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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추석연휴, 연인의 부모님 뵙는 것과 관련된 얘기들.

by 무한 2016. 9. 13.

이제 하룻밤만 자면 명절연휴가 시작된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내겐 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대원들이 도움을 요청해 올 것이 분명한데,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막을 수 있는 건 좀 막고 싶다. 그래서 오늘은 ‘추석연휴, 연인의 부모님 뵙는 것과 관련된 고민들’에 대해 기준을 제시하고, 남들은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등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갈 길이 머니, 바로 출발해 보자.

 

 

1. 이번 추석에 상대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갈까 하는데요.

 

아직 한 번도 뵌 적 없다면, 명절에 인사드리러 가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 집이 친척들과의 별 교류가 없는 집이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친인척들이 모인 자리일 가능성이 높기에, 첫 만남에서 ‘포로’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첫 만남은 상대 부모님과 단독으로 뵙길 권한다. 부모님을 뵙기 전 미리 상대의 남매나 자매, 형제 등을 만나보는 것이 좋으며, 여의치 않다면 부모님만 일단 단독을 뵙는 게 좋다. 그래야 낯설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피할 수 있으며, 누군가의 푼수 짓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사고 발생도 줄일 수 있다.

 

이미 인사도 드렸고 좋은 관계도 형성했지만, 명절에 인사드리러 갔다가 ‘친인척이라는 지뢰’를 밟아 내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 사촌들도 대략 비슷한 또래인 까닭에 비교를 당할 가능성이 높으며, 세 사람 이상 모이면 꼭 하나 있기 마련인 ‘할 말 못 할 말 구분 못하는 사람’이 그 자리에 끼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첫 만남이라 긴장한 까닭에 상대 친인척 중 누군가가 한 말이 의미심장해 보이며 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 사람만 놓고 봤을 때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일 수 있으며, 다른 관계로 만났다면 말 한 번 섞지 않고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그 친인척과 사는 것 아니며,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 사람과는 영영 볼 일 없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테니, 그 사람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말길 바란다. 그것 때문에 욱해서 나중에

 

“헤어지더라도 그 사람에게 사과는 받아야겠다.”

 

라고 생각해 찾아간 경우도 있는데,

 

“뭐 그런 것 가지고 지금까지 꿍해있어? 농담도 못 하겠네.”

“그건 그쪽 자격지심 때문에 그런 거지. 열등감이나.”

 

라는 어이없는 반응을 듣고 더 상처 입게 된 경우도 있었다. 똥덩어리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려고 해봐야 몸에 냄새만 배는 법이니, 지혜롭게 피해가길 권한다.

 

 

2. 인사를 가려고 하는데, 뭘 사가야 하죠?

 

이건 본인의 어머니께 여쭤보는 게 가장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이다. 웹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업체에서 홍보하고자 자신들이 파는 걸 선물하라고 말하는 글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런 선물은 받는 사람의 기분도 별로일뿐더러 처치곤란인 선물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꼭, 자신의 어머니나 아는 어른들께 여쭤보길 권한다.

 

무난하기로는 과일이 제일 무난하다. 사과만 들어 있는 건 그다지 반기지 않는 집들이 있으니, 사과 배 혼합으로 준비하면 된다. 복숭아나 포도도 나쁘진 않은데, 이건 고급스럽게 포장해서 파는 곳이 별로 없다는 게 단점이다. 때문에 후자를 택할 경우, ‘복숭아+석류’나 ‘포도+키위’등으로 ‘개수로 승부보기’를 택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상대 부모님이 어떤 과일을 좋아하시는지, 상대에게 미리 물어봐 준비해도 괜찮다.

 

과일은 좀 별로인 것 같다 싶으면, 선물용 수제햄 세트를 준비하는 것도 괜찮다. 통조림에 든 제품이나 수입산 소시지는 비추다. 여기서 좀 더 여력이 된다면 진리의 한우세트로 바로 가도 되고, 한우세트 가격대가 부담스럽다면 홍삼 쪽으로 눈을 돌려도 된다. 홍삼 선물세트를 살 때 주의할 건, 홍삼 함유량을 꼭 보고 사야 한다는 점이다. 홍삼으로 만든 드링크 제품인데 가격이 싸다고 ‘이게 웬 떡이냐’할 수 있겠지만, 그런 건 대부분 그냥 ‘홍삼향 설탕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반드시 홍삼 함유량을 살피길 권한다.

 

그 외에 곶감, 굴비, 영양제 등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남과 다른 특별한 선물을 하려고 준비하는 대원도 있을 텐데, 그 대원들은 아래 사항을 참고하길 바란다.

 

- 본인도 안 먹는 것, 잘 모르는 건 안 하는 게 좋다.

- 받고 나서 요리를 또 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야 하는 선물은 별로다.

- 김 받으면 김빠질 수 있다.

- 멸치, 네가 볶을래 내가 볶을까.

- 와인, 저거 내가 마트에서 봤어. 만육천팔백원이야.

- 무슨 커피? 덕칠이? 더치? 너 먹어라.

- 화과자, 선영이 할머니도 안 드는데?

