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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구남친 차고 현남친 만났는데, 현남친이 별로예요.

by 무한 2016. 12. 19.

이걸 연애가 아닌 부동산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A – 역세권. 교통 편리함. 대신 집이 작고 1층 상가에 의한 소음공해 있음.

B – 역까지 세 정거장. 교통 불편함. 대신 집이 넓고 근처에 대형마트 있음.

 

둘 중 어느 곳을 선택할 것이냐는 목적과 취향에 달린 문제다. 어찌되었든 둘 중 하나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면 선택을 해야 하고, 만약 들어가 살기 시작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 층간소음이 너무 심해 잠을 잘 수가 없음.

- 살아보니, 관리비만 한 달에 17만원 나옴.

- 볕이 잘 안 드는 까닭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함.

 

등의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해결되지 않을 경우 거기서 나와 옮겨야 한다.

 

 

1. ‘선택’에서부터 벌어지는 문제.

 

사연의 주인공인 J양의 경우, 위에서 말한 ‘선택’에서부터 갈팡질팡하기 시작한다. A와 B라는 선택지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게 당연하고 어쨌든 그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건데, J양은 하나를 택하면 자신의 택한 것의 단점이 눈에 들어오며 선택하지 않은 것의 장점이 또 눈에 밟혀 완전히 몰입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중계약’을 하려는 사람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선택을 한 후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얼른 다시 그곳을 뜨려는 사람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J양은 자신에 대해

 

“저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기적인 것 같아요. 매우 우유부단한 것 같기도 하고요.”

 

라고 했는데, 그게 남에게만 그렇게 피해를 입힐 뿐이며 A양에겐 아무 영향도 안 끼치는 거라면, 또 J양이 이기적인 선택이라도 해 행복해 질 수 있는 거라면, 난 아주 편파적인 태도로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다. 하지만 J양이 보이는 그런 태도의 가장 큰 피해자는 J양 자신이며, 결국 모두가 상처만을 나눠 갖는 결과가 벌어질 뿐이다.

 

지금의 상황을 보자. J양은 구남친에서 현남친으로 환승을 해 구남친에겐 배신자가 되었고, 그렇다고 현남친에게 만족하는 것도 아니라 연애를 끝낼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런 와중에 J양은

 

“전남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래버리면 결국 J양은 두 남자 모두와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며 ‘이기적인 선택’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상처만 얻게 될 것이다.

 

잠시 다시 부동산에 비유를 하자면, 돈도 충분하고 매물도 많은 상황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고 또 선택을 했다가 아닌 것 같으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든 간에 선택은 신중하게 해야지, 당장 매물이 많다고 해서 그냥 가볍고 편하게 선택했다가 이후 후회를 하거나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라선 안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J양의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 것이며, J양 스스로도 그런 상황에 질려 점점 더 얕은 마음으로만 상대를 대하게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2. 얕은 마음과 큰 기대, 그리고 비교의 문제.

 

서두에서 말한 ‘역세권이지만 좁은 집’과 ‘역에서 멀지만 넓은 집’은, 그게 각각의 장단인 거다. 물론 사람이란 당연히 집과 달라 변화의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 또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과 비교를 하면 반드시 불편하고 부족한 점이 보인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J양은 내게

 

“전남친은 정말로 좋은 사람이에요. 모든 걸 다 제게 맞춰주었고, 저를 위해 뭐든지 노력해줬던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현남친은 아니에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쨌든 J양은 그런 구남친을 차고는 현남친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구남친에겐 그런 장점 외에 좀 지겹다든가, 재미없다든가 하는 부분이 있었으니 말이다.

 

구남친과 현남친은 다른 사람이니 그 차이를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하는 거지, 구남친에게 없는 게 현남친에게 있기에 사귀어 놓곤, 이제 와서 구남친에게 있었던 것들까지를 현남친에게 보이라고 하면 J양 스스로는 지치고 상대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현남친과 사귄 이후 J양은 거의 하루건너 싸우고 있는데, 그 싸움의 이유 중 8할이 ‘J양이 바라는 모습’을 현남친이 보여주지 않아서다. 그러면서 동시에 J양은 좀 얕은 마음으로 이 관계에 임하고 있기에, 다른 이성친구와 연락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는 등 불문명한 태도도 보인다.

