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경마공원, 그러니까 ‘렛츠런 파크’의 벚꽃축제는 2015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이었던 곳을 26년 만에 개방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왔는데, 지금 검색해 보니 그때 다녀와선 글로만 보고하곤 포스팅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인물사진이 8할이라 그랬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그냥 말로만 적어두면 두 번이나 그냥 넘어가는 느낌이 들 수 있으니 사진과 함께 포스팅으로 남겨둘까 한다.
이번 벚꽃놀이엔 나와 공쥬님 말고도 장모님(진), 이모님(진), 처제(진)가 함께했다. 해외에 살고 있는 처제가 잠시 한국에 들어온 사이 벚꽃놀이를 다녀온 건데, 난 운전사 겸 사진사의 역할을 맡았다. 운전하랴, 짐 챙기랴, 단체사진 찍으랴, 독사진 찍으랴 정신이 없던 까닭에 디테일한 풍경은 찍기 어려웠다는 점을 미리 밝히며, 아래 포스팅 중간중간 얼굴만 가린 인물사진을 넣는 것으로 분위기를 좀 전달할 예정이니 양해 부탁드린다. 출발해 보자.
올해 과천 경마공원 벚꽃축제의 주제는 <말(馬) 그대로 벚꽃>이다. 작년 주제는 <벚꽃이 예술이지 말(馬)입니다!>였던 것 같다.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에 내려 갈 수 있으며, 차를 몰고 갈 경우 내비에 ‘렛츠런 파크(서울)’를 찍고 가면 된다. 난 두 번 다 평일에 차를 몰고 가서 주차비가 무료였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엔 12,000원의 주차비를 받는다고 쓰여 있었다.
올해 축제는 4월 8일부터 12일까지로, 안타깝게도 이 글을 읽고 계실 때쯤엔 이미 축제가 끝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포스팅을 하는 건, 올해 개화가 늦은 까닭에 아마 이번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가 절정일 것 같기 때문이다. 전화해서 확인하니 야간점등은 오늘까지만 하고 내일부터는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낮에라도 아름드리 벚꽃나무가 꽃잎을 흩뿌리는 걸 보실 분들을 방문하셔도 괜찮을 것 같다.
입구엔 저렇게 푸드트럭이 자리를 잡고 있다. 닭꼬치는 3,500원, 솜사탕은 3,000원 정도다. 우린 미리 치킨을 사가지고 간 까닭에 솜사탕만 하나 사먹었다.
벚꽃 축제장으로 가는 길.
축제장 입구. 예전엔 없었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 길가에 간이 상점을 설치하곤 작은 소품이나 가방, 액세서리 등을 팔고 있었다. 혹 신청만으로 저기서 물건을 팔 수 있다면, 난 내년에 가서 무릎담요와 핫팩을 팔아 부자가 될 생각이다. 낮 기온만 생각하고 오거나 멋 부리고 온 사람들은 다들 추워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벚꽃 길 시작.
올해엔 저렇게 벚꽃 길 위로 별자리 조명을 설치해두었다. 바로 앞에 페가수스자리, 그 뒤로 카시오페이아자리가 보인다. 우측에 있는 간이 상점에선 생화를 팔고 있었다.
삼각대도 안 가져가선 초점 확인하느라 찍은 사진을 이렇게 포스팅에 싣는 것이 마음에 걸려 핑크핑크한 느낌으로 보정해보려 했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는 걸 볼 수 있는 사진이다.
벚꽃 길은 대략 이런 느낌으로 500m 가량 펼쳐져 있다.
어두워지자, 벚꽃 나무들에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중간쯤 갔을 때 이전엔 없던 평상이 보여 자리를 잡고 앉았다.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 출시했다는 한정판 맥주를 구입해갔다. 맥주는 차가운 게 진리인 까닭에 아이스박스에 아이스팩까지 넣어 들고 갔는데, 들고 다니는 게 벌 서는 느낌이었다. 입구에 편의점이 있으니 맥주를 드실 분은 그냥 편의점에서 사는 걸로….
벚꽃 길 한 편에 마련되어 있는 평상. 작은 테이블까지 저렇게 준비해두었던데, 우리 평상에 있는 테이블은 누가 가져갔는지 없었다.
평상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면 보이던 모습. 사진을 막 찍었을 때만 해도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와 그림을 검색해보니 전혀 다르다. 왜 난 저런 느낌으로 기억하고 있었지? 나이가 들수록 이상하게 왜곡해서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어제는 공쥬님과 처음으로 홍어를 먹으러 갔던 곳이 대화역이냐, 주엽역이냐로 다투기도 했다. 그 날 밥 먹고 만난 H군에게 물어보니, H군은 또 마두역에서 먹었던 거 아니냐고 한다. 셋 다 이상하다.
