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난 이상할 정도로 소개팅을 많이 주선하고 있다. 소개팅을 주선할 때마다 돈을 받았으면 고급형 금속 탐지기를 하나 살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주선했는데, 그 와중에 충격과 공포의 사건들을 접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게, 정말 지극히도 기본적인 것이기에 내가 전혀 그러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 예컨대
‘설마 이런 부분을 모르진 않겠지?’
‘설마 그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하진 않겠지?’
‘설마 그런 걸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결정하진 않겠지?’
하는 지점들에서 사고가 났던 것이다. 난 근 10년간 연애매뉴얼을 작성하며 소개팅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는데, 첫 만남 직전까지 이런 일들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이런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 그래서 혹 노멀로그 독자 분들 중에도 소개팅에 대해 정말 아무런 감도 못 잡고 이런 일을 벌이는 경우가 있을까봐, 지극히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좀 적어둘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연락처를 받았으면 하루 이틀 내에는 연락을 하자.
난 소개팅을 할 두 사람에게 ‘서로의 사진과 번호, 간략한 신상정보’만 알려주고 빠지는 타입의 주선자인데, 그렇게 전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흘이 지나도록 연락을 안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가 그렇게 그걸 쟁여둔 채 묵힌 다음에 연락을 한 까닭에, 여자 쪽에선
‘내 사진을 보고 마음에 안 든 건가?’
‘어제도 기다리고 오늘도 기다렸는데 연락이 안 오네.’
‘다른 소개팅 먼저 하고 나랑 소개팅 하려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다 지치고 말았다. 이후 연락이 닿긴 했지만,
‘이렇게 무슨 말도 없이 연락을 안 하는 사람이라면, 사귀어 봐도 뻔할 것 같다’
라는 생각에 형식적으로만 대하다 결국 흐지부지 되었고 말이다. 나중에 남자에게 물어보니
- 좀 바빴기에, 바쁜 거 지나가고 시간 낼 수 있을 때 연락하려고 했다.
라는 이야기를 하던데, 그럴 것 같으면 바쁜 거 지나가고 난 다음에 소개를 받든가, 아니면 상대 연락처를 아니 상대에게 연락을 해서 양해를 먼저 좀 구한 뒤에 다시 이야기를 하든가 하자.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그냥 침묵만 지키고 있다가 나중에야 연락하는 건 상대를 기다리게 만드는 일이 될 수 있으니, 그러진 말았으면 한다.
2. 프로필엔 가능한 한 본인 사진을 걸어두자.
한 쪽 상대에 대해서는 잘 모른 채 일단 만나나 보라고 소개팅을 주선한 적도 있는데, 연락처를 전해주고 난 뒤 한쪽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소개해 준 여자 쪽의 SNS에, 뭔가 4차원으로 보이는 듯한 게시글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는 거라면 재미있는 친구라고 여기며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이 보기엔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 글들이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남자가 내 지인의 지인이고 여자가 내 지인인 사례였는데, 번호만 알려주고 난 뒤 여자에게
“오빠, 근데 이 사람 사진은 없어요? 프로필에 외국 축구선수 사진밖에 없는데요?”
라는 연락이 왔다. 뭐, 역시나 평소라면 외국 축구선수나 축구공으로 프로필 사진을 해두어도 문제가 없겠지만, 소개를 받기로 한 거라면 가능한 한 본인 사진을 좀 프로필에 걸어두었으면 한다. 정면사진 말고 옆모습이나 뒷모습도 괜찮으니, 무슨 막 ‘존나좋군~’ 같은 짤방만 올려두는 일은 피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건 뭐 개인의 취향에 달린 문제라 이야기하기 좀 그렇긴 하지만, 너무 정치색 종교색이 짙거나, 덕후처럼 보일 수 있거나, 힐링만을 위해 사는 사람처럼 보이거나, 먹고 마시고 논 사진 못 올려 죽은 귀신 붙은 사람처럼 그런 사진만을 올린다거나 했다면, ‘제 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게시물들을 좀 관리했으면 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겐 그런 것들이 모여 이쪽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될 수 있으니, 너무 부정적이거나 극단적인 이야기들을 적어두는 것도 살짝 주의했으면 한다.
