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카톡까지는 텄는데, 상대와 무미건조한 대화만 나눠요.

by 무한 2018. 2. 20.

다른 무엇보다도, 일단 이걸 먼저 다시 환기하자.

 

-상대는 아직까지, 이쪽이 누군지도 잘 모른다.

 

상대에 대한 호감을 혼자 키웠으며 이미 마음이 좀 급해진 상황에서 들이댄 대원들은 저 중요한 걸 잊곤 하는데, 그래 버리면 상대 입장에선

 

‘얜 누구고, 뭔데 나한테 이러는 거?’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될 수 있다. 이건 마치 몇 번 간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를 밖에서 만났을 때, 인사를 하자 상대가 “네, 안녕하세요. 근데 누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쪽은 늘 손님으로 가서 디자이너 한 사람을 대하니 익숙하지만, 디자이너는 매일 다수를 대하니 이쪽만큼 기억을 잘 못 할 수 있다. 난 내가 한 달 전 미용실에 간 걸 기억하지만, 디자이너는 기록을 확인하지 않는 뚜렷한 기간을 떠올리기 힘들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 마음이 여릴수록, 저 부분을 확실히 하고 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가끔

 

“전 상대가 모 대학 출신이라는 걸 기억하곤 이러이러한 얘기까지를 꺼냈는데, 상대는 자기가 저와 학교 얘기를 한 것도 잘 기억 못 하더라고요.”

 

하며 패배감과 실망감에 젖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 상황에서 이쪽이 해야 하는 건 다시 또 한 번 얘기하며 확실하게 인상을 남기는 거지, 그거 하나 때문에 완전히 실망해선 모든 전의를 상실한 채 포기하네 마네 할 게 아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 아닌가. 모임에서 얼굴 한 번 본 뒤 이제 처음으로 카톡 한 번 했는데, 이쪽의 기대 대로 상대가 쉴 틈 없이 말을 쏟아내며 ‘당장 고백해도 될 분위기’가 형성되는 건 기적을 바라는 것과 같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반응이 이쪽의 기대에 한참 못 미쳤으며 답장 속도도 느렸다고 씁쓸한 표정만 지어버리면, 거기서부턴 그냥 상대 카톡 프사만 수시로 확인하며 마음 요동치는, 짝사랑 패턴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카톡까지는 텄는데, 상대와 무미건조한 대화만 나눠요.

 

 

그리고 대화법에 대해서도 알아둬야 할 게, 첫 대화에서부터 다짜고짜

 

“저기 혹시 ~하셨나요?”

 

라고 말문을 열어 곧바로 본론으로만 들어가 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보통의 경우 상대에게 연락했을 때에는 형식적이긴 하지만 안부도 묻고, 잠깐 대화할 시간이 되는지도 묻고, 말을 놓고 싶을 경우 상대에게 말을 놓는 게 어떤지도 묻곤 한다. 그래야 단 10분이라도 집중해서 하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건데, 안타깝게도 혼자 마음이 너무 급해진 일부 대원들은 그걸 잊은 까닭에

 

-대화하기 곤란한 시간에 말 걸어 놓곤 답장 빨리 안 온다며 실망.

-안부 인사도 없이 알고 싶은 것만 물어 취조 하는 듯한 분위기를 냄.

-마음대로 통보하고 말 놓아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거나, 거부감이 들게 함.

 

등의 문제를 만들곤 한다. 이건 평소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익혀둬야 하는 패턴인 까닭에 하나하나 다 설명할 수는 없는데, 아무튼 형식적이며 의무적인 것처럼 보이는 인사와 추임새들이라 해도 그게 들어가야 매끄럽다는 걸 기억해두자. 상담원과 통화를 할 때 8할은 그냥 매뉴얼 대로 말하는 멘트지만, 그게 없이 상담원이 전화 받자마자 “네, 왜요? 그래서요?”한다면 참 껄끄럽지 않겠는가.

 

더불어

 

-이쪽에서 막연하게 꺼낸 얘기에, 상대가 되물어주길 바라는 습관

 

도 꼭 버리도록 하자. “난 오늘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부천에 가는 길이야.”라고 말하면 될 걸, “난 약속 있어서 어디 좀 가는 길이야.”라고만 말한 뒤 상대가 “무슨 약속?”하며 물어주길 바라진 말잔 얘기다. 자기가 말 제대로 안 해 놓고는 상대가 되물어주지 않았다면서 실망하지 말고, 그냥 애초에 또박또박 잘 말하도록 하자.

 

또, ‘내가 답장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에는 그 상황을 밝혀주는 게 좋다. 공항에서 비행수속을 밟는 중이라면 어디를 가느라 지금 공항에 왔다는 걸 밝히고 수속 밟는 중이라고 말한 뒤 침묵해야지, 아무 얘기도 안 한 채 나중에 내게만

 

“그땐 제가 공항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해결하느라 차분히 카톡 답장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상대에게 한 마디 더 하고 싶은 마음과 당장 내가 1시간 정도 폰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 겹쳤을 땐 후자를 처리하고 그 다음에 얘기를 해야지, 그냥 앞선 감정 때문에 톡 하나 보내두고 한 시간 뒤에 확인하거나 답장하진 말았으면 한다.

 

끝으로 하나 더.

 

“상대 리액션도 그냥 형식적인 것 같거든요. 제가 너무 많이 기대하는 걸까요? 저는 상대가 제게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고 그만하라고 눈치 주는 걸까봐, 이후로 카톡을 못 보내고 있네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도 꽤 많은데, 그건 ‘상대에 대한 질문’ 대신 ‘내 얘기’를 너무 많이 늘어 놓아서 그럴 수 있다. 상대의 리액션에 정신줄 놓고는 자기 얘기만 계속 하거나, 상대 입장에선 ‘그래서 어쩌라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내 일상보고’를 한 건 아닌지 돌아보자.

 

상대와 교회에서 만났으면 언제부터 교회를 나왔는지, 가족들도 다 교회를 다니는지 등을 물으면 된다. 모임에서 만난 거라면 그 모임의 성격이 어떤지, 어떤 일을 계기로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모임 활동 중 재미있는 부분은 뭔지 등을 물어도 된다. 또, 비슷한 지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그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공감대를 찾거나 상대 학교는 이름만 들어봤는데 어땠는지를 물어도 된다. 이렇듯 좀 상대도 대답하기 쉬운 주제를 골라 내 얘기를 풀어도 풀어야지, “나 지금 어디어디 왔는데 여기 줄 엄청 기네.ㅋㅋㅋ”하면 상대는 그 얘기를 받기가 참 애매할 수 있다. 이건 내가 하나하나 얘기할 게 아니라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해나가며 체득해야 하는 부분이니, 평소에도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하며 배우고 또 교정해 가길 권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공감과 좋아요,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