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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결혼 할 나이가 되었으니 헤어지자는 남자친구

by 무한 2012. 2. 6.
결혼 할 나이가 되었으니 헤어지자는 남자친구
스물다섯에 만나 다섯 번의 겨울을 함께 보내곤,

"너랑 결혼 할 생각은 없다. 나, 너 결혼 생각하고 만난 거 아니었다.
이제 결혼 할 나이가 되었으니 헤어지자.
나 사실 만나는 사람 있다. 너보다 세 살 어린 여자다.
그 여자랑 만나면 새롭고, 좋고, 설레고, 가슴이 뛴다.
너도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라니. 아니, 작년 봄에는 아이를 둘 낳자 셋 낳자 고따위 얘기 잘도 하더니, 이제 와서 결혼 생각하고 만난 거 아니라니. 진짜 그런 생각으로 만나던 거였으면 진작 얘길 하든가. 다른 여자와 관련해서도, 그 때 카톡 오는 거 걸렸을 때 그럼 툭 까놓고 얘길 했어야지, 그 땐 왜 거래처 직원일 뿐이라고 한 건가. 왜 의심 하냐고, 거래처 직원일 뿐이라는데 왜 못 믿냐고, 그렇게 의심 받는 게 제일 싫다고 난리를 치던 이 귤 같은 사람아.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맞네. 간략하게 말하자면 오 년 만나다가 바람나서 떠나는 건데, 그렇게 내빼면서 한다는 말이,

"우리가 정말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내가 다시 돌아간다면, 그건 널 진짜 사랑하는 거야."



라니, 방귀가 잦으면 똥 싼다는 얘기도 맞네. 이런 지저분한 상황은 얼른 치워서 내다 버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기다리면 다시 돌아 올 거야?", "우리 헤어지는 거, 정말 조금도 후회되지 않아?", "다 이해할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 다시 해보자." 따위의 얘기만 하고 있는 대원들. 그런 대원들의 사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들을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이미 여러 번 한  이별연습.


연애 초기에야, 헤어지자는 얘기를 해도 둘 중 하나가 떨어지는 유리컵 받듯 얼른 손 내밀어 잡으니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상 끝장난 듯 싸웠다 해도, 며칠 지나지 않아 "너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며 금방 돌아오니 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분명히 찾아온다.

헤어지자고 말해도 잡지 않는 상황.

여자친구가 왜 화났는지 아직 원인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 그 와중에 여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듣는 건, 남자에겐 컴퓨터가 갑자기 멈췄을 때 느끼는 당혹감과 같다. 한두 번이야 재부팅도 해 보고 지인들에게 수소문을 해 방법을 찾지만, 계속해서 같은 일이 벌어지면 남자는 결국 포맷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다투다 먼저 일어나 자리를 피하는 행위나, 길가에 내려주고 악셀을 밟아 가 버리는 행위는 곧 이별이 다가올 거라는 암시다. 늘 먼저 관계를 회복하려 손 내밀던 상대가 침묵할 때, 그는 포맷을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이런 위급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많은 여성대원들이 그저 울며 매달리면 상황이 해결될 거라 생각한다. 때문에

"그땐 제가 울면서 다시 잡았어요."


따위의 얘기를 한다. 그 매달림이 당장 위기를 모면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훗날엔 아래에서 이야기 할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꼭 다른 문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헤어지자고 했다가 다시 정정하는 행위의 반복은, 접었다 폈다를 반복한 종이처럼 찢기 쉬워진다. 매뉴얼을 통해

"아무리 화가 나도 전화기를 꺼두지 않기로 약속하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보지 않을 사람처럼 굴진 마세요."



등의 이야기를 한 것도 그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접힌 선대로 찢어진 대원들은, 찢긴 후에야 후회를 한다. 말도 안 되는 걸 우기며 싸웠던 일, 심통이 나서 징징거렸던 일, 변덕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싸웠던 일 등에 대한 후회.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갈등이 있을 때면 '필살기'처럼 써 먹었던 "헤어지자."는 말에 대한 후회. 이미 여러 번 이별연습을 했다면, 실전에선 쉬운 법 아닌가. 변덕과 땡깡을 늘 받아주던 상대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나 묻기 전에, 접었다 폈다를 몇 번 했다 생각해 보길 바란다.


2. 자존심을 버리다 자존감까지 버린 여자들.


재회의 대가로 무작정 상대에게 무릎을 꿇는 대원들이 있다. 그렇게 무릎을 꿇는 순간, 다시 일어나긴 어렵다는 걸 잊지 말자.

