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전부 정리해서 적어야지, 하며 미루기만 했던 글을 이제야 적는다.
내게 다음 뷰(Daum View)의 종료가 어떤 느낌인지를 묻는다면,
- 90년대 가수가 가요톱텐 종방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의 느낌.
- 레슬링 선수가 레슬링 올림픽 종목 제외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의 느낌.
- 벌어진 일은 아니지만, 웹툰 작가가 포털 웹툰서비스 종료 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낌.
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다음 뷰에 많은 신세를 지고 있었다. 노멀로그 유입의 절반 이상이 다음 뷰를 통한 유입이었는데, 그처럼 다음 뷰는 내게
"너는 그냥 열심히만 써.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다음 뷰를 위해 직접 뭔가를 쓴 적은 없지만 고생한다며 원고료를 보내주기도 하고, 매년 연말이면 뭐에 선정되었다며 이것저것 보내주기도 하고, 다음(Daum) 메인에 글을 걸어주거나 상을 주거나 하며 참 많은 지원을 해주었다. 내가 쓴 글을 가져다가 다음 메인에 걸 때에는 대개 제목이 바뀌었는데, 귀신같은 솜씨로 내 제목을 변경하던 그 '제목 장인' 분은 이제 뭘 하시게 되는 건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 잠깐만. 지금 내가 남 걱정 할 때가 아니지….
1. 다음 뷰 종료 9개월이 지난 지금.
단통법 시행 이후 우리 동네 휴대폰 판매점들은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판매점들이 비워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숍, 치킨집, 전자담배 판매점 등이 들어섰다.
마치 그런 변화처럼, 종종 들르던 몇몇 블로그에 들어가니 보니 블로그가 2014년에 멈춰 있었다. 다음 뷰 어플을 달아 놓았던 자리엔 "이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고, 댓글이 있는 공간에는 스팸댓글만이 잡초처럼 자라 있었다.
물론 여전히 건재한 블로그들도 있긴 했다. 요리, 여행, 가전, 스마트폰, 방송, 정치 등의 분야는 다음 뷰 종료의 타격을 심하게 받진 않은 듯 보였다. 그래서인지, 앞서 다른 분야의 블로그를 운영하던 몇몇 블로거들은 아예 저 주제로 분야를 바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기도 했다. 뭐 이게 나쁘거나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애견 사육팁이 올라오던 블로그에 "기가 인터넷! 기~가로 기가로기가로~"라는 포스팅이 올라와 있는 것이 살짝 어리둥절하긴 했다.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언젠가부터 방송에서 불러주지 않고, 또 문을 두드려도 기회가 오지 않아 십여 년을 행사만 뛰었다는 어느 옛날 가수의 이야기처럼, '행사를 뛰는 마음으로' 겸업하듯 다른 분야에 손을 뻗칠 수밖에 없었을 수 있다. 글을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겨우 얼굴 하나 보일 정도로 줄어든 시점에 백이, 숙제가 되어 수양산으로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물론 종료에 따른 순기능도 있기는 하다. 누군가에겐 '소통'의 의미로 기억되고 있을 수 있는 부분이라 말하기가 조심스럽긴 한데, 이웃끼리 서로 돌아가며 추천을 눌러주고 댓글을 달던 품앗이가 와해되었다. 진심으로 서로간의 친밀함을 느껴 가까워진 사람들이야 여전히 서로의 공간에 방문하겠지만, 그저 '답방과 추천 보답'을 바라며 순회하던 사람들은 전과 비교해 꽤 많이 사라졌다.
여하튼, 이제 남은 블로거들은 '알아서 살아남기'라는 미션을 받게 되었다. 서두에서 한 비유처럼, 포털 사이트들이 웹툰서비스 종료하게 되었을 때 웹툰 작가들이 처할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낭중지추. 날카로운 송곳은 주머니를 뚫는다는 말을 나도 좋아하지만, 무성영화의 시대가 막을 내릴 때 채플린이 느꼈을 감정이 내게 찾아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Nonsense Song>을 부를 정도의 센스가 내게도 있으면 좋으련만.
