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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그가 절 정말 사랑하긴 했다면, 한번쯤은 연락이 올까요?

by 무한 2018. 1. 11.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가 Y양을 사랑했던 건 맞지만 연락은 안 올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Y양은

 

“정말 사랑했다면, 이별 후에도 후폭풍이 올 만큼 힘들지 않나요? 정말 사랑했던 사람을 어떻게 잊고, 또 아무 상관없는 사람처럼 살 수 있죠? 진심으로 사랑했던 거라면 한번쯤은 자존심을 버리고 연락해야 하는 건 아닌가요?”

 

라고 물을 것 같은데, 정말 사랑했더라도 결국

 

-이 연애를 끝내야, 내가 살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순간들을 겪다 헤어졌다면, ‘후폭풍’같은 건 절대 오지 않을 수 있다. 연애 중 이별과 재회를 몇 번 반복하며 상대도 상처 받고 ‘다시 만나봐야 헬게이트만 열릴 뿐’이라는 걸 경험했다면, 전에 심장을 꺼내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했다 하더라도 다시 연락할 생각 같은 건 안 할 수 있고 말이다.

 

Y양이 돌직구를 부탁했으니, 오늘은 볼 없이 직구만 세 개 던져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불공평한 연애관.

 

Y양은 연애가,

 

-내게 다 맞춰주고 잘해주는 남친에게, 사랑 받으며 늘 애정 뿜뿜 하는 것.

 

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연애 초반 더 큰 호감을 가진 채 정말 다 맞춰주고 잘해주는 남친의 호의와 헌신에 만족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며 처음과 점점 달라지는 남친의 모습에 불만이 많아졌고, ‘노오력’을 강조하는 모습이 늘어났다.

 

그래서 둘은 그 이유 때문에 헤어지기도 했다. 처음에야 남친도 호르몬과 콩깍지의 힘으로 밑 빠진 독에 열심히 물을 부었지만, 그래봐야 늘 ‘노오력’을 강요받고 조율을 해보려 해도 말다툼으로만 이어지는 관계에 지친 것이다.

 

그 이후로 둘은 다시 재회하고, 이별했다 또 재회하고, 또 이별했다 재회하는 일을 반복하긴 했지만, 저 근본적인 문제는 끝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에 남친이 했던 말을 보자.

 

“넌 내가 그렇게 해도, 고맙다는 말 안 해줬잖아.”

 

바로 저 지점이 둘의 이별사유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Y양이 ‘연애하면, 사랑하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상대의 노력과 호의, 그리고 헌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게 전부 Y양의 잘못인 건 아니다. 두 사람이 내게 동시에 사연을 보냈다면, 난 Y양보다 나이가 많은 Y양의 남친에게 ‘처음부터 그렇게 상대를 업고만 가려고 한 게 문제’라는 이야기를 해줬을 것 같다. 어쩌면 그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고귀하다 생각해 자신보다 Y양을 늘 위에 둔 채 헌신하려 한 것 같은데, 출발부터 ‘내가 널 업고 갈게. 넌 아무 것도 안 해도 돼’라며 시작한 까닭에, 이후 둘이 같이 걷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Y양에게는 ‘나에 대한 애정이 줄어서 그러는 것’으로만 느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이 헤어진 지금, 난 Y양이 ‘이번엔 실패했지만, 연애란 이와 같아야 하며 그러면서도 지속가능해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할까봐 걱정이 된다. 이건 이성들로부터 인기 많은 대원들이나 이타적인 남친의 헌신적인 호의를 받았던 대원들이 종종 빠지게 되는 함정이기도 한데, 그렇게 형성된 연애관 때문에 호르몬과 콩깍지의 도움을 받아 불타오를 수 있는 3개월 남짓의 짧은 연애만 반복하는 일로 이어지는 문제가 생기곤 한다. 이처럼 ‘상대가 자신마저 팽개친 채 오로지 이쪽만을 위했던 것’은 비정상적이며 유지 역시 불가능한 관계이니, 이 연애로 인해 Y양의 연애관이 불공평하게 굳어지진 않았으면 한다.