대략의 구성원 비는, 연인 50%, 아이 딸린 가족 20%, 이십대 초반 여자끼리 20%, 남자끼리 5%, 어르신 5% 정도였다. 위의 사진에는 커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데, 그 이유는 너무 밝고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둘이 온 커플들은 길 끄트머리 쪽 좀 어둑한 곳에서 열심히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 바빴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 취할 수 있는 다양한 포즈들을 좀 공부해봐야겠다. 머리 위로 하트, 브이, 손가락 하트, 까지 하고 나면 밑천이 바닥난 느낌이었다.
저 멀리 사자자리, 그리고 그 뒤로 북두칠성이 보인다. 밤하늘을 보며 설명해주기 위해 한 별자리 공부를, 이런 곳에서 이렇게 써먹을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국자처럼 생겼다며 저걸 보고 다들 북두칠성이라고 하던데, 저건 작은곰자리다. 작은곰자리를 국자모양으로 봤을 때 손잡이 맨 끝부분에 있는 것이 북극성이다. 그 뒤로 천칭자리, 그리고 카시오페이아가 보인다.
서로를 찍어주느라 바쁘면 커플, 셀카를 찍느라 바쁘면 솔로, 벚꽃을 찍느라 바쁘면 어르신이라고 생각하면 꼭 맞을 것 같다.
2/3지점쯤 가면 우측에 나타나는 오르막길. 저 위에 올라가 가로등 밑에 사람을 세워두고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으면, 얼굴도 환하게 나오며 배경을 벚꽃으로 채울 수 있다.
대략 요런 느낌으로 찍을 수 있다고 보면 되겠다. 가로등 바로 아래에 있으면 얼굴에 그림자가 생기니, 서너 발자국 뒤로 가서 찍길 바란다.
많은 남자들의 이상형이라는 ‘처음 본 여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기에 찍어봤다. 카메라 노출을 확인하느라 찍어 본 사진.
오르막 벚꽃 길의 분위기는 대략 이렇다. 계속해서 조명 색이 변하니, 같은 장소에서도 여러 번 찍어보길 권한다. 배경색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벚꽃 길 중간에는 저렇게 실루엣 촬영이 가능한 곳도 마련되어 있다. 단점이라면, 조명을 좀 잘못 설치한 까닭에 상체는 길게, 하체는 짧게 나온다. 좀 뒤로 가면 다리가 길어지는 대신 그림자가 흐릿해 지고, 가까이 오면 그림자가 또렷해지는 대신 다리가 짧게 나온다. 임산부인 아내가 서 있고 남편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아내의 배에 뽀뽀하고 있는 사진을 찍은 커플이 인상적이었다. 어르신들도 많이 찍으시는데, 그냥 가만히 서서 그림자만 찍으시는 분이 8할이었다.
카시오페이아 뒤로 페가수스자리가 보인다. 아 이거 그만해야지 지겨워하겠네. 우측에 보면, 한 편에 놓인 피아노를 볼 수 있다. 피아노를 핑크빛으로 칠한 뒤 벚꽃을 그려 놨다. 피아노에 앉은 사람이 사진에 잘 담기도록 조명만 좀 더 설치해 준다면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장소가 될 것 같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내가 축제장에 간 날이 음력 보름이라 보름달이 떠 있었다. 벚꽃 길과 별자리 조명, 그 위로 보름달이 보이길래 사진에 담아봤다. 아마 오늘내일 쯤 만개하고 이후 바람 따라 꽃잎이 휘날리며 저 길바닥을 전부 덮을 텐데,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으니 과천이 가까운 분들은 이번 주말에 한 번 들르셔서 벚꽃 잎으로 샤워 한 번 하시길!
아, 카메라 설정은 표준줌렌즈 기준 야간 ISO1600~2000, 조리개 F2.8, 셔터스피드 1/60~1/80 정도면 손으로 들고 무난하게 찍으실 수 있을 것 같다. 참고하시길.
▼ 공감과 추천,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취미생활과여행 > 여린마음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성으로 본 2017년 첫 일출, 도깨비 랜드 부근 헬기장에서 (34) | 2017.01.07 |
---|---|
파주 출판단지 지혜의 숲, 24시간 도서관, 독서 데이트. (30) | 2016.08.26 |
파주, 일산 취사가능 수영장 통일워터파크, 통일로 수영장. (22) | 2016.08.15 |
경기도 계곡, 취사 가능한 연천 동막골 계곡 후기 (41) | 2016.08.04 |
2016, 연천 계곡으로 피서 온 사람들의 인간군상 (55) | 2016.08.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