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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나쁜 남자 아닌데, 여친을 경악하게 만드는 남친의 행동은?

by 무한 2017. 2. 3.

자신이 삼십대 중후반이며, 짧은 연애를 하다가 차이고 마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 매뉴얼을 특히 집중해서 읽어봤으면 한다. 그런 남자 중엔 분명 나쁜 남자는 아니지만 여친을 경악하게 만드는 행동을 하는 남자들이 있는데, 그 나이 대에 만나게 되는 여친들이 하나하나 교정해주거나 ‘당신과 헤어지는 이유’를 직접 열거해주진 않기에, 불혹이 다 다어가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문제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전 친구나 아는 여자 동생들에겐 좋은 평가를 듣는데요?”

 

친구들에게 좋은 평가를 듣는다고 여친에게도 좋은 남자인 것은 아니며, 아는 여자 동생들은 원래 잘 챙겨주고 밥 사주면 ‘좋은 오빠’라는 평가를 해주기 마련이다. 또, 그건 그들이 적을 만들지 않으려하며 이제 나이가 들어 잘라내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살기로 한 처세 덕분에 이루어지는 거지, 이쪽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서 그런 건 아닐 확률이 높다.

 

오늘 얘기할 것들이 대개 ‘디테일한 부분에서 확 빈정상하게 만드는 행동’인 까닭에 정리가 쉽지 않으니, 빈번하게 등장하는 세 가지 정도를 열거하는 방식으로 매뉴얼을 써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가성비만 따지기, 안 하는 것만 못한 선물하기.

 

알뜰한 것과 아끼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분명 나쁜 건 아닌데, 돈을 써야 할 때에도 쓰지 않는 모습은 상대를 답답하게 만들 수 있다.

 

얼마 전 설에도 삼십대 후반의 남친이 여친에게

 

“이거 참치랑 햄 들어있는 거야. 거래처에는 참치만 들어있는 선물세트 줬는데, 너한테는 특별히 햄까지 들을 걸로 준비했어.”

 

라는 이야기를 하는 일이 있었다. 물론 그것도 명절선물은 명절선물인 거고 또 결혼 전제로 만나는 중에 명절이라 선물을 챙긴 건 챙긴 거지만, 참치 햄 세트는 아무래도 좀 그렇다. 그걸 받은 여친은, 차마 부모님께 ‘예비 사위가 보내온 선물’이라고 말할 수 없어 아는 사람이 줬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 역시 DIY인의 베스트 프렌드인 다이소를 좋아하는데, 여친 생일선물을 다이소에서 사는 건 아무래도 좀 그런 일이다. 거기서 사서 라벨을 뗀 뒤에 포장이라도 정성스럽게 하면 모르겠는데, 선물 딱 열었을 때 ‘다이소 7,000원’라벨이 적혀 있으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패닉에 빠질 수 있다.

 

지갑사정이 좋지 않아 그러는 거라면 오렌지 두 알만 건네도 눈물 나게 고맙겠지만, 그게 아니고 250만원 전후의 월급을 받으며 그러면 분명 크나 큰 실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잘 모르는 거라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인터넷 검색의 도움을 받길 권한다.

 

그리고 여친이 본인 돈 내고 물건 사는데 사치니 낭비니 하며 지적만 하지 말고, 여행 시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도 되는데 호텔 잡는다고 뭐라고 하지도 말자. 배낭여행가서 식견을 넓히는 것에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게 아닌 사람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본인은 토토나 주식에 돈 들이붓고 있으면서 여친이 가방 사는 걸로 지적하는 것만큼 웃긴 일도 없는 거고, 이쪽이 가성비만 따지며 자린고비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여친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사는 데 돈 보탤 거 아니면, 이쪽과 관심사가 다른 부분에 여친이 소비한다고 생각 없는 사람 취급하진 않았으면 한다.

 

 

2. 상대는 상처받을 수 있는 말을, 농담이라며 하기.

 

여자에게 외모에 대한 지적을 하는 일은, 남자에게 비뇨기과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같다는 걸 기억하자.

 

“밝은데서 보니 눈가에 잔주름이 많네요.”

 

라는 말은 분명 재미도 감동도 없는 말이며, 역으로 말하자면

 

“여기 들어와서 보니…, 작네요.”

 

정도의 임팩트가 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이것 외에 또 다른 얘기들은 여기다 다시 한 번 소개하는 게 사연의 주인공들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아서 적기가 좀 그렇고, 어쨌든 집안, 외모, 학력, 옷차림 등에 대해서는 되도록 농담을 안 하는 게 좋다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여친에게 ‘오늘, 노래방 도우미처럼 입고 나왔다’고 말한 사례도 있는데, 대체 뭘 먹으면 그게 농담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더불어 둘 다 결혼적령기에 만나고 있는 중인데, 그런 와중에

 

- 결혼할 필요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

- 독신으로 사는 게 낫다는 생각도 있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 건, 상대에게

 

“널 결혼상대로 생각하며 만나는 건 아니다.”

