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멀로그 로고제작, 그 험난한 여정.
0.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을 때의 일로 기억한다. 음악을 하는 친구가 내게 가사를 하나 써달라고 부탁했다. <웃긴 노래 공모전>같은 곳에 보낼 노래였는데, 그는 어떻게 쓰든 상관없으니 그저 재미있게만 가사를 써 달라고 말했다.
난 열심히 고민하며 가사를 썼다. 내가 쓴 가사는 군고구마의 껍질을 벗기는 걸, 군고구마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다른 쪽으로(응?) 오해할 수 있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왜 이런 내용의 가사를 썼는지는 묻지 않아주셨으면 한다. 당시 난 십대를 막 벗어난 수컷이었고, 또래의 관심사가 대개 그랬다.
그런데 친구는, 내가 쓴 가사 대신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 쓴 가사를 사용했다. 내 가사의 내용이 너무 선정적이라 방송용으로는 쓸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친구가 쓴 가사를 보니 사실 그게 더 재미있었다. 친구는 자신의 수능점수 '210점'을 주제로 가사를 썼는데, 아버지에게 자기 이름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맞았다는 내용이었다.
여하튼 그랬는데, 난 내가 쓴 가사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에 상처를 받았다. '애초에 그쪽으로 주제를 함께 정했으면 더 재미있게 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 '수위도 정하지 않고 막연히 재미있게 써달라고 하니 나도 막연하게 쓸 수밖에 없었던 거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1.
그 이후로 난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면 항상 조심을 하게 되었다. 상대도 나와 마찬가지로 부탁 받고 뭔가를 해준 것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 사용하지 않게 되면-내가 당시의 일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노멀로그 로고'를 독자 분들께 부탁드릴 때도 조심스러웠다. 특히 여린마음을 지니신 독자 분들이 많기에, 혹 내가 로고를 받아 놓고는 사용하지 않게 되면 날 미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로고를 만들어 보내주신 분들은
"저 탈락해도 상처 받지 않으니까, 제꺼 안 쓰셔도 돼요~"
"그냥 만들어 본 거예요. 그냥 만든 거. 그냥 만든 거니까 그냥 한 번 보세요."
"무한님이 안 쓰시면 제가 써도 되는 거니까 선정에 부담 갖지 마세요!"
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하는데, 사실 그래서 더 부담스럽기도 하다. 왠지 모르게 그 문장들에는 '내꺼 쓰나 안 쓰나 보겠어.'라는 말이 생략된 것 같아서 마른 침을 삼키게 된다. 하지만 전부 다 쓸 수는 없고 어쩔 수 없이 그 중 하나를 골라야 하니, 채택이 되지 않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진 말아 주시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2.
내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무언가를 부탁 할 땐 좀 더 구체적이고 세밀한 상황전달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탁을 드릴 때 초안을 하나 달랑 올려두었더니, 보내주신 로고들은 그 초안 내에서만 창의력을 발휘하신 로고가 대부분이라,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참 감사하고도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직 그래픽 툴이 익숙하지 않으신 경우 이번 판엔 잠시 쉬어 가셔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도와주시려는 그 마음엔 정말 눈물을 금치 못 할 정도로 감사드리지만,
▲ 훌륭합니다. 훌륭한데…. 혹시 저를 싫어하시는지?
혹 날 싫어하시는 까닭에 일부러 그러시는 건지, 오해하게 만드는 로고를 보내주시는 경우가 있다. 아, 위의 로고는 내가 충격을 받았던 한 로고를 흉내 내어 만들어 본 로고다.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여하튼 마음은 참 감사히 받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근데 계속 보니까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중독성 있는 로고다.
3.
여기서부터는 내가 로고를 만들어 간 과정을, 참고한 로고들과 함께 적어둘까 한다.
제작을 위해 서핑을 하다가 발견한 로고다. 난 평소 노멀로그를 '바다'라고 생각했는데, 저 로고는 그 바다 위에서 연필(글)로 만든 배를 타고 항해하는 걸 나타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략 비슷하게 만들되, 저긴 연필이 가로로 되어 있으니 세로로 바꿔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미 그렇게, 연필을 세로로 바꿔서 만든 로고가 있었다. 가로와 세로를 빼앗기니 더는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컨셉은 접기로 했다. 색과 형태 모두 내가 딱 원하던 스타일이라 참 아쉬웠다.
역시 서핑 중 발견한 로고로, 연필심을 하트로 표현한 것이 놀라웠던 로고다. 나도 비슷하게 흉내 내어 만들어 보다가, 아무리 만져봐도 전부 저 원본과 비슷한 까닭에 접었다.
항해에서 막히면 미사일로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일의 파괴력과 맞먹는 글의 힘. 그래서 로켓과 연필을 이어보려고 하던 중 위의 로고를 발견했다. 저 생각을 이미 이전에 한 사람이 있으며 그걸 로고로까지 만들었다는 것에 좌절했다. 비슷하지만 대략 미사일 방향을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로고도 이미 있었다. 난 독자를 로켓(글)에 태워 우주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까지도 이미 저 로고제작자가 사용한 것이었다. 로켓 대신 우주왕복선을 넣어볼까 하다가, 포기했다. 우주왕복선을 단순화시키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 지금 생각났는데 위에서 로켓을 표현한 기법을 배로 바꿔서, 두 번째로 소개한 로고와 결합시키면…. 이따 한 번 해봐야겠다.
서핑을 하다 탐나는 로고를 많이 발견했다. 연애매뉴얼이 누군가에겐 위급한 상황에서 찾아 온 '지원병력'이 될 수 있으니 '낙하산'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싶었다. 그런데 이미 그걸로 로고를 만든 사람이 있기에, 더 무언가를 해보기가 어려웠다.
