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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서비스직 상대와의 관계, 썸인지 알아보는 자가확인법

by 무한 2017. 4. 25.

내가 열심히 관련 매뉴얼을 발행해도, ‘서비스직 상대’와의 사연은 끊임없이 밀려든다. 그간 단호하게도 이야기해보고 달래도 보고 했지만,

 

“오해나 착각하는 사람들의 경우와 제 경우는 분명 좀 달라요.”

“저녁도 먹었어요. 밖에서 둘이 저녁도 먹었다고요.”

“카톡도 하고, 기프티콘까지 주고받았는데요? 이 정도면 썸이잖아요.”

 

라며 자꾸 내게 확인을 받으려는 대원들은 줄지 않는다. 나도 그게, 내가

 

“네, 썸 맞습니다. 즐겁게 타세요.”

 

해서 해결되는 일이라면 못 본 척 하며 다 인정해주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심증만을 가지고 썸이라 우기며 하이파이브까지 해도, 상대에게 답장이 없다면 다 부질없는 일 아니겠는가. 그래서 준비했다. 굳이 내게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이는 심적 증거’, ‘미세하지만 분명 의미가 있는 듯한 상대의 행동’들을 내밀며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자가확인법! 아래 세 가지 항목에 대해 체크를 하며, 스스로 판단해 보길 바란다. 출발해 보자.

 

 

 

1. 상대가 연락처를 물었으며 선톡을 했는가?

 

노파심에 이 얘기부터 하자면, 혹 상대가 매번 스케줄을 카톡으로 알려주는 경우는 이 항목과 좀 거리가 있다. 이건 그런 경우와 달리, ‘굳이 사적인 연락을 안 해도 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연락처를 묻고 선톡을 해왔는가를 묻는 항목이라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그룹이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또 권위적으로 느껴지던 교육이나 의료의 부분에서까지도 ‘서비스’가 강조됨에 따라 다정하고 상냥하게 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전엔 헬스클럽이 운동하러 가는 곳이라 가면 술을 드셔서 그런 건지 안 드셨는데 얼굴이 원래 좀 붉으신지 의심스러운 관장님이 쇠질에 대한 훈계말씀을 늘여 놓으셨는데 요즘은 말끔한 청년들이 PT를 받으라며 유혹하고, 예전엔 손목이 아파서 병원 가면 엑스레이 찍고 뚝딱 처방해준 뒤 수술하자 뭐하자 했는데 요즘은 의사선생님이 웃으며 자세교정에 대한 설명도 해주고 부가적인 치료도 받아보지 않겠냐며 연계된 도수치료를 권하기도 하고 뭐 그렇다.

 

동물병원의 수의사선생님도 내가 내 애완동물과 친한 것보다 더 친한 사이인 듯 웃으며 내 애완동물에게 말을 걸고, 머리를 자르러 가면 스텝선생님이 보조를 도우며 만약 내가 트름을 해도 내가 너무 웃기고 좋은 사람인 척 하겠다는 듯 미소를 머금고 있다. 또 과거의 운동지도선생님들이 육체체적인 강인함을 기르는 것과 동작의 순서를 알려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 채 수업했다면, 요즘은 수강생이 어디 아프다고 하면 마사지도 해주고 테이핑도 해주며 고객관리에까지 신경을 쓴다.

 

물론 이런 것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변화인 건 맞지만, 과거에 느껴보지 못했던 친절함과 호의를 장착한 서비스들이 많아지며 오해나 착각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주 내게 도착한 ‘서비스직인 상대와 관련된 사연’만 해도 세 편이나 되는데, 그 대원들은 공통적으로

 

- 이런 관계일 때 보통 이렇게까지 대화하진 않잖아요.

- 제 연애에 대해 왜 물었을까요? 관심 있다는 거 아닐까요?