"노멀로그는 괜찮은 건가요? 무한님은 괜찮으세요?"
고구마 장사가 힘들어요.(응?)
2. 다음 뷰와 함께한 7년의 추억.
위에서 썰만 풀어 지겨울 수 있으니, 여기서부터는 사진과 짤막한 코멘트로 이야기를 이어갈까 한다. 전에 한 번 이야기 한 것처럼, 블로그 중반 이후의 데이터를 모두 날린 까닭에 그 시기부터 자료가 없다. 별로 궁금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대략 이러했다는 걸 기록하는 의미로 글을 적는다.
▲ 다음 뷰, 노멀로그 기록.
다음 뷰가 생겨나 없어질 때까지 노멀로그는 늘 순위권에 있었다. 언젠가 서점에 갔다가 다른 블로거가 '1위'라는 얘기를 자신의 책에 써 놓은 걸 보곤
'어? 내가 1위인데 왜 저 사람은 자기가 1위라고 쓴 거지?'
라는 의문을 가진 적 있다. 자세히 보니 좀 더 세분화해서 다른 의미로의 '1위'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같던데, 뭐 그랬거나 저랬거나 누가 좀 쓴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해서, 난 열심히 다음 사연을 읽었다.
▲ 노멀로그 초기화면.
얼마 전 스킨변경을 하며 소개한 적 있는 노멀로그 초기 모습이다. 하필 캡쳐된 화면이 '국군병원에서 사랑을 나누던 커플의 최후'라는 글이라서 괜히 쑥스러운데, 아무튼 저 때는 필터링 없이 열심히 추억들을 끄집어내 소개했던 것 같다.
▲ 베스트 블로거 선정 및 인터뷰.
이렇게 캡쳐까지 해둔 걸 보니, 저땐 처음으로 베스트블로거에 선정되고, 또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다는 게 무척 좋았던 것 같다.
▲ 다음 뷰 블로거대상, 대상 수상.
시상식에 가서, "안녕하세요. 무한입니다. 한국에 온 지는 **년 되었습니다."라는 말로 수상소감을 발표했다. 그랬더니 시상식이 끝나고 그 전에는 어디 사셨냐고 물어 오신 분들이 있었는데, 그 전에는 자연의 일부로 있었다고 대답했다. 세브란스에서 태어난 걸 '한국에 온 것'으로 나름 개그를 친 건데, 그 개그를 이해하지 못하셨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저 때 만났던 분들과는 모두 연락이 끊겨 버렸다.(응?) 수상소감 적었던 종이를 차에 놓고 와서 이번엔 간단하게 끝내고 다음번에 제대로 발표하겠다는 드립도 쳤는데, 그걸 진짜 내가 차에 수상소감 적은 종이를 놓고 온 것으로 받아들이신 분도 있었다. 내 개그코드가 한국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나 한국 사람인데.
▲ 모바일 시대 이전의 방문자.
지금은 티스토리 카운터가 모바일로 접속하는 방문객을 잘 잡아내지 못 하고 있다.(애널리틱스의 카운터와 티스토리 카운터에 큰 차이가 있다.) 지금의 카운터만 보시곤 방문객이 줄어든 것 같다며 다른 걸 좀 해보라고 권유해주신 독자 분들도 계신데, 페이지뷰는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어느 분의 분석을 보니 예전 카운터는 중복으로 집계를 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어쨌거나 '보이는 것'이나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에겐 "십만 단위의 방문객이 들어오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긴 좋았던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실시간 방문객은 모바일 79%, PC 13%, 태블릿 8%이다.
▲ 노멀로그 키워드 유입 순위.
