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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광고전화, 고수들의 기막힌 대처방법

by 무한 2009. 5. 19.
회사에 앉아있으면 하루에 걸려오는 전화의 반은 광고전화다. 다짜고짜 사장님을 바꿔달라는 전화부터, 오랫동안 우리 회사를 쭉 지켜봤다는 섬뜩한 이야기를 꺼내는 녀석들도 있다. 뿐만아니라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나의 핸드폰에는 고래를 잔뜩 풀어놨다는 (고래를 왜?) 문자부터 시작해서, 뭐뭐에 당첨되었다면서 정작 상품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좋은 보험이 나왔다며 어떻게든 낚으려는 수작이 참 치열하다.

하지만 이 광고전화도 나름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 자동차 보험을 들라는 상담원을 꼬셔 2년째 잘 사귀고 있는 M군(28세, 취업준비중)을 비롯하여, 무료한 일상에 말벗이 되어주겠다고 걸려오는 전화들로 심심찮은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경기도 일산의 김할머니(72세, 무직)의 경우도 광고전화를 잘 이용하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광고전화를 이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원치않는 시간에 파리처럼 달라 붙는 광고전화를 어떻게 떼어내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1. 광고전화에 역으로 작업하기

이 부분은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지만, 예전 CBMASS 음반에 SKIT으로 나와있는 부분처럼 진행하면 된다. 전화가 걸려와 목소리를 들어보고, 이거다 싶으면 무는(?)거다. 상황에 따라 다른 대처가 필요하겠지만, 여기서는 위에서 이야기한 M군의 경우를 예로들어 살펴보자.

M군 - 여보세요?

상담원 - 안녕하세요 고객님 여기는 행복을 드리는 붕붕 자동차 보헙입니다.

M군 - 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상담원 - 네? 아,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저희쪽에서 기존 보험료 대비 확실하게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는 상품이 나와서 이렇게 전화 드리게 되었습니다.

M군 - 자동차 보험 들라고요?

상담원 - 보험상품 소개차 전화드렸습니다.

M군 - 아, 전 차가 없는데요?

상담원 - 아, 네, 고객님 그럼 다음에 차를 구입하시면 저희 ....

M군 - 아니아니, 사람이 왜 그렇게 급해~

상담원 - 네?

M군 - 차가 없다고 했지, 보험 안들겠다는 얘긴 아닌데...

상담원 - 고객님, 이 상품은 차량이 있어야 가입하실 수 있는 상품입니다.

M군 - 우리 엄마 아빠 동생까지 차가 셋인데, 그렇게 끊을라고 하면 쓰나

상담원 - 아 죄송합니다 고객님, 차량 소유주 분과 잠시 통화가 가능할까요?

M군 - 이름이 뭐에요?

상담원 - 네?

M군 - 전화통화도 마음이 맞아야 하는거지, 통성명도 없이 무슨 통화를 합니까.

상담원 - 아, 저는 상담원 박모양입니다.

M군 - 박모양? 이름 예쁘네. 나이는?

상담원 - 죄송합니다 고객님 개인정보는 가르쳐 드릴 수가 없습니다.

M군 - 아니, 내 핸드폰 번호랑 이름은 가르쳐 준 적 없어도 알고 있으면, 그쪽 나이는 말 안해준다니 말이 됩니까? 그러지 말고, 나 스물 일곱인데, 너무 그르지 맙시다. 몇 살?

상담원 - ......스물 다섯 입니다.

M군 - 어익후, 동생이네. 아까 번호 보니가 031 뜨던데, 어디 살어? 경기도 어디야?

상담원 -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 상품....

M군 - 어허. 고객님은 무슨 고객님, 그냥 우리 서로 이름도 알고 나이도 아니까. 그냥 오빠라고 하면 돼. 뭘 그렇게 낯을 가려. 경기도 어디 살어?

상담원 - ......일산입니다.