 

라는 의미로 들릴 수 있는 부분이다. 너와는 미래까지 생각하며 만나는 건 아니라는 남친과 계속 연애를 지속해가고 싶을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가끔 ‘솔직한 생각’이라며 저런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례들이 있는데, 그럴 때 상대가 받을 수 있는 충격은 내가 그대와 여행가기로 해놓곤

 

“근데 너랑 여행 못 가도 솔직히 난 아무렇지 않아. 못 가면 못 가는 거지 뭐.”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걸 기억해뒀으면 한다. 저 얘기를 듣고도 같이 여행 가려고 옆에 붙어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너무 벨도 없는 모습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아직 결혼 생각 없다’는 딱 그 말 한 마디 때문에 그녀가 이별을 결심한 게 아니라, 이러한 마음의 변화가 있었을 거라는 걸 적어두도록 하겠다.

 

 

3. 나 원래 이렇게 살아왔다며 내 생활방식만 고집하기.

 

혼자 살아오던 방식이 편하며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바꿀 생각이 없는 거라면, 연애를 하기 보다는 혼자 사는 게 나을 수 있다. 연애란 그간 살아오던 ‘내 삶’에서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옮겨가는 것인데, 먹는 것, 노는 것, 가는 것, 자는 것, 즐기는 것 등을 전부 ‘내 방식’으로만 할 거라면 굳이 연애를 할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여친이 출장 갔다가 비오는 날 저녁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왔는데, 여친을 데리러 공항에 가면 본인 자는 시간에 제약을 받으니 못 가겠다고 한 사례가 있었다. 물론 이 부분만 놓고 보면 꼭 남자가 잘못한 거라고 할 순 없지만, 그는 자긴 원래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거 안 좋아한다며 여친이 커피숍에 가자는 걸 거절한 적 있고, 사람 많은 곳 싫어한다며 번화가에 나가는 걸 피했으며, 성수기에 어디 가면 바가지나 쓴다며 영화나 보러 가자고 했다.

 

이래버리면, 상대는

 

‘이 사람은 날 왜 만나는가? 나는 이 사람과 왜 계속 만나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걸 ‘친구관계에서의 메뉴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면, 늘 자기 입맛만 고집하며 이쪽이 먹고 싶다고 하는 걸 한 번도 같이 먹지 않는 친구와는 같이 저녁 먹고 싶은 생각이 가시게 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또, 자신은 만나거나 통화하는 것보다 카톡하는 게 편하다며 카톡만을 고집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말은 해야 느는 거고 만나서의 의사소통 역시 자꾸 만나봐야 원활해지는 거다. 아무리 카톡으로 대화하는 게 편하고 좋다고 해도 단톡방에 사람들 초대해 거기서 결혼식 올리고 둘만 있는 채팅방에서 신혼살림 차리진 않을 것 아닌가. 그리고 만날 때에는 말도 잘 안 하고 대화가 꼭 필요한 순간에도 침묵만 지키고 있다가 집에 돌아가서야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많은데, 제발 그러지 말고 그때그때 라이브로 좀 표현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대화를 할 때 필요한 것 역시, 설교가 아니라 공감이라는 걸 기억해뒀으면 한다.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그건 이러이러하게 보는 게 맞지.”

 

라는 얘기만 할 게 아니라,

 

“그러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난 이러이러하게 생각했는데, 그렇게도 볼 수 있겠어.”

 

정도로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여친과 만날 때마다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걸 ‘내가 이만큼이나 깨달았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이야기를 하는 사례가 있었고, 또 다른 남자는 여친이 뭔가를 얘기하면 ‘그건 내가 예전에 했던 생각’이라며 자신의 생각 레벨이 높다는 걸 표현하려 애쓰는 사례도 있었다. 괜한 ‘~한 척’은 상대로 하여금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내 친구 누구가 부자고 누구는 잘 나간다는 얘기는 역시나 상대로 하여금

 

‘내가 그런 애를 만나야 하는데 왜 난 지금 너를 만나고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런 매뉴얼을 발행하면 꼭

 

“왜 남자만 그렇게 해야 하는 거냐.”

“여자가 알아서 맞출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사람은 다 다른 건데 왜 틀린 게 있는 것처럼 말하냐.”

 

라는 식의 반응이 나타나곤 하는데, 별로 참고할 가치가 없는 이야기들 같다면 무시해도 괜찮다. 다만, 대다수의 여자사람들이 저런 행동들에 마음이 뜨거나 이쪽에 대해 깨게 되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왜 무엇에 기분이 상했는지’를 하나하나 세세히 설명해주기보다는 그냥 포기하거나 마음을 접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건 한번쯤 생각을 해봤으면 한다.

 

매뉴얼이 길어질까봐 줄이다 보니 빼먹은 것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건 기회가 닿을 때 2부로 다시 소개하기로 하자. 그럼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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