 

 

2.혼자만의 시간을 못 견디는 문제.

 

연애를 제외한 삶에 기쁨이나 즐거움이 없을 경우, 연애를 시작하면 십중팔구

 

-너는 나와 함께 연애에 고립될 것

 

을 요구하게 될 수 있다. 가족과 보내야 하는 시간, 친구와 보내야 하는 시간, 관심사나 취미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 심지어 자신의 미래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하는 시간까지를 연인이 다 대신, 또는 함께해줘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게 앞서 말한 것처럼, 상대가 호르몬과 콩깍지의 도움을 받아 연애에 푹 빠져 있을 땐 가능하다. 그럴 땐 시험기간에도 서로 응원한다며 잠시 연락하다가 끊기 아쉬워 계속 통화할 수 있고, 해야 할 것들도 미룬 채 데이트를 우선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계속되다 보면, 미루거나 돌보지 않고 방치되었던 것들이 어느 날 카드 고지서처럼 날아와 책임을 요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계속 그렇게 살면 졸업을 못하게 된다거나, 취직을 할 수 없게 된다거나, 통장 잔고가 제로가 된다거나, 현상유지만 겨우 가능한 삶을 산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렇게 살다간 인생 망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거라 할 수 있겠다.

 

연애 중 Y양과 남친이 싸웠을 때, 남친이 한 말을 보자.

 

“내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형식적이라서 와 닿지 않는다고? 솔직히 난 내가 왜 미안해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내가 딴 걸 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를 위해 공부하는 건데, 공부하느라 만나서 놀 수 없는 게 왜 너에게 미안해야 하는 거지? 또, 시험기간에 시험공부 하는 건 당연한 건데, 내 시험기간 동안 너랑 데이트 할 수 없는 걸 네가 이해해주니 고마워해야 하는 거야? 내 상황을 위해 네가 기다려주고 노력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다는 표현을 해달라는 게, 대체 뭐지?”

 

저 말에서 서운하거나 실망스러운 부분을 찾으려면 찾을 수야 있겠지만, Y양의 경우 Y양이 90% 이상 잘못한 게 맞다. 혼자만의 시간을 못 견디는 Y양을 위해 상대는 최대한 배려했는데, Y양은 그것에 불만족하며 ‘상대의 필수적인 삶’까지를 연애에 더 할애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Y양은 남친이 시험공부를 해야 할 때에도 ‘데이트와 시험공부를 같이 할 수 있도록 카페에서 공부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렇게 같이 가서 공부해도 남친이 진짜 공부를 하고 있으면 Y양은 그것에 불만을 품었고, 남친은 사실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게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데다 공부 좀 하려고 하면 마주 앉은 Y양이 삐치니 그것까지를 신경 써야 했다. 그래서 시험기간만이라도 요일을 정해 딱 그 날만 데이트를 했으면 좋겠다고 Y양에게 제안했는데, Y양은 ‘어떻게 딱 정해서 그러는지? 멀리 사는 것도 아닌데 왜 잠깐 얼굴도 못 보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Y양이 다른 남자와 사귀는 중이며, 졸업반인데다 취직준비로 뭔갈 배우러 다니는 중이라고 해보자.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Y양 남친은, Y양에게 “공부 때문에 바빠도 밥은 먹지 않는지? 그러면 나랑 같이 먹을 수 있는 거 아닌지? 학원 끝나고 내가 데리러 가면 어차피 집에 오는 시간 동안 볼 수 있는 거 아닌지? 나는 이런 노력을 하는데 왜 내게 감사하지 않는지? 내게 고맙다면 진짜 딱 그 시간만 할애할 게 아니라 더 할애해야 하는 거 아닌지? 공부 때문에 나랑 이렇게밖에 못 보는 걸 미안해해야 하는 거 아닌지?” 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러면 Y양 역시, 그가 힘이 되기보다는 짐이 되는 남친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또, 그가 말하는 저 ‘노력’이라는 게, 고마운 일이라기 보단 Y양의 목을 조르는 것처럼 느껴지진 않을까?