M군 - 일산 어디? 나 중산마을 사는데! 라페스타 아나? 밤가시마을쪽 살아?

상담원 - ......백마마을 입니다.

M군 - 이웃사촌이고만. 이거 전화로 이럴게 아니라,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좀 하게 전화번호 하나 줘. 핸드폰 번호 불러봐.

상담원 - 죄송합니다. 개인정보는 가르쳐드릴 수...

M군 - 어허. 동네 주민끼리 이러는거 아니야. 전화번호 하나 주고, 몇시에 끝나? 문자 하나 넣어 놀 테니까 이따 끝나고 퇴근하는 길에 연락해. 라페스타 가서 팥빙수나 하나 말아 먹자고.

상담원 - ......010-65......

M군 - 오케이. 이따 오빠가 문자 넣어 놓을테니까 끝나고 연락하고, 보험은 걱정마, 애들 다 전화해서 거기로 바꾸라고 할테니까. 알았지? 오빠가 바빠서 먼저 끊는다.

상담원 - ......


물론 M군은 그녀와의 첫 만남 후 목소리와 외모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그녀의 친절함(직업병일 수도 있다)에 끌려 사귀게 되었고, 여지껏 잘 사귀고 있는 중이다. 혹 위와 같은 작업(?)을 따라할 사람이 있다면, 아줌마 상담원에 주의하도록 하자. M군의 이야기를 들은 P군(29세, 집에서휴식중)은 나이를 물어보지 않았다가 여지껏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


2. 무료한 일상의 말벗으로 활용

김할머니가 광고전화를 말 벗으로 삼기 시작한지는 3년이 조금 넘었다. 처음에는 급급하게 끊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상담원들과의 통화에 맛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수기 판매원과 김할머니의 통화 내용을 살펴보자.

김할머니 - 여보세요?

상담원 - 안녕하세요 고객님 팔각수 정수기 김필터 대리입니다. 집에 정수기 있으세요?

김할머니 - 정숙이는 성남 사는디?

상담원 - 네? 아.. 물 마시는 정수기요.

김할머니 - 아. 그 정수기? 난 우리 애가 첫째 영숙이 둘째 명숙이 셋째 정숙이라서 정숙이 찾는 전환줄 알았구만.

상담원 - 아, 네. 고객님 물은 사서 드세요?

김할머니 - 약수터에서 길어다 먹지. 수레 끌고 슬슬 왔다 갔다 해. 운동삼아서.

상담원 - 네. 정수기 하나 놓는 건 어떠세요? 번거롭게 약수터 안 가셔도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 바로 드실 수 있고요, 최첨단 나노 필터...

김할머니 - 찬물은 이 시려서 못먹어. 내가 이가 없어서.

상담원 - 아, 그러시군요. 꼭 차가운 물 아니라, 정수된 미지근한 물도 드실 수 있고..

김할머니 - 이 얘기 하니까 생각나네. 내가 이가 많이 아파서 애들이 임팔렌트? 그거 해준다는데, 그냥 내비 두라고 했어. 슬금슬금 씹어 먹으면 되니까, 애들도 고생해서 돈 버는데 이 아프다고 기천만원씩 들이면 안되자누. 그래서 됐다고, 그냥 틀니나 하나 하려고 했는데, 또 영감이 그게 부러워서 자기도 한다고 난리를 치는거야. 이도 멀쩡한 양반이 뭘 또 그런게 부럽다고 엄살을 피는지...

상담원 - 아... 네, 두분만 사시나봐요?

김할머니 - 내가 열 아홉에 시집와서 딸 셋에 아들 하나 키우면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영감은 아직도 손가락 하나 꿈쩍 안해. 맨날 공원가서 장기나 둔다고 하고, 집에 와서는 밥이나 달라고 하고, 뭔 연구한다고 죄다 남들이 버린거 주워다가 방에 쌓아 놓는데, 내가 또 그거 버리느라 정신이 없고...