역시 서핑 중 발견한 로고다. 저기서 뭔가를 좀 더 응용해 만들면 뭔가가 나올 것 같은데, 안 나온다. 최근 몇 달간 호두를 안 먹었더니 뇌건강이 좋지 않아진 것 같다. 호두를 먹으며 좀 더 구상해 볼 생각이다.
그림에 자신이 없으니, 글자를 이용해서 로고를 만들면 어떨까 고민하던 중 보게 된 로고다. 'normalog'나 'NORMALOG'를 사용해 뭘 좀 어떻게 해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좀 더 검색을 하던 중 보게 된 로고다. 키보드에 있는 기호만으로 디자인을 한 것이 새로웠다. 그래서 나도 위의 두 로고를 응용해 뭔가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위의 로고가 탄생했다. 대체 내가 왜 이렇게 연필에 집착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글자로 연필을 만들고 기호들을 사용해 로고를 만들었다. 이걸 만들어 지인들에게 보여줬더니 "별로야."라는 대답이 돌아와 바로 접었다. 난 쿨한 농촌 남자니까.
연필에서 좀 벗어난다는 게, 겨우 '만년필'이었다. 만년필 촉 가운데를 하트모양으로 만들어 '연애매뉴얼'을 쓰고 있음을 표현했는데, 아무래도 좀 빈약해 보였다. 그래서 좀 더 입체감 있게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만들고 나니, 꼭 어느 부대 마크 같았다. 저기서 더는 생각을 해낼 수 없어서 일단 접기로 했다. 그러던 중 꼭 뭔가를 앞세워 로고를 만들기 보다는, 로고로 사용하려고 했던 것이 끼어들어 로고를 만드는(설명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대략 그런 느낌으로.), 그런 로고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내가 발로 그린 초안이다. 연필 두 개가 끼어들어 'NORMALOG'의 'N'자를 만들고 있다. 난 저 초안을 그리며 혹 내 손에 '직선을 못 그리는 장애'가 있는 건 아닌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여하튼 저걸 친척동생에게 보여줬고, 친척동생은 아래와 같은 로고를 만들어 주었다.
친척동생이 만들어 준, 내가 매뉴얼에 올렸던 그 로고다. 그런데 이걸 지인들에게 보여주자 '네X버 로고 같다.'는 평가가 있었고, 블로그의 독자 분들께서도 '네이X'같아 보인다.'라는 의견을 주셨다. 그래서 더는 나 혼자 고민하기가 힘들어 이렇게 부탁을 드리게 되었다. 완성작이 아니라 대략의 스케치라도 좋으니,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은 꼭 좀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
역시나 계속 연필에 집착하며 검색하다 발견한 로고다. '무한'이라는 걸 응용해 무한대 표시와 연필을 저런 식으로 엮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oohan'을 나타내는 위와 같은 디자인도 생각해 봤는데, 이건 또 'Mnet'의 느낌이 너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저런 방식의, 스케치 한 듯한 로고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까닭에 끌렸던 디자인이다. 하지만 앞서 내 그림을 보셔서 알겠지만, 난 직선을 긋는 것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래서 볼펜으로 위와 같은 로고를 만들어 보기가 어렵다.
연필에서 벗어나 '종이'를 가지고 로고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 그런데 이미 그런 로고를 만든 사람이 있었다. 저기서 종이 대신 연필을 가지고 하트를 만들어 볼까 하다가, 일단은 뚜렷한 형태가 떠오르지 않아 우선 접었다. 계속 고민 중이다.
서핑 중 발견한 한 외국 블로거의 로고다. 어느 여자 분의 블로그였는데, 그 분은 자신이 찍은 사진이나 자신이 그린 그림을 계속 바꿔가며 바탕으로 사용해, 저런 형태의 로고로 사용했다. 나도 내가 찍은 파노라마 사진들로 바탕을 계속 바꾸면 어떨까 하다가, 당장 로고가 정해지지 않은 까닭에 일단 두었다. 저 블로거는 저렇게 만들었던 로고를 차곡차곡 정리해 페이지 하나에 모아두고 있던데, 그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렇게 폰트로만 '무한의 노멀로그'를 쓰고, 바탕 사진을 내가 찍은 것으로 바꿔가 볼까 싶기도 하다.
여기까지가 내가 했던 고민들이고,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다. 계속 막히다 보니 대체 리뉴얼을 왜 하려는 건가 싶기도 하고, 로고에 함몰된 까닭에 '무한의 노멀로고'가 되어버리는 건 아닌지 싶기도 하다.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두고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게 참 잔인하게 생각되는데, 12월 29일 정도까지만 로고를 정하면 되니 아이디어가 있으시거나 손수 로고를 만드실 수 있는 독자 분들이 계시면 좀 부탁드리고 싶다.
자 그럼,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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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4 추가]
빼 놓고 이야기 안 한 것이 하나 있다.
위의 사진은 서핑 중 발견한 것으로, 매료되어 한참을 들여다 봤다. 나중에 웨딩사진을 찍을 때 저렇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저장해 두었던 건데, 저 사진에서 양산과 면사포(?)를 제외한 실루엣만 따다가 로고로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작게 만들어야 하는 로고에 다 들어가지 않는다면 머리와 가슴, 또는 머리와 허리 정도까지만 클로즈업을 해서 실루엣을 따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둘이 만들어 내는 하트가 인상적인 사진이다. 능력자 분들께서 도움을 좀….
▼ 제가 직선만 잘 그을 수 있어도 어떻게 좀 해보겠는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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