 

이래버리면, 답이 없는 거다. 선택을 했으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니 좀 더 바짝 달려들어 집중해야지, 선택을 한 뒤에도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처럼 멀리서 상대에게 뭔가를 주문하기만 하면 상대에겐 J양이 그저 ‘이기적인 여자’로만 느껴질 수 있다.

 

내가 매뉴얼을 통해 ‘상대의 존중과 책임감을 보세요’라는 이야기를 한 건, 이쪽도 분명 그 관계에 존중과 책임감을 갖고 있을 때를 말하는 거다. 이쪽은 언제든 발 뺄 준비를 하며 상대를 지켜보고 있으면서 그러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후자의 태도로 연애에 임하면 큰 상처 받는 일은 피할 수 있겠지만, 펄펄 끓지는 못하고 미지근하게 있다가 식어버리고 만다는 걸 기억해뒀으면 한다.

 

J양은 자신의 연애를, 너무 구경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연애상담’을 핑계로 관전평을 남기듯 지인들에게 본인 연애의 에피소드를 털어 놓는데, 역시나 그러면 지인들이 다 내 편을 들어줘 반짝 힘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저 마트 시식코너 돌고 나오는 사람처럼 제대로 한 끼 먹은 것도 아니도 그렇다고 장을 봐서 나온 것도 아닌 공허함만 남게 될 거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연애는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들려주려고 하는 게 아니니, 좀 더 바짝 다가서서 관계에 온전히 집중하길 권한다.

 

 

3. 끊어내질 못하는 문제.

 

J양이 남친과 남친 직장동료들이 있는 술자리에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남친이 J양에게 소리를 지르며 남들 앞에서 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런 남자와는 사실 헤어지는 게 맞는 거다. 이건 그저 속상해하고 말 문제가 아니라, 그가 J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난 것과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J양은 헤어지자고 말했다가도 자신이 다시 남친을 잡아 사귀고 있다. J양의 과거 연애사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기에 말하기가 조심스럽긴 한데, 난 J양이 구남친과 사귀고 있을 때에도 ‘헤어지지 못해서’ 꽤 오랜 기간 연애를 유지해 왔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 현남친의 등장이 J양으로 하여금 과감한 환승을 시도하게 만든 것이고 말이다.

 

현재 이런 J양의 ‘연애고민’을 들어주는 이성친구가 있는데, 어쩌면 난 J양이 그에게 계속 상담을 하다가 결국 그에게 남친의 자리를 내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가 든다. 운전에 비유하자면, J양은 자신의 차를 소유한 운전자가 아니라, 차를 소유하긴 했지만 조수석에 앉아 ‘운전해 줄 사람’을 기다리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J양의 연애가 이런 패턴의 반복이 될까봐 난 걱정된다. 이건 그냥 살면서 만나지는 사람 중 내가 환승하고 싶을 때 내게 잘해주는 사람과 만나는 거지, 상대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만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렇기 때문에, 만나면 당장은 얼마쯤 좋다가, 이후 ‘날 더 위하며 내게 더 충실함을 보여라’라는 주문만을 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난 J양에게, 가능하면 이번 남친과 헤어진 후 혼자 좀 지내보길 권해주고 싶다. 연애를 시작하게 만드는 동력에는 결핍이 있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오로지 결핍만이 연애를 시작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J양 생활의 축을 연애에 둔 채 ‘지금 내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말고, J양이 운전석에 앉아 J양의 삶을 살며, 동행할 사람을 옆 좌석에 앉힌다는 생각으로 연애를 해보길 권한다.

 

 

끝으로 하나 더 얘기해주고 싶은 건,

 

- 헤어져야 한다는 걸 알며 주변에서도 헤어지길 권하지만, 헤어지면 힘들까봐 못 헤어지고 지속하는 연애.

 

는 결국 ‘헤어져서 힘든 것’ 이상의 힘듦을 선사할 거란 거다. J양은 이미 남친에게도

 

“이젠 너와 사귀는 것에 지쳐서 잘 해볼 마음도 없는데, 그렇다고 당장 헤어지진 못하겠다.”

 

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이런 얘기까지 한 뒤 지속하는 연애는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게 되는 일들을 만들고 말 것이다. J양의 남친은 이제 막 J양에 대한 비판과 날선 말들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기 전에 이 관계는 얼른 마무리 했으면 한다. 자 그럼, 다들 기운내서 월요일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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