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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과 배낭여행, 안습 허풍과 거짓말들

by 무한 2009. 5. 29.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이젠 안면도 없는 녀석이 TV에 나와 다짜고짜 말을 놓는다. 아직 인천국제공항도 못 가봤는데, 미국 어디까지 가봤냐니, 싸우자는 건가?

그런데 내 주변 지인들의 미니홈피를 돌며 파도를 타다보니, 꽤나 자극을 받으신 모양이다. 언제부터 백화점에 카드 긁으러 비행기 타고 가는 일이 배낭여행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호텔에 머물며 가이드와 쇼핑하고 여기저기 구경하며 찍은 사진들이 올라와있다.

"오빠~ 저 6월에 홍콩으로 배낭여행가요~ 6박 7일~ 선물 사올게요~"

"내가 수학책 들고 놀러가면 수학여행이냐?" 라고, 차마 말은 못하고, "응 잘다녀와. 선물은 무거운 걸로" 라고 짧게만 말해주었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배낭여행' 은 근성가이들의 여행이다. 푸른 초원에 하얀 집을 꿈꾸며 배낭하나 메고 해외로 나갔지만, 도착하니 현실은 시궁창. J군(27세,6년째호주배낭여행중)은 2003년도에 호주에 갔는데 아직도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작년에 마지막으로 받았던 전화에서 호주의 어떤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같다.

배낭여행이나 해외여행이나 말만 다를 뿐인데, 왜, 뭐하러, 까칠하게 반응하는지 궁금하실 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부러우면 지는거다?


배낭여행 [背囊旅行]
[명사]필요한 물품을 준비하여 배낭에 넣고 떠나는 여행. 경비를 절약하고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러운 것도 부러운 거지만, 이렇게 정의되어 있는 배낭여행은 이미 라면만 먹고도 챔피언 먹었다는, 옛날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로마에서 먹은 아이스크림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우리나라에도 에펠탑 같은 거 하나 있어야지. 왜 안만들어? I ♡ 파리"


싸이월드(라고 쓰고 허세월드라고 읽는다) 미니홈피에 들어가 파도를 타다보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뉴스는 우리나라 문제가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해외여행 이야기가 넘쳐난다. 스펙에 한 줄 추가하기 위해서는 필수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나처럼 지갑이 IMF가 와 있는 청년들에겐 '아.. 젠장 이대로라면.. 20년쯤 후에는 우주선 정도는 타 줘야 어디서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해외여행이나 관광등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해외를 다녀와서는 '신세계'를 다녀온 듯 이야기 하는 일부 여행기에 달아주고 싶은 댓글들을 정리해봤다. 


1. 홍콩에 도착하니 시차적응이 안됨 ㅡ.ㅡ 여행 내내 피곤했음

▶ RE : 님하, 홍콩과 한국의 시차는 한시간


2. 무전여행이라 너무 힘들었어요.

▶ RE : 현지인들은 특별한 날에나 먹을 듯한 요리에, 스파, 맛사지 사진 등은 뭐임? 거기서 노가다라도 해서 돈 번거임?


3. 역시 원산지라 그런지 미국에서 샀더니 완전 고급스러움 >.<

▶ RE : 루이비통의 원산지는 프랑스아니었음? 미국에서도 만드는 것들도 몇 있지만, '루이비통'은 '프랑스' 브랜드일텐데.. 제조쪽으로 원산지라면 차라리 중국제를..


4.  노트르담 성담 같은 곳이 있으면 정말 맨날 미사 드릴 것 같아요.

▶ RE : 군대시절 사진에는 불교 군종병 마크가 있던데, 개종하신거?


5. 어제 이시간엔 발리에 있었는데~

▶ RE : 앞으로 군대에 입대하실 듯 한데, 군대가면 더욱 확실한 아쉬움이 뭔지 알 수 있을 거임. 휴가 복귀 후, '어제 이 시간엔...' 좋은 경험 하시길. 빨리는 쨉도 안됨.  


6. 역시, 미국 피자. 한국에도 이런 피자파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RE : 파파존스, 체인점임. 114에 전화해서 시켜드삼. 


7. 중국에도 버거킹이 있네. 완전 대박.

▶ RE : 중국에선 곤충튀김만 파는 줄 알았음?


8. 로마에서 먹은 아이스크림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 RE : 잊지마시길.



크고 넓은 곳, 또는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관을 가지고 있는 곳을 가거나 전혀 다른 인종들 사이에서 거리를 걸어보는 일 같은 것은 분명 그 자체만으로도 느끼는 부분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 글을 쓰다가 알았다. 

'지..질투..하고 있어..'

 가고싶다. 외국 항공사 소속 비행기에 올라, 파란 눈동자의 스튜어디스와 어륀지 쥬스를 마시며

"Do you understand?"  (너 물구나무 설 수 있니?)

이따위 농담이나 하며 LA에 들러, LA갈비도 맛보고 싶다.


<덧> 배낭여행과 해외여행, 그 허풍과 거짓말에 대해서 쓰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쓰다보니 내가 가여워 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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