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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남자들에게 계속 같은 방식으로 매달리다 차여요.

by 무한 2016. 12. 16.

코가 막혀 입으로만 숨을 쉬었더니, 입술이 쩍쩍 다 갈라지고 있다. 나름 비싼 만 원짜리 립밤을 발랐는데도 소용이 없다. 만성 비염에 시달리시는 분들 중에는 효과 최고인 립밤을 이미 발견하신 분이 계실 것 같으니, 댓글로 추천을 좀 부탁드린다.

 

몸살인지, 독감인지, 코감기인지가 다 낫지 않아서 아직 상태가 좋질 않다. 왼쪽 팔에 근육통이 있었는데, 그게 심해져 왼 손 세 번째 네 번째 손가락까지 내려왔다. 쥐었다 폈다 할 때 아프며 타자를 칠 때에도 불편하다. 하지만 밀린 사연이 산더미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으니, 근 일주일을 쉬고 발행하는 매뉴얼 출발해 보자.

 

 

1. ‘나’와 관련 없는 것엔 신경도 쓰지 않는 문제.

 

J양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상대에게 애정이나 관심을 갖거나 상대를 챙길 줄 모른다는 거다. ‘나’라는 J양 본인과 관련이 없으면 아예 신경을 꺼버리며, 상대가 J양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건 많지만 J양이 상대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주려는 생각은 없다.

 

가장 최근에 사귄 남친은 J양에게

 

“뻔뻔하다.”

“넌 내가 고생하는 거 모르지.”

“내가 힘든 건 아냐?”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그렇다. 연애 중 상대의 의미가 커질수록 좀 더 의존하고 기대하는 부분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인데, J양은 그 정도가 심하다. 또, 보통 연애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이더라도 지인들과의 관계에서는 안 그러곤 하는데, J양은 대인관계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인다. 때문에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J양이 필요할 때에만 찾으며 자길 이용한다고 생각해 인연을 끊는 일도 벌어진다.

 

상대가 J양 곁에 있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상대가 베푸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상대를 잃고 난 후에야 뉘우치고 그것에 대해 자책만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J양은 자신도 이런 문제를 깨닫고 있다며 이젠 그런 일의 반복을 피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이건 마음을 새로 먹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게 아니다. 서서히, 하지만 꾸준하게 상대에게 마음을 쏟고 관계를 돌봐가야 한다.

 

J양의 고민과 내면에 대해 이야기만 할 게 아니라 상대의 근황과 심정에 대해서도 물어야 하고, J양의 배고픔만 생각할 게 아니라 상대는 어떨지도 생각해야 하며, 상대가 ‘연인’이니까 또는 ‘친구’니까 당연히 이해하고 받아주는 일을 J양 역시 똑같이 베풀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상대는 J양이 자신을 들러리로 삼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며, 매번 받기만 하고 고민만 털어 놓는 것에 질리거나 지치게 될 것이다.

 

 

2. 고민을 계속 털어 놓으며 하소연하는 문제.

 

고민을 털어 놓고 하소연하는 게 그걸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장 그걸 털어 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겠지만, 그걸 받아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겹고, 귀찮고, 부담스러운 일이 되고 만다. 더군다나 위에서 말했듯 J양은 ‘필요할 때만 해소할 창구를 찾는 버릇’이 있는데, 그런 식이라면 J양의 고민과 하소연을 들어 주던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관계의 단절을 선택하게 될 수 있다.

 

자꾸 묻고, 기대고, 확인받으려 하다보면, 나중엔 정말 무엇도 아닌 걸 가지고도 남에게 의존하게 된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내 주변에도 내게

 

“내일 비 안 오려나?”

“버스가 제 시간에 올까?”

“그 식당 갔는데 맛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질문을 하는 지인들이 있는데, 저건 그 누구에게 묻든 똑같이 추측 정도만 할 수 있는 일이다. 하루를 먼저 더 살아본 사람이라면 확실한 답을 알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확신할 수 없는 건 매한가지인 것 아닌가. 그리고 언젠가 다른 매뉴얼에서도 이야기했듯, 저렇게 의존하고 확인받으려 하는 일이 반복되면 다른 부분에서도 자신 없고 유약한 사람처럼 보이기 마련이고 말이다.

 

난 J양에게, 가능하다면 독립을 해서 살아보길 권해주고 싶다. 뜬금없이 왜 갑자기 독립이냐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보기엔 J양이 하는 고민들이 대부분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살아내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절실함보다 두려움이 크기에 계속 누군가에게 확인받은 뒤 안도하고 마는데, 독립 후 두려움보다 절실함이 커지면 J양도 더는 물러설 곳이 없기에, 저절로 팔을 걷어붙이게 될 거라 난 생각한다.

