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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여린마음국내여행

근성으로 본 2017년 첫 일출, 도깨비 랜드 부근 헬기장에서

by 무한 2017. 1. 7.

사실 새해 첫 일출 사진보다는, 2016년 마지막 날 하는 불꽃놀이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래서 임진각 제야행사에 갈 예정이었는데, 올해 제야행사는 조류독감으로 인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차선책으로는 인천 정서진 해넘이 축제(불꽃축제가 포함됨)를 선정해두고 있었는데 그것 역시 조류독감 때문에 취소되었으며, 일산 호수공원에서는 꽃빛축제 불꽃놀이를 오후 7시에 미리 하는 까닭에 자정엔 행사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불꽃놀이는 포기하고, 다음 날 일찍 일출을 보러 가기로 했다. 경기북부에서 가장 유명한 일출장소는 아무래도 행주산성이었기에 그곳으로 갈까 했는데, 그곳 해돋이 축제 역시 조류독감으로 인해 취소되었으며 평소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그곳에 몰리는 사람의 수를 보고는 포기했다. 난 일출 사진을 찍는 게 목적이었는데, 그렇게 빽빽하게 사람이 들어찬 곳에선 삼각대도 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며 율곡 전망대, 심학산, 정발산, 고봉산 등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찾아냈고, 공릉천에선 북한산이 보이는 방향으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하지만 그곳에 갈 경우 포인트를 모르기에 가서 헤매다 일출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검색을 하다가 파주에 있는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일 년에 딱 한 번, 1월 1일 일출을 볼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이렇게 적어두니 참 간단한데, 난 이 모든 걸 다 살펴보느라 밤을 새고 말았다. 그러고는 여하튼, 촬영에 필요한 모든 걸 다 챙겨선 오두산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입구의 모습. 이곳에서의 해맞이 행사는 입소문으로만 알려진 거라 취소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말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에는 서른 대 정도의 차가 있었는데, 예외 없이 모두 돌아가야 했다.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냐는 생각을 가진 몇몇 아재들은 통제하는 사람에게 ‘그냥 걸어 올라가서 외부에만 좀 있다가 내려오면 안 되냐’며 흥정을 시도했지만, 통제하는 사람은

 

“행사가 전면 취소된 겁니다. 그 말은 곧, 올라갈 수 없다는 말입니다.”

 

라며,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걸 은근히 즐기는 듯 돌아가란 말만 반복했다.

 

 

 

입구에 있던 공지사항.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군사지역인 까닭에 평소 일출 전이나 일몰 후에는 오를 수 없다. 때문에 그곳에서 해돋이를 찍는 건 1년 중 행사가 있는 1월 1일 딱 하루에만 가능한데, 행사가 취소되었으니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난 행사가 취소되어도 통일전망대 건물 내부에만 못 들어갈 뿐 밖에서는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예 올라가질 못하게 하니 차선책도 없는 상황이라 멘붕에 빠지고 말았다. 전망대를 찾았던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차선책이 없는 듯 했는데,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몇은 무작정 한강 쪽으로, 또 몇은 임진각으로, 또 몇은 무슨무슨 산 쪽으로 간다는 것 같았다.

 

나도 그나마 가까운 임진각 쪽으로 갈까 하다가, 예전에 별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 동쪽이 확 트인 관측지가 임진각 부근에 있다는 게 떠올랐다. 도깨비랜드 부근 헬기장. 그래서 부랴부랴 다시 차를 몰아 그곳으로 향했다.

 

 

 

파주부근 자유로를 달리며 본 철새들.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자, 철새들이 해가 뜨는 동쪽으로 무리지어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운전 중에 사진을 찍은 거냐고 물으실 분들이 있을까봐 미리 밝히자면, 사진은 조수석에 있던 공쥬님(여자친구)이 찍었다.

 

 

 

헬기장 도착. 난 이곳이 ‘아는 사람들만 아는’ 좀 비밀스런 장소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는 차를 세워두고 관측지 쪽으로 가 있었다. 해마다 이곳에서 해맞이 행사를 해왔는지, 커피와 차를 나눠주는 테이블까지 꽤나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어 두 번 놀랐다.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난 밤하늘을 좀 올려다봤던 경험이 있기에 하늘 상태를 본 순간 일출 보기는 틀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해가 떠오르면 저 구름 뒤로 빨갛게 보일 거라 생각하는지, 다들 서서 해가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일출을 보긴 틀렸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고, 아까부터 막걸리를 한두 잔씩 드시던 어느 아주머니께선 살짝 취하셨는지 뜬금없이

 

“2017년아 내가 간다! 내가 달려간다! ***(본인 이름)이 간다!”

 

라고 외치셨다. 그걸 보던 난 내가 더 부끄러워져, 아주머니가 그러시는 동안 일부러 땅바닥을 쳐다봤다.

 

 

 

사람들이 거의 다 떠나고 난 후, 드디어 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출이라고 하기엔 이미 너무 높게 떠버리고 밝아져버렸지만, 그래도 기다리던 해를 보니 반갑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그랬다.

 

 

 

처음 막 고개를 내밀었을 때의 해를 당겨서 찍어봤다.

 

 

 

다시 구름에 가린 모습.

 

 

 

내가 찍으려고 마음먹었던 일출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일출을 사진으로 담아봤다는 의미가 있었다.

 

 

 

다시 구름에 가린 태양.

 

 

 

사람들은 이미 진작 다 떠난 뒤였고, 나와 공쥬님도 근성으로 일출을 보고 또 사진까지 찍었으니 그만 집에 가기로 했다. 하늘이 저런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구름이 만든 구멍 사이로라도 해를 보겠다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것이다.

 

 

 

 

2017년 첫 해를 잡은 공쥬님의 손 사진. 이거 말고 입으로 해를 삼키려는 듯한 사진도 찍었는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너무 웃긴 모습이 되어서 쓸 수 없는 사진이 되고 말았다. 손을 U자로 만들어 태양을 받치고 있는 구도로도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당시 가지고 있던 렌즈가 표준줌과 500mm 라서 찍을 수 없었다. 며칠 전 애기망원을 영입했으니, 조만간 일출이든 일몰이든 그런 구도로 담아볼 생각이다.

 

 

일출보기에 성공한 것도 아니고 사진이 잘 나온 것도 아니라서 포스팅을 할까말까 하다가, 그래도 내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에 이렇게 기록해두게 되었다.

 

언젠가 유성우가 쏟아지던 날, 한 독자 분께서 썸남과 유성우를 보러가고 싶다며 장소를 추천해주길 부탁하신 적 있다. 난 벗고개를 추천해드렸는데, 안타깝게도 그 날 날씨가 ‘구름 많음’인 까닭에 구름만 실컷 보다 오셨다고 한다. 하지만 또 그게 그분들께는 추억이 되었고, 이후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독자 분에게 연락이 왔다. 새해인사와 함께 결혼소식을 전해주셨고, 지금은 이제 남편이 될 그 분과 차로 미국횡단을 하는 중이라고 하셨다. 횡단 중 시골을 지나며 별이 보일 때면 벗고개에 갔던 생각이 났다고 하시던데, 앞으로 연인 또는 썸타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추천해 드릴 테니, 다른 독자 분들께서도 이런 저런 ‘연결고리’를 많이 만드시길 바란다. 한강에서 왕지렁이로 민물장어 잡기 이런 것도 괜찮으려나?(응?)

 

자 그럼, 다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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