- 어머, 이걸 직접 다 만든 거야? 세상에. 앞으로는 안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

 

웃자고 한 소리도 몇 개 섞여 있으니 걸러서 들어주시길 바란다. 아, 전에 연인의 부모님께 카톡 기프티콘으로 명절 선물을 보낸 사연이 있었는데, 그런 건 안 하느니만 못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개념이 없어 보일 수 있는 거 맞다. 그리고 ‘상품권’ 선물이 어떠냐고 물어보는 대원이 있었는데, 몇 번 뵌 뒤라면 괜찮지만, 그게 아니면 처음부터 상품권 드리는 건 좀 이상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처음 뵐 땐 선물을 사가고, 상품권은 다음 명절쯤부터 드리길 권한다.

 

 

3. 부모님 뵙자는 말도 없는 연인, 뭐죠?

 

이건 집안 분위기나 환경에 따라 다르긴 한데, 보통 사귄 지 일 년이 넘었으면 부모님께도 소개를 하기 마련이다. 물론 3년 넘게 만났는데 상대의 부모님이 상대가 연애 중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경우도 있고, 6년 만났는데 상대의 부모님은커녕 친구 한 번 본 적 없이 고립된 연애를 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님 뵙자는 말이 없는 것에 대해

 

“저에 대한 확신이나, 우리 관계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안 보여주는 것 아닌가요?”

 

라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 인사 오면 이쪽에서도 인사가야 하는데, 아직 가서 내세울 만한 것이 없거나 자신을 소개하는 것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인 경우가 더욱 많다. 아직 취업을 못 했거나, 취업을 했지만 결혼까지 꿈꿀 돈을 못 모았거나, 자신의 집안사정을 알리고 싶지 않거나 한 경우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자신이 봐도 답이 나오질 않으니, 현실에서 눈을 돌린 채 그냥 두 사람의 관계만 바라보고 있는 거라 생각하면 되겠다.

 

그 다음으로 많은 건,

 

- 부모님께 인사를 시켜봐야 부모님이 반대하실 가능성이 높아서.

 

인 경우다. 참 슬픈 일이긴 한데, 이미 상대는 자신의 부모님이 이 연애를 반대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걸 대놓고 말할 수는 없으니 그냥 마주칠 기회를 미루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남자 쪽 부모님이 반대하는 경우가 90% 이상이며, 그 이유로는 학력이 높으면 높다고 반대, 낮으면 낮다고 반대, 나이가 많다고 반대,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반대,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반대, 우리 아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것 같다고 반대, 본인이 생각해 둔 사람이 있다고 반대 등이 있다.

 

뭘 잘 모르고 아직 철이 없어서 부모님께 소개를 안 시켜주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게, 누가

 

“몇 살쯤 되어서 연애를 하고 있으면, 그때는 둘만 알콩달콩할 게 아니라 그 밖의 것들도 챙기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상대 부모님을 뵙고 인사드리는 거고요.”

 

라고 알려주거나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서, 그냥 이십대 초반에 연애하듯 둘만 사귀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라 보면 되겠다. 이럴 경우 상대가 언제 말을 꺼내나 기다리고 있다가는 시간만 흘러버릴 수 있으니, 이쪽에서 먼저 그 주제를 꺼내 대화를 시도해 보길 권한다.

 

 

끝으로 하나만 더 얘기할까 한다. 연인의 부모님을 뵈러 갔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나 예상 밖의 집안 분위기를 목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기억해뒀으면 한다.

 

- 상대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시고, 어머니는 묵언수행.

- 결혼하면 용돈 줄 거냐고 물어봄. 농담이라곤 하시는데 농담 같진 않음.

- 범죄 저질러 잡혀온 것 아닌데, 자꾸 캐물으심.

- 상대가 부모님께 짜증내다 결국 대판 싸우기까지 함.

- 어느 가문 몇 대 손인지를 물음.

- 본인이 과거 시어머니에게 당했던 일에 대해 쏟아 내시며 세상 좋아졌다 하심.

- 퀴즈 풀러 온 거 아닌데 친인척까지 달려들어 질문 공세해 1:100 찍게 됨.

 

이런 건 평소 자신의 연인을 부모님께 어떻게 설명해두었는지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며,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둘 모두에게 귀띔이나 부탁을 해두면 막을 수 있는 일이다. 예컨대 자신의 어머니께서 본인만 재미있을 뿐 듣는 사람은 몹시 불쾌한 유머를 즐기신다면, 그것에 대해 어머니께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연인에게도 이야기 해두는 것이 좋다. 본인 아버지께서 누가 오기만 하면 방에 숨는 버릇이 있으시다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양쪽 모두에게 당부와 귀띔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연인을 집에 데려간 거라면, 거기서부터 연인 혼자 알아서 다 하라고 방치해 두지 말고, 굳센 조력자의 태도로 연인의 기분이 현재 어떨지를 수시로 점검해 보길 권한다. 이쪽은 ‘우리 집’에서 ‘우리 부모님’과 있는 거라 아무렇지 않겠지만, 앞서 말했든 상대는 타국의 타군에게 포위된 느낌이 들 수 있으니 말이다. 단, 그렇다고 부모님을 적으로 간주한 채 무작정 짜증을 내거나 반발하려 들진 말길 권한다.

 

“무한님, 이런 글도 좋지만 추석에 인사드리러 갈 연인이 있는지를 묻는 게 먼저 아닙니까? 오늘도 솔로부대원은 웁니다.”

 

솔로부대원을 위한 매뉴얼을 추석 내내 연재될 예정이니,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진 마시길 바란다. 명절연휴인데 명절연휴 기분도 안 나서 속상한 대원들을 위해, 난 연휴에도 열심히 달릴 예정이다. 그럼 우린 내일 또 만나기로 하며, 다들 풍선한 한가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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