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멀로그 구독자의 연령층이 높아지다 보니, 이제는 연애보다는 결혼이나 파혼, 이혼과 관련된 사연들이 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 같다. 게다가 파혼과 관련된 사연을 한 번 발행하고 나면 자기 얘기도 꺼내봐야겠다며 사연을 보내는 대원들 때문에 비슷한 사연이 늘어나는데, 대부분 이미 상견례도 마치고 청첩장까지 돌린 뒤인 상황이라 난 부담이 계속 더해진다. 그래서 이 위경련이 낫질 않는 건가?
올해 들어 난생처음 찾아온 위경련 때문에 수액만 벌써 두 번 맞았다. 약은 의느님의 처방대로 종류를 바꿔 두 번 먹어보고, 부스코판이 최고존엄이라고 해서 먹어봤는데도 효과가 없다. 내시경과 초음파도 했는데 문제가 없다고 하고, 한약에 기대어 봐도 효과가 없다. 고등학생 시절 전교생이 집단 이질에 걸려 아파도 끄떡없던 강철 위장을 자랑하던 나였는데…. 여하튼 아직 낫질 않아 고양이 자세를 했다가 다시 책상에 앉았다 하며 써야 하니, 짧고 굵게 가보도록 하자. 출발.
1. M양이 내 여동생이라면?
M양이 내 여동생이라면, 난 당연히 이 결혼을 반대할 것 같다. 일단 M양 남친은
소리 지름 -> 욕함 -> 협박 -> 신체 터치 등의 위협하는 시늉
으로 점점 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통계적으로 보면 저 단계에서 뭔가를 던지거나 직접 폭력을 가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다. 아니, 이렇게 구구절절 돌려 말할 것 없이, 진짜로
“죽을래? 너 죽는다.”
라는 이야기를 싸늘하게 하는 사람은 위험한 거다. 게다가 상대는 ‘전 여자친구를 발로 깐 적 있다’는 이야기도 술 취해선 늘어놓았다고 하는데, 취했을 때 자신이 한 일을 전혀 기억 못 하는 사람은 취해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취하지 않았을 땐 안 그렇기도 해요. 제게 잘해주는 것도 많고, 남자답게 저 대신 나서서 해결해 주기도 하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난 좀 생각이 다른데, 내가 둘의 카톡대화를 봤을 때 상대의 행동은 ‘M양을 사랑해서 보호해주려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어차피 M양이 못 할 테니 내가 몇 가지만 지시하곤 대신 해주는 것’에 더 가까웠다. 뭔가에 기분이 틀어졌을 때도
“안 해. 안 한다고 몇 번 말하냐.”
라며 짜증을 앞세웠고 말이다.
이렇게 상대에게 오들오들 떨어야 하며 쥐죽은 듯 있어야 하는 관계인데, 결혼을 한다고 해서 그게 전부 해결되거나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할 것 같진 않다. 또, 상대가 화났을 때에나 취했을 때에는 절대자가 되어 M양이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자신을 짜증나고 화나게 만드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런 시한폭탄 같은 모습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고 숨죽이며 함께하는 건 또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2. 오히려 상대편에서 말씀하시는 부모님들.
그러니까 이건, M양의 부모님들께서 남친을 접할 일이 많지 않으시니, 그냥 가끔 봤을 때
-시원시원하고, 남자다우며, 뭘 해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
을 보고는 좋은 평가를 내리신 것 같다.
반면 M양과 부모님의 관계는 최대한 ‘화목하고 온순한 분위기를 추구하며, M양은 부모님께 순종하는 모습’에 가깝다 보니, M양 연애에 대한 이렇다 할 얘기를 부모님과 나누지 않게 된 것 같다. 때문에 부모님들께선 M양으로부터 남친이 뭔가를 해줬다는 얘기를 들으시며
-걔(남친)가 그래도, 우리 애를 잘 이끌어가며 사귈 애.
라고 판단하신 것 같고 말이다.
그런데 그 남친의 시원시원함은 M양에게 참을 수 없는 냉정함으로 표출될 때가 있고, 남자다운 모습은 권위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나타날 때가 있으며, 더불어 부모님들께서는 전혀 모르시는 ‘화내고 욕하고 위협하는 모습’까지도 그에겐 있다.