그대가 자존심을 세우다 발생한 문제라면 그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하고 반성을 하면 된다. 왜 그랬는지에 대해 상대에게 이야기하고, 미안하게 느끼는 부분들을 털어 놓으며, 실수를 한 거라면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면 된단 얘기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래도 용서할 수 없다며 차갑게 내칠 남자는 한국에 약 73명을 제외하곤 없다(응?).

용서나 재회의 대가로 자존감까지 버리니 문제가 되는 거다. 상대의 자취방에 찾아가 가사도우미 역할을 하거나,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하면 안 하는 하수인이 되는 대원들. 그런 대원들은 상대가 "니가 가라. 하와이."라고 말하면, "알았어. 내가 갈게. 언제 가면 될까?"라고 반문할 정도의 순종적 모습을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며 상대가 '아, 얘가 정말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사연에 등장한 '남자친구'들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친구의 순종적인 모습을 본 뒤 더욱 억압하려 하거나, 함부로 행동하거나, 심지어 툭하면 헤어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뭐, 어찌 보면 그게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늘 얘기하듯, 자존감이 없는 여자는 완구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관계의 포맷을 생각하고 있는 남자에게 완구가 되어 다가가는 여자. 길게 얘기하면 너무 가슴 아프니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고, '대답도 귀찮아서 하지 않는 남자'를 경험하게 된다는 말만 적어두도록 하겠다.


3. 바람과 함께 사라진 남친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누우며 열심히 뒷바라지를 했더니, 이젠 자기도 다 컸다며 보호 같은 건 받고 싶지 않고, 자신이 보호해 줄 사람을 만날 거라는 남자. 그대가 '때론 엄마 같은 여자친구'가 아닌, '늘 엄마 같은 여자친구'가 되면 저런 남자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칼자루를 잡고 아무렇게나 휘두르다, 결국 바람이 나서 떠나는 남자들. 그들의 바람상대(응?)는 대개 '보호본능 자극하는 여자'라는 것에 주목하기 바란다. 이혼을 준비 중인 유부녀 직장상사, 게임을 하다 만난 싱글맘, 바에 갔다가 알게 된 고학생 알바녀 등등. 그간 여자친구에게 보호를 '받던' 남자들은, 자신이 보호를 '해 줄' 사람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보호본능'만이 남자친구가 바람과 함께 사라진 이유는 아니다. 위에서 이야기 한 '포맷 결심'도 남친의 '바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싹 다 지우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새로운 이성들에게 '여지'를 남기기 시작하며, 연애 중임에도 불구하고 '오는 여자'를 막지 않는 것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굴러가는 연애는 연애대로 두고, 자신은 '새로운 이성'을 만나거나 '오는 여자'들과 또 다른 연애를 시작한다. 여자친구가 불평을 해도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나더러 뭘 더 어떻게 하라고? 그냥 헤어지자."라고 말하면, 무릎을 꿇은 채 불평하던 여자친구는 이제 넙죽 엎드릴 테니 말이다. 그렇게 엎드린 여자친구에게 바람의 흔적을 들켜도 역시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내 말을 못 믿어? 의심하는 거야? 난 의심받는 게 제일 싫어. 헤어져."라고 말하면, 이번엔 울며 빌 테니까.


그렇게 바람난 남친 앞에 엎드려 울며, 빌다가, 지친 대원들. "사람 하나 살리신다고 생각하고 저 좀 도와주세요."라며 절박하게 소리치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제 그만 놓으려 하는데, 그 선택에 대해 자신이 없기에 내게 확인을 요청하는 대원들. 그들에게

"그대가 웃지 않는다면,
상대가 후회 할 일은 없습니다."

   

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앞으로 인생을 막 살아서 망가진 모습을 상대에게 보여주며 "너랑 헤어지고 괴로워하다 이렇게 되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대원이나, 마지막까지 상대의 '보험'이 되어 "기다릴 테니까 언제든 다시 돌아와."의 자세를 고수하겠다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렇게 삽질 해 봐야 팔뚝만 두꺼워진다. 다시 또 울며 매달려 "넌 후회되지 않아? 나랑 헤어진 거, 후회되지 않아?"라고 묻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래봐야 돌아오는 건 '귀찮게 왜이래? 난 묵비권.'일 뿐이며, 상대에게 '역시 쟤는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착각만 키워 줄 뿐이다.

웃으며 훨훨 날기 바란다. 날개를 접은 채 그 구석에서 울고 있지 말고, 보란 듯이 나는 거다. "내가 구석에 있었던 건, 네 옆이 구석이었기 때문이야. 봐봐, 너에게서 자유로워지니 난 어디든 날아갈 수 있잖아."라며. 훨훨.



"내가 다시 너에게 돌아간다면, 널 진짜 사랑하는 거야." 보험사에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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