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 파주에 산다면 당일에 다녀올 수 있는 계곡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근방에 있는 송추계곡은 이제 지겹다며 가평이나 포천 쪽의 계곡으로 눈을 돌려보기 마련인데, 가평은 차 막힐 걸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져서 대개 포천의 백운계곡을 찾곤 한다.
그래서 나도 백운계곡을 가볼까 했는데, 검색을 하다 보니 연천 쪽에 괜찮은 계곡이 있다고 해서 알아보다 그리로 가게 되었다. 파주에서 출발할 경우, 1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동막골(동막 계곡)이었다. 이 정보는 일산아지매, 파주맘, 파주운정맘 등의 카페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난 남자지만 그 카페에 어슬렁거리며 ‘맘들의 토론과 예리한 지적’으로 만들어 낸 집단지성을 활용하고 있다.
카페에 올라온 ‘부모님 모시고 다녀왔는데 좋았다’는 글에 “저도 지난주에 다녀왔어요.”, “작년에 가봤는데 좋더라고요.”하는 댓글이 달리면 80% 이상 신뢰해도 괜찮다. 그곳에선 자경단 활동을 하는 분들도 많은 까닭에, 누가 광고성 글을 올린다든가 비양심적인 리뷰를 하면 철저한 응징이 이루어진다. 단, 그렇다고 그걸 또 100%신뢰할 수 없는 것은, 역시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공짜’나 ‘할인’, ‘증정’이라면 플러스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르니 20% 정도는 알아서 걸러야 한다. 여하튼 난, 집단지성이 입을 모아 추천한 동막골로 떠났다.
평상이나 방갈로는 예약이 안 되며 선착순이라고 해서, 아침 6시 30분에 길을 나섰다. 8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이미 대부분의 자리가 차 있었다. 8월 1일이라 극성수기라곤 하지만,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와선 자리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좀 놀랐다. 우리가 도착하고 30분쯤 지나 보트에 바람을 넣으러 갔을 때, 자리가 없어서 다른 쉼터를 찾아 발길을 돌리는 팀이 있을 정도였다.
난 동막골에 있는 많은 쉼터 중 ‘푸른농원’이라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유는,
- 비교적 상류에 위치하고 있음.
- 수심이 깊은 곳이 있어 어른들도 수영이 가능함.
- 방문객들이 ‘다시 찾고 싶은 곳’이라며 올린 글이 꽤 있음.
- 쉼터 사장님 아들이 블로그에 근황을 올리며 관리함.
이었다. 난 그 블로그에 있는 글을 밤새 다 읽고 가서는
“아드님이 블로그에 올린 글 다 읽고 왔습니다. 고양이 이름도 알고, 사장님 손주 생일도 알아요. 이렇게 열심히 읽고 왔는데 블로그 독자 찬스 한 번 쓸 수 없을까요?”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는데, 사장님은
“우리 아들이랑 알아요?”
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직접 본 적은 없다고 했더니, “그럼 5만원.”이라며 평상 값을 다 받으셨다. 돈 앞에 정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푸른농원 입구 모습이다. 성수기 때 시설 이용 가격은 거의 비슷비슷하다고 한다. 평상은 최소 5만원부터 그 크기에 따라 10만원, 13만원 식으로 올라간다. 민박은 1박에 10만원부터 20만원까지 인데, 그것도 역시 크기에 따라 다르다. 민박의 경우 이번 주는 이미 예약이 다 꽉 찼다고 했다.
백숙, 닭볶음탕 등 기본 메뉴는 5만원. 그곳에서 숯불과 불판을 사면 불을 피울 수 있는 작은 드럼통 같은 건 무료로 대여해 준다고 했다. 숯불과 불판 구입가격은 만 원. 방문 전 다른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통해 알아봤을 때 튜브대여 5천원 보트 3만원이라고 해서, 난 보트를 하나 사갔다. 이마트에서 할인행사해서 1인용 기준 29,800원인가 했다. 단, ‘노’는 별도로 구매해야 하니 이마트에서 구입하실 분은 필수로 구입하시길 권한다. 손바닥으로 저으며 하루 종일 놀면 다음 날 손목 못 쓴다.