M양은 내게
“파혼을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남친편에 가까운 저희 부모님께는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난 M양이 그간 경험한 상대에 대해 부모님께 말씀드리길 권하고 싶다. M양 말대로 ‘내가 행복할 것 같지 않은 이 결혼’이란 생각이 확고하다면, 남친이 화나거나 술 취했을 때 M양에게 한 행동들에 대해 부모님께 털어놓고 말하길 권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 관계를 멈추는 게, 부모님이 남친에게 호의적이시란 이유로 결혼했다가 큰 고난을 겪는 것보단 낫다고 난 생각한다.
3. 왜 이렇게 된 것이며, 해볼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은 뭘까?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상대 인성에 있을 것이고, 그다음으로 찾아볼 수 있는 문제는
-M양이 너무, 아무 저항과 반발도 없이 만남을 지속해온 것.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연애는 상대의 리드를 따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며, 또 M양도 선택과 결정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인데, 안타깝게도 M양은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속으로만 생각하고 판단하며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리고 난 후에야 상대에게 맞서는 것으로 대응했다.
둘의 대화를 보면, 과외선생님과 학생의 느낌이 강하다. 때문에 늘 결론은 상대가 내며 그건 절대적인 옳은 소리로 받아들여지고, M양은 사과를 하거나 상대의 허락을 구하거나 상대에게 혼나는 듯한 분위기가 되었을 때 속상함을 피력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M양 – 오빠 우리 주말에 어디어디 갈래?
남친 – 안 가
M양 – 우리 기분전환 할 겸 같이 갔으면 하는데….
남친 – 안 간다고.
M양 – 훔.. 미안해
남친 – 몇 번 말하냐. 안 간다고.
M양 – 알았어요.
M양 – 근데 나 뭐뭐도 해야 하는데
남친 – 이따 가서 그거 해놔.
다툰 상황에서의 대화라고는 하지만, 상대가 화났을 때나 술 취했을 때의 대화패턴이 저렇다는 건 큰 문제다. M양은 남친이 저럴수록 더 움츠러들어 참다가, 나중에 남친이 욕을 하거나 위협을 할 경우에만 버티다 못해 싸우려 드는데, 그러고 나서도 다시 사과하는 건 M양인 까닭에 점점 둘의 관계는 그렇게 굳어진 것 같다.
그래서 난, 파혼 전 M양이 해볼 수 있는 것으로 ‘남친에 대해 M양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해보기’와 ‘남친의 어떤 행동이 나로 하여금 확신을 못 갖게 하는지 말해보기’를 권해주고 싶다. 그간 M양도 해본다고 했지만 그건 ‘남친이 화내거나 위협할 때 맞서기’를 했던 것뿐이니, 그럴 때 더 자극하기보다는 남친이 M양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온화한 시간’일 때 얘기해봤으면 한다.
다만, 그것에 대한 남친의 반응이 “알았다니까. 알았다는데 왜 자꾸 똑같은 소리야?”라든가, “네가 잘하면 내가 그러겠냐.”정도일 뿐이라면, 더 뭔가를 시도할 것 없이 그 관계에서는 로그아웃하는 게 M양을 위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연애사연을 받다 보면, 남친이
“야 미쳤냐? 돌았냐?”
라는 이야기를 해도 그냥 속으로 혼자 기분 나빠할 뿐 그것에 대해 내색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녀들은 그걸 지적했다 또 싸우거나 ‘말빨이 딸려서 나만 이상한 사람 될까봐’라는 생각으로 참곤 하는데, 난 그녀들에게 그게 당장의 다툼을 피할 수 있게 해주겠지만, 결국은 둘의 관계를 곪게 만드는 거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잠이나 자.”, “야 끊어.” 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그걸 허용하면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여겨지게 될 뿐이니, 참고 마는 것으로 넘기진 말자. 데이트할 때 상대가 폰만 들여다 보는 걸 놔두면 나중에 드레스 고르러 가서도 폰 붙잡고 게임하고 있을 수 있고, 또 신혼여행 가면서도 폰 붙들고 있을 수 있으며, 결혼해서도 그럴 수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 훗날 가래로도 못 막게 되어 고통받지 말고, 그때그때 조율하길 권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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