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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띠동갑 남자와의 연애, 끝이 보이는 관계인 게 맞죠?

by 무한 2017. 11. 22.

연인과 띠동갑이라고 해서 꼭 그 연애가 결국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나와 같은 하나의 사람’이라 여기며 존중하고 조율 역시 가능한 관계라면, 나이차에서 오는 약간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

 

극복이 어려운 경우는 연하 쪽이 연상 쪽에게 완전히 종속된 채로 만난다거나, 연상 쪽이 늘 ‘가르치는’ 갑의 입장으로 연애를 할 때다. 이런 연애는 늘 연상 쪽의 말이 곧 법이 되는 특징이 있으며, 연하 쪽의 답답함과 서운함은 ‘네가 아직 어리고 뭘 잘 몰라서 그러는 것’ 정도로만 치부되곤 한다.

 

띠동갑 남자와의 연애, 끝이 보이는 관계인 게 맞죠?

 

 

보통 ‘띠동갑 커플’이라고 하면 연상 쪽이 지극정성으로 연하 쪽을 보살펴 마음을 얻어냈으리라 생각하곤 하는데, 처음 시작은 대개 그렇지만 썸을 타거나 연애를 시작한 이후에는 완전히 반대의 상황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까닭에 상대를 연애상대로 생각하지 않으며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던 연하 쪽이지만, 일단 다 베풀고 잘해주며 조언까지 해주는 연상의 호의를 받다 보면, 어느 새 상대에게 완전히 의존하거나 상대가 인생의 해답지를 들고 있다 여기며 맹목적으로 상대의 말을 따르는 것이다.

 

때문에 처음엔

 

“네가, 나 같은 아재를 좋아하겠어?”

 

라는 뉘앙스로 말했던 상대가, 한 두어 달 세뇌작업을 한 뒤엔

 

“넌 너보다 대여섯 살 많은 여자보다도 낫다. 그래서 내가 널 택한 것이다. 난 사람을 잘 본다. 난 사귀면서도 이런 갈등이 있으면 미련 없이 내치는데, 너라서 안 내쳤던 거다. 난 만나보며 결혼할지까지를 생각해 보는데, 넌 지금까지 90점 이상이다. 이전 내 여자친구들은 80점대였다. 난 네가 나쁘게 굴면 더 나빠질 거고, 착하게 굴면 더 착해질 거다. 내 지인 중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연하와 만나면서 1년의 기한을 두고 만나는 사람들 있는데, 난 그렇지 않다. 내가 솔로였던 건 아무나 만나서 연애하거나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라며 밑도 끝도 없는 근자감을 보이기 마련이다.

 

 

저걸 저렇게 우리가 밖에서 보면

 

‘얘 서른 몇 살에 그냥 회사 다니고 있는 회사원이면서 뭔 소리 하는 거야? 회사에서 상사한테 깨질 때도 있고 부모님한테 잔소리 들을 때도 있는 서른 몇 살이면서, 띠동갑 연하 여친에게는 무슨 자기가 하나님과 동기동창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네?

 

하며 코웃음 칠 수 있는 일이지만, 저게 띠동갑 연하 여친에게는 정말 진지하고 심각하게 들리며 ‘오빠에겐 내가 더 착하게 굴어야 예쁨 받을 수 있는 거구나’하는 깨달음의 말씀이 되어버리고 만다.

 

뭐 이유와 형식이 어떠하든 그렇게라도 행복한 관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거라면, 연애엔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으니 그러려니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위와 같은 경우 대개 연상 쪽의 완전한 지배로 굳어지기 마련이며, 연하 쪽의 의견이나 생각 같은 건 ‘넌 어리고 뭘 잘 모른다’는 말로 무시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연상 쪽이 하고 싶은 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끝나게 되는 불공평한 관계가 된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그건 ‘다른 형태의 연애’라기보다는 그냥 ‘사육’에 가까운 일이다.

 

연하의 입장에서 띠동갑인 상대를 보면-그것도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십대 초반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사회에 자리를 잡은 삼십대 초중반의 상대를 보면- 대단해 보일 수 있다. 또래와는 씀씀이도 다르고, 데이트의 스케일도 다르며, 아는 지식이나 할 줄 아는 것이 많아 보여 엄청난 능력을 지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대개 그냥 그 나이쯤 되면 자연히 갖게 되는 것일 수 있으며, 그게 정말 상대의 특별한 능력 때문이라 하더라도 그가 이쪽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거나 손쉽게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순 없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예컨대 SKY 나온 오빠가 SKY 입학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앞으로 네 의지와 생각은 다 접어두고 시키는 대로 하라면서 모든 걸 다 조종하려 들고 괴상한 것들까지 시키면, 그건 가지고 노는 거지 가르쳐주는 게 아니잖은가.

 

상대가 약속하거나 자랑하거나 장담했던 것들 말고, 지금 뭘 시키거나 주문하고 있으며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를 차분히 살펴봤으면 한다. 다른 사람에게 그랬으면 뺨맞을 일을 시키고 있진 않은지, 훗날 이쪽의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것들을 수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정말 이쪽을 존중하며 애정이 있다면 함부로 할 수 없는 말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쪽을 그저 어리숙한 애로 보며 자신의 언행불일치에 대해 궤변으로 핑계를 대고 있진 않은지, 분명하게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그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자신은 완벽한 듯, 이미 다 뭐가 뭔지 알고 있다는 듯 얘기하며 늘 이쪽에 대해 지적하거나 지시할 뿐이며, ‘널 어떻게 만들어 주겠다. 널 어떻게 만들고 싶다’라는 이야기만 하는 건 정상적인 연애가 아니다. 그러니 나에게 없는 것들을 상대는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맹목적으로 따르지만 말고, 자신은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말하며 이쪽에게 지시와 주문만 하는 사람에게서는 얼른 벗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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