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무엇보다도, 일단 이걸 먼저 다시 환기하자.
-상대는 아직까지, 이쪽이 누군지도 잘 모른다.
상대에 대한 호감을 혼자 키웠으며 이미 마음이 좀 급해진 상황에서 들이댄 대원들은 저 중요한 걸 잊곤 하는데, 그래 버리면 상대 입장에선
‘얜 누구고, 뭔데 나한테 이러는 거?’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될 수 있다. 이건 마치 몇 번 간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를 밖에서 만났을 때, 인사를 하자 상대가 “네, 안녕하세요. 근데 누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쪽은 늘 손님으로 가서 디자이너 한 사람을 대하니 익숙하지만, 디자이너는 매일 다수를 대하니 이쪽만큼 기억을 잘 못 할 수 있다. 난 내가 한 달 전 미용실에 간 걸 기억하지만, 디자이너는 기록을 확인하지 않는 뚜렷한 기간을 떠올리기 힘들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 마음이 여릴수록, 저 부분을 확실히 하고 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가끔
“전 상대가 모 대학 출신이라는 걸 기억하곤 이러이러한 얘기까지를 꺼냈는데, 상대는 자기가 저와 학교 얘기를 한 것도 잘 기억 못 하더라고요.”
하며 패배감과 실망감에 젖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 상황에서 이쪽이 해야 하는 건 다시 또 한 번 얘기하며 확실하게 인상을 남기는 거지, 그거 하나 때문에 완전히 실망해선 모든 전의를 상실한 채 포기하네 마네 할 게 아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 아닌가. 모임에서 얼굴 한 번 본 뒤 이제 처음으로 카톡 한 번 했는데, 이쪽의 기대 대로 상대가 쉴 틈 없이 말을 쏟아내며 ‘당장 고백해도 될 분위기’가 형성되는 건 기적을 바라는 것과 같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반응이 이쪽의 기대에 한참 못 미쳤으며 답장 속도도 느렸다고 씁쓸한 표정만 지어버리면, 거기서부턴 그냥 상대 카톡 프사만 수시로 확인하며 마음 요동치는, 짝사랑 패턴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화법에 대해서도 알아둬야 할 게, 첫 대화에서부터 다짜고짜
“저기 혹시 ~하셨나요?”
라고 말문을 열어 곧바로 본론으로만 들어가 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보통의 경우 상대에게 연락했을 때에는 형식적이긴 하지만 안부도 묻고, 잠깐 대화할 시간이 되는지도 묻고, 말을 놓고 싶을 경우 상대에게 말을 놓는 게 어떤지도 묻곤 한다. 그래야 단 10분이라도 집중해서 하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건데, 안타깝게도 혼자 마음이 너무 급해진 일부 대원들은 그걸 잊은 까닭에
-대화하기 곤란한 시간에 말 걸어 놓곤 답장 빨리 안 온다며 실망.
-안부 인사도 없이 알고 싶은 것만 물어 취조 하는 듯한 분위기를 냄.
-마음대로 통보하고 말 놓아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거나, 거부감이 들게 함.
등의 문제를 만들곤 한다. 이건 평소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익혀둬야 하는 패턴인 까닭에 하나하나 다 설명할 수는 없는데, 아무튼 형식적이며 의무적인 것처럼 보이는 인사와 추임새들이라 해도 그게 들어가야 매끄럽다는 걸 기억해두자. 상담원과 통화를 할 때 8할은 그냥 매뉴얼 대로 말하는 멘트지만, 그게 없이 상담원이 전화 받자마자 “네, 왜요? 그래서요?”한다면 참 껄끄럽지 않겠는가.
더불어
-이쪽에서 막연하게 꺼낸 얘기에, 상대가 되물어주길 바라는 습관
도 꼭 버리도록 하자. “난 오늘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부천에 가는 길이야.”라고 말하면 될 걸, “난 약속 있어서 어디 좀 가는 길이야.”라고만 말한 뒤 상대가 “무슨 약속?”하며 물어주길 바라진 말잔 얘기다. 자기가 말 제대로 안 해 놓고는 상대가 되물어주지 않았다면서 실망하지 말고, 그냥 애초에 또박또박 잘 말하도록 하자.
또, ‘내가 답장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에는 그 상황을 밝혀주는 게 좋다. 공항에서 비행수속을 밟는 중이라면 어디를 가느라 지금 공항에 왔다는 걸 밝히고 수속 밟는 중이라고 말한 뒤 침묵해야지, 아무 얘기도 안 한 채 나중에 내게만
“그땐 제가 공항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해결하느라 차분히 카톡 답장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상대에게 한 마디 더 하고 싶은 마음과 당장 내가 1시간 정도 폰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 겹쳤을 땐 후자를 처리하고 그 다음에 얘기를 해야지, 그냥 앞선 감정 때문에 톡 하나 보내두고 한 시간 뒤에 확인하거나 답장하진 말았으면 한다.
끝으로 하나 더.
“상대 리액션도 그냥 형식적인 것 같거든요. 제가 너무 많이 기대하는 걸까요? 저는 상대가 제게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고 그만하라고 눈치 주는 걸까봐, 이후로 카톡을 못 보내고 있네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도 꽤 많은데, 그건 ‘상대에 대한 질문’ 대신 ‘내 얘기’를 너무 많이 늘어 놓아서 그럴 수 있다. 상대의 리액션에 정신줄 놓고는 자기 얘기만 계속 하거나, 상대 입장에선 ‘그래서 어쩌라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내 일상보고’를 한 건 아닌지 돌아보자.
상대와 교회에서 만났으면 언제부터 교회를 나왔는지, 가족들도 다 교회를 다니는지 등을 물으면 된다. 모임에서 만난 거라면 그 모임의 성격이 어떤지, 어떤 일을 계기로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모임 활동 중 재미있는 부분은 뭔지 등을 물어도 된다. 또, 비슷한 지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그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공감대를 찾거나 상대 학교는 이름만 들어봤는데 어땠는지를 물어도 된다. 이렇듯 좀 상대도 대답하기 쉬운 주제를 골라 내 얘기를 풀어도 풀어야지, “나 지금 어디어디 왔는데 여기 줄 엄청 기네.ㅋㅋㅋ”하면 상대는 그 얘기를 받기가 참 애매할 수 있다. 이건 내가 하나하나 얘기할 게 아니라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해나가며 체득해야 하는 부분이니, 평소에도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하며 배우고 또 교정해 가길 권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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