상담원 - 네... 근데 정수기는...

김할머니 - 이눔아. 어른이 얘기하는데 말 끊으면 안되는 거여. 어디까지 했냐? 아, 그래. 그 요상한 것들 다 주워와서 집안 곳곳에 숨겨 놓는단 말이야. 그럼 또 내가 그걸 찾아서...

(30분 경과후)

상담원 - 저.. 나중에, 정수기 필요하실 때 제가 다시 전화를 드릴게요.

김할머니 - 왜? 바뻐?

상담원 - 할머니, 저도 일 해야죠. 할머니 정수기 지금 필요 없으시잖아요.

김할머니 - 그랴.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또 전화하고.

상담원 - 네.. 행복한 하루 되시구요, 저는 상담원 김필터 였습니다.

김할머니 - 응. 그랴. 꼭 전화해.

상담원 - ......


김할머니가 아쉬워 하시는 것은, 다시는 그 상담원들이 전화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 이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계신 것 처럼, 잘못 걸린 전화도 놓치는 법이 없으신 김할머니. 이젠 그녀(?)도 프로가 다 되어간다.


3. 간단 대처법

위의 경우만 써 놓으면, 활용하지 못한다고 아쉬워할 분들을 위해 자주 쓰는 광고 대처법 몇 가지를 공개해 두도록 하겠다. 그냥 끊는 분들도 많겠지만, 예전에 한 번 그냥 끊었다가 전화로 싸움까지 번지기도 한 까닭에 원천봉쇄 하는 비법을 종종 쓰고 있다.

(보험 들라는 광고전화에 대처)

"저 다음주에 군대가요"

이 말에 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잘 다녀오라고 말해준다.


(인터넷으로 광고하라는 광고전화에 대처)

"회사 상호 변경중이라 필요 없습니다."

키워드 광고 하라는 사람은 찍소리 못하고 끊는다.


(초고속인터넷 등 서비스 사용하라는 광고전화에 대처)

"그거 쓰고 있어요"

두 말 없이 끊는다.


(기분이 꿀꿀한 날 걸려온 광고전화에 대처)

"여기 정보관리진흥처입니다. 전화하신 분 성함이랑, 본사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정보관리진흥처는 있지도 않다. 지레 겁먹고 끊는다.


(모 잡지, 널리 알려진 눈물의 구독권유전화에 대처)

"이 번호 어떻게 아셨죠? 민간인이 전화하면 안되는 번호 입니다."

신입사원이라며 책 못팔면 짤린다고 구독좀 해달라고 부탁하다가도 쫄아서 끊는다.


(비오는 날 걸려온 광고전화에 대처)

"난 오늘도~ 이비를 맞으며~ 비오는 거릴 걸었어~ 너와 걷던 그 길을"

노래를 불러준다. 말시켜도 계속 메들리로 불러준다. 지쳐서 끊는다.


참 이해가 안가는 것은, 광고 전화에 간혹 낚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원치 않는 전화, 그리고 바쁜시간에 오는 전화들은 그 자체로 공해라고 생각한다. 또한, 무슨 깡인지 필요 없다고 해도 끊지 않고 얘기를 들어봐 달라는 일부 상담원들은 무섭기까지 하다.


어느 전화는 받는 것 만으로도 수신자 부담요금이 나가며, 엄청난 요금이 나갈 수도 있다고 하니 대부분 광고 전화에는 오래 통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또한, 뉴스를 보니 보이스피싱에 당했다가 겨우겨우 입금한 곳 통장의 출금정지를 시켜놨어도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하던데, 그 이유가 은행측에서 혹시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지도 몰라 안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찾으려면 변호사를 선임해서 찾아야 한다고 하던데, 몇 백만원을 사기당한 사람은, 자기 돈 돌려받기 위한 변호사 선임을 위해 몇 백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인가?

아무리 살기 어려워도, 상식은 좀 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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