 

J양은 문제를 인지하기만 할 뿐 해결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동시에 그걸 연인에게, 친구에게, 또는 지인에게 계속 털어놓기만 한다. J양은 신청서에

 

“제가 나이 먹고 정신 안 차리니까….”

“저 같은 여자 데리고 살면 답답했을 것 같네요.”

 

라고 적었는데, 지금 필요한 건 그런 자폭과 자기학대가 아니라, J양이 생각하는 ‘정신 차린 모습’으로 사는 거다.

 

비교하려는 건 아니고 좀 자극을 받으라고 사례를 하나 소개하면, 이제 겨우 스물한 살이 된 어느 꼬꼬마는 독립해서 자기 돈으로 월세 내며 살고 있다. 만약을 대비해 보험까지 두어 개 들었으며, 풍족하지 않은 와중에도 쪼개서 적금을 붓고 있다. 집을 구할 때에도 발품을 팔아 스스로 찾았으며, 계약도 혼자 가서 했다. 그 꼬꼬마가 저렇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J양은 거의 열 살이나 더 많으면서, 지인들에게 그저 “아 진짜, 독립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만 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지,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3. 연애를 ‘상대에게 받는 서비스’로 생각하는 문제.

 

데이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건 두 사람에게 반반 책임이 있는 거지, 상대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게 아니다. J양은 연애를 ‘상대에게 받는 서비스’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말과 행동으로 상대에게 전달하면, 결국 상대는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이 연애를 통해 내가 얻는 건 뭐지? 왜 나만 헌신해야 하지? 왜 다 내 책임인 거지? 얘는 왜 내게 맡겨둔 걸 받아가는 사람처럼 굴기만 하는 거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J양의 마음과 의도는 그게 아니라는 건 알겠다. 남친에게 그저 가방 하나 받고 싶어서, 반지 하나 받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렇게 헌신하며 J양을 위해주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랬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밖에서 보면 계산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황홀할 정도의 데이트를 원했는데 남친이 그냥 커피 한 잔 마시는 데이트를 했다고 해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만나는 건 데이트도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면, 남친은 J양을 ‘그런 여자’로 보고 만단 얘기다.

 

J양의 연애패턴은 J양에게 구애하는 남자를 만나 J양의 요구를 전부 이야기 하다가, 결국 상대가 J양이란 한 사람에 대한 완전한 실망을 한 뒤 이별하기로 작정하면, 그때부터는 J양이 매달리고 애원하다 상대의 무관심과 무성의만 경험하다 비참하게 마무리 되는 식이다. 중간이라는 게 없이 상대가 잘해주면 우쭐하고, 상대가 마음 접으려 하면 곧바로 매달리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연애를 ‘상대에게 받는 서비스’로 생각하는 걸 바꾸지 않는다면, 다음 사람을 만나도 J양은 비슷한 마지막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J양은 상대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어주지 못하고, 감동을 줄 행동도 하지 못하며, 힘이 될 이야기나 인간적인 관심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상대에게 그런 걸 받으려고만 해선 안 된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또, 당장 내 돈은 아깝고 네 돈은 안 아까우니, 커플 패딩 사자고 꼬신 뒤 결제를 상대에게 미룰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어찌어찌해서 패딩 하나는 얻어내더라도, 결국 그런 행동의 축적을 통해 상대는 이쪽에게 인간적인 실망을 하게 될 수 있다. 예쁨과 사랑을 받고 싶다면, 요구하거나 하소연을 해 받아낼 것이 아니라, 예쁨 받을 행동과 사랑스러운 행동을 하는 게 가장 현명한 거란 것 역시 기억해 두길 권한다.

 


J양은 사연신청서 ‘대인관계’ 부분에

 

“자기 사람을 잘 못 챙겨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놓쳤음.”

“하소연을 많이 하다 보니 사람들과 연락 자주 끊김.”

“타인에게 관심 많은 척하지만 많지 않음.”

 

이라고 적었는데, 바로 그 문제가 연애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된 까닭에 J양의 연애가 매번 비슷한 패턴으로 막을 내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런 건 안다고 곧바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 주말에 지인에게 안부를 묻는 것, 지인과 만나 저녁을 함께 먹는 것, 그러면서 동시에 ‘내 얘기’보다 ‘상대의 얘기’를 더 들어줘 보는 것 등을 J양의 생활에 끼워 넣은 뒤 계속해 나가야 서서히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사람농사를 그렇게 꾸준히 해나가야 훗날 굵고 튼튼한 나무가 되어 그늘도 내어주고 열매도 맺는 것이지, 이제 겨우 막 싹이 튼 관계에 열매부터 요구하거나 기대해선 안 된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가꿔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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