아, 평상이나 방갈로를 사용 안 하면 튜브도 안 빌려주는 것 같던데, 그럴 경우 주변에 있는 튜브 대여해주는 곳에서 빌릴 수 있긴 하다. 거긴 보증금 2만원에 튜브 1 개당 1만원의 대여료를 받는다. 20시까지 반납이며, 그 시간까지 반납을 안 할 경우 8천원이 추가 된다고 적혀 있었다. 튜브가 망가질 경우 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고도 적혀 있었다.
푸른농원 매점의 모습이다. 사실 난 이런 거 한 장 한 장 찍어가며 설명하는 걸 좀 꺼리는데, 어떤 블로그를 보니 하루 종일 자기 먹은 거랑 셀카 찍은 것만 올려놔서 읽다가 성질 뻗친 적이 있다. 과자 음료 가격까지는 아니더라도 필수품들 가격이 얼마고 뭘 준비해야 하는지 정도는 적어줘야지. 놀러가서 싸간 삼겹살 구워 먹은 사진만 올리고 스티커 붙여 놓고 있으면 그걸 난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성질 뻗치지 않게, 간략한 정보를 몇 개 적어둘까 한다.
- 휴지 준비해 가야 함. 화장실에 휴지 없음. 모르고 갔다가 한참동안 못 나온 사람 있음.
- 쓰레기봉투는 그쪽 지역 봉투 판매함. 2천원.
- 샤워장에 찬물만 나옴. 샤워할 엄두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차가움.
- 가져간 튜브, 보트 등에 바람 넣는 것 공짜.
- 밑이 자갈밭이라 맨발로 다니는 건 거의 불가능함. 구멍 넓은 거 신으면 자갈 다 들어옴.
- 설거지 가능, 탈수 가능, 화장실 수세식이라 깨끗한 편임.
- 계곡 물이 차가워서 몸을 못 담그는 사람이 있으며, 담가도 1시간 넘게 담그긴 힘듦.
대략 요 정도만 알아도 가서 곤란한 일을 겪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머문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이 사진을 깜빡했는데, 주차를 마치고 내리자 옆 차에 ‘팥중이’로 추정되는 녀석이 있었다. 굳이 구별하고 싶지 않다면 ‘메뚜기’로 불러도 괜찮다. 비슷한 녀석들로는 ‘콩중이’, ‘풀무치’ 등이 있다. 거기다 ‘각시메뚜기’, ‘두꺼비메뚜기’를 포함하여 ‘송장메뚜기’로 부르곤 한다. 녀석들의 칙칙한 색깔, 그리고 주로 무덤가에 많이 살아 송장메뚜기로 불리게 된 걸로 알고 있다.
동네에서 그렇게 찾아도 안 보이던 매미 탈피각이, 그곳엔 꽤 많았다. 담배를 한 대 피우며 둘러봤을 때 눈에 띈 것만 다섯 개였다. 탈피각의 크기와 앞다리를 벌린 넓이로 봤을 때, ‘참매미’로 추정된다. 목적이 곤충이 아니니 곤충 얘기는 이쯤하고.
푸른농원의 물줄기를 편의상 3등분을 하자면 상류, 중류, 하류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상류 쪽의 모습이다. 평상이나 방갈로와 떨어져 있기에 사람들이 잘 가지 않으며, 주로 낚시를 하거나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찾는다. 사진에서는 한 그룹이 보트를 타고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외국 사람들이라 자기들끼리만의 공간이 필요했는지 저렇게 상류로 올라가서 놀았다.
상류 맞은편, 다른 쉼터에서 제공하는 평상의 모습이다. 확실한 정보인진 모르겠지만, 연천에 비가 와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났을 때 못 건너와서 뉴스에 나왔던 사람들이, 바로 저 지점에 묵고 있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곳 토박이라는 아저씨가 자기 동네가 뉴스에 나왔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는지, 만나는 사람들에게 마다 묻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알려주었다.