노멀로그의 자랑거리를 딱 하나만 말해보라고 하면, 난 망설임 없이 '애독자'라고 대답할 것이다. 유입키워드 상위 다섯 개가 모두 그 블로그 이름인 블로그, 그리고 방문객의 60%가 재방문자인 블로그는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방문객 유입이야 그 당시 이슈가 되는 글을 써서 유도하거나 검색어만을 노리고 발행해 늘릴 수 있겠지만, 좋은 친구와 오랜 우정을 쌓듯 꾸준하게 관계를 맺기는 분명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이제 결혼해서 애가 둘인데도 여전히 종종 노멀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도 계시고, 아들 군대 때문에 군생활매뉴얼 보러 들어오셨다가 아들 결혼했는데도 여전히 노멀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도 계시고…. 꾸준히 비춰주시는 그 빛이 있기에, 그 빛을 등대삼아 내가 무사히 항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독자 분께서 보내주신 캡쳐화면.
블로그를 하며 지금까지 책을 두 권 냈다. 첫 책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저렇게 나오게 되었는데, 내 책으로 인해 놀림을 받게 만들어 죄송하다. 이건 뭐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비밀종교단체 회원들도 아닌데, 서점에 가서 끝내 책 제목을 말하지 못 하고 돌아 나왔다는 댓글을 봤을 땐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두 번째 책 제목은 나도 기억을 못 하겠다. 제목이 '홀로여도'로 시작하는지 '혼자여도'로 시작하는지 지금도 헷갈린다. 하아, 세상이 자꾸 날 슬프게 만든다.
▲ 다음 뷰 노멀로그 구독자 수.
다음 뷰 서비스 종료로 가장 안타까운 건, 8만에 가까운 구독자가 노멀로그로 올 지름길을 잃었다는 것이다. 서울-제주 간 노선의 비행기 운행이 세계 1위인 걸로 아는데, 그걸 막아버리면 제주도의 기분은 어떨까? 김포공항 폐쇄가 결정 났을 때 제주도의 심정이, 아마도 내 심정과 같으리라 생각한다. 덕분에 블로그 이름을 직접 쳐서 들어오는 검색유입은 늘었지만, 버튼 하나 눌러 방문할 수 있었던 창구를 없애버린 건 씁쓸한 일이다. 그래서 이젠 새로운 창구들을 마련하려고 하나둘 씩 준비 중이다.
▲ 주옥같은 댓글들.
소싯적 문학소년, 소녀였던 분들이 전부 노멀로그로 방문하시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독자 분들의 댓글이 주옥같다. 실제로 내게 도착하는 사연을 봐도 작가, 기자, 교수, 출판사 직원, 잡지사 직원, 교사 등의 직업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사연을 읽다 보면 "A가 형성하고 있던 견고한 카르텔 앞에서 저는…."같은 문장들이 나오는데, 그럼 난 또
'카르텔? 무슨 의미로 쓰인 거지?'
하며 열심히 검색을 하기도 한다. 외국 대학 교수와 주고받은 이메일 같은 걸 내게 보내는 분도 있는데, 전에 한 번 말했지만 난 3형식을 넘어서는 영어는 번역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여하튼 노멀로그에 댓글 보는 재미로 오는 분들이 계실 정도며, 노멀로그에 주옥같은 댓글들이 달리는 게 내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소중한 경험과 의견으로 노멀로그를 채워주시는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독자 분들에겐 다음 뷰 종료가 전혀 와 닿지 않는 일일 수 있겠지만, 내겐 둥지였던 곳과의 작별이라는 느낌이 들어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다. 7년의 세월을 압축하는 작별인사라 뭔가 특별하고 감동적인 글이 될 줄 알았는데, 적고 보니 마음만 앞서 횡설수설 한 느낌이다.
가요톱텐이 없어졌다고 해서 가수들이 멸종하지 않았듯, 그렇게 잘 살아남아 장까지 가는, 유산균 같은 노멀로그를 꾸려갈 생각이다.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 다른 카테고리들도 정리를 좀 하고,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펼쳐 놓을 생각이다. 숟가락 들 힘이 있을 때가지는 백지를 채워나가는 걸 멈추지 않을 예정이니, 언제나 마음껏 즐겨주시길 부탁드린다. 난 좋은 친구처럼 늘 여기서 노멀로그를 지키고 있도록 하겠다.
자 그럼, 즐거운 토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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