3. 소개팅을 원해서 연결 된 거면, 시간을 내자.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해놓곤 ‘만날 약속’을 잡지 못할 정도로 시간을 못 내는 게 대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는데, 이래버리면 만나려고 한 쪽과 주선자는 짜증이 날 수 있다. 정말 시간이 안 되는 거라면
“목요일은 제가 늦게 끝나는데, 주말은 어떠세요?”
라고 물을 수 있어야지, 자신이 낯가리고 남자 울렁증 있다고
“목요일은 9시 퇴근이라….”
라는 대답만 달랑 해버리면, 상대는
‘만날 마음이 있기는 한 건가? 별로 협조적이질 않네.’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가능한 한 능동적으로, 그리고 협조적으로 소개팅에 임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 난 소개를 받기로 한 거라면 최소한 한 번은 만나고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개를 받았는데 상대 외모가 별로라서 그냥 정리하는 멘트를 해버린다든지, 아니면 대화 중 상대에게 ‘나에게 빠졌다는 증거’가 보이지 않았다고 밀어내는 건 아무래도 좀 무례하며 이상한 태도다.
주선하는 입장에서 소개팅 해달라고 부탁을 한 것도 아닌데, 기껏 소개시켜 줬더니 한 번 만나기도 전에 정리를 해버리는 일이 벌어져 좀 황당했던 사례가 있다. 카톡으로 대화를 나눠봤지만 상대에게서 별 매력이 안 느껴졌다는 게 이유였는데, 보통 ‘첫 연락’에서부터 매력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냥 다 비슷할 것 같은 형식적인 질문을 하는 게 일반적인 경우이며, 그 질문을 받는 쪽에서 단답만을 하면 분위기는 건조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기억해뒀으면 한다.
4. 만날 약속 잡았다고 침묵하지 말고, 대화를 하자.
소개팅으로 만나 연인이 된 커플부대원들의 사연을 보면, 대개 첫 연락에서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 날 ‘굿모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지곤 한다. 마음속에 서로에 대한 공간이 자리 잡고, 새로운 상대와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며, 때문에 그렇게 연락을 하다 오프라인에서 처음으로 만날 경우 펜팔친구 또는 채팅친구를 만나게 된 느낌으로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소개팅에 번번이 실패하는 솔로부대원들의 사연을 보면, 이름과 사는 곳 정도만을 물은 뒤 만날 약속을 잡고는 이후 아무 얘기도 안 나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만나기로 한 날 저녁까지 아무 연락도 안 해 상대가 다시 재차 확인을 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지 말고 꾸준히 연락을 하길 권한다.
이걸로 내게 ‘매뉴얼에 나와 있는 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냐’며 어느 대원이 항의를 한 적 있는데, 그 대원이 참고했다는 매뉴얼은
- 외롭고 심심해하던 중 소개팅이 잡히자, 소개팅 상대에게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다 나중엔 마음이 있는지까지를 떠보려고 한 경우.
인 사례를 소개한 매뉴얼이었다. 그렇게는 하지 말라는 거지 아예 말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니, 첫 만남 전까지 가벼운 대화 정도는 나누도록 하자. 또, 이게 사람과 상황에 따라 대처도 당연히 달라지는 부분이니, 상대가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면 매뉴얼 같은 건 잊고 그 속도에 발맞춰 나가길 권한다.
요 정도면 ‘첫 만남 이전 주의해야 할 것들’은 대충 다 알아본 것 같다. 하나만 더 이야기 하자면, 맨 마지막에 말한 부분과 연관된 것이긴 한데,
- 주선자에게 묻지 말고, 상대에게 묻자.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둘이 대화를 하면서 친해져야 하는 거지, 상대는 그냥 ‘소개팅 대상’으로 놔둔 채 주선자에게 다 캐내려 하면, 주선자와의 관계는 돈독해질지 모르지만 상대와는 계속 낯선 상태로 있게 될 수 있다.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이 주로 이런 일을 벌이는데, 궁금한 게 있으면 가능한 한 상대에게 직접 묻길 바란다.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궁금한 점이 남아있다면 댓글이나 메일을 통해 질문해주시길 바라며, 난 이번 주에 만날 약속이 잡혀있는 모든 솔로부대원들이 커플부대로 전입하길 기원하도록 하겠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적극 지원할 테니, 긴장해서 우물쭈물하다 후회의 발걸음으로 돌아오는 일만은 피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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