중류의 모습이다. 수심 2미터가 넘는 곳이 있어서 어른들이 다이빙을 하며 놀았다. 어른들이 뛰니 겁 없는 아이들도 따라와 뛰기도 했는데, 여자아이 하나는 다이빙 후 발이 닿지 않자 놀라서 허우적거리다 물을 꽤 많이 먹었다. 거기다 안경까지 잃어버렸다며 한참 울었다. 여자아이 삼촌이 자기가 구해주겠다며 뛰라고 부추겼던 건데, 삼촌들이란 참…. 난 수영 못 해서 못 구해주니까 조카보고 절대 뛰지 말라고 해야지.
하류의 모습이다. 별로 깊지 않은 까닭에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은 대부분 저곳에서 논다. 수심이 어른 허벅지 위쪽 정도 되며, 우측 간이 나무다리가 설치된 곳은 키 180Cm인 어른 목까지 잠길 정도다.
보트를 타고 있는 간디(애완견, 푸들)의 모습. 강아지를 데리고 온 팀이 나를 포함해 세 팀이었다. 다른 강아지들은 첨벙거리지 않고 수영을 잘 하던데, 우리 간디는 ‘푸들 살려’하듯 놀란 표정으로 첨벙댔다. 집도 못 지키고, 수영도 못하고, 운동신경도 없어서 놀다 나무에 눈도 찔리고, 세 달 된 새끼 고양이가 무서워 안아 달라고 하고…. 어떡하니 간디야.
아, 이전에 올린 글에 왜 비위생적으로 계곡에 강아지를 데려왔냐고 댓글을 다신 분이 있던데, 상류에서 사람들이 구더기랑 지렁이 끼워서 낚시도 하고, 떡밥 넣은 어항도 설치해뒀다. 다들 화장실 들어갔다 나온 신발 그대로 신고 물에 들어왔으며, 제자리에 서서 물 휘젓는 척 하다가 부르르 떠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강아지가 수영 좀 했다고 갑자기 더 비위생적으로 변하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으니, 이해를 좀 부탁드린다.
이번 계곡 여행의 개인적인 목적은 액션캠을 활용한 영상촬영이라, 사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많지 않다. 영상 촬영은 성공적이었으며, 4분짜리 노래에 맞춰 이미 편집까지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전부 가족들을 촬영한 거라 공개하긴 좀 어려우니, 두 번째 목적이었던 ‘수중 사진촬영’했던 것들을 좀 공개할까 한다. 방수팩 겨우 두 번째 써보는 거라 능숙하지 않음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자 그럼, 입수.
사람들이 계속 물장구를 치고 수영을 하는 까닭에 물이 맑진 않다. 바닥의 흙들이 사람들 때문에 일어났다간 그대로 바위나 돌멩이 위에 내려않기도 했고, 계곡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도 사람들이 이미 휘저어놓은 물이 내려오는 거라 탁하다. 그래도 제2의 목적이 수중 촬영이었던 까닭에 꿋꿋하게 찍어보기로 했다.
돌고기 무리가 가장 먼저 얼굴을 보였다. 크기로 봤을 때 아직 1년이 안 된 녀석들인 것 같았는데,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까닭에 찍기가 수월했다.
가까이 가도 지들 먹이 찾는 일에만 열중할 뿐이다.
갈겨니 유어 그룹도 많았는데, 녀석들은 하도 빨리 움직이는 까닭에 초점을 잡을 틈도 주지 않고 도망가 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동영상으로 찍는 건데, 당시엔 물속에서 액정화면도 잘 보이지 않아 초점 잡는 일에 열중하느라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중앙 좌측 상단에, 갈겨니 유어로 추정되는 녀석이 얻어 걸렸다. 방수팩 특성 상 17mm 광각으로 찍는 게 최선이라 더 당겨 찍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작은 녀석들만 많을 줄 알았다면 애초에 다른 렌즈를 가지고 가는 거였는데….
역시 중앙 좌측 상단에, 갈겨니로 추정되는 녀석이 헤엄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갈겨니가 아니라 피라미 암컷일 수도 있는데, 내가 꼬꼬마시절 민물고기에 빠져있을 때 도감을 사서 안 보고 친구 도감을 빌려 읽어서 동정에 밝지 못하다. 피라미라면 몸에 바코드가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아 갈겨니로 추정했다. 근데 또 갈겨니로 마음을 굳히기엔 꼬리 옆선이 안 보이고…. 어차피 매운탕 집 가면 ‘잡어’로 나오는 녀석들인데 난 왜 이렇게 동정에 목숨을 거는지.