 

 

3.진짜 사랑? 진심으로 사랑?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진심으로 사랑하면 뭘 어떻게 해야 했었다느니, 정말 사랑했다면 이별 후에도 한번쯤 뭐가 어때야 한다느니 하며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이걸 그냥 아주 간단하게,

 

-남친이 날 계속 만나기 어렵고 힘드니까 그만 둔 것

 

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현실적인 결론을 내린 뒤 ‘왜 그렇게 된 건지?’를 돌아봐야, 앞으로 비슷한 문제로 누군가와 또 헤어지지 않을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러지 않고 이게 애매하고 막연하고 형이상학적인 것이라 생각하며 골몰할 경우, 그간의 시간이 전부 사랑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며 추락하는 느낌을 받거나, 난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상대는 그런 게 아니었다며 배신감을 느끼거나, 상대가 날 진짜 사랑했다면 내가 좀 더 하소연해 돌아오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매달리는 일을 반복하게 될 수 있다.

 

그렇게 거기 골몰하다 보면, ‘그땐 내가 정신이 나가서 그랬다’는 괴상한 변명 같은 걸 하며 극단적인 일들을 벌이기 쉽다는 것도 기억해두자. Y양과 헤어진 어떤 남자가, Y양과 사귈 때 듣던 노래가 나와서 Y양에게 연락했는데 Y양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Y양과 이렇게 지내야 하는 세상에선 더 살 이유가 없단 말과 함께 자살시도를 했다고 해보자. Y양은 당시 새로 생긴 쇼핑몰에 가 있던 중이었는데, 주변이 시끄러워 전화가 온 걸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는 중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Y양은 그의 사랑과 진심에 감동해 그를 다시 만나고 싶을 것 같은가, 아니면 그가 그런 유리멘탈로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염려부터 들것 같은가.

 

다행히 Y양이 저 정도로 극단적인 일을 벌어진 않았지만, 상대가 ‘차단’을 택할 정도로 무섭게 매달리긴 했다. 그런 행동들은 관계에 1g의 도움도 되지 않으며 더욱 둘의 관계를 시궁창으로 만들 뿐이니, 마음이 다급해지거나 울화가 치밀 땐 뭐라 말을 하거나 선택을 하는 걸 잠시 보류해두도록 하자. 이별 후 말과 행동과 선택은, 원두를 갈아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실 수 있을 정도의 마음일 때 해야 헛발질을 최대한 하지 않을 수 있다.

 

 

돌직구를 던져달라고 해서 던지긴 했는데, 이게 다 Y양의 잘못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니란 얘기를 다시 한 번 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 이건 Y양 남친이 처음부터 Y양을 업고 가다가, 자초지종과 상황을 제대로 설명한 뒤 함께 걸어가려 하기 보다는, 힘이 드니 Y양을 내려놓고는 일단 좀 쉬고 있으라고 한 것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Y양은 언제 다시 출발할 거냐고 계속 묻게 된 것이고, 남친은 계속 그렇게 가긴 벅차니 Y양보고 이젠 알아서 혼자 가라고 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이 이별을 두고 자책하거나, ‘상대의 연애 초기 모습’이 상대의 본래 모습일 거란 생각으로 재회를 바라느라 너무 오래 앉아 있지만 말자. 무엇이 왜 문제였던 건지는 이 매뉴얼을 통해 Y양도 알게 되었을 테니, 다음 연애에선 그러지 않기로 하며 일어나 걸어보길 바란다. 그렇게 걷다 함께 가는 게 즐거운 사람을 만나면 같이 걸어가면 되는 거니, 툭툭 털고 일어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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