- 하는 일은 어떠냐, 주말에 뭐 하냐, 그런 것도 묻던데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게 과거의 도제식 교육이 이루어지던 시각으로 보자면 분명 관심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필요 이상의 질문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서비스의 한 측면이며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물을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아가 “전에 한다고 했던 소개팅 잘 됐어요? 출장 잘 다녀왔어요? 주말에 삼성 야구 졌죠?” 같은 질문들이 고객과의 사이에서 침묵을 지우기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뭐 이런 걸 기회삼아 관계의 발전을 꾀해볼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냥 이것만 가지고 덜컥 ‘썸인가? 썸이 시작된 건가?’하며 상대에게 “드루와 드루와~” 하면 곤란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러니 ‘이런 걸 물어보는 것으로 봐서 내게 분명 관심 있는 듯’이라 생각하며 시원하게 김칫국 드링킹만 하지 말고, 상대에게 떡 줄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를 친해지며 천천히 살펴보자.

 

 

2. 상대가 만나자고 했는가?

 

그러니까

 

- 밖에서 상대와 밥도(술도) 먹은 사이다.

 

라고 하면 남들이 듣기엔 뭔가 잘 되어가는 것 같지만, 그게 상대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이쪽에서 쿡쿡 찔러대 약속을 잡은 거라면 ‘같이 밥 먹었다’는 걸 마냥 긍정의 증거로 카운팅 해선 안 된다.

 

특히 이쪽에서 상대에게 선물을 주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언제 밥 같이 먹어요~”해서 잡은 약속이라면 더더욱 그걸 긍정적으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 상대 입장에선 그간 받은 게 있으니 밥 한 번 사는 것으로 갚으려 하는 것일 수 있고, 또 고객이 밥을 먹자는데 “내가 왜요? 싫어요. 됐어요.” 할 수 없으니 ‘정말 딱 밥 정도만’ 먹고 들여보내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렇게 밥을 먹게 된 자리에서, 서비스직인 상대가 ‘내게 들이대던 다른 이성 고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선을 긋는 경우도 있다. ‘고객과 사적으로 밥을 한 번 먹었더니 그 고객이 오해를 해 나중엔 스토킹도 하더라’ 등의 이야기를 하는 건데, 그런 이야기는 상대가 이쪽을 경계하며 선을 긋는 것으로 받아들여야지, 그걸 두고

 

‘그 고객은 좀 이상한 사람이라 그랬다는 거지?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니까 다행이다. 그나저나 이런 얘기까지 나에게 할 정도라면 나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네? 속 얘기까지 다 하잖아?’

 

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더불어 서른 전후의 상대가 연애나 연인,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사실 그 즈음 가장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얘기가 그 주제이기 때문이다. 서른 전후에 만난 상대가 연애나 결혼에 대해 묻는 건, 그냥 이십대 초반의 청년에게 군대 얘기를 꺼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아니면 7월에 만난 누군가가 휴가 계획에 대해 묻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자. 결혼 적령기이니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결혼 하면 어디 살고 싶냐 뭐 그렇게 묻는 거지,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서’ 묻는 건 아니다. 그러니 이런 부분에 너무 큰 의미는 부여하지 말았으면 한다.

 

 

3. 계속 연락하며 지내는 중인가?

 

위에서 이야기 했듯 상대가 예의상, 또는 거절하기 어려워서 한 번 만나 밥을 먹거나 연락을 해 준 거라면, 그 이후부터는 계속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에 서서히 거리를 두거나 선을 그을 수 있다. 이쪽에서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대답 없이 그냥 넘어갈 수 있고, 이쪽에서 약속을 또 잡으려 하면 막연하게 뒤로 미룬 뒤 더는 이야기를 안 꺼낼 수 있다.

