태도에는 ‘일부러 그래놓고 아닌 척 하기’라는 문제가 있기도 한데, 이것 역시 상대를 미치게 만드는 거라는 걸 기억해뒀으면 한다. 상대를 탓하려고 꺼낸 말이면서, 상대가 발끈하자,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고 빠져나가는 건 옳지 않은 짓이다. 그렇게 합리화 해가며 말싸움에선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러는 동안 정은 정대로 떨어지고 상대는 자신을 괴롭힐 생각만 하는 J양과 헤어질 생각만 하게 될 테니 말이다.

 

이 사연을 오답노트로 다루며 한 지점 한 지점 다 살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J양이 싸운 이유나 디테일한 거짓말 내용, 둘의 카톡대화, 두 사람의 상황, 나이, 직업, 이름, 싸울 때 한 얘기 등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해서 이렇게밖에 소개할 수 없을 것 같다. 바뀔 기회를 원하는 거라면 뭐가 잘못된 것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걸 밝히지 말라고 해서 난 이 정도만 이야기하는 것에서 그쳐야 할 것 같다.

 

J양도 불안하고 힘들었으리라 생각한다. J양이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 역시 잘 알겠는데, 반대로 남친에겐 이 연애가 어떻게 느껴졌을지도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연애가 J양의 기쁨과 즐거움을 위해 남친만 노오오오력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까지 생각이 미치면,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더 찾아낼 수 있으리라 난 생각한다.

 

 

나름 짧은 호흡으로 쓴다고 중간에 막 입도 막아가면서 썼는데 이렇게 또 길어지고 말았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더해가는 노파심 때문인 것 같으니 양해를 좀 부탁드리며, 배웅글이라도 짧게 마무리를 해볼까 한다. 찌뿌둥하지만, 이겨내시고 즐거운 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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