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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먼저 연락까지 한 모임의 그녀, 관심일까요?

by 무한 2017. 5. 2.

그녀의 태도가, 관심으로 오해하기 딱 좋은 태도긴 하다. 나도 만약 내가 솔로부대원이며 친목을 위한 지역모임에 속해있는데, 그 모임의 어떤 여자사람이 먼저 연락하고, 상냥하게 대하며, 모임에 나갔을 때에도 챙겨주고, 내게

 

“요즘 오빠가 제일 핫하잖아요 ㅎㅎㅎ”

 

라는 이야기를 하면,

 

‘내가 핫하다고? 무슨 의미지? 요태까지 날 미행한 고야?’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그녀가 모임 내의 소모임에 나를 초대하고, 소모임이 있는 날에 다시 연락해 오늘 올 수 있는 거 맞냐고 챙기면,

 

‘이건 내게 더 다가오라는 신호인가? 힘차게 헤엄쳐 물살을 가르며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그녀가 내게 저런 호의를 보일 수밖에 없는 특수한 이유가 있고, 더불어 대화의 주제를 냉정하게 살펴보았을 때 ‘소모임에 나올 사람 모집’인 거라면, 김칫국 사발은 내려놓은 채

 

‘이건 그냥, 선거철에 한 표 달라고 웃으며 악수 청하고 인사하는 것과 같은 거야.’

 

라는 생각을 하려 노력했을 것 같다.

 

‘호의를 보일 수밖에 없는 특수한 이유’라는 건, 그녀가 그 모임의 ‘모임장’을 싫어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을 따로 모아 비밀 소모임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런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세력을 모으는 과정에서, 모임 내 나이나 경제력이 상위권에 드는 L씨를 자기 쪽 편으로 만들고자 다가온 것이며, 일단 120%의 호의를 베풀며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높다.

 

 

며칠간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주제 역시 형식적인 안부인사와 칭찬을 빼면

 

- 모임장 때문에 정기모임에서는 대화를 제대로 못 나눈다.

- 모임장 몰래 다들 비밀 소모임을 만들곤 한다. 따로 편하게들 만난다.

- 앞으로도 이런 비밀 소모임으로 뭉치자.

 

정도의 얘기가 남는데, 이건 모임장에 대한 비판과 L씨 포섭이 목적인 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녀에 대해선, 좋게 말하면 붙임성 있고 친절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여지를 흘리며 사람 띄워주는 타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냥 L씨가 그녀의 호의와 친절을 ‘나에 대한 관심’으로 오해한 거라 적고 끝내도 되는 매뉴얼을 이렇게 좀 더 이어서 적는 건, 이미 그 모임에서 L씨처럼 상대의 그런 태도를 관심으로 오해해 들이대려 했다가, 마음을 접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그녀는

 

- 애매하게 호감을 표현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발뺌해서 불쾌하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이게 매뉴얼 신청서 ‘타 이성과의 문제’ 항목에 짧게 적힌 이야기라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호감을 느꼈다고 해서 꼭 계속 좋아하다가 결국 퇴짜 맞는 걸로 마무리 되어야 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 없는 곳에서 다른 모임원들에게 저렇게 얘기하고 있는 게 별로 좋아보이진 않는다.

 

L씨는 저런 상황들을 겪으며 내게

 

“그래서 저도 그녀가 저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으면, (애매하지 않게)뭔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사연을 보내게 된 것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난 그녀에게 다가가는 걸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직접적인 표현 없이 저렇게 간접적으로만 남을 움직이게 하려는 듯한 태도가 좀 별로고, 주변에 사람 풍성하고 사교성과 붙임성 좋으면서 ‘혼밥, 혼술’에 대한 이야기를 흘려 자꾸 ‘오는 사람 모집 중’의 뉘앙스를 풍기는 것도 좋아보이진 않는다.

 

L씨가 상대에게 호감을 가진 까닭에 그래도 다가가 보려 하는 거라면 굳이 더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상대의 위와 같은 모습들을 ‘나에 대한 관심’이나 ‘잘 될 가능성’으로 생각해 다가가는 거라면 그건 오해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그녀가 보이는 호의와 친절은 ‘아직 별로 안 친한 사람’에게 더욱 후하게 베풀어지는 것 같으니, 신입회원이 하나 들어왔을 때 그녀가 그 회원에게도 L씨에게 베풀었던 그것들을 똑같이 베푸는 건 아닌지만 봐도 금방 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자 그럼, 다들 편안한 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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