 

더불어 이쪽이 상대의 ‘고객’일 때에는 같이 수다도 떨어주고 밥 먹자고 하면 밥도 먹었지만 그 관계가 끝났을 때에는 연락두절 되는 경우도 있고, 길게 보다보면 상대가 이쪽이 ‘고객’이기 때문에 맞장구를 쳐주거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아가 아직 잘 모르는 상황일 땐 이쪽에 대해 나쁘지 않은 감정이 있긴 했지만, 연락이나 만남의 과정에서 짜증이나 실망을 경험하며 점점 거리를 두는 일도 벌어진다. 서비스직인 상대는 직업상의 서비스를 했던 건데, 이쪽은 그걸 ‘상대라는 사람의 특성’으로 착각해 사석에서도 그런 태도로 자신을 대해주길 기대해 갈등이 생기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상대의 서비스에 익숙해진 이쪽이

 

“더 예쁘게 말해주셔야죠~”

“이모티콘만 보내면 성의 없는데~”

“가보시고 어땠는지 말해주세요~ 인증도 해주시고요~”

 

등의 이야기와 주문을 하는 걸 보며, 상대는 ‘내가 왜?’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라 보면 되겠다.

 

내 지인 중엔 피부과에서 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후배가 있는데, 그 후배가 또래의 남자고객 피부관리를 해주고 나면 종종 고객이 연락처를 묻는 일이 벌어진다. 후배는 직장에서 한 성격 하는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곤 목소리도 원래 애교 가득한 것처럼 내며 상대가 헛소리를 해도 웃으며 다 들어주곤 하는데, 그렇게 고객과 한두 마디 나누다 보면 고객이 그걸 ‘썸으로 발전할 수 있는 관계’로 오해하는 것이다.

 

직장에 있을 때에야 고객이 잘난 척을 하든, 있는 척을 하든, 허세를 부리든 “아 정말요? 그래요?”라며 맞장구를 쳐주고 관리 끝났으니 잘 가시라고 말하거나 직업상 당연히 그래야 하니 여드름도 짜주고 듀오덤도 붙여주고 그러는 건데, 상대인 고객들은 그걸 후배란 사람의 특성으로 오해하는 일이 벌어진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연락처를 따간 뒤 카톡으로 잘난 척, 있는 척과 함께 허세를 부리는 어떤 고객을 후배는 ‘재수없다’고 평가했는데, 그 고객만 그걸 모른 채 관계를 그린라이트로 해석했는지 혼자 폼 잡고 있는 일이 벌어진 적도 있다. 후배는 흔히 말하는 ‘읽씹’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는데, 상대는 후배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지 계속해서 들이댔다.

 

바로 저 시점쯤 되면 ‘고객’의 입장인 솔로부대원이 내게

 

“분명 분위기 좋았고 밖에서 밥도 먹었는데, 왜 갑자기 식은 거죠? 제가 뭘 놓쳤을까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관심이 없었다면 상대가 밖에서 저랑 밥 먹었겠냐고 하던데요. 어떤 친구는 그녀에게 남자가 있을 거라고 하던데, 남자가 있을까요? 제게는 남친 없다고 했는데요. 이 관계의 진전을 위해 제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무한님은 서비스직인 상대의 친절을 오해하지 말라고 몇 번 이야기 하셨는데, 제가 느끼기엔 그녀의 태도가 고객에 대한 친절과 배려의 선은 분명 넘은 것이었습니다.”

 

라며 사연을 보낸다. 그럼 난 또 담배를 입에 물게 되고, 잔기침이 심해지면 오래 흡연을 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먼저 떠올리는 ‘올 게(담배로 인한 건강이상) 왔나보다’라는 생각을 하며 병원복을 입고 있는 날 떠올려 보게 된다. 이런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이 매뉴얼을 통한 자가확인으로 좀 도와주시길 바란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자가확인법을 모두 체크했는데, 전부 다 긍정의 답이 나왔음에도 아리송한 관계라면 내게 사연을 보내주시면 된다. 사연은 공지에 있는 신청서에 작성하신 뒤, moohan@normalog.com 으로 보내주시길 바란다. 메일주소 뒷부분이 네이버가 아님을 꼭 한 번 다시 확인하시길 바란다. 자 그럼, 다들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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