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적령기에 연애 중이니 이후엔 당연히 결혼’인 게 아니다. 이대로라면 둘은 반년간 결혼할 생각이나 계획이 구체적으로 있는가, 없는가를 두고 늘 다툴 수 있으며, 사연의 주인공인 P양은 ‘결혼 재촉하는 여자’로만 여겨져 상대에게 부담만 줄 수 있다.
P양은 내게
“(당연히 P양과 결혼할 거라는)그의 말을 믿고 미래를 생각한 저는 뭘까요? 바보가 된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결혼이라는 걸 그렇게 ‘나중에 오빠가 나 유럽여행 데려가는 것’정도로 여기며 언제 가게 될지 기다리고만 있으면 곤란하다. 그것도 지금까지 서로의 지인을 만난 적 없으며 결혼 얘기와 믿고 기다려 달라는 얘기 나오지만 부모님을 뵙고 인사드리러 가는 등의 아무 액션도 없는 상황이라면, 유럽여행 데리고 가겠다는 얘기만 있을 뿐 유럽 어디 어디를 돌자거나 여권 만드는 액션도 없는 상황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다.
‘이 남자와는 결혼까지 생각하며 만났고, 남자도 결혼 얘기를 했기 때문에’라는 것만으로 당연히 결혼하게 될 거라 생각하며, 평소
“~했징, ~겠당, ~하장”
이라는 얘기만 나눌 경우, 그저 결혼에 대한 책임과 부담만 점점 늘어날 수 있다.
또, P양은
“남자친구는 저랑 결혼하는 게 목표고, 그거 말고는 걱정이 없다고 했습니다.”
“남친은 자신이 저에게 확신을 줬으며, 무조건 저랑 결혼할 거라고 말합니다.”
“그 기간만 기다려 주면, 평생 제게 맞춰주겠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그런 ‘말로 된 공약’ 백 번 보다 실질적인 믿음을 주는 건 ‘부모님 뵙고 인사드리는’ 행동 하나다. P양도 그걸 몰랐던 건 아니며 그래서 구체적으로 날짜도 잡고 진행하려 노력했던 것 같은데, 당황스럽게도 P양의 남친은 얼른 그러자고 앞에선 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계속 핑계를 대며 뒤로 미루거나 확답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난, P양이 보낸 사연과 카톡대화 이외의 뭔가가 없다면, 두 사람의 결혼은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P양의 남친은 P양에게
“날 믿고 기다려 주면 내년에는 우리가 결혼할 것이고, 그때부터는 너에게 대부분의 것들을 다 맞춰주겠다.”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근 2년을 만나오며 서로의 친구를 본 적도 없고, 부모님을 뵙고 인사드린 적도 없으며, 내년에 결혼하겠다면서도 여전히 부모님을 뵈러 가기엔 당장 그러기 힘든 여러 핑계들이 가득한 관계에선 아무래도 믿음을 갖기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P양과 상대의 연애는 평소에도
P양 – A할까?
남친 – A는 좀 별론데.
P양 – 그럼 B할까?
남친 – B는 지금 그렇게 끌리진 않아.
P양 – 그럼 하고 싶은 게 뭔데?
남친 – 난 C하고 싶어.
라는 식으로 진행된 것 같은데, 저런 패턴이 현재의 ‘결혼 얘기’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난 내 여동생이 같은 상황에 처한 채 내 생각을 묻는다면
“결혼적령기에 상대와 사귀고 있으니까 결혼을 해야 한다는 거 말고, 상대랑 꼭 결혼을 하고 싶은 이유가 있어? 보고 싶다고 말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니까? 그런 거 잠시 접어두고 ‘이 사람과 결혼해서 살면 행복할까?’를 생각해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
또, 네 남친은 평소엔 다정하지만 자신이 피곤하거나 짜증 나는 상황이 오면 네게 비아냥거리기도 하던데, 그 갭이 너무 큰 건 아닐까? 결혼얘기도 그렇잖아. 네가 좀 다급해져서 ‘우리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야기를 하면 걘 ‘당연히 결혼할 거다. 믿고 기다려줘라.’라고 답하지만, 좀 구체화했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하면 네게 믿음이 없는 것 같다며 실망하는 표정부터 짓잖아. 아니 그건, 지는 당장 할 수 있는 거 아무것도 안 하면서 너한테는 모든 걸 걸라고 그러는 거 아냐? 믿을만한 건 아무것도 안 보여주면서 일단 믿고 걸라고?
연애하면서 이렇게 의사소통도 안 되고, 조율도 안 되고, 둘이 엇갈린 답을 낼 뿐이라면, 이런 관계로 그저 ‘결혼’만 추구해선 안 되는 것 아닐까? 넌 ‘좀만 버티면 결혼할 수 있을 테니까 견뎌보자!’라는 마음으로 만나는 중이라고 했는데, 그게 절대 끝이 아니야. 그것만 버티며 기다리면 이후엔 상대가 다 맞춰주겠다고 하는 건 당장의 갈등을 잠재우기 위한 공약에 가까운 거고 말이야.
넌 ‘당연히 결혼하게 될 줄 알고 믿고 따라왔다가 바보가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면서도 ‘이번에 마지막으로 한번 믿어봐도 될까요?’라는 이야기를 또 하고 있잖아. 그냥 믿어보기로 하며 아무 얘기도 안 꺼낸 채 가만히 따라가기만 했던 건 이미 한 번 해 본 일이야. 그치? 결과가 어떤지도 분명 한 번 확인했어. 그치? 그런데도 넌 지금 상대가 결혼을 구체적으로 추진하진 않지만 헤어지자고 하는 건 아니니까 일단 좀 지켜보며 있는 거라고 하는 중이잖아.
야 근데 ‘헤어지자고 하는 건 아니니까 결혼을 기다려 본다’는 건 진짜 좀 너무 그렇지 않냐? 그리고 걔 이번 설에도 그냥 흐지부지 또 넘어갔지? 그럼 걘 아닌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해줄 것 같다. P양이 내 여동생이 아니라서 똑같이는 못 말해주겠지만, 위의 이야기를 참고해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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