다른 고기들은 너무 재빨라 찍기가 어려운 까닭에, 역시나 가장 만만한 돌고기를 주 타겟으로 삼고 찍었다.
돌고기를 찍다가, 어디서 많이 본 녀석을 바닥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참종개. 스무 살이 넘어 원정 탐어를 다니기 전까지 난 주로 농수로나 저수지, 작은 하천 등에서 탐어를 했는데, 거기선 참종개를 볼 수 없었다. 칙칙한 색깔의 미꾸리와 미꾸라지 정도만 보다가 참종개를 처음 봤을 때, ‘미꾸라지라고 하기엔 너무 세련된 것 같아’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먹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그냥 딱 봤을 때 뭔가 고소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베이지색과 갈색이 섞인 무늬를 가지고 있어 더욱 마음에 든다. 전에 한 번 키운 적이 있는데, 바닥재로 파고들어선 그 이후 어항을 완전히 비울 때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 녀석이 대체 어디로 증발한 건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참종개도 잘 도망가지 않아 또 열심히 찍었다. 주변에 돌마자로 추정되는 녀석도 있었는데, 참종개와 달리 가까이 다가가면 얼른 도망가는 까닭에 찍을 수가 없었다.
참종개가 왜 이렇게 안 도망가는 건가 하고 살펴봤더니, 주변에 다른 참종개가 있었다. 열심히 구애중인 것 같았는데, 암컷으로 추정되는 녀석은 귀찮다는 듯 자꾸 피했다. 수컷으로 추정되는 참종개는
“참종개가 참종개 좋아한 게 뭐가 문제라고. 만약에 사과하면 그쪽이 해야지. 나는 그쪽이 좋은데 그쪽은 내가 싫으니까, 나한테 사과해야지.”
라는 <빠담빠담>의 정우성 대사를 치고, 암컷은
“이봐요, 참종개씨.”
라는 대사를, 다시 수컷은
“사과해요 나한테!”
라는 대사를 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 잠깐만. 나 약 먹을 시간이 지났네.
상류로 올라가면 또 다른 종의 물고기가 있지 않을까 해서 상류로 올라갔다. 사진은 여울을 건너 올라갈 때의 모습이다.
상류로 올라가 만난 꺽지. 돌 밖에 없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중앙에 세로 줄무늬가 나 있는 작은 물고기가 있다. 민물의 왕은 가물치, 강의 황태자는 쏘가리, 계곡의 지배자는 꺽지라고 할 수 있다. 난 꺽지도 키운 적 있는데, 녀석은 생먹이만 먹고 사료를 먹지 않아 결국 요단강을 건너고 말았다. 내가 어항에 머그컵 넣어주면 내 마음을 읽곤 그걸 집으로 삼을 정도로 착한 녀석이었는데….
사이즈로는 피라미라 갈겨니 같은데, 등에 점박이가 있는 걸로 봐서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금강모치’가 아닐까 싶은 녀석들이다. 등짝만 보고도 물고기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자 분이 계시면, 동정을 좀 부탁드리고 싶다.
두둥! ‘멍텅구리’라고 불리는 ‘얼룩동사리’도 볼 수 있었다. 꺽지가 계곡의 지배자라면, 동사리는 지역을 가리지 않는 ‘힘센 바보형’이라 할 수 있다. 물속에 손가락만 넣어도 손가락을 물고 나올 정도로 일단 입에 넣고 보며, 방금 잡은 걸 놔주면 그 자리에서 같은 방법으로 몇 번이고 잡힌다. 우리 조상님들이 왜 ‘멍텅구리’라는 이름을 붙여 줬는지 수긍이 가는 녀석이다. 뭘 방금 잡아 먹었는지 배가 불룩한 걸 볼 수 있다.
도망가질 않기에 좀 더 가까이 가서 찍어봤다. 등의 얼룩무늬가 지느러미 사이로 흐르면 동사리, 지느러미를 타고 흐르면 얼룩 동사리다. 사진 속 녀석은 얼룩무늬가 지느러미를 타고 흐르는 걸로 봐서 얼룩동사리로 추정된다. 또, 동사리는 얼룩동사리보다 몸도 좀 더 넓적하다.
자, 이렇게 내 2016년 여름의 계곡 여행이 막을 내렸다. 영상을 찍으려면 영상에 집중하고, 수중촬영을 할 거면 수중촬영에 집중하고, 물고기를 찍을 거면 채집도구와 촬영수조까지 준비해 가는 등 하나에 집중을 했어야 하는데,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하다가 지치고 만 게 좀 안타깝다.
그래서 그 안타까움을 핑계로, 다음번에 다시 계곡을 찾아 견지낚시와 천렵을 하기로 했다. 다음에 갈 때는 어차피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고기 잡기가 어려우니, 평상에 자리 잡지 않고 공터에 주차한 후 그늘막이나 텐트를 치고 있을 생각이다. 촬영수조도 챙기고, 액션캠 거치대도 마련해 물속에 설치해 둘 예정이다. 잘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난 지금 몹시 신난 상태다.
끝으로, ‘OX로 살펴보는, 10문항 최종평’을 내보도록 하자.
[OX로 알아보는 10문항 최종평]
1. 다음에 또 가고 싶은가?
- O, 조만간 가서 낚시도 하고 탐어도 할 예정임. 가까운 곳에 깨끗한 물이 있어서 좋음.
2. 동행자(가족)는 또 가고 싶어 하는가?
- O, 낚싯대 손보시는 중.
3. 아이가 있다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인가?
- O, 근데 아이에겐 물이 너무 차서 몸에 안 좋을 것 같음.
4. 음식은 만족스러웠는가?
- X, 계곡 가선 고기 먹는 거라고 배워서, 그곳에서 파는 거 시켜 먹진 않고 준비해 간 것들을 목살, 삼겹살, 볶음밥, 라면 순으로 먹었음.
5. 머문 곳은 만족스러웠는가?
- O, 이른 아침에만 볕이 잠깐 들고 이후엔 계속 그늘이었음. 물과도 가까움.
6. 교통(주차포함)은 만족스러웠는가?
- O, 차 전혀 안 막혔고, 주차장은 널찍함. 다만 차는 햇빛을 계속 받아야 함.
7. 가성비로 따진다면 방문한 곳은 괜찮은가?
- O, 분명 비싸지만, 취사 가능 수영장이 입장료 따로 평상 대여료 따로인 걸 감안해 생각해보자면, 5만원에 하루 종일 즐기고 화장실, 샤워실, 싱크대, 세탁기 사용하는 건 괜찮은 편임.
8. 관련 유원지 중 대표로 인정할 만한 유원지인가?
- X, 이유는 모르겠지만 물비린내가 조금 남. 사람 없는 양수리 계곡과 비교하면 물이 탁함.
9. 지인들이 방문하길 망설인다면 가길 권하겠는가?
- O, 다음번에 갈 때 지인도 함께 가기로 했을 정도임.
10. 언제 가는 게 가장 좋을지 말해줄 수 있는가?
- O, 성수기 5만원 비수기 3만원이라고 하던데, 비수기에 가 계곡에 안 들어가더라도 캠핑 분위기 내며 고기도 구워먹고, 물소리 들으며 낮잠도 자고, 물가에서 낚시를 하거나 어항도 놓을 수 있을 것 같음. 성수기 비수기 구분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더니, 사장님이 “애들 방학하면 성수기, 개학하면 비수기.”라고 답하셨음.
총점 : 8/10
다녀와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건데, 가기까지가 참 어려운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계곡 한 번 가서 고기도 구워먹고 입가심으로 수박도 먹고 해야지 했는데, 어느 계곡이 좋은지 알아본다느니 펜션을 알아본다느니 하며 미루다 결국 한 번도 못 갔다. 위에서 이야기 한 곳이 아니라 그냥 거주지에서 가까운 계곡이라도 좋으니, 도심을 벗어나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먹으러 한 번 다녀오시길 권한다. 별 것 아닌 당일치기 계곡 여행이지만, 다녀오면 거기서 찍어 온 사진과 마음에 담아온 것들 꺼내보며 또 활기가 도는 걸 느낄 수 있다.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구워 먹을 고기랑 마실 것 챙겨서 훌쩍